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무삭제 완역본) - 현대판 프로메테우스 현대지성 클래식 37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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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프랑켄슈타인』은 문학적 성과뿐만 아니라 문학사적 위치까지 고전 반열에 오른 잘 쓰인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21세기 최첨단 과학적 업적인 AI와 생명공학, 유전공학 등 현대 과학의 최고 이슈로 떠오른 내용을 다룬 최초의 소설이라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발표 당시 남성의 전유물로만 여겨지던 과학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독창성, 탁월성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이다. 당시 산업혁명 시대 생체전기 실험, 해부학, 생리학이 급진전을 이루는 시기여서 소재의 독창성은 상상을 뛰어넘은 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더욱이 발표 당시 저자의 나이 21세의 여성이라는 점에서 문학과 과학계 모두에게 충격을 던져준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 SF 소설이 '돌풍'이라 평가될 정도로 독자들의 인기를 끌고 쏟아져 나오면서 저자 메리 셸리에 대한 찬사와 재평가가 이뤄지기도 한다. 한 SF 작가는 “우리 장르는 200년 전 메리 셸리라는 19세 천재 소녀의 발명품이며 현대의 SF장르를 다루는 작가들과 독자들은 그에게 빚지고 있다.”고 고백하면서 찬사의 극치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 소설의 발표 당시 원제는 『현대판 프로메테우스』이었다가 나중에 『프랑켄슈타인』으로 바뀌었다. 이 소설은 최소한 영문학에서는 '최초의 SF'로 알려진 장르소설이다. 최초의 SF 작품을 오늘날 다시 읽어봄으로써 독자들은 이 작품의 독창적이고 과학적인 면면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할 것이고 개인적으로 독자 역시 매우 감동 깊다.

 


 

『프랑켄슈타인』은 2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과학 발전의 명암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작품이며, 괴물에 관한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김으로써 오늘날 인공지능, 유전공학, 복제인간 등의 이슈에서 활발한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터미네이터》, 《블레이드 러너》, 《아이, 로봇》 등의 탄생에도 결정적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발표 이전 작품 중에서도 비슷한 장르로 거론되는 작품은 여러 편 있다. 토마스 무어의 『유토피아』,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볼테르의 『미크로메가스』 등이 좋은 예다. 그러나 이들 작품은 과학 지식을 본격적으로 다루었다기보다 정치나 사회 현실을 비판하는 도구로 과학을 이용하는 정도였기 때문에 SF라기보다는 풍자문학으로 읽힌다.

이에 비해 저자는 산업혁명 당시 큰 관심사였던 갈바니(Luigi Galvani, 1737~1798)의 생체전기 실험을 참고했고, 전기 · 화학 · 해부학 · 생리학 등의 발달과 당시 과학자들의 생명 창조에 관한 고민을 토대로, 자신의 여행 경험을 작품에 녹여냈다. 특히 19세기 작품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인공생명체를 주제로 최근 논의되는 기본개념, 가령 전기자극, 세포배양, 줄기세포, 체세포 복제 등의 복잡한 과학적 이슈의 원형을 정교하게 배치해 넣었다.

또한, 괴물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독해가 가능하다. 인간 내부의 무의식이 실체화되어 주인에게 모반을 일으키는 ‘분신’의 관점, 인간의 비극적 성장 과정을 그린 ‘성장소설’ 관점, 폭력과 복수로 범벅이 된 괴물의 삶은 자신이 처했던 ‘사회 상황’의 산물이라는 관점,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가부장적인 욕망이 빚어낸 끔찍한 결과를 소설로 담아낸 것이라는 ‘페미니즘’ 관점 등이 있다.

 


 

19세기 영국 낭만주의 시대의 3대 시인 퍼시 비시 셸리의 부인이자 천재적인 여류 작가 메리 셸리의 걸작 『프랑켄슈타인』은 『걸리버 여행기』, 『지킬 박사와 하이드』, 『유토피아』 등과 함께 SFㆍ공포 소설의 고전이라 불리운다. 흔히 ‘프랑켄슈타인’ 하면 거대한 몸집에 흉터가 있는 얼굴, 관자놀이에 박혀 있는 나사, 섬뜩한 눈빛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사실 프랑켄슈타인은 작중에서 괴물을 만든 과학자다. 이 과학자는 오랜 연구 끝에 생명을 불어넣는 기술을 개발하고, 인간의 시체를 가지고 시험 삼아 괴물을 만든다. 하지만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이 만든 괴물을 보고 끔찍한 모습에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 버리고 괴물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다. 괴물은 흉측한 자신의 모습에 환멸을 느끼고 자신을 만든 프랑켄슈타인에게 복수를 꾀한다.

