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자본주의 시대 - 권력의 새로운 개척지에서 벌어지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투쟁
쇼샤나 주보프 지음, 김보영 옮김, 노동욱 감수 / 문학사상사 / 2021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이 부랴부랴 개발되고 접종을 막 시작했을 때 나돈 루머가 하나 있다. 세계 유명 인사의 이름을 들먹이며 백신에 미세한 성분을 투입해 투약한 개인의 정보를 모두 갖고 있으며 유사시에 백신 투여자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유전자를 넣어서 조작했다는 터무니없는 말이었다. 아무리 컴퓨터나 디지털, 백신의 세계를 모른다고 해도 너무 어이없는 얘기여서인지 믿기지 않은 말은 금세 사그라졌다. 음모론이나 여론 조작도 좀 그럴 듯해야 먹히지 얼토당토 않은 허무맹랑한 얘기라 누가 믿지 않았나보다. 하루 이틀 그런 얘기가 언론에 잠시 노출됐다가 다시는 그 애기가 쏘옥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터무니없는 얘기라서 신뢰하지 않았을 터다. 신뢰 없는 음모론이나 유언비어는 '그럴 듯하다', '그럴 수도 있겠네' 정도의 신뢰감이 없으면 금세 수그러든다.

그리고 이내 묻혀버렸지만 "백신이 아니라도 누가 마음만 먹는다면 가능한 일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정치적, 지배적 목적으로 일부러 주사액이나 약에 유전자를 투입해 투약할 때 함께 집어넣어 '명령 복종 인간'으로 변화시킨다는 게 가능할까. 최소한 감시가 가능한 개인정보 확보는 가능한 일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때 생각난 것이 조지 오웰의 『1984』다. 이 소설의 시공간 배경은 전체주의 체제다. 빅브라더는 구소련 독재자 스탈린을 풍자했다는 말이 있지만 사실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국가가 개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국가 감시주의에 대한 얘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품 발표 당시는 허구이고 상상력에 의한 것일 뿐, 소설의 범주를 벗어나는 일은 아니었다. 그 상황이 현실이 되었다는 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이 컴퓨터와 디지털,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개발된 현 시점에서 앞서 언급한 루머에 불과한 상황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도 들기는 한다. 『1984』의 허구가 현실이 됐듯이 루머 수준의 허무맹랑한 소리도 마음만 먹는다면 가능해질까 하는 두려움으로 바뀌어간다. 실제로 구글, 페이스북 등 누구나 이용해봤을 거대 IT 기업의 서비스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몇 초 만에 원하는 정보를 얻거나 앉은 자리에서 지구 반대편에 떨어진 누군가의 근황을 알아보는 것은 이미 옛날이야기다.

우리는 ‘좋아할 것 같은’ 취향이나 물건, 정보를 알아서 추천해주는 SNS 알고리즘에 익숙해져 있다. 이 알고리즘을 일방적으로 소비하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는 이 알고리즘을 소비하며 끊임없이 온라인 흔적을 남기고, 이 온라인 흔적은 IT 기업, 즉 감시 자본가들에 의해 수거돼 우리가 좋아할 만한 광고와 서비스를 생산해내는 데 사용된다. 즉, 우리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서 누른 ‘좋아요’ 버튼, 온라인상에서의 수많은 클릭, 검색이 그들에게는 좋은 재료가 된다. 독자들도 자신이 A사이트에서 산 물건의 광고가 B사이트로 들어갈 때 떠오르는 것을 목격했을 것이다. 개인의 인터넷 활동이 반영된 결과다. 한 개인의 구매 정보, 취향 등을 A사이트나 광고주가 알고 있다는 증거다.

사람들의 시간을 최대한 뺏을 만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용자들의 활동과 정보를 긁어모아 기업에 팔며 막대한 광고 수입을 챙기는 것. 역대 최고로 부유한 회사로 거듭난 이들의 비결이 바로 이것이다. 이상의 내용은 허구나 상상이 아니라 2021년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인간의 경험을 공짜로 추출해 은밀하게 상업적 행위의 원재료로 이용하며 이것이 곧 권력이 되는 새로운 자본주의 체제. 쇼샤나 주보프는 이를 ‘감시 자본주의’라고 명명했다.

