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과의 이별 - 뇌와 영성 그리고 중독 믿음의 글들 375
노상헌 지음 / 홍성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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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지적대로 현대 사회는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는 빈곤해 몸살을 앓고 있는 형국이다. 육체 노동을 기계화 디지털기기가 대신해서 몸은 편해졌지만 두뇌를 이용해 일하고, 노는 등 일상 생활이 거의 뇌에 의존하다 보니 뇌에 스트레스가 쌓이고 피로가 더해지는 것 같다. 이처럼 뇌를 너무 혹사시키는 데서 비롯한 장애나 질환은 '현대인의 병'이라고 누구나 갖고 있는 질환으로 고착화되는 상태다.

뇌도 역시 우리 몸의 일부이다. 반복 사용하다보면 기능 장애를 겪을 수 있고, 이를 회복하려 오랜 시간 약물을 사용하면 약물에 의한 뇌 기능 장애를 겪을 수도 있다. 물론 의학계에선 습관성 약물의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지만 한계가 있는 것이고 문제가 없다고 불가피하게 사용하는 약물도 일시적 과다 사용으로 또 다른 부작용을 일으켜 사회문제로까지 확대되기도 한다. 이를 중독(中毒)이라고 하며 치료에 큰 애를 먹고 있다. 뇌는 눈부시게 발전한 의학 분야에서 아직까지 '신의 영역'으로 불리는 미정복 부분이다. 뇌에 관한 질병이나 장애는 특효약도 아직은 만들어내지 못할뿐만 아니라 치료제도 부작용 등의 문제로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 사회의 복잡하고 급속한 변화는 중독 물질에 의한 뇌 질환을 가중시키고 있다. 현대인의 대부분이 ‘중독’이라는 공통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고 해도 부인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이다. 중독은 형태가 없는 바이러스나 전염 물질에 의한 질병이 아니라 습관성 질환이 대부분이어서 잠시 그 기쁨을 만끽하지만 그것(IT) 없이는 살 수 없는 중독에 걸려들고 만다. 의학계에서 제시하는 중독의 모습은 여러 가지다. 일 중독, 인정 중독,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관계 중독, 에고 중독…….

목회자이자 임상심리학 박사인 저자는 영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임상심리학적 이론과 풍부한 임상 경험을 토대로 우리가 중독에 취약해지는 이유와 문제들을 살펴보고, 과학적인 방법과 영적인 해법으로 ‘중독 해독’의 길을 제시한다. 이 책 『중독과의 이별』을 통해 중독자를 둔 가족과 이웃, 목회자들에게 꼭 필요한 자료와 대안들을 제시해 중독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길로 안내하고 있다. 어떤 종류의 중독이든 자신의 중독 문제를 인지하고 회복하는 데 이 책은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먼저 저자는 중독이 정서적인 결핍과 뇌 호르몬 작용의 복합적인 결정체임을 설명하고 있다. 중독과 관련된 주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아드레날린, 엔도르핀 세 가지가 특정 상황에서 어떻게 반응 또는 상호작용하며 중독을 일으키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호르몬의 역할을 악용해 중독을 권하는 사회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무방비로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는지도 알게 된다. 저자는 중독을 일으키는 근본 원인들 중 특히 ‘사랑의 부재’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다. 영유아기(0세부터 3세에 이르기까지의 시기)에 아이들이 부모와 직접 맺는 신체, 심리적 관계에 그 열쇠가 있다. 이 시기에 ‘조건 없는 사랑’의 부재가 중독적 자아로 성장하는 데 결정적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사랑의 결핍 속에 자라난 뇌가 건강한 뇌와 어떻게 다른지, 어떻게 중독으로 연결되는지를 ‘뇌의 발달’모습과 중독자들의 상담 사례를 통해 보여 주고 있다.

중독 치유의 시작점은 먼저 자신에게도 중독 가능성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의 안내를 따라 차근차근 자신을 잘 점검한다면, 점차 복원되는 기쁨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중독이란 병의 근원과 실상, 그리고 우리의 삶을 얼마나 망가뜨리는 것인지 등에 대해 먼저 접근한다. 저자는 여기에서 '중독성 성격'이란 말을 사용한다. 치료자인 자신 역시 중독 성향의 성격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중독자들의 원인과 성격, 치유 방법에 대해 환자와 의사가 아닌 같은 중독자의 입장으로 함께 도와 치료한다는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다. "(저와 환자의) 밑바닥에는 중독성 성격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모든 만남에 '너'와 '나'의 만남은 없는 것 같고, 알고 보면 모두 '우리'의 만남이 아닐까 합니다. 그분들과 저와의 '우리'는 바로 그 중독성 성격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저의 어둠을 깨닫게 하는 각성자요, 동반자요, 치유자가 되었습니다. 그곳에서의 시간은 헨리 나우웬의 『상처 입은 치유자』의 내용을 체감하는 시간이 되엇죠. 그 후로 제 마음은 목사와 성도, 선생님과 학생, 의사와 환자, 상담자와 내담자 같은 '너 대 나'라는 이분법적 구조보다는 '너와 나' '우리', '동반자' '환대', '긍휼'과 같은 것이 더 깊게 자리하게 되었습니다."(p. 23)

 


 