『프랑켄슈타인』은 1931년에 미국 유니버설 픽쳐스에서 영화로 제작돼 더욱 유명해졌다. 오늘날 전 세계인이 떠올리는 프랑켄슈타인의 이미지는 바로 이 영화에서 괴물 역을 맡았던 보리스 칼로프의 인상이 매우 강렬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는 공포영화 장르성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에 과학 기술 발달의 재앙과 박애, 신의 뜻을 거스른 것에 대한 비극이라는 원작의 주제에서는 크게 벗어나 원작과는 얼마간의 차이가 있다. 메리 셸리의 장편소설 『프랑켄슈타인』은 우리에게 생각할 거리와 여운을 제시하는데, 특히 작품 후반부에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이 만났을 때 괴물이 프랑켄슈타인에게 말하는 대사는 우리에게 과학 기술이 가져온 윤리적, 사회적 문제를 한 번 더 돌아보게 만든다.

 


 

소설의 줄거리는 비교적 간단하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젊은 과학자가 생명의 비밀을 알아내고 시체 조각을 모아 생명을 불어넣어 괴물을 만들었다. 그러나 과학자는 자신이 만든 괴물의 모습에 두려움을 느끼고 도망쳐 버린다. 괴물은 자신의 혐오스러운 외모 때문에 사람들에게 공격을 받고 마음에 상처를 입는다. 그래서 괴물은 자신의 창조주 프랑켄슈타인을 복수하기 위해 먼 길을 떠난다.

배경은 북극이다. 19세기 사람들에게 북극은 오늘날 우주 공간이나 다름없이 미개척지였다.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이름의 과학자가 시체를 조합해 소위 ‘인조인간’을 만든다는 이야기도 신을 벗어나 생명의 본질을 설명할 수 있다는 새로운 과학적 사고방식의 산물이다. 과학자가 인조인간을 만든 방법도 당시 최신 기술이었던 ‘전기’였다. 메리 셸리는 에라스무스 다윈의 생명체에 대한 가설과 개구리 뒷다리에 전극을 연결해 꿈틀거리게 만든 갈바니의 실험을 알고 있었고, 이를 자기 이야기 속에 집어넣었다.

메리 셸리는 이런 재료를 조합해 과학 발전의 성과를 드러내는 동시에 그 한계 역시 놓치지 않는다. 과학과 이성의 힘으로 만들어낸 새로운 생명체를 보고 당황해 달아나는 주인공의 모습은, 과학기술이 더욱 발전한 미래가 낙관적이지만은 않을 거라는 예감을 보여준다. 프랑켄슈타인은 생명을 탄생시킬 수 있었지만, 그 생명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 결국, 그는 자신이 창조해낸 피조물에게 가족과 친지와 연인을 잃고 자신도 죽음을 맞는다.

 


 

책에 따르면 소설에 등장하는 ‘괴물’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양하고 풍성한 독서 경험이 가능하다. 과학자가 괴물을 만들고 그 결과 비참하게 전락해간다는 서사로 『프랑켄슈타인』을 설명하기에는 괴물의 말과 행동이 소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낭만주의 시대라는 역사적 배경을 주목한 일반적인 해석에 따르면, 이 소설은 인간 내부에 억압되어 있던 무의식이 실체화되어 주인에게 모반을 일으키는 ‘분신’의 이야기를 다룬다고 본다. 결국, 주인공과 괴물은 한 몸에서 나온 두 개의 인격이라는 것이다. 또는 고독한 인간의 비극적 성장 과정을 그린 ‘어둠의 성장소설’로 읽을 수도 있다. 괴물은 내적으로는 순수하고 성장해가는 존재이지만, 사회가 용인하지 못하는 끔찍한 외양 탓에 끊임없이 소외당하고 배척받는다. 또는 당시 산업혁명의 여파로 ‘기계 파괴 운동’(러다이트 운동)이 확산하면서 폭력과 복수로 점철된 괴물의 사연 많은 삶 역시 그가 처한 사회 상황의 직접적 산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남성 중심 사회에서 가부장적인 욕망이 빚어낸 끔찍한 결과를 소설로 담아낸 것이라는 ‘페미니즘’ 관점 등이 있다.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에 숨겨진 주인공이 다락방의 미친 여자인 ‘버사’이듯, 일제 강점기 조선의 아나키스트를 다룬 영화 《박열》의 실제 주인공이 박열이 아니라 ‘후미코’이듯, 『프랑켄슈타인』 속 주인공의 이야기를 뚫고 나오는 소위 ‘괴물’의 이야기에는 제목이 내세우는 주인공을 뛰어넘는 긴박성과 절실함이 있다.

 


 

부제 '현대판 프로메테우스'가 보여주듯 『프랑켄슈타인』은 현대적 신화나 책임에 대한 우화로 읽을 수 있다. 창조주(신)와 피조물(인간), 부모와 자식, 예술가와 예술 작품, 혹은 과학자와 발명 및 발견 간의 윤리적인 관계에 대한 문제 제기이기 때문이다. 특히 과학자가 자신의 결과물에 대한 책임과 의무를 저버린 탓에 끔찍한 사태가 벌어진다는 설정은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IT, 핵무기, 유전공학 등 새 기술에 수반되는 끊임없는 위협이 19세기 초에 쓰인 이 소설에 이미 원형으로 제시되어 있는 셈이다.

