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독서 - 김형석 교수를 만든
김형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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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책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늘 급여의 일부를 떼어 책을 살 정도로 책을 좋아한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 책을 읽기란 어려움이 많다. 우선 시간이다. 직장 일이 책과 관련 없는 일이라면 더욱 책 읽을 시간은 모자란다. 일부러 일찍 일어나 지하철을 이용하며 그 시간에 독서를 하기도 했다. 그것도 몇 달간 누려본 사치(?)였다. 다시 차를 직접 운전할 수밖에 없는 일이 생기면 아침 저녁 독서는 불가능하다. 한때는 오디오북도 생각했으나 직접 읽는 것과 너무 이질적인 느낌에 그만두었다.

그리고 어느날 문득 내가 읽은 책이 몇 권이나 되려나 하면서 헤아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렸을 때부터 계산해봤다. 책 많이 읽을 때는 좀 더 후하게, 책을 많이 안 읽었던 기간에는 아주 박하게 권 수를 매겨봤다. 아무리 늘리려 해도(어렸을 때 읽은 만화 권 수까지 포함) 오천 권이 넘지 않았다. 넘지 않은 표현보다 훨씬 못 미쳤다가 맞을 것 같다. 평생 읽은 책이 이것밖에 안 되나? 생각해보니 책을 읽지 않고 지낸 기간이 생각보다 길었다. 처음 직장 생활 시작할 때, 결혼했을 때... 그 무렵엔 한 달에 한 권도 못 읽었던 것 같다. 그래도 요즘은 코로나 덕분(?)에 집콕이 많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왕성한 독서욕이 생겼다. 하루종일 손에 책을 들고 있는 날은 아무 일도 없었지만 기분이 평온하고 좋았다. 식사 시간에 배도 안 고플 정도니 독서욕에 스스로 놀란 적이 많다.

 


 

서평 앞에 독자의 독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가 이 책 『백년의 독서』의 저자 김형석 교수 때문이다. 백년 가까이 책을 읽었으니 수만 권을 읽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보통 사람보다 많이 읽었을 것이란 짐작은 무리가 없다. 특히 철학을 한 분이라 많은 책을 접하고 읽었으리라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또 그의 책을 사랑하는 마음도 예사롭지 않아서 보통의 교수보다 많은 책을 접했으리란 짐작도 가능하다. 거기에 백년 가까이 책을 읽었을 터이니 독자의 예상도 헛되지 않으리라. 그의 책 사랑은 어렸을 때부터 남달랐던 것 같다.

“지금도 독서는 내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열정과 꿈을 준다.”고 고백하는 김형석 교수는 ‘책이 만든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평이다. 올해로 102세가 되었으니, 그가 자랄 때 무슨 변변한 책이 있었으랴. 동네에 교회 다니는 사람의 집에나 겨우 성경과 찬송가책이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가 독서에 눈을 뜨게 된 것은 숭실중학교에 입학해서부터이다. 다행히 숭실전문학교와 캠퍼스를 같이 쓰면서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었고, 그곳에서 일본어로 된 3권짜리 〈전쟁과 평화〉를 읽게 되었다. 이 책이 그가 읽은 첫 번째 책이었다. 그후 톨스토이 책을 여러 권 읽으면서 책이 책을 안내하는 식이 되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신사참배 문제로 중학교를 자퇴하고 1년간 도서관으로 출근하다시피 하면서 더욱 가열차게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때 읽기 시작한 것이 철학, 윤리학, 사회학 같은 책이었다. 특히 철학책의 비중이 컸는데, 그때의 독서가 지금의 저자를 만든 초석이 되었다.

 


 

저자는 열네 살에 톨스토이를 만난 때부터 지금까지 독서가 빚은 인생을 살았다고 술회한다. 독서는 그의 인생의 길이 되고, 사상의 기둥이 되었으며, 신앙과 인격이 아로새겨진 나이테가 되었다. 이 책에는 열네 살부터 지금까지 저자를 만들어 온 수많은 책이 그의 인생과 엮이어 소개되어 있다. 그는 책 중에서도 삶의 뿌리가 되는 고전 읽기를 강조하는데, 이 책에 소개된 저자가 읽은 책들을 따라 읽는 유익도 크리라 생각한다.

저자는 숭실중학 2학년 때 '전쟁과 평화'를 읽었다. 당시 철없는 모험이었지만 그간 책에 굶주려 있던 탓에 무작정 읽어 내려갔고 많은 자극과 감동을 받았고 완독을 하게 되었다. 그는 그 후 '안나 카레리나'를 읽고 다시 많은 자극과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당시 일제의 정치적 식민지가 되었다는 것보다 경제적 예속 국각가 되었다는 것이 더 우려스러운 문제였고 그보다도 문화적 식민지로 퇴락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다는 것이 더 큰 잘못이었다.

 


 

책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 때 숭실중학은 일제강점기 때 신사참배를 거부했고 민족주의자들을 배출하는 학교라는 이유로 폐교를 당했다. 저자는 정처 없이 자진 퇴학을 했다. 1년 동안 시골집에 있을 때 매일 아침 등교 시간에 평양 시립도서관으로 가 독서로 공부를 대신했다. 당시 1년의 독서가 큰 도움이 되었다. 도서관에 많은 책이 있고 마음대로 원하는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주로 읽은 책은 철학에 관한 것들이었다. 당시 저자가 공감한 생각은 하나는, 사람은 어떤 학문을 하든지 그 학문에 관한 개론과 역사는 알아야 하며 그것이 학문으로 가는 최선의 길이라는 생각이었고 다른 하나는, 철학은 내용보다 방법(론)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당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간디의 자서전과 전기였다. 상당히 많은 것을 배웠고 또 깨달을 수 있었다. 훗날 저자가 중학생들을 위한 국어 교과서에 간디에 관한 글을 쓰게 된 동기도 당시의 영향 때문이었을 것이다. 감명 깊게 읽은 자서전들 중 벤저민 프랭클린의 '프랭클린 자서전'과 알베르트 슈바이처의 '나의 생애와 사상'를 꼽았다. 프랭클린의 책을 통해 그가 젊은이들의 정신적 지주로서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민주주의 건설에 이념적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을 배우게 되었다. 슈바이처의 자서전을 읽은 후 감격에 휩싸여 며칠 동안 어떤 사명감을 찾고 싶어 인생의 진로를 놓고 고민했을 정도였다. 간디와 슈바이처, 이 두 사람은 20세기 전반기를 장식한 위대한 인물이었다고 보아도 지나치지 않는다.