 


 

감시 자본주의 체제는 단순히 우리의 정보를 교묘히 빼내 거래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기하급수적으로 축적되는 우리의 정보를 통해 우리의 행동을 수집, 분석, 범주화, 예측해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우리의 행동을 유도, 통제, 조종, 조건화한다. 결국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그들이 제공하는 것만을 소비하는 맞춤 고객이 되고, 우리의 정보가 원재료가 되는 감시 자본주의 사이클의 ‘예측 가능한 유기체’로 전락하고 만다. 구글을 검색하던 주체에서 검색 대상이 돼버리는 역설 즉,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이 아니라 수집 당하고 분석 당하는 데이터, 타인의 이익을 위해 철저히 이용당하는 꼭두각시가 되는 것, 이것이 쇼샤나 주보프가 말하는 '유비쿼터스 테크놀로지의 역설'이다. 이것이 상업활동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지금 세계의 기업 활동은 철저한 자본주의에 따른다. 공산 사회주의의 맹주이며 미국과 맞선 강대국 소련이 해체됐기 때문에 미국의 자본주의 체제의 일방 독주시대다. 중국이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한 채 미국의 일방 독주를 견제하는 모양새이지만 중국 역시 상업활동은 자본주의 방식을 채택해 덩치를 키우고 있다. 정치체제나 사회 체제는 그대로 공산주의 시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 경우 감시 자본주의 체제로 돌입할 가능성은 훨씬 쉬워진다. 사회주의 체제의 국가체제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무도 저지할 수 없는 감시 자본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 과거 조지 오웰은 『1984』를 통해 비인간적이고 통제적인 권력에 우리의 삶을 내주지 말라고 경고했다. 쇼샤나 주보프는 조지 오웰의 경고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든 인간의 경험을 하찮게 취급하며 매 순간 우리의 삶의 조각을 수탈해가는 이 시대적 흐름에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인간을 향한 감시 자본의 쿠데타는 이미 시작됐다. 우리는 불가피한 사용자이기에 수탈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의 본성을 지킬 권리, 무분별한 정보 수탈에서 망명할 권리는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쇼샤나 주보프는 우리가 빼앗기고 있는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분노할 것을 주문한다. 이 쿠데타를 저지하는 힘은 결국 인간에게서 나온다는 것이다. 과거 산업 자본주의의 희생양은 말 못하는 자연이었다. 그러나 감시 자본주의가 희생양으로 삼은 것은 인간, 힘껏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인간이다. 이 책은 감시 자본가들과 감시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듣길 바라며 힘껏 외치는 큰 목소리다.

 

지금 우리에게는 이 새로운 자본주의 형태의 정체를 그들의 용어, 그들의 언어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실리콘밸리로 다시 눈을 돌려야 한다. 그곳에서는 모든 일이 너무나 빠르게 일어나므로,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실리콘밸리는 어느 구글 엔지니어가 생생하게 묘사했듯이, '꿈의 속도'로 진보가 일어나는 곳이다. 여기서 나는 실리콘밸리에서 일어나는 일을 느린 속도로 재생함으로써 그러한 논쟁을 위한 공간을 넓히고 이 창조물들의

가면을 벗겨 불평등을 증폭시키고 사회적 위계를 강화하고, 배제를 심화하고, 권리를 강탈하고, 개인의 삶에서 누구를 위한 것과 상관없이 사적인 모든 요소를 제거하는 그들의 경향을 드러내려고 한다.(p. 102)

 


 

