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품성 - 우리는 얼마나 선량한가?
크리스찬 B. 밀러 지음, 김태훈 옮김 / 글로벌콘텐츠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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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을 한 단어로 말한다면 무엇일까. 독자는 가끔 인간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동물과 다른 점을 수없이 떠올려본다. 물론 외양과 지능, 직립, 손 사용 등통물과 외형적 기능적 지능적으로 다르다. 다르다는 것은 비교에서 무의미한 것이기에 '우월하다'고 표현하는 게 옳을 것 같다. 인간은 지능과 자유로운 손 사용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해오면서 놀라운 문명을 이루며 살아왔다. 이 능력은 앞으로도 더욱 발달돼 더 빠르게 발전하고 우주로 미칠 것이라는 예측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독자는 외형적인 면보다 내면적 비교를 통해 '양심'이란 결론에 이른 적이 있다. 인간에게만 양심이 존재한다고 독자는 믿는다. 때문에 악을 규정할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한 데서 비롯된 결론이다. 양심은 뜻 그대로 선한 마음, 연민의 마음, 남을 돕는 마음을 일으키는 원천이다. 자신이 배고파 굶어죽을 지경에서도 남의 것을 빼앗아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다는 것은 양심이 있는 행위이다. 자신이 배고프다고 스스럼없이 남의 것을 빼앗아 먹는다면 양심에 반하는 행위다. 누구든지 이 점을 인정한다면 양심은 동물과 비교하는 확실한 하나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짐승은 자신이 배고프면 남의 것은 물론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마저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과 구별되는 지점이다. 도덕과 법으로 규정하기 이전에 배우지 않아도 알고 있는 것이다. 도덕, 윤리 등은 인간으로서의 품성에 관련된 것들이다.

 


 

품성이란 이처럼 한 개인이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자질(character) 중에서 도덕과 관련된 부분이나 혹은 도덕적 자질에 대한 평가를 의미하는 것으로, 도덕적인 원칙과 규범이 한 개인에게 얼마만큼 체화되어 기질이나 습성 등으로 드러나는가를 통해 품성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덕(미덕), 좋은 품행이나 습관 등을 갖추었는지의 여부가 개인의 품성을 평가하는 요소가 된다. 공감·용기·참을성·정직·성실 등은 덕(virtue)에 속하고 이를 결여한 상태를 악덕(vice)이라고 지칭한다.

이러한 품성은 윤리학이나 도덕철학 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배운 바 있다. 조금 더 확대된 이야기지만 행위 주체와 무관하게 어떤 행위가 도덕적인가에만 초점을 맞추는 행동주의 윤리학(의무론 또는 공리주의)과 달리 윤리적 주체인 인간을 중시하는 덕 윤리학(德倫理學, Virtue Ethics)에서는 인간의 품성이 윤리적 행동을 결정짓는다고 보고 이를 중요하게 다룬다. 또한 규범윤리학에서는 품성을 행동의 옳고 그름을 평가하는 도덕적 기준과 관련지어 다루며, 응용윤리학에서는 구체적이고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 사람들이 찬성하느냐 반대하느냐와 같은 도덕적 선택 문제를 품성과 관련지어 다룬다.

 


 

품성과 관련된 철학적 논의는 고대 그리스의 윤리사상가들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플라톤(Platon)은 인간의 영혼이 이성, 기개(氣槪), 욕망의 세 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들 각각에 대응하는 지혜, 용기, 절제의 3가지 미덕을 갖추는 것이 좋은 삶을 위해 중요하다고 보았다. 한편 기개와 욕망은 이성의 통제 하에 놓일 때에만 용기와 절제의 미덕을 갖출 수 있기 때문에 이성이 나머지 두 요소를 적절히 인도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영혼은 궁극적인 미덕인 정의까지 갖출 수 있으며, 비로소 품성이 완성되는 것이다.

또한 덕 윤리학의 대표적인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es)는 훌륭한 사람은 지성적인 미덕과 실천적 미덕의 두 가지 면에서 탁월성을 드러내는 사람이라 보았는데, 실천적인 미덕은 곧 품성의 탁월성을 의미한다. 또한 그는 지성적인 미덕은 교육을 통해 형성되는 반면 실천적 미덕은 중용을 습관화하려는 의지나 실천을 통해 형성된다고 보았다. 이러한 중용의 습관화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용기, 절제, 정의 등이 품성을 평가할 수 있는 미덕의 예에 속한다.

 


 

이 책 『인간의 품성』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교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있는 크리스찬 B. 밀러(C. B. MILLER) 교수가 존 템플턴 재단과 템플턴 세계자선재단의 지원을 받아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자들과 팀을 구성하여 주도했던 품성 계발 사업의 연구 결과를 종합한 인문서이다. 때문에 이 책에는 품성과 관련한 철학적, 심리학적, 경제학적, 신학적, 교육학적 시각과 접근 방식이 융합되어 있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는 품성이 무엇인지, 또 그것이 중요한 까닭은 무엇인지를 다룬다. 우리가 품성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선한 품성’이란 것이 대체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이 주요 논제이다. 제2부는 우리 대부분이 완전히 선한 품성이나 완전히 나쁜 품성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행위, 해를 끼치는 행위, 거짓말을 하는 행위, 부정을 저지르는 행위에 대한 다양한 심리실험 결과를 근거로 실제 우리가 가진 품성의 민낯을 설명한다. 제3부에서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선한 품성을 계발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그러면서 선한 품성을 계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소개한다. 저자는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노력과 함께, 인간을 초월하는 존재의 도움을 통한 접근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을 권장함으로써 인간적 겸손의 미덕을 잃지 않는다.

