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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 - 반짝반짝 빛나는 우리의 설렘 가득한 사랑이야기
단단 지음, 주은주 옮김 / FIKA(피카) / 2021년 5월
평점 :
묘하게도 어떤 큰 사건 없이 두 사람만의 사랑이 익어가는 모습을 직접 보고 들으니 실감난다. 특히 일상적인 일들의 연속이어서 더욱 실감이 난다. 오랜만에 예전 연애 감정이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한 마음이 공감이 더해간다. 이젠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란 걸 깨닫고는 슬픔도 가슴을 적신다. 어쩌면 보통 사람들의 연애 상황이나 심정을 저렇게 실감나고 적나라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물론 그림도 큰몫을 차지한다. 글 내용도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은데 그림까지 합쳐져 더 짜릿하다. 세상 사람들 연애를 저렇게 순수하고 짜릿하게 하는구나. 사랑의 감정이 폭발적이지 않고 서서히 배어드는 핑크빛 물감 같다.
마치 어울리지 않을 듯하면서도 막상 어울리면 묘하게 아름다운 빛깔은 어디서 온 것일까. 생각해본다. 웃음이 난다. 사랑의 감정이란 게 그런 거다. 실로 오랜만에 사랑에 대해 생각해본다. 일상은 평온한 편인데 왜 사랑이란 단어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까. 어쩌면 나에게 그 풋풋하고 싱그러운 사랑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거란 쓸데없는 예감에서 비롯된 걸까. 생각해보니 슬픔도 포함돼 있다.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행복하게 보내지 못했다는...
이 책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을 감상한 느낌이다. ‘혹시 저 사람이 사랑일까?’ 하고 스치던 설레는 눈빛,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아슬아슬 서툴게 신경전을 벌이던 썸 타는 시간들, 그리고 처음 손을 잡았던 첫 데이트까지. 누군가에게는 간절히 바라는 순간이고, 누군가에게는 현재 진행형일 수도 있으며, 누군가에게는 달콤 쌉싸름한 추억일 수도 있는, 생각만 해도 심장이 간질간질한 연애 이야기가 따뜻한 그림과 함께 한 페이지 한 페이지 펼쳐진다. 마치 영화로 찍은 것처럼 선명하고 기억속에 차곡차곡 쌓인다.
사랑이란, 대단한 누군가를 만나는 일도, 매일매일 특별한 이벤트가 일어나는 일도 결코 아니다. 의도치 않게 건넨 한 마디, 무심코 한 평범한 행동, 특별할 것 없이 반복되는 작은 일상이 나만 바라보는 그녀, 혹은 그 때문에 로맨틱하게 반짝이는 순간으로 변하는 것이 사랑이다. 그래 한 번 경험해봤지. 딱 한 번. 저자가 말하는 그런 느낌 독자도 한 번 겪은 일이 있다. 그래서 쉽게 공감이 됐나보다.
『너와 함께한 모든 순간』은 작가 '단단'과 첫사랑의 그 남자 ‘17’의 소박하지만 달달한 사랑 이야기를 연애감성 자극하는 200여 장의 일러스트와 함께 빼곡히 담은 감성 그림 에세이다. SNS에서 사랑을 꿈꾸는 100만 명의 구독자들 마음을 이미 빼앗은 바 있다고 한다. 그를 만나 겁쟁이었던 내가 사랑하는 한 사람은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해졌고, 나만 생각하던 내가 누군가를 배려하게 되었고, 나 혼자 꾸는 꿈이 아닌, 함께 꾸는 꿈을 꾸게 되었다는 작가 단단. 이 책을 읽다 보면, 사랑이 그저 ‘유효기간이 있는’ 감정이나 ‘반짝’ 특별한 행복에 지나지 않은 게 아니라, 마음의 깊이도 생각의 크기도 한 뼘 키워주는 소중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첫사랑의 설레는 감정을 고백하고 싶은데 주저하고 있는 그와 그녀를 보며 독자도 지난날을 되새겨본다. 아름답게만 생각날 뿐 어떤 감정도 끼어들지 않는다. 어쩌면 그때의 감정이 그대로 지금으로 순간이동 한 느낌이다. 가만히 혼자 앉아 있다가도 입가에 미소가 흐르던 그때가 기억난다.
조금씩 사랑이 변해가는 것이 서운해 자극이 필요한 장기 연애커플, 사랑이 다시 너무 하고 싶어 싱숭생숭한 싱글들……. 지금 당장 사랑이 필요하거나, 혹은 마음속 깊이 잠자고 있는 연애감정을 깨우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짧지만 위트 넘치는 글과 사랑스러운 그림이 어우러져 부러움을 유발하는 46편의 이 연애 이야기가 꼭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독자의 느낌은 다르다.
지금 연애하지 않고 있는 싱글들이 봤다간 부러움과 질투만 유발할 거다. 100% 질투 유발된다. 독자도 그런 경험이 없이 이 책을 읽었다면 "자기 얘기를 여러 사람이 다 그렇다는 듯이 쓰면 되나?"하는 반발심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높다. 자극이 필요한 장기연애 커플들에게는 효과가 있을 듯하다. 연애하고 싶지만 상대가 없는 사람들은 파트너부터 구하라고 독자는 조언하고 싶다. 지나친 질투심은 연애무용론자나 연애경멸론자로 만들 부작용의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 연애 결혼을 거친 우리 커플을 위해 조촐한 파티를 제안하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그에게 작은 꿈이 있고,
꿈을 실현할 굳은 의지가 있고,
꿈을 위해 취사선택할 줄 아는 안목이 있다면,
그가 세상의 수많은 보통 사람 중 한 명일지라도,
나는 그가 자랑스러워.(p.130)
12평짜리 작은 셋방에는 작업용 테이블 하나가 더 놓였다.
우리는 매일 서로 등지고 앉아서 각자의 그림을 그리며 서로의 꿈을 지지하는 동반자가 되었다.
일도 한 사람을 사랑할 때처럼, 묵묵히 어마어마한 노력을 쏟아야 성과가 나타난다.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상처받지 않도록 지켜줄 능력을 갖추기 위해 우리는 더욱 힘을 냈다.(p.162)
저자 : 단단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 에세이 작가. 루쉰미술대학을 졸업했으며, 소소한 일상도 특별하게 바라볼 줄 아는 시선과 따뜻한 색감으로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우리 앞으로 더 사랑할래요?》는 자신과 사랑하는 남자 ‘17’의 연애 이야기를 사랑스러운 그림과 위트 넘치는 글로 담아낸 책으로 사랑을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의 연애감성을 자극한다.
역자 : 주은주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중어중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하였다. 중국어 강사를 거쳐 드라마 등 영상 분야 통번역 활동을 했고, 현재는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중국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이 남자가 사는 법》, 《남과 다르게, 나답게 사는 법》, 《흔들리지 않는 마음》, 《아기 마음 공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