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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말하고 싶을 때 읽는 대화법
이시하라 가즈코 지음, 오시연 옮김 / 밀리언서재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역시 일본 학자들은 디테일에 강하다. 이 책 『‘아니’라고 말하고 싶을 때 읽는 대화법』은 거절의 방법을 제시한 책이다. 부제로 쓴 '망설이지 않고 센스 있게 말하는 거절의 기술'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듯 어떤 부탁이나 청탁, 제안을 받을 때 거절하지 못해 결국 피해를 보거나 스트레스가 쌓여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상대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거절하는 법을 내놓고 있다.
독자도 상대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천성(?) 때문에 경제적ㆍ심리적 고통을 받은 적이 많다. 심리학 용어인지 모르겠지만 이른바 '착한 사람 콤플렉스'라고 표현한다고 했다. 독자도 이 때문에 고통을 받다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상담자는 그때 독자에게 책 몇 권을 적어주며 충분히 이해하기 쉽게 쓴 책이어서 읽기 쉬울 테니 책을 보고 스스로 치유할 수 있을 거라 말했다. 즉 독자의 상태를 어떤 요청을 거절하면 '저 사람이 상처 받겠지' '나를 싫어할 것 같은데' '너무 박절하게 하기가 어려운데' 등 나를 생각하게 될 것이 두려워 요구를 들어주는 행위라고 한다. 이 일로 '예스 맨'으로 놀림을 받은 일도 있다.

퇴근하고 맥주 한잔할래? 내가 지금 바빠서 그런데 이것 좀 해줄래? 돈 좀 빌려줄래? 등 지극히 사소하고 가끔은 부당한 일까지 인간관계는 부탁의 연속이다. 독자에게도 많은 사람들로부터 부탁을 받을 땐 거절하지 못하는 편이다. 안 들어주면 오히려 독자 스스로 후회하는 일이 많았다. 부탁을 일일이 들어주자니 내 시간이 줄어들고 불만도 쌓였지만 안 들어주고 후회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에 잘 들어주었다. 딱 잘라 거절하려니 마음이 불편하고 관계가 틀어질까 봐 두렵다. 언젠가 나도 부탁을 해야 할 일이 생기면 곤란할 것도 같았다.
저자에 따르면 대화의 기법 중에서 가장 어려운 거절의 기술, 하지만 심리를 알면 상대도 기분 나쁘지 않고, 나도 마음 편하게 거절할 수 있다. 거절이 힘든 것은 거절 자체보다 표현하는 방법, 말하는 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게 이 책 저자 이시하라 가즈코의 주장이다. 이 책을 통해 상대의 심리를 꿰뚫어 말 한마디로 부드럽게 거절하는 법을 습관화하고 싶다. 독자가 이 책을 읽은 이유다. 그런데 저자의 주장은 꼭 독자의 얘기를 하는 것 같아 일본 학자들이 디테일에 강하다는 평이 맞구나 하는 생각까지 덤으로 얹혔다.

예전엔 직장에서 ‘싫어도 좋은 척’, ‘하고 싶지 않아도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이는 것이 미덕이었다. 퇴근 후 한잔하고 가자는 상사나 동료, 후배의 제의를 거절하기란 쉽지 않다. 결국 자의반 타의반으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갑작스러운 회식에 동참하지만 불만은 두고두고 가시지 않는다. 자리가 길어지거나 지나칠 경우 다음날 회사 분위기도 좋지 않다. 오늘은 절대 회식을 피하자 내심 결정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흐르면 금세 잊힌다. 지금은 무의미한 회식을 제안하는 상사는 곧바로 꼰대 취급을 받지만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거절하기 힘든 상황이 많은 것은 여전하다. 그래도 많이 달라진 분위기에 한편으로는 놀랍고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다.
책에 따르면 일본도 이 같은 직장 분위기가 비슷하다. 누구보다도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90년대생도 마찬가지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의 조사 결과 90년생의 75.2%가 타인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신경 쓴다고 했고, 63.1%는 상대방에게 상처 주지 않고 거절을 잘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서로 간섭하지 않으려는 라이프스타일을 누리려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이 거절하는 기술이다.

