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 휘둘리는 당신을 위한 심리수업 - 성숙한 어른으로 살기 위해 다져야 할 마음의 기본기
김세정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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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의 감정은 몇 가지나 될까" 독자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본다. 한 번은 그냥 한 번 헤아려보기도 하고, 사전을 찾아가며 세어보기도 했다. 너무 많아서, 독자의 언어 능력으로는 정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것들도 있어, 더욱이 외국어로 된 것들도 많아 중도에 포기했다. '사람사전' '마음사전' 등의 사전은 나와 있지만 '감정사전'은 없다. 유아용 동화책, 그림책에 '행복한 감정사전' '어린이감정사전'은 있지만 우리 인간의 '감정사전'은 찾지 못했다.(있는데 독자가 몰라서 못 찾는지는 모르지만) 감정을 모아놓은 사전을 만들기는 매우 어려워 못 만드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독자의 판단에 가깝다. 또는 하계에서 '감정'의 개념이 정확하게 규정되지 않아서 애매모호한 것들을 감정에 포함시킬 것인지, 아닌지부터 해결해야 비로소 사전 작업도 가능할 터이다.

참고 문헌을 찾아보니 의학이든, 심리학이든 우리의 감정을 구별할 때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으로 크게 나누는 것은 동일하다. 다만 더 깊이 들어가면 같은 단어도 사용 시기나 상황 등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인문학적 해석으로 보인다.

 


 

화학원소들이 그렇듯이 감정 기저에는 기본(basic) 혹은 일차(primary) 감정이 있고, 이들이 혼합되면 여러 다양한 감정들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학계의 정설인 듯하다. 기본 감정이 있다고 주장하는 학자들이 기본 감정으로 인정할 수 있는 기준으로는 인류 보편적일 것, 생존에 유용할 것, 생애 초기에 나타날 것, 얼굴 표정으로 구분 가능할 것, 생리적 반응(뇌와 자율신경계의 활동)을 보일 것 등이 있다.

특히 미국의 심리학자 에크만(P. Ekman)은 얼굴 표정을 기준으로 공포, 분노, 행복, 혐오, 슬픔, 놀람 등의 여섯 가지 감정을 ‘기본 감정’이라고 했다. 기본 감정이라는 개념은 데카르트가 주장한 여섯 가지 기본 정념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보편적인 기본 감정이 존재한다는 주장은 다윈의 진화론에서 유래한다. 다윈은 인간이 진화의 산물이듯 감정도 진화의 결과로, 다른 동물들에서도 관찰되는 보편적인 것이라고 했다. 이 전통을 따르는 학자들은 다윈이 말한 보편적인 감정을 여섯 가지로 정리하여 ‘빅 식스(big six)’라고 한다. 이는 에크만의 기본 감정 여섯 가지와 같다.

 


 

에크만의 여섯 가지 기본 감정 중 놀람(surprise)이 감정인지는 논란이 있다. 감정이란 좋거나 싫거나 하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데, 놀람은 중립적이라는 이유이다. 또 행복이라는 감정은 외부 상황에 따라 나타나는 단순한 감정과는 구별되는, 좀 더 복합적인 감정 상태이다. 이처럼 기본 감정 개념을 옹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그 종류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가장 공통적으로 많이 포함된 감정은 공포, 분노, 슬픔, 기쁨 등이다. 물론 기본 감정 개념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긴 하다.

신체의 모든 기능은 뇌와 상호작용을 한다. 감정 경험도 마찬가지다. 뇌 기능이 마비된 뇌사 환자가 감정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뇌에는 시각을 담당하는 시각중추나 청각을 담당하는 청각중추가 있듯이, 감정을 느끼는 감정중추가 있을 수 있다. 감정을 연구한 과학자들은 20세기 100년 동안 이 감정중추를 찾고자 했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는 게 다수 의견인 듯하다. 감정중추가 있는데 아직 찾지 못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애초에 그런 중추란 없을지도 모른다. 수많은 감정이 서로 다른 뇌 회로망을 통해서 조절될 수도 있다.

 


 

이 책 『감정에 휘둘리는 당신을 위한 심리수업』의 김세정 저자는 내담자와의 심리 상담을 통해서 살아오면서 느꼈던 감정, 생각들을 다양한 예시와 함께 보여준다. 무엇 때문에 격한 감정 변화를 겪는 것이며, 부정적인 감정이 우리의 신체와 생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서 세 가지 단계가 중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감정 이해', '자기 탐색', '자기 치유'라는 3단계를 거치면서 스스로 내면의 자신과 마주하여 공감 어린 이해와 치유를 이끌어 내는 것이라고 본다. 이 책은 일상 생활에서 우리가 느끼는 슬픔, 불안, 외로움, 무기력, 죄책감, 수치심, 분노라는 7가지 감정의 세계로 안내하며, 감정이 가진 무지개빛 색깔을 조명한다. 하나의 감정이 기분을 좌우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여서 마음의 색깔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래서 우선 마음 속으로 느끼는 감정을 하나씩 적어 가며, 무엇 때문에 감정에 좌우되는지 직접 기입하면서 살펴보기를 저자는 권하고 있다. 모든 챕터의 마지막 항목에 직접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질문에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자기소개서를 쓰기 위해 컴퓨터를 켰지만 한 줄도 쓰기 힘들다면? 어느 정도 잘 살고 있다 생각했는데 문득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도 잘 모르겠다면?