이 책은 1818년에 나온 『프랑켄슈타인 혹은 현대판 프로메테우스』(Frankenstein or the Modern Prometheus, 이 책의 원제) 초판을 옮긴 것이다. 저자는 1831년에 개정판을 내면서 빅토리아 초기의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 따라 당시 독자층 비위에 맞추어 등장인물의 성격을 온건하고 보수적인 쪽으로 바꾸었다. 그에 비해 초판에는 메리 셸리의 원래 의도가 더 자유롭고 생생하게 살아 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소설 발표 비하인드 스토리가 이 책 뒷부분 번역자 오수원이 쓴 「작품 해제」에 자세하게 나와 있어 눈길을 끈다. 이 해제에 따르면 탐보라 화산 대분화 탓에 세계적으로 ‘여름이 사라진 해’로 유명했던 1816년, 연신 내리는 비와 추위로 나들이가 녹록지 않았던 어느 날, 시인 바이런(1788~1824)은 제네바 호숫가의 디오다티 별장에 모인 친구들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하나씩 써보자는 흥미로운 제안을 한다.

메리 셸리는 당시 산업혁명의 주제였던 ‘과학적 에너지 활용’, 특히 갈바니의 생체전기 실험에 평소 큰 관심을 보였다. 바이런과 폴리도리 같은 쟁쟁한 ‘별장 친구들’의 천재적인 입담에 경쟁심이 더해, 메리는 며칠 동안 생생한 꿈을 꾸게 된다. 한 과학자가 우연히 시도한 전기 충격으로 시체를 살려내는 짤막한 내용이었다가 거듭되면서는 직접 생명을 만들어내는 끔찍한 악몽으로 디테일하게 확장되었다. 연인 퍼시 셸리(1792~1822)는 이 아이디어를 적극 격려하고 응원했고, 메리 셸리는 1년 정도의 집필 기간을 거쳐, 이전에는 전혀 듣도 보도 못한 새로운 형태의 소설을 탄생시킨다(집필 시작은 19세, 완성은 20세).

『프랑켄슈타인』 출간 후 50년 가까이 지나서야 쥘 베른의 『지구에서 달까지』(1865)가 나왔는데, 사람들은 그제야 비로소, 과학적 가설과 추론에 기초한 장르를 SF(Science Fiction, 1851년에 용어가 처음 등장)로 따로 부르기 시작한다. 그 시작이 되는 작품이 바로 『프랑켄슈타인』이다. 이 작품은 1910년 발명가 에디슨이 만든 초창기 영화(10분 분량의 최초의 공포영화)의 소재가 되었고, 1931년에는 유니버셜 스튜디오에서 동명의 영화(70분 분량)로 제작되어 대중의 뇌리에는 목에 철심을 꽂은 괴물 이미지로 각인된다.

 


 

저자 : 메리 셸리(MARY WOLLSTONECRAFT SHELLEY, 1797~1851)

 

1797년 영국 런던에서 아버지 윌리엄 고드윈과 어머니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무정부주의 정치 사상가이자 언론인 그리고 작가였으며, 어머니는 최초의 페미니즘 이론서를 쓴 페미니즘의 선구자였다. 안타깝게도 어머니는 출산 직후 며칠 만에 산욕열로 사망했고, 아버지는 몇 년 후 재혼했으나 부녀의 돈독한 관계를 질시한 계모는 주로 친자식을 거두고 메리는 버려두다시피 했다. 하지만 가정교사에게 글을 배워 아버지의 서재에서 많은 책을 독파했고, 당대의 사상가들이 아버지와 함께 나누는 이야기를 귀동냥으로 들으며 독학으로 지식을 쌓아나갔다.

15세에 아버지의 제자이자 낭만파 시인 퍼시 비시 셸리를 처음 만나, 2년 후인 17세에 프랑스로 사랑의 도피를 한다. 이후 25세에 퍼시 셸리가 익사할 때까지 8년 동안 숱한 시련과 가난으로 점철된 시간을 보낸다. 이 10년 동안 겪은 아픔, 고난 등의 인생 경험이 평생의 저작 활동을 위한 자양분이 된다. 19세인 1816년에 시인 바이런 경, 의사 존 폴리도리(소설 『뱀파이어』 저자, 1819년), 남편 셸리와 모인 자리에서 “유령 이야기”를 하나씩 써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해 7월에 소설을 쓰기 시작해 1817년에 탈고한 뒤, 21세인 1818년 1월에 정식 출간했다. 친구들과 스위스 및 샤모니 빙하로 여행한 경험을 소설에 배경과 글감으로 활용했다. 남편 퍼시 비시 셸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25세에 혼자가 되었으나 여생을 아들 플로렌스와 아버지를 돌보며 독신으로 살았다. 1848년 발병한 뇌종양이 악화되어 1851년 2월 1일 54세의 나이로 숨을 거두면서 부모님과 함께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긴다.

당시 산업혁명의 여파로 에너지 활용에 관한 과학 연구가 많았는데, 메리 셸리는 ‘갈바니즘’(GALVANISM)이라는 생체전기 실험에 큰 관심을 보이며 당대의 첨단과학 이론을 적극 활용하여 새 기술이 가져올 가능성과 이에 따르는 윤리와 책임이라는 담론을 독창적인 이야기에 엮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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