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는 말이 없지만, 그 아래엔 절로 길이 생긴다. 덕성과 지혜를 갗춘 사람 밑에는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모여든다는 의미이며, 『사기』 전편을 통하여 큰 울림을 주는 명구이자 내가 꿈꾸는 길이기도 하다."고 쓰고 있다.
새가 알을 깨고 나오듯이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여야 한다. 헌법주의자이자 이 시대의 지식인, 이석연 전 법제처장은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간다’는 평생의 소신처럼 청소년 시절 중학 졸업 이후 고교 진학 대신 모악산 기슭의 금산사를 선택한다. 말 그대로 알량한 세상의 껍질 속에 머무르기를 거부했다. 아마 대학입시 공부만 죽어라 3년 동안 하느니 책을 읽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책은 대학 1년부터 군 복무를 마칠 때까지의 시간으로, 집념과 방황, 도전과 좌절, 고뇌와 번민으로 가득 채운 그 시절의 이석연을 그대로 가져온다. 인간이 자기의 잠재적인 재능을 발견해 내려면 반드시 고독의 시간이 필요하다 하며 현실의 높은 벽에 맞서 방황과 방랑을 거듭하면서도 수신(修身)의 마음가짐만은 놓지 않은 그이다. 당시의 일기를 통해 청년 이석연이 보여준 고민, 그리고 검정고시 출신으로 행정고시와 사법고시 합격까지의 도전과 집념 그리고 현실극복의 과정을 가감 없이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옮음과 곧음을 실천해 온 저자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정파와 진영에 얽매이지 않고, 옳고 그름만을 놓고 누구에게도 바른 소리,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저자이다. 정치, 경제, 교육 등 사회 전반에 대한 현실참여 활동, 시민운동가로서 그리고 법제처장으로서 권력에 흔들림 없던 그의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요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과거 이야기와 성공스토리, 교훈적 메시지에는 별 관심이 없어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담백한 교훈과 울림을 던져준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저자의 20대 일기가 독자들의 지쳐가는 현실에 용기를 주는 저자의 20대 당시의 언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통해 얻은 지혜의 소산은 그의 삶에서 등불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 책 제1부는 저자의 20대 당시 일기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1970년대 20대 법대생의 삶은 어떠했을까? 고시 합격이라는 현실적인 고민에서부터, 서슬 퍼런 유신 시대를 지나오며, 책 속의 현실과 판이한 책 밖의 현실에 괴로워하고 법 앞의 평등이라는 이념을 실현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도 마음 한 켠에 자리 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이러한 심적 고통이 그의 인생을 더욱 올곧게 살아가게 하는 자양분 역할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분명 20대의 일기인데, 그 고민은 나이를 초월한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점검하고 새로운 도전 의식을 북돋운다. 실패의 순간에도 좌절하지 않는다. 다시 한번 자신의 의지를 살핀다. 사마천의 ‘사기’가 온갖 굴욕과 핍박을 거쳐 2대에 걸쳐 완성된 작품인 것처럼, 결코 짧은 시각으로 세상을 보지 않는다.
이 책은 20대 이석연이 스스로에게 던지는 다짐이자 맹세의 기록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독자에게 보내는 위로와 동행의 편지다. 제2부는 이후 행정고시와 사법고시를 모두 통과한 저자가 걸어온 삶의 기록들이다. 일본에 대한 바른 인식을 제안하는 글에서부터, 역사논쟁에 형사처벌을 내린 판결에 대한 위헌소송, 자사고 헌법소원 사건, 대우그룹 해체사건 前 임원 추징금 재심청구 내용까지 저자가 외면하지 않은 시대적 이슈에 대한 내용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석연 회고록’과 같은 이 책에서, 그와 함께 걸어온 사람들과의 보석 같은 인연 역시 빠트리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시대정신에 입각하여 던지고 있는 현실 정치에 대한 고언(苦言)들은 그가 여전히 ‘미스터 쓴소리’, ‘논쟁적인 법률가’로 남아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저자가 이 책을 출간하는 가장 큰 목적은, 방황하고 포기하고 싶은 마음으로 지쳐가는 20~30대 독자들에게 이 책을 통해 삶에 대한 열정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길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저자 : 이석연
1954년 전북 정읍에서 태어났다. 중학 졸업 6개월 만에 고졸학력검정고시 전 과목에 합격한 후 곧 금산사(심원암)에 들어가 2년간 500여 권의 책을 읽었다. 전북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제23회)와 사법시험(제27회)에 합격한 후 법제처와 헌법재판소에서 20여년간 공직에 몸담았다. 그 사이 육군 정훈장교로 3년간 전방 철책부대 등에서 군 복무를 했다. 감사원 부정방지대책위원장을 지냈으며, 2008년 3월부터 2010년 8월까지 법제처장(제28대)을 역임했다.
변호사로서 주로 공익소송을 맡으면서 시민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하였다. 제1호 헌법연구관을 지낸 그는 30년 넘게 헌법연구와 헌법소송에 전념하면서 30여건의 위헌결정을 이끌어내 한국사회를 바꾸었다. 대표적 1세대 시민운동가로서 경실련 사무총장(제4대) 시절 시민단체의 권력화, 초법화(超法化), 관료화 등을 경계한 바 있다.
현재 ‘법무법인 서울’ 대표변호사, ‘헌법포럼’ 대표, ‘책 권하는 사회운동본부’ 대표로 활동 중이다. 자타가 인정하는 독서광(CHAIN-READER)인 그는 광범위한 분야에 걸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많은 저서를 냈다. 저서로는 《책, 인생을 사로잡다》, 《사마천 사기 산책》, 《페어플레이는 아직 늦지 않았다》, 《여행, 인생을 유혹하다》, 호모 비아토르의 독서노트》, 《함께 길을 가다 (공저)》, 《헌법 등대지기》, 《침묵하는 보수로는 나라 못 지킨다》, 《헌법과 반헌법》, 《헌법은 상식이다》, 《헌법소송의 이론과 실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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