저자 김세정은 상담심리 전문가로 평소 많은 내담자들로부터 ‘나는 왜 이러는 걸까요?’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오죽 답답했으면 상담실에서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던질까 안타깝게 생각했던 저자는 그 질문에 대한 답으로 이 책을 썼다. 심리 상담에서는 보통 내담자의 신체적인 감각 느낌이나 감정, 생각 등을 다룬다고 저자는 말한다. 심리적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신체 감각과 감정을 변화시키는 것이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즉, 감정은 심리 치료에 있어 결정적 단서를 가지고 있는 열쇠이자 변화시켜야 할 대상이다. 저자는 다양한 감정들을 조화롭게 조절하는 법을 배우면 ‘핵심감정’을 잘 다룰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핵심감정은 무의식 속에서 자신을 지배하고 있는 감정으로, 조금만 잘못 자극이 되면 과거의 트라우마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핵심감정을 다스려 나에게 편안한 내가 되기 위해서는 감정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이 책은 감정 중에서도 특히 슬픔, 불안, 외로움, 무기력, 죄책감, 수치심, 분노라는 7가지의 부정적 감정을 주로 다룬다. 이 책을 통해 과거 자신이 부정적인 감정을 느꼈던 상황 속에서 어떤 반응을 했고, 그 안의 내면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를 차분히 따라가보자. 이 과정에서 자기 안에 숨어 있는 진짜 나를 발견하고 어루만져줄 수 있을 것이다. 충분한 자기 이해를 한다면 감정이라는 문을 통해 자기 자신에게 다정하게 다가가는 법도 배우게 될 것이다.

이 책은 크게 ‘감정 이해’, ‘자기 탐색’, ‘자기 치유’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감정이라는 짐이 나를 버겁게 한다면?’에서는 7가지 감정에 대해 알아본다. 이 책은 독자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핵심감정을 찾기 위해 필요한 다양한 매뉴얼을 제공하고 있다. 우선 독자가 직접 자신의 7가지 감정을 더듬어 보도록 세심하게 이끄는 질문들을 실었다. 저자가 정교하게 엄선한 질문에 대한 답을 쓰다 보면 자신의 감정과 행동 패턴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2부 ‘자기 이해 탐구생활’에서는 자기를 탐색하기 위한 다양한 분석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자기 분석을 객관적이고 입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인생곡선’을 이용해 시계열적으로, ‘집의 평면도’를 그려봄으로써 공간적으로, 또한 ‘가계도’를 그려보면서 가족 관계 안에서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다. 특히 가계도를 통해 가족간에 대물림되고 있는 핵심감정과 방어기제 등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마음의 평화를 얻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가족간의 오래된 심리적 갈등과 상처를 치유하고 건강한 관계를 다시 맺는 일이다.

3부 ‘일상의 자기치유’에서는 일상에서 꾸준히 감정을 조절하고 자기를 치유할 수 있는 실전 노하우를 알려준다. 이 책에서 제안하고 있는 실전 노하우는 사실 거창한 것이 아니다. 간단하고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내면을 돌볼 수 있는 방법들이다. 자신에게 맞는 한두 가지의 방법을 골라 반복적으로 연습한다면 앞으로의 인생에서 큰 힘이 될 것이다.

 


 

"우리는 마음이 아프다고 평생 심리상담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아픈 자기를 매번 방치할 수도 없습니다. 내가 나를 보듬고 다독이며 가야 끝까지 후회 없이 짧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 내가 나를 치유하는 과정을 놓치지 마세요. 괜찮겠지.. 하며 그냥 두면 또 몇 년이 흘러갑니다."

심리 상담을 오는 내담자를 통한 경험과 그동안의 연구를 통해 절박한 상황의 내담자들을 위해 차분하게 집에서 자가치유하는 심정으로 읽기를 권하는 저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직접 자신이 질문하고 체크하고, 치유 방법에 대해 책과 교감하며 충분한 시간을 가지면 치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저자는 믿고 있다.

 

저자 : 김세정

 

한국상담심리학회 상담심리사 1급(상담심리전문가)이자, 싸이칼러지 코리아 소속 상담심리사이다. 문요한 선생님의 심리학학습공동체 ‘심학원’에서 인간의 마음을 공부하고 있다. 가톨릭대학교 상담심리대학원 석사과정을 졸업한 후로 15년 동안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치유하는 글쓰기, 책 읽기를 통해 스스로를 돌보는 데 관심이 많다. 일반인의 자기이해를 돕기 위해 ‘슬기로운 자기 탐구 생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공저 『어린이 마음치료 사례집』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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