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만 알고 무작정 떠난 호주 워킹홀리데이 - 영어도 배우고 돈도 벌며 진짜 나를 찾는 시간
이경희 지음 / 처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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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로 딱 한 번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일주일간 관광지만 돌아다니다 왔기 때문에 많은 것을 보고 즐기지는 못했지만 늦게 발견돼 복받은 나라란 것만 재확인했다. 사실 넓은 땅(남한의 76배), 적은 인구(남한의 절반)여서 모든 게 풍요롭고 넉넉했다. 가장 많은 인구가 몰려 산다는 시드니도 한산하기 그지 없으며, 일부 관광지만 북적거릴 뿐 모두가 여유로워 보였다. 더욱이 시드니 인구가 450만인데 여행 갔던 전년도엔 살인사건이 한 건도 없었다는 가이드의 자랑 삼아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다른 공산품은 모르겠지만 농산물은 굉장히 쌌고 여성과 노동자 우대의 사회라고 한다. 독자는 관광을 다녀왔을 뿐이지만 주위에는 호주에 유학이나 취업으로 가기도 하고 이민은 어렵지만 아주 없는 것은 아니란다.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나라로서 너무 멀어서인지, 아니면 가치가 충분히 인지되지 않아서인지 자원이나 노동력 착취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애초에는 죄수 유배지 정도로 생각했다니 지금 기준으로 생각하면 '천국'에 보내준 셈이다. 기후도 일부 지역(사막 등)을 제외하곤 해양성 온대 기후가 대부분이어서 일년 내내 따뜻한 편이라니 이렇게 복받은 나라가 있겠는가 싶다.






이 책 『알파벳만 알고 무작정 떠난 호주 워킹홀리데이』은 저자가 워킹홀리데이(이하 워홀)를 2년간 다녀오면서 쓴 좌충우돌 호주 여행기(체류기)에 다름없다. 물론 일을 하면서 경비를 대는 워홀은 일반 관광이나 여행과는 다르지만 어쨌든 여행객으로 분류될 터이니 체류 기간 동안 대우는 비슷할 것 같다. 이는 독자가 워홀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워홀 문화를 모르는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니 독자들의 양해를 미리 구한다. 이 책의 저자는 영어(호주는 영어를 쓴다)를 모른 채 워홀을 감행했다는 점에서 대단한 의지력과 열정을 가진 분으로 보인다. 더욱이 여자의 몸으로 말도 못하는 곳으로 워홀을 가다니? 근거 없는 자신감은 청춘의 특권인가보다.

저자에 따르면 워홀을 떠나기 전 저자가 실제로 할 줄 아는 영어는 "하이~ 마이 네임 이즈 소피아. 암 프롬 코리아!"가 전부였다. 이 책은 자칭 영어 무식자인 저자가 호주에서 2년이나 견뎌낸 좌충우돌 워홀기를 담았다.

나 역시 내 세상을 찾기 위해 워홀을 떠났고, 시작은 무모해 보일 만큼 아슬아슬했지만 미치도록 힘들었던 시간조차 이제는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수백 페이지의 경험으로 완성되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던 내가 ‘인싸’라는 말을 듣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좌충우돌 워킹홀리데 이를 통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p. 22)



이 책이 현지의 현장감이 생생하게 묻어나는 이유는 저자가 매일 써내려 간 일기를 다듬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생에서 다시 없을지도 모를 자신의 특별한 일을 그냥 지나치긴 싫었다. 호주 워홀을 가기 전 버킷리스트 목록에 “매일 일기를 써서 책으로 만들자!"라는 계획을 세웠다. 2년동안 꾸준히 일기를 적고 다니는 곳마다 사진을 찍었고 워홀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후, 1년 만에 책으로 만들어졌다. 이 책은 맛집, 카페 등의 생활 팁부터 워홀 주의사항, 현지 친구들에게 듣는 워킹홀리데이 이야기도 담겨 있다. 여행 에세이, 워홀 지침서, 호주 여행 길잡이, 사진첩 그 중간 어느 지점에 있는 책이다.