저자는 이후 우리나라의 4대 중독(알코올, 마약, 도박, 인터넷) 현황을 파악한다. 책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대검찰청,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중독군과 만성 중독군 기준으로 우리나라 4대 중독자 총 수는 최소 711만 명에 달한다. 그런데 여기에 위험군과 고위험군을 합치면 22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인구를 5000만 명으로 본다면 2.5명 당 한 명꼴이다. 위험군과 고위험군까지 중독자 수에 포함시킨 것은 중독이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이다. 좋아지거나 나빠지거나 둘 중 하나다. 그냥 놔두면 시간이 지나며 서서히 진행되어 결국 중독이라는 질병이 된다고 한다. 저자는 대다수 국민이 잠재적 4대 중독자로 분류돼 전문적인 수준의 관리와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고 경계한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인터넷 강국'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한 중독도 심각한 수준이다. 인터넷을 탑재한 스마트폰 이용자 중 과의존 위험군은 20%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그 중 유ㆍ아동의 과의존 위험도는 최대 증폭률인 20%를 웃돌고 있다. 이를 치료해 나가지 않으면 결국은 우리나라, 세계 인류 모두가 파멸의 길로 갈 것에 대해 심각한 상황을 인지한다. 대한민국 사회를 중독 사회로 규정한 책을 소개한다.

"대한민국은 중독 사회, 중독 시스템이다. 사회 전체가 알코올 중독자처럼 움직인다. 중독 시스템은 중독을 먹고살며, 중독을 촉진한다. 중독 사회 대한민국은 일 중독ㆍ권력 중독ㆍ경제성장 중독 등에 빠져 있다. 구원성도들도 일 중독ㆍ알코올 중독ㆍ스마트폰 중독ㆍ게임 중독ㆍ성형 중독 등에 빠져 있다.“*(p. 40)

*(『중독의 시대 : 대한민국은 포스트 트라우마 중독 사회다』, 저자 주)

 


 

저자는 중독 물질의 의학적 접근도 책에 게재했다. 정확하게 의학적으로 어떻게 판단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중독에 이르는가를 연구하면 치료의 단초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독과 관련된 주요 신경전달물질은 도파민, 아트레날린, 그리고 엔도르핀입니다. 이 셋은 목적과 기능에서 서로 차이가 있습니다. 모두 쾌감을 일으키지만 지나치면 병적으로 의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인스타그램에 '좋아요'가 올라가는 것을 보며 느끼는 짜릿한 쾌감과 환희는 도파민으로 오는 것이고, 롤러코스터 시승에서 경험할 수 있는 흥분과 쾌감은 아드레날린에서 오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달리기 애호가들이 신체적 고통에서 느낄 수 있는 도취감은 엔도르핀에서 온 것입니다."*(p. 56)

* 이것을 '러너스 하이(Runner's High, 저자 주)라고 한다.

저자는 계속해서 우리 사회 곳곳의 중독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들을 짚어내며 치료의 길로 함께 갈 것을 권유하고 뜻있는 많은 분들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학적 치료와 영성적 치유를 곁들여 함께 복합 치료도 좋은 방법임을 강조한다. 물론 자신의 임상 치료 결과와 연구 경험, 중독자들과의 상담 내용, 치유 과정 등을 종합해 이끌어낸 결론에 따라서다. 알코올이나 약물, 인터넷 중독 등의 문제 제기는 언론에서 이미 듣고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심각한 상황일 줄은 몰랐다.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뿐만 아니라 인류 전체의 문제가 팬데믹만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이 책을 통해 알게 돼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느낌이다. 저자의 중독 해독의 길에 많은 사람이 중독으로부터 해방돼 새로운 삶의 길을 찾아가기를 책을 통해 간절히 바란다.

 


 

실제 중독자들의 뇌는 변형되어 있습니다. 정상인들 것과는 많이 다르죠. 놀랍게도 포르노나 스마트폰 중독자의 뇌도 술이나 마약 중독자의 뇌와 똑같이 변형되어 있습니다. 저는 중독을 이같이 단순한 의학적 뇌 질병으로 보는 데에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중독과 그 과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중독이 어느 진행 단계에 이르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뇌가 원한다’는 것입니다. 죽어 가면서도 뇌가 원하기에 멈출 수 없는 단계에 이른다는 것이에요.(p. 99)

 

저자 : 노상헌

 

미국 르터노대학교에서 과학사(B.S.) 컴퓨터 사이언스 엔지니어링을 전공하였다. 미국 무디성서학교(MOODY BIBLE INSTITUTE)에서 목회학 디플로마(DIPLOMA OF PASTORAL MINISTRIES) 과정을, 미국 휘튼대학교에서 교육학 석사와 신학 석사, 임상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임상 분야에서는 미국 휘튼대학교 상담센터에서 1년, 미국 트리니티 신학교(TRINITY EVANGELICAL DIVINITY SCHOOL) 상담센터에서 2년, 미국 뉴라이프데이 병원(NEW LIFE DAY HOSPITAL)에서 2년, 한국 뉴라이프 상담센터(NEW LIFE COUNSELING CENTER) 원장으로 10년간 근무하였다. 현재 미국 카이로스대학교 상담학 학과장(DIRECTOR OF COUNSELING)을 맡고 있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원 교육대학원 겸임교수와 합동신학대학교 실천신학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GP 선교회(GLOBAL PARTNERS) 이사장, 보람 무지개 도서관 대표, 뉴라이프 아카데미(NEW LIFE ACADEMY) 대표이다. 시카고 서부교회 교육목사를 지냈고, 남서울교회 부목사와 남서울은혜교회 부목사를 역임하였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남서울예수교회 담임목사를 맡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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