 


 

저자인 밀러 교수는 사변적이고 추상적인 논의가 아닌 그동안 심리학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수많은 심리실험 결과를 통해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해를 끼치고, 거짓말하고,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등 비도덕적인 행동을 할 수 있는 심리적 존재임을 보여준다. 우리는 흔히 신문이나 방송 뉴스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유명 인사들의 비행을 접하면 그들의 행태를 비난하며 혀를 차곤 한다. 마치 그런 비행이 나와는 전혀 무관한 그들만의 일인 것처럼 치부한다. 물론, 모든 사람의 칭송을 받아도 부끄럼이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는 외침으로부터 그리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우리도 언제든지, 얼마든지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의 의식으로 끌어올리지 않는다. 이 책은 그런 우리의 타성을 조용히 일깨워준다. 저자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 결과 "우리가 좀 더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도덕적 품성은 어떤 면에서든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정직, 연민, 용기, 그 밖의 여러 미덕을 계발할 수 있다. 아울러, 그렇게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서문에서 밝힌 바 있다.

 


 

저자가 이처럼 반갑지 않은 내용을 미리 밝히는 이유는 이 책을 쓴 목적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저자는 인간의 품성과 관련한 철학적, 심리학적, 경제학적, 신학적, 교육학적 시각과 접근 방식을 사용해 연구했으며 분석 결과 인간의 마음은 도덕적으로 순수하지많은 않지만, 그렇다고 도덕적으로 타락된 것도 아니다는 유의미한 결론을 얻었기에 밝힌 것으로 읽힌다. 물론 저자가 의도적으로 개입하거나 인간의 품성을 예단해 결론을 짜맞춘 게 아니라는 점은 우리가 이 책을 읽는 동안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 대부분이 우리 자신은 물론, 친구, 그리고 가족을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에서 출발한 것 같다. 그러나 우리는 비록 예수와 같은 성인이 아닐지라도 그렇다고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 또한 아니다. 우리는 정직하고, 친절하고, 신뢰할 만하며, 나름대로 꽤 도덕적인 사람들이다는 점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 결과적으로 이 책의 핵심 주제 가운데 하나인 '우리의 품성에 관한 그러한 생각이 매우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개선 가능성은 없을까가 저자의 고민이었던 것 같다.

 


 

저자는 우리 대부분은 세상에 굉장한 선을 베풀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으며, 때때로 우리는 실제로 그런 행동을 한다. 우리에게 이익이 되긴 하지만 도덕적으로는 나쁜 일(돈을 훔치거나, 이력을 속이거나, 배우자 몰래 부정을 저지르기 등)을 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여러 번 찾아온다. 그러나 우리는 들킬 위험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명예다. 한편, 우리 대부분은 세상에 엄청난 악을 행할 역량 또한 지니고 있으며, 불행하게도 우리는 때때로 그런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

우리가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조차도, 우리는 간혹 모른 채 지나쳐 버린다. 그것은 우리의 불명예다. 이런 내용들이 이 책의 중심을 이루고 있는 핵심 주제이다. 그런 내용들은 "현재 우리의 품성은 실제 어떤 모습인가?라는 제목 아래 제 2부에서 상세히 탐구된다. 도덕적 행위와 비도덕적 행위를 하는가에 대한 많은 연구 결과 7장인 '종합적 논의'에서 결론에 이른다. 이때 우리 대부분이 지니고 있는 전체적인 품성의 실체를 볼 수 있다. 여러 연구를 하는 동안 제시된 대부분의 전략은 종교와 무관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그러나 마지막에 종교적 접근 또한 고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 책을 마무리한다. 최소한 일부 사람의 경우에 선량한 품성을 계발하는 보다 유망한 길은 인간으로서 자신의 노력과 함께 신의 도움을 받는 것일 수 있다고 말을 맺는다. 묘한 울림과 함께 더 많은 과제를 남긴 듯한 막막함도 버릴 수 없다. 독자 입장에서 쉽게 표현하자면 성선설과 성악설이 모두 맞고 우리가 스스로의 노력으로 어느 쪽을 더 계발하고 실천하느냐에 따라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이 모두 될 수 있다고 이해한다.

 


 

저자 : 크리스찬 B. 밀러(CHRISTIAN B. MILLER)

 

저자는 웨이크 포레스트 대학교의 A. C. 리드(A. C. REID) 철학 교수이며 존 템플턴 재단(JOHN TEMPLETON FOUNDATION)과 템플턴 세계 자선 재단(TEMPLETON WORLD CHARITY FOUNDATION)으로부터 기금 후원을 받는 품성 프로젝트의 책임자이다. 그는 75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주요 저서로는 『도덕적 품성: 하나의 경험적 이론 MORAL CHARACTER: AN EMPIRICAL THEORY』(2013)과 『품성과 도덕 심리학 CHARACTER AND MORAL PSYCHOLOGY』(2014) 등이 있다.

 

역자 : 김태훈(金泰勳)

 

서울교육대학교와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윤리교육과에서 도덕교육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조지아 대학교와 중국 북경사범대학에서 방문학자 자격으로 연구 활동을 하였고, 한국초등도덕교육학회장을 역임하였다. 현재는 공주교육대학교에서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자는 주로 인간의 품성(도덕성) 발달 과정에서 교육이 하는 역할을 연구하였으며, 같은 맥락에서 인간의 도덕적 정서와 미덕의 발달에도 관심을 기울여왔다. 최근에는 도덕성의 근원을 탐구하는 일에 관심이 있다. 주요 저서로는 『덕 교육론』, 『도덕성 발달이론과 교육』, 『도덕적 정서와 미덕』, 『인성과 교육』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인격교육의 실제』(공역), 『새로운 시대의 인격교육』(공역), 『도덕성 발달 핸드북 1, 2』, 『죄의식』, 『스포츠 윤리』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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