반전의 품격 - 통쾌하거나 찝찝하거나 찌질하거나 위대하거나
박재항 지음 / 위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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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反轉)의 국어사전 풀이는 ① 반대 방향으로 구르거나 돎. ② 위치, 방향, 순서 따위가 반대로 됨. ③ 일의 형세가 뒤바뀜을 뜻한다. 반전(Peripeteia, Reversal of fortune)은 원래 문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로 '어떤 일이 한 상태로부터 그 반대 상태로 급격히 변화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운명의 급전'이란 뜻으로 사용된 용어이다. 사건을 예상 밖의 방향으로 급전시킴으로써 독자에게 강한 충격과 함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무지의 상태에서 깨달음의 상태에 이르게 하는 '발견(discovery)'의 탁월한 방법으로 반전을 꼽았다. 인물의 운명이 행복의 상태로 진행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갑자기 불행 쪽으로 방향을 바꾸거나, 불행을 향하여 진행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갑자기 행복 쪽으로 완전히 역전되는 구성 방식을 통해 주제가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전자를 '불운-복합(fatal-complex)', 후자를 '행운-복합(fortune-complex)'이라고 명명했다. 반전은 비극에서는 주인공을 파멸로 몰고 가는 방식으로, 희극에서는 주로 부정적인 대상이 제거되고 행복한 결말에 이르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리스의 비극 「오이디푸스」에서 왕을 돕기 위해 도착한 사자(使者)에 의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오이디푸스왕의 정체가 드러나는 구성 방식은 동정심과 공포감을 동반하면서 운명의 비극성을 충격적으로 깨닫게 하는 구성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구성은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에서도 효과적으로 사용된 바 있다. 아내가 먹고 싶었던 설렁탕을 들고 귀가한 주인공이 아내의 죽음을 확인하게 된다는 소설의 결말은 현실의 비극성을 극적으로 제시한다. 반면 오 헨리의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이나 오영진의 희곡 「시집가는 날」은 사랑의 의미를 극적인 반전을 통해 전달한다.(문학비평용어사전, 2006)

 


 

저자 박재항은 이 책 『반전의 품격』에서 '반전의 위력'은 단계를 하나하나 밟지 않고,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도 단번에 깨달음에 도달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마치 주사기로 뇌에 칩을 심어서 지식을 주입하는 것처럼 빠르고 확실하게 메시지가 전달된다. 그런 점에서 변화와 수용이 초스피드로 진행되는 디지털 시대에 반전 커뮤니케이션은 무엇보다 필요한 요소라는 주장이다. 스스로를 광고하고 홍보하고 마케팅하는 시대, 어떻게 하면 나를 좀 더 드라마틱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반전 기법의 핵심은 '뒤집어서 보는 것'이다.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것들을 반대로 해보는 것이다. 채우기보다는 빼고, 힘을 주기보다는 느슨하게, 약점을 감추기보다는 오히려 드러내는 데서 반전의 효과가 나타난다고 강조한다. 저자가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은 반전의 품격이라기보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반전을 사용해야 극적 효과가 높고, 상대를 설득하는 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의 반전 효과를 기대하는 기법 15가지를 제시하며 반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식의 반전 기법을 사용하느냐를 결정하는가를 설명하고 있다.

 


 

PART 1 품격 있는 반전을 위하여

01 자비(自卑, Lower) _자신을 낮춰라

02 생력(省力, Relax) _힘을 빼라

03 의지(意志, Strengthen) _다지고 지켜라

04 수긍(首肯, Admit) _믿음을 갖고 인정하라

05 유연(柔軟, Suit) _상황에 맞춰 대응하라

 

PART 2 반전의 재료와 장치

06 허구(虛構, Fabricate) _거짓을 꾸미다

07 은폐(隱蔽, Cover) _숨기고 덮어 가리다

08 도치(倒置, Reverse) _거꾸로 바꾸다

09 과장(誇張, Overstate) _터지도록 부풀리다

10 삭제(削除, Remove) _지우고 없애다

 

PART 3 부조화 속 피어나는 반전

11 모순(矛盾, Contradict) _공존하며 충돌하다

12 갈등(葛藤, Conflict) _말과 행동에 날이 서다

13 부적(不適, Misfit) _시공과 맞지 않다

14 상위(相違, Dislocate) _서로 어긋나다

15 긍정(肯定, Convince) _희망으로 나아가는 네거티브(Negative)

 


 

책에 따르면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 졸업식, 학생 대표가 연설을 했다.

“지금 전국의 거리는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 있습니다.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지 않은가요?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이 들끓고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법과 질서가 필요합니다. 법과 질서가 없다면 이 나라는 생존할 수 없습니다.”

