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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하게 하는 힘 - 타인의 생각을 조종하는 생각의 기술
후루무다 지음, 노경아 옮김 / 비씽크(BeThink)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코로나19가 독자에게 남긴 것 중 의미 있는 하나가 독서다. 예전에는 책 깨나 읽었지만 사회에 적응하고 일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손에서 책을 놓은 지 십수년을 일에 매달려 지냈다. 책 읽는 시간도 없었느냐는 반문에는 자신감 있는 대답을 하기는 어렵지만 쉽게 다시 책을 잡기는 어려웠다. 주말엔 휴식이 바빴기에 책을 읽는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고백이다. 코로나19가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지면서 오히려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책을 다시 손에 들게 됐다.
오랫동안 책을 안 읽어서인지 어색하기도 했지만 쉽게 읽히는 에세이나 자기계발 서적을 먼저 읽었다. 많은 책들이 심리적 위안과 격려를 담아 독자들을 위로하는 내용이어서 쉽게 동화되고 책 읽는 재미도 다시 붙였다. 이때 에세이, 자기계발 책, 심리책 등이 쏟아져 나왔다. 대형 서점가에 따르면 에세이나 자기계발 책이 가장 판매부수가 많은 게 보통이지만 지난 2020년에는 코로나 여파로 발간 종류나 부수가 대략 30% 이상 늘었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작가들이 직접 쓴 것도 많지만 독자로서는 처음 접하는 심리학, 자기계발 책 번역도 무척 많이 나왔다. 고등학교 때 학자나 저서 이름만 아는 정도였던 프로이트, 칼 융, 아들러의 책과 연구서의 번역본도 많이 출간돼 읽은 책도 꽤 된다. 자기계발 책은 일본 번역본이 많았다.
이때 깜짝 놀랐던 부분이 일본의 자기계발 책이다. 심리학과 연계된 책도 많았고, 자체 연구한 학자나 전문가들의 책도 못지 않게 많았다. 놀랐던 것은 엄청나게 많은 책이발간돼 분량에 놀랐다. 또 책의 디테일 부분에 대해서 다시 놀랐다. 십수 권을 읽어보니 이젠 제목이나 책의 생김새만 보아도 일본 서적 번역본인지 서양 번역본인지 분간이 될 정도다. 일본 서적의 디테일은 내용 면에서 디테일에 강한 느낌을 받았다. 자기계발서는 대부분 '성공'과 연계된 부분이 많았지만 심리학과 연계해 직장이나 사회, 대인관계 등에서의 성공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았다. 가끔 중국 변역본도 발견됐지만 수가 많지 않았고 일본에 비해 디테일 면에서는 약하다는 느낌이었다.
서양 심리학을 원용한 중국의 심리학 책이 원전에 충실하게 소개한 반면 일본은 응용해 디테일을 강화시켜 일본의 저자들이 새로 쓴 것이 많았다. 역시 일본은 디테일에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책 『착각하게 하는 힘』 역시 일본 번역본이다. 이 책은 재능도 통하지 않는 불공평하고 부조리한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춘 심리학적 자기계발 분야의 책이다. 이 책은 출간 즉시 아마존 심리학 분야 1위에 오르며 판매부수 12만 부를 돌파했다고 한다. 이 책은 타인의 ‘사고 착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활용해 ‘착각 자산’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준다.
착각 자산은 자신을 실력자로 보이게 함은 물론, 보이지 않는 영향력까지 얻게 해서 보다 빠르게 성공의 길로 나아가게 한다는 게 책의 요지다. 단순한 요행이 아닌 행동심리학과 인지심리학을 바탕으로 착각 자산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게 알려주는 이 책은 SNS 등과 같은 개인적 영향력은 물론 평가와 승진, 비즈니스의 영역에까지 어디서든 써먹으며 개인의 가치를 높여주는 든든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라는 평이다.
