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해질 권리 - 나약한 삶에서 단단한 삶으로
김민후 지음 / 프롬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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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강해질 권리』의 저자 김민후는 '강해져야 산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마음의 상처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조차 강해야 상처도 치유되고 스스로 단련해야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하루 3만 여종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우리 출판계, 서점가에는 판매되는 책 중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기록하는 책은 에세이(자기계발서 포함)라고 한다.

매년 대형 서점에서 집계한 결과다. 이들 에세이는 지난해 전 세계에 퍼진 코로나 팬데믹으로 정신의학, 자기계발, 심리학 책과 더불어 '열풍' '홍수'라고 표현될 정도로 많은 책이 쏟아졌다. 우리들의 실외 활동이 제약을 받고 심지어는 일상도 빼앗긴 채 어쩔 수 없이 하게 된 '집콕'으로서는 타인과의 소통 중 가장 쉽고 거부감 없이 할 수 있는 활동이 책 읽기여서인지 많은 수의 책이 팔린 것도 사실이라고 한다. 에세이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등 예술 관련 책도 크게 늘었다. 오랜 집콕으로부터 오는 우울감을 덜어주고 더 심각한 증세로 나아가기 전에 예방 차원의 마음 치유 책들이다. 이들 책 대부분이 마음 치유를 위한 힐링서나 예술을 통한 치유 활동을 돕는 차원에서 발간된 것이다.

 


 

이들 책의 특징은 공감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고 한다. 또 화나면 화내고, 하다못해 소리 내어 울어버리라고 한다. 감정을 애써 감추지 말고 표현해서 마음의 상처로 남는 것을 예방하는 방법일 것이다. TV에서, 강연에서, 베스트셀러에서도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치유보다는 예방 차원에서 감정의 표출을 솔직하게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심지어는 하고 싶은 대로 살라고 하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강해질 권리』의 저자인 현직 정신과의사 김민후는 “이런 식의 달콤한 꼬드김은 얼핏 듣기에 솔깃할 뿐 결국 헛소리”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요즘 우리 사회에 유행하는 자존감, 공감, 욜로, 소확행 등 온갖 위로의 말들이 정신력이 나약한 사람들에게 ‘약’ 아닌 ‘독’이 되고 있음을 경고한다. 이른바 심리 문제 전문가들의 잘못된 처방으로 인해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고통을 극복하려고 노력하기보다 포기하고, 의지하고, 남 탓, 환경 탓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음을 비판한다. 또한 모든 인생에 주어진 과업, 즉 ‘독립’과 ‘책임’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강해져야 하며, 그 방법으로서 ‘스스로를 동정하지 말고’, ‘신체를 단련하며’, ‘열등감을 변화의 원동력 삼으며,’ ‘인생의 목표를 자기 기분 두지 않는’ 등 다양한 지침을 제안한다.

 


 

독자로서는 가능한 일일까를 떠나 쉽게 이해되지 않고, 수용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주장해온 방법과 정반대의 주장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가벼운 증세일지라도 환자인데 스스로 단련해 강한 사람이 되어야 증세를 낫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이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도 생긴다.

직업의 특성상 저자는 심리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매일 만난다. 환자 대부분은 좋아지고 싶은 의욕을 갖고 치료자에 잘 협조한다. 그런데 변화해보자는 조언을 잔소리로 받아들이는 삐딱한 자포자기 환자들도 종종 만난다. “가난하고 못난 부모 밑에서 태어나 고생하며 사는 게 억울해요. 세상이 공평하지 않은데 열심히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어요?” “내 모든 게 혐오스러워요. 사회생활이 안 맞아서 일을 못 하는 건데 왜 자꾸 일하라고만 하세요?” “상담 선생님이 부모가 나한테 공감을 안 해주고 부정적인 피드백만 주면서 키워 자존감을 다 잃어버린 게 원인이래요.” 저자는 이들 사례들을 치료방법으로 부적합하다고 말한다.

 


 

물론 병증이 깊어 약물치료가 필요한 환자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말 그대로 정신력이 약한 사람들이다. 나약함의 늪에 빠져 온갖 매체에서 들었던 달콤한 말만 찾는다. 그들에게 저자는 위로와 공감의 말 대신 ‘강해질 권리’를 되찾으라고 말한다. 정신력 강화를 위한 지침을 설명하기에 앞서, ‘자존감’과 ‘공감’, 그리고 이른바 ‘욜로’, ‘소확행’,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무비판적 수용과 이로 인한 사회문제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한다. 비판의 근거를 위해 정신과학적 지식과 경험은 물론 인문학, 사회학, 종교학, 문학 분야를 넘나든 흥미로운 인용과 비유, 스토리텔링을 풀어낸다.