참석자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참이 지나 박수 소리가 가라앉았을 때, 연설을 하던 학생 대표가 조용히 말했다.

“지금 제가 한 말은 1932년 아돌프 히틀러가 했던 것입니다.”(150p)

 

1960년대 중반 이후 미국에서 반전 시위와 인권 운동이 한창이었고 정부는 무력으로 이를 진압하던 시기였다. 법과 질서를 바로잡는다는 명목으로 인간의 기본권을 무시하지 말라는 식으로 구구절절 호소했다면 청중의 반응은 어땠을까? 오히려 반론만 더욱 강해졌을 것이다. 상대의 말문이 턱 막히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그리하여 한 큐에 원하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바로 반전 커뮤니케이션의 묘미이자 극적 효과이다고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은 반전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놀랄 준비를 하고 반전이 나오길 기다리고 좋아한다. 자신의 지식이나 경험에 의존하여 미리 짐작한 이야기의 전개가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흐른다. 눈이 동그래지고 정신이 번쩍 든다. 이야기를 하고 어떤 사실을 전달하는 데도 이런 반전이 있어야 효과가 발휘된다.(「프롤로그」 중에서)

반전의 묘미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신을 표현하는 데도 유용한 요소다. 특히 다양하게 발달된 SNS를 통해서 자신을 표현하는 디지털 원주민들에게 반전 캐릭터, 반전 매력은 필수다. 본캐(본래 모습) 유재석은 토요일이면 부캐(새로운 모습) 지미유, 유야호, 유부장 등으로 등장해 유쾌한 모험을 한다. 박세리가 셰프로, 박찬호가 골프 선수로, 박지성이 사이클 선수로 도전하는 것도 반전 매력이다. 그러나 의도한 반전이 항상 성공하는 건 아니다. 반대로 전혀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반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흔히 볼 수 있는 역주행 콘텐츠들이다. 자칫 반전 기법을 잘못 썼다가는 위대하기는커녕 한없이 찌질해 역풍을 맞을 수 있다.

 


 

동양사학을 전공한 21세기 브랜드 전략가이자 광고인 박재항은 직업 인생을 반전 스토리와 함께 했다. 바로 15초의 미학이라 불리는 광고다. 그 짧은 시간을 충분한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반전 기법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반전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동양철학과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인문학과 상업주의 광고의 사례를 버무려서 15가지 반전 키워드를 뽑았다.

“콘텐츠나 인생을 보면 기획과 실행 및 결과에서 찌질한 반전도 있고, 위대한 반전도 있다. 어떻게 위대한 반전을 커뮤니케이션에서, 그리고 나아가 인생에서 이룰 수 있을까.”

히틀러의 연설을 빌려서 반전의 분위기를 연출한 하버드 로스쿨 대표, 도널드 트럼프의 근거 없는 의혹을 한마디로 물리친 오바마의 연설, 회사일에 집중하기 위해 오히려 업무를 줄여버린 구글의 방식, 10만 달러의 기부를 거절하자 오히려 30만 달러를 얻게 된 단체, 책에는 반전의 스토리가 넘쳐난다. 길게 설명하기보다 짧은 에피소드로 강렬한 반전 기법을 소개한다. 잘 숙지하면 회사는 물론 일상에서도 재치 있고 분위기를 압도하는 주연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 : 박재항

 

3개의 캐치(THE CATCH)로 자신을 소개한다. 《삼국지》 키드로 자라 서울대학교 학부에서 동양사학을 전공한 것이 첫 번째 캐치였다. 인문학과 중국이다. 미군 용병 소리를 듣던 카투사로 군복무를 하고, 뉴욕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을 공부했다. 미국이 두 번째 캐치였다. 삼성전자 홍보실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한 후, 제일기획, 이노션,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와 기아차 마케팅전략실을 거치며 한국의 대표적 글로벌 브랜드를 광고 회사와 광고주 입장으로 거친 것이 세 번째 캐치가 되었다. 2017년부터 글로벌 마케팅 그룹 하바스코리아 전략부문 대표, MZ세대 마케팅 최첨단 대학내일의 사범(고문), 2019년부터는 문화예술을 통해 청년 활동을 지원하는 비영리법인 ‘오늘은’ 이사장을 맡고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 《브랜드 마인드》 저서와 공동저자로 참여해 ‘일차대전과 국가 브랜딩’, ‘광고 마케팅과 문화상품의 상호작용’ 등의 글을 발표했다. 3가지 캐치의 기반 위에서 인문학, 브랜드 마케팅, 트렌드의 결합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 〈WORLD IN BRAND, BRAND IN WORLD〉라는 블로그와 ‘박재항의 희·영·아(희곡으로 배우는 영어와 아메리카)’를 포함해 교육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는 유튜브 〈JERRY’S PIE〉를 운영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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