감시 자본주의는 놀라운 방식으로 시장 자본주의의 역사를 벗어나 새로운 길로 향하고 있다. 감시 자본주의는 방해받지 않는 자유와 총체적 지식 모두를 요구하며, 자본주의가 사람들 및 사회와의 사이에 가졌던 호혜적 관계를 버리고, 벌집에서의 삶의 완전하고 집합적인 전망을 강요한다. 그 감독과 통제는 감시 자본가들과 '데이터 사제'들이 담당한다. 감시 자본주의와 그 속에서 급속하게 축적되는 도구주의 권력은 자본주의적 야먕이라는 역사적 규범을 초월해, 기업이나 시장 같은 종래의 제도적 범위를 넘어선다. 그것은 인간, 사회, 정치의 영토 전제에 대한 통치권을 주장한다. 따라서 감시 자본주의를 가장 잘 설명하는 표현은 위로부터의 쿠데타다.

감시 자본주의는 국가의 전복이 아니라 국민 주권의 전복을 꾀하며, 독보적인 힘으로 민주주의의 탈공고화를 향해 위험천만한 이동을 감행한다. 이제는 서구 자유민주주의까지 위협한다. 주노프가 감시 자본주의가 무엇이며, 어떤 문제점이 있는가?를 제기하는 데 그친다면 이처럼 방대한 분량의 책이 필요 없을 터다. 주노프는 결론 또한 문제 지적 못지않은 분량의 결론을 제시한다.

"나는 그들에게 '검색'이라는 단어가 본래는 이미 있는 답을 얻기 위해 손가락을 까딱하는 것이 아니라 용감한 실존적 여정을 뜻하는 것이었다. '친구'는 오직 얼굴과 얼굴, 마음과 마음이 만나야 만들어질 수 있는 미스터리의 체현이고, '인식'이란 '안면 인식'이 아니라 우리가 집으로 돌아와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며 느끼는 안도감이라고 이야기한다. 나는 저들이 우리가 가진 최고의 본능인 연결, 공감, 정보에의 욕구를 이용해 이를 만족시키는 상품을 볼모로 잡고 우리 삶에 시도 때도 없는 알몸수색이라는 가혹한 대가를 부과하는 것이 결코 '그럴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모든 움직임, 감정, 발화, 욕망을 목록화하고 조작하고 그리하여 우리에게서 미래 시제를 빼앗고 우리를 다른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도록 하는 데 은밀하게 이용하는 것은 결코 그럴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이것들은 매우 새롭다. 전례가 없는 현상들이다. 그럴 수 있다고 볼 일이 아니므로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책에 따르면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막대한 부가 집중되던 도금시대는 사람들에게 그들이 원했던 삶이 그것이 아니었음을 알려줬다. 지식은 그들에게 진보적 입법과 뉴딜이라는 무기로 도금시대에 종말을 고할 수 있게 해줬다. 아직까지도 우리는 19세기 말의 으스대는 악덕 자본가를 떠올리며 '강도 남작'이라고 부른다. 분명 감시 자본주의 시대도 우리가 그렇게 살길 원치 않았음을 우리에게 알려주며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것이다. 감시 자본주의는 우리의 가장 위대한 도덕적 정치적 성취를 파괴하겠다고 위협하면서 그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알려줄 것이다. 또한 서로 신뢰하는 것만이 불확실성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방법임을 상기시켜 줄 것이다.

감시 자본주의는 민주주의로 길들이지 않은 권력이란 추방과 절망을 낳을 뿐임을 보여준다. 프리드먼이 말한 여론과 내구성 있는 법의 순환적 관계를 우리에게 적용해보자. 우리의 지식을 활용해 다시 방향을 설정하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도록 독려하고 새로운 출발점을 만드는 것, 이 모든 일이 우리에게 달려 있다.

산업 자본주의에게 정복당한 자연은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인간의 본성을 정복하려는 자들은 그들이 노리는 희생양에게 우렁찬 목소리가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 위험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격퇴할 준비가 되어 있다. 내가 이 책을 쓴 이유가 바로 이 집단적 노력에 기여하고자 함이다.