책에 따르면 2001년 911테러 직후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올랐다. 대통령의 테러 대책에 대한 지지율이 오르며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까지 동반 상승한 것인데,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있다. 바로 테러 대책과 전혀 무관한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율까지 47%에서 60%로 올랐다는 사실이다. 하나의 긍정적인 인상이 전체적으로 우수하다는 사고 착각을 불러일으킨 대표적인 착각 자산의 사례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람은 무의식중에 다양한 착각을 하는데, 그 착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해 자산으로 만들면 훌륭한 심리 무기가 된다는 점을 언급한 저자는 그것을 ‘착각 자산’이라 명명하고 착각 자산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남들보다 빠르고 쉽게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쉽게 말해 ‘실력 있는 사람’이 중요한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실력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말이다.
‘착각 자산’의 힘은 복리로 불어난다. 착각 자산이 좋은 환경을 만들고, 좋은 환경이 실력을 키우며, 그 실력이 성과를 낳고, 그 성과가 다시 착각 자산을 만들어낸다. 착각 자산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에 활용되는지, 해로운 사고 착각은 어떻게 없앨 수 있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방법론을 통해 나만의 착각 자산 만드는 법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이 책은 이외에도 '사고 착각', '이중 착각', '직관의 함정', '인지 부조화', '착각과 기만' 등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며 하나씩 설명하고 어떻게 자신에게 유익한 착각 자산으로 활용할지에 대해 차근차근 짚어간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착각 자산'을 눈덩이처럼 불리는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이 책은 또 심리학자 폴 슬로빅이 흥미로운 실험 결과를 인용한다. 참가자들에게 ‘자동차, 식품 방부제, 화학 공장, 불소가 첨가된 수돗물’ 등 총 4개 항목을 주고 각 항목의 선호도, 이득과 위험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개인적 선호도가 높을수록 이익은 크게, 위험은 낮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자신이 마음에 드는 것은 이득이 크고 위험이 낮으며,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이득이 거의 없고 위험만 크다고 생각하는 인지 편향, 즉 '감정 휴리스틱'이 나타난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스스로 자신은 지극히 공평하고, 객관적으로 사고한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무의식중에 수많은 사고 착각을 저지른다. 하나의 긍정적 속성 때문에 다른 속성까지 높게 평가하는 후광 효과, 극소수의 데이터만 보고 보편적 특징으로 믿어버리는 소수의 법칙, 단순한 착각으로 믿음을 바꾸는 플라세보 효과 등이 그렇다. 누구도 피하기 힘든 이런 사고 착각은 독이 되는 경우가 많지만, 역으로 아군으로 만들어 나에게 유리하게 활용한다면 자산이 될 수도 있다. 바로 이 책이 필요한 이유다.
행동심리학과 인지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흥미로운 사례와 함께 일상의 심리학을 배우고, 그것을 내 인생의 중요한 선택, 조직 내의 인간관계, 각종 이해관계가 얽힌 의사결정에 적용하는 책이다. 조용히 실력을 쌓아도 인정받지 못하는 이 시대에 개인의 영향력을 높이고 원하는 것을 쟁취할 수 있는 비법서가 되어줄 것인지 기대된다.
저자 : 후루무다
수백만 명이 방문한 블로그 ‘분열착각군 극장’에서 주로 일과 직업에 관한 칼럼을 쓰며 큰 인기를 얻었다. 실제 여러 기업을 창업하고, 그중 하나를 상장하기도 했다. 평사원, 상사, 상사의 상사, 상사의 상사의 상사, 이사, 부사장, 사장 등을 지냈으며, 프로그래밍, 설계, 기획, 마케팅, 채용 등의 업무를 했다. 인생은 운이나 실력보다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착각하게 하는 힘’에 달려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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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노경아
한국외대 일본어과를 졸업하고 대형 유통회사에서 10년 가까이 근무하다가 오랜 꿈이었던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현재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의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경제학》, 《뜨거운 가슴으로 세상을 훔쳐라》, 《생각 정리를 위한 디자인 씽킹》, 《무인양품, 보이지 않는 마케팅》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