자기중심 심리학을 제창한 심리상담 전문가이자 저자인 이시하라 가즈코는 거절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심리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한다.이 역시 앞서 언급한 대로 독자의 경우와 흡사하다. 남의 부탁을 거절하면 그 사람과의 관계가 나빠질 것 같은 두려움이 앞선다.반대로 거절당하면 상처받을까 봐 차마 부탁하지 못하는 게 마음이 약한 것과 합쳐져 어려운 부탁은 스스로 입을 막는다.
거절하지 못하는 습관이 쌓이다 보면 마음속에 불만이 생기고 점점 더 타인과 원활한 소통을 하기가 힘들다고 저자는 말한다. 거절하기 힘드니 아예 인간관계를 맺지 말자, 친하게 지내지 말자는 지경에 이르는 원인이 된다는 것. 거절은 단순히 상대의 부탁을 거부하는 의미가 아니다. 소위 갑질과 같은 부당한 요구에 대해 거부할 권리가 있다. 그런 점에서 내가 존중받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바로 잘 거절하는 기술이다. 저자의 지적은 독자의 가슴에 쏙쏙 들어와 박힌다. 역시 디테일은 최강이다.

저자는 '거절을 잘하면 부탁하기도 쉬워진다'고 말한다. 몇 가지 사례를 내놓는다. ① 거절하면 미움받을까 두렵다 ② 나중에 부탁하기 힘들까 봐 거절하지 못한다 ③ 거절은 옳지 못하다. ④ 거절하면 불이익을 당할 것 같다 ⑤ 거절하면 의리 없고 인정머리 없는 사람으로 비쳐질 것 같다 등이다. 저자는 위 심리가 거절하기 힘든 사람들의 대표적인 심리라고 강조한다. 모두 자신의 감정보다는 타인의 기분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심리가 자리 잡고 있으면 상대의 부탁에 대해 ‘네’, ‘아니요’ 외에 다른 대답을 하기 힘들다. 저자는 ‘타인’ 중심에서 ‘나’ 중심으로 마인드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충고한다.
이것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기술한다. ① ‘할 수 있을까, 할 수 없을까’가 아닌 ‘하고 싶은가, 하고 싶지 않은가’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② 할 수 있는 일이지만 ‘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마음을 인정한다. ③ 거절하는 것은 죄를 짓는 것이 아니다. 죄책감을 갖지 마라. ④ 인간관계를 원활하게 하는 ‘중간적 거절하기’와 ‘중간적 받아들이기’ 를 숙지한다.
이 경우 상대의 부탁을 거절할 때도 다양한 선택지가 생긴다. 관계를 해치지 않고도, 부드러운 말투로도 얼마든지 거절할 수 있다. 내 마음이 원하는 대로 솔직하게 표현했으니 찝찝한 기분도 남지 않는다. 거절하는 대신 ‘~ 하지 않을래?’라고 다른 대안을 제시하거나 절반만 받아들이는 여유도 생긴다. 단 한마디만 추가했을 뿐인데 거절하는 나를 상대가 오히려 이해하는 마법도 펼쳐진다고 저자는 충고한다.

저자 : 이시하라 가즈코(石原 加受子)
‘자신을 사랑하고 해방시켜 더욱 즐겁게 살기’를 지향하는 ‘자기중심 심리학’을 제창한 심리상담 전문가이며, 현재 심리상담 연구소 ‘올 이즈 원(ALL IS ONE)’의 대표이다. 일본 상담학회 회원, 일본 학교정신건강학회 회원, 후생노동성 인정 ‘건강한 삶의 보람 만들기 프로젝트’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에서 누계 판매 부수 110만 부가 넘는 밀리언셀러 작가이며, 국내에서 《도망치고 싶을 때 읽는 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 외에 《나에게는 지우고 싶은 기억이 있다》, 《엄마, 내가 알아서 할게》, 《사라져 가는 나》 등 다수가 있다.
역자 : 오시연
동국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했으며 일본 외국어전문학교 일한통역과를 수료했다.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뇌내혁명》, 《당신의 뇌는 최적화를 원한다》, 《나는 너를 용서할 수 있을까》, 《천 개의 죽음이 내게 말해준 것들》, 《생각만 하는 사람 생각을 실현하는 사람》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