 


 

저자는 독서의 목적은 더 새로운 것을 알고 더 높은 가치를 지향하며 자기 성장에 도움을 얻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별 의미 없는 대중소설, 그것도 에로문학 같은 것을 읽는 데 시간과 노력을 쏟는 것은 지혜로운 선택이 못 된다고 말한다. 너무 일찍 그런 내용의 독서에 빠지게 되면 그 사람은 더 귀한 것을 얻지 못하는 불행에 빠지며 인간적 성장은 물론 학문이나 예술적 가치를 상실하는 과오를 범하게 된다. 독서는 몸의 건강을 위한 좋은 음식물과 같아야 한다. 달콤하다고 해서 건강과 성장에 해로운 독서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경험적 가치도 전해준다.

저자는 평양 제3공립중학교를 졸업 후 고향의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중 부끄러운 실수를 범했다고 한다. 독서에 있어서는 불필요한 외도인 웅변 및 웅변학에 관한 책들을 읽게 되었던 것이다. 웅변술에 관심을 갖고 책을 읽다가 일찌감치 그 분야에서 떠난 것은 정말 잘한 선택이었다고 한다. 그 뒤로 다시는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일에 마음을 두지 않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저자는 강연을 위해 웅변학의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 남들보다 앞선 생각을 가지며 청중을 진심으로 위하는 정열과 신념을 갖고 있으면 웅변학을 몰라도 상관 없다고 한다.

 


 

이 책 속에는 저자가 어린 시절, 대학 시절 읽었던 인물과 책들이 많이 등장한다. 하지만 서문에서 밝혔듯이 너무 전공과 관련된 책들, 최근에 출간된 책들은 포함되지 않아 옛 책들로만 되어 있아. 심훈의 '상록수' '영원의 미소', 김동인, 양주영,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톨스토이의 '참회록' '인생론', 루소의 '참회록', 아우구스티누스 '고백록', 파스칼 ‘팡세’, 루소 ‘사회계약론’, 쇠렌 키르케고르 ‘불안의 개념’ ‘죽음에 이르는 병’ ‘철학적 단편’ ‘철학적 단편 후편’,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칸트, 헤겔, 쇼펜하우어, 쾨베르, 빌헬름 딜타이, 윌리엄 제임스, 앙리 베르그송, 아놀드 토인비를 언급 하였다.

4장 어떻게 읽을 것인가 라는 주제로 현재의 한국의 독서 실태를 이야기 한다. 점차 한국인들이 독서를 멀리 하는 것을 염려 하는 글을 넘어 어떻게 독서를 해야 되는 지까지 폭 넓게 알려준다. 2017년 한 조사에서 성인 중 1년에 책 한 권 읽지 않는 사람의 비율이 40%를 넘었다. 또한 책을 읽은 60%의 사람들도 1년에 8권을 읽는다고 하니 점차 책을 읽는 이들이 줄고 있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즉, 사람들은 점점 책을 멀리하고 다른 매체에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 노철학자의 백년의 독서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왜 중요한 지 다시금 이 책을 통해 돌아보고 깨닫게 된다.

 


 

저자 : 김형석

 

철학자, 수필가, 연세대학교 명예교수. 1920년 평안북도 운산에서 태어나 평안남도 대동군 송산리에서 자랐다. 평양 숭실중학교를 거쳐 제3공립중학교를 졸업했으며, 일본 조치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고향에서 해방을 맞이했고, 1947년 탈북, 이후 7년간 서울 중앙중고등학교의 교사와 교감으로 일했다. 1954년부터 31년간 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봉직하며 한국 철학계의 기초를 다지고 후학을 양성했다. 1985년 퇴직한 뒤 만 100세를 맞이하는 지금까지 줄곧 강연과 저술활동을 통해 사회에 봉사하고 있다.

《철학 개론》 《철학 입문》 《윤리학》 《역사철학》 《종교의 철학적 이해》 같은 철학서 외에도 《예수》 《어떻게 믿을 것인가》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와 같이 기독교 신앙에 대한 성찰을 담은 책,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하여》 《백 년을 살아 보니》 등 서정적 문체에 철학적 사색이 깃든 에세이집을 펴냈다. 특히 첫 수필집인 《고독이라는 병》은 피천득의 《인연》의 뒤를 잇는 수필문학의 명작으로 평가받았으며, 이태 뒤에 나온 《영원과 사랑의 대화》는 혼란스런 시대, 고뇌와 고독에 싸인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등대’가 되어주었고, 60만 부 판매를 넘기며 당대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백수白壽를 맞아 일생 동안 써온 수상과 수필을 엮어 《남아 있는 시간을 위하여》를 펴냈다.

2012년 강원도 양구군에서는 그와 그의 오랜 벗 고故 안병욱 교수의 학문적 성과를 기려 양구인문학박물관 ‘철학의 집’을 개관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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