현직 정신과 의사로서 하는 주장이라 쉽게 잘못된 치료법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품기 어렵다. 더욱이 의학 지식은커녕 상식도 거의 없는 일반인이나 환자들이 저자의 치료법을 따를 수 있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저자의 주장대로 약해진 정신력을 끌어올려 강화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마음의 굳게 먹고 희망과 신념을 갖고 치료에 임해라"는 말 정도로는 정상적인 치료가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저자의 주장대로 하자면 정신력 강화가 관건인데 그렇다면 정신력을 강화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가 내놓은 대원칙은 ‘자기 극복’이다.

외부의 강제가 아니라 자유의지에 따라 스스로를 극복하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 방법으로, 스스로를 동정하지 않고, 생색내지 않으며, 변명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으며, 일찍 일어나고, 신체를 단련한다. 조금만 노력하면 가능하다. 나아가 열등감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변화를 위한 원동력으로 삼고, ‘사고실험’을 통해 상황을 객관화하여 다른 관점에서 보며, 개성과 창의성을 논하기 전에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기본과 실력을 찾는다. 자신의 선택을 의연하게 받아들이며, 변덕스러운 기분에 굴복하는 대신 최악의 기분에서도 지금 해야 일을 묵묵히 한다.

 


 

이렇게 제안하면 “저는 이 상태가 더 편한데 왜요?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 즐겁고 편한 것만 하면서 행복하게 살면 되잖아요. 인생에 정답이 있나요?”라고 묻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서 그것이 ‘지금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면 이렇게 대답해준다고 한다. “나태하고 나약하게 살아가는 무책임한 자신을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해야 우울증이 낫는다는 말은 헛소리에 불과하며, 그것은 스스로에 대한 기만일 뿐 진실로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될 수 없다고.”

저자의 치료법은 효과의 유무를 떠나서 기존의 일반적인 치료법과는 확실히 다르다. 다른 치료법이 '충격 완화'의 방법이라면 저자의 치료법은 '충격 요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심신이 약해서 오는 병은 심신을 강화시켜야 치료된다'는 방법으로 읽힌다. 이는 치료 대상도, 치료 과정도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을 저자는 인정한다. 즉 이전에 정상 생활을 해본 사람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충격은 오히려 악화시킬 수 있음을 전제하는 것이다. 코로나라는 전무후무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태에서 오는 코로나 블루(우울감), 코로나 레드(분노), 코로나 블랙(사망)은 분명 코로나 때문에 생긴 것이다. 코로나 이전에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했을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저자의 치료 방법은 설득력을 갖는다. 위로하고 달랜다고 증세가 호전되거나 치유되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하루빨리 종식되는 것이 보다 근원적 치료가 되겠지만 아직까지는 시일이 더 걸리는 것이기 때문에 그동안 버티는 힘은 강한 정신력과 신체 건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 수 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코로나 블루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정신적 질환 대부분에 해당된다고 생각된다. 이로써 우리는 정신질환에 대한 또 하나의 치료법을 더 갖게 된다. 효과나 치료 과정은 의사와 상의해야 할 일이지만 이 같은 치료법에 대응하고 치료에 임하는 것은 우리나 환자에게 맡겨져 있다. 결정만 남은 일이다.

 

저자 : 김민후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휘문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서울아산병원에서 인턴 및 정신과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고 2007년에 전문의가 되었다. 레지던트 기간에 공황장애의 예후에 대한 논문으로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남양주에서 정신과 개업의로 일하고 있으며 부인, 중학생 아들 둘과 살고 있다.

“현실의 고통을 결코 회피하지 말라”, “내 삶에 대한 강렬한 책임감을 가져라”, “혼란스러울 때는 훗날 지금의 나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선택을 하라”고 환자들에게 항상 말한다. 환자들로부터 큰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이 있었던 조언들을 모아 이 책을 썼다. 심리에 대한 글쓰기 외에 소설 쓰기에도 관심이 있어 틈틈이 습작하고 있다. 여가시간에는 테니스, 수영 등 체력 단련을 열심히 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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