코로나로 해외에 가는 것이 쉽지 않은 요즘이다. 그래서 더 목말라 있다. 외국은 여행의 목적도 있지만 청춘들에겐 배움의 목적이 더 많다. 저자는 상처투성이였던 마음 그리고 걱정과 불안을 안고 살아가던 중 워홀을 통해 제 2의 삶을 찾았고, 고립된 삶에서 벗어 날 수 있었다. 7년 동안 몸 담았던 직장을 그만두는 선택을 했지만 후회는 없다. 워홀 중인 사람들, 워홀을 준비하는 사람들, 워홀에 로망이 있는 사람들, 워홀을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한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공감하거나 대리만족을 할 수 있다면, 잠시나마 미소 지을 수 있다면 충분할 것 같다. 그저 요즘 취업도 쉽지 않은데, ‘뭘 하면서 살까?’ 하며 고민하는 친구들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해도 좋겠다는 저자의 바람이다.



저자에 따르면 삶에 너무 힘주지 말고 대충 살자. 10년 동안 미용만 공부해놓고 홈 청소를 하는 소피아처럼. 저자는 호주에서 영어 이름을 갖게 된 후로 자기애가 강해졌다. “소피아가 할래요! 소피아요! 소피아 먼저 퇴근할게요!” 세상 무뚝뚝하고 차갑던 저자는 이제 찾아볼 수가 없다. 스스로 ‘호주에서 뭘 잘 못 먹었나?’ 싶기도 하다.

저자는 자기애가 강해진 자신의 모습이 꽤 마음에 든다. 워홀을 하며 한국에서 느끼지 못했던 즐거운 감정들로 채워졌다. ‘외국에서 일하는 것, 외국에서 지내는 것만으로 자기애가 채워질까?’ 싶지만, 저자는 그랬다. ‘자신이 변할 수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 후 살아갈 날도 ‘그렇게 살아가면 되겠구나’란 기대감이 있다. 이 책은 한국에서 살아가며 자책의 시간이 많은 청춘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때로는 사람들의 위로 한마디보다 자연이 주는 위로가 더 컸다. 요즘 따라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하늘을 자주 보는데, 하늘을 볼 때마다 호주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하늘을 보려고 창문을 열면 건너편 벽만 보였기에 가끔 환기할 때만 문을 열었는데, 호주에 와서는 창밖을 보는 게 즐거워졌다. 아침부터 밤까지, 호주의 하늘은 오늘도 열일 중이다.(p. 106)





왜 이렇게 힘들지? 내가 생각한 워홀이 아니야!라는 힘든 마음이 커질 때마다 짧은 여행을 즐기며 이겨냈고, 생전 처음 당해보는 사장의 갑질에 가끔은 미친년처럼 펑펑 울기도 했다. 한국과는 다른 문화 그리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적응한다는 것은 나이가 28살이나 먹었어도 두렵고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했고 분명 쉬러 왔는데 나에겐 ‘쉼’이 부족했다. 나는 진정한 ‘쉼’이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p.90)

저자 : 이경희

따뜻하고, 소중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인 사람. 미용을 사랑하지만, 돈벌이가 아닌 취미생활이 되고 싶고, 돈을 많이 벌기보다 그저 돈이 많았으면 싶은... 아무리 애써도 이루어지지 않는 것과 굳이 이루지 않고 살아도 되는 것 사이에서 하루하루 경쟁하듯 살다가 진짜 나를 찾기 위해 떠난 호주 워킹홀리데이. 누구나 갈 수 있지만, 아무나 용기 낼 수 없는 워홀을 떠나 짧고도 길었던 시간 속에서 대충 사는 재미를 알게 된 사람. 자유와 여행 그리고 미용을 사랑하는 평범한 사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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