 


 

이 책은 21세기 『자본론』이다. 마르크스의 『자본론』(1867)은 상품 분석으로부터 자본주의의 비밀을 파헤친다. 상품은 무엇인가? 그 속에 내장된 노동은 무엇인가? 왜 자본이 상품에 투입되고 시장을 돌아 나오면 수익이 발생하는가? 수익의 본질은 무엇인가?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출발시킨 질문이다. 수익은 잉여가치의 수탈이었다. 잉여가치는 죽은 노동, 삶의 조건을 뜯어가 발생한 착취의 총량이다. 당시의 국민경제학을 꼼짝 못하게 만든 잉여가치의 발견은 자본주의적 모순과 증폭으로 인한 자본주의의 내적 붕괴라는 논리로 이어졌다. 자본주의는 착취를 내재화하고 있기에 소멸될 수밖에 없는 체제로 규정되었다. 그런데 자본주의는 다행히 내부 모순을 치유하는 힘을 장착하고 있다. 칼 폴라니가 지칭한 이중 운동, 모순을 치유하는 힘이 자라나 붕괴를 막고 진전을 가능하게 하는 인간의 창조적 작업이 그것이다.

이 책은 감시 자본주의의 내적 동학과 디지털 자본의 은밀한 수탈 과정을 규명했다는 의미에서 21세기 『자본론』이다. 디지털 자본의 행동수탈에 포획된 인간 행위와 경제 구조, 그것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디지털 자본의 사이클을 적확히 밝혔다. 주보프가 드러낸 디지털 자본의 운동 법칙에 대한 동의 여부는 독자들 몫이다. 마르크스의 상품분석이 'm-c-m'으로 요약된다면, 주보프의 행동상품 사이클은 'm-b-M'일 것이다. m은 자본, b는 행동잉여와 수탈된 행위 조각들로 만들어진 행동예측상품, M은 산업자본보다 수익이 훨씬 큰 디지털 자본이다.(제조업의 평균 수익률은 5% 내외, 디지털 자본의 평균수익률은 30~50%에 이른다). 무엇보다 디지털 자본은 현실 마이닝을 통해 인간을 천연자원화하고 급기야는 인간성 멸절을 초래한다는 이 엄청난 가설을 입증하는 데에 성공했다.

그렇다면 21세기 문명은 디지털 기업의 달콤한 약속과는 정반대로 대재앙에 처해 있는 셈이다. 주보프가 묻는다. 빅 아더의 수탈 아키텍처에서 도망칠 수 있는가? 우리에게 망명할 권리는 아직 살아 있는가? 당연히 있다. 21세기 문명의 인간화를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한다.

 


 

저자 : 쇼샤나 주보프(SHOSHANA ZUBOFF)

 

시카고 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에 하버드 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주보프는 현재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명예교수이자, 하버드 로 스쿨 산하의 인터넷과 사회를 위한 버크먼 클라인 센터 자문교수로 있다. 주보프가 쓴 세 권의 저서는 각 시기에 기술 사회가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음을 알렸다. 1980년대 말에 출간된 《스마트 기계의 시대》는 컴퓨터가 어떻게 근대적 작업장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것인지를 예견했다. 이 책은 “보기 드물게 독창적인 저서”라는 찬사와 함께 《뉴욕 타임스 북 리뷰》 1면에 실렸다. 21세기 초에 쓴 《지원 경제》는 디지털 기술로 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되는 자본주의의 부상을 예고했다. 《감시 자본주의 시대》는 완전히 새로운 산업 시스템이 작동하는 세계, 테크놀로지의 사용자가 그 시스템의 고객이 아니라 원재료가 되는 세계를 폭로한다.

 

역자 : 김보영

 

고려대학교 산림자원학과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성균관대학교 번역·TESOL 대학원에 진학해 번역 공부를 하며 다양한 도서를 번역했다. 번역학과 졸업 후, 현재는 출판번역 에이전시 베네트랜스에서 번역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도서의 검토와 번역을 진행하고 있다. 번역한 도서로는 《제3의 장소》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공역) 《국제 이주》 《사이버 파워》(공역) 《ELEMENTS OF SURPRISE》 (출간 예정)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