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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쉬운 경제학 - 영화로 배우는 50가지 생존 경제 상식
강영연 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1년 5월
평점 :
이 책 『이토록 쉬운 경제학』은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기회비용과 매몰비용부터 밴드왜건 효과와 외부 효과까지 수많은 경제학 용어를 헤집는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주 보고 듣는 경제 용어지만 크게 관심을 두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용어의 뜻을 잘 몰라도 의미를 전해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정확하게는 전문적인 경제 용어를 잘 몰라도 뉴스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기자들이 기사를 쉽게 풀어쓰기 때문이다.
사실 자주 등장하는 경제 용어는 어려운 것들이 너무 많다. 경제 발전보다 훨씬 빠르게 경제 용어는 쏟아져 나온다. 아마 전 세계에서 경제에 대한 연구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리라. 경제학 용어는 어렵고 경제 현상은 복잡해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는 경제를 공부해야 한다. 경제는 생존의 문제다. 그렇기에 경제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고 경제학이라는 낯선 길을 안내해줄 길잡이가 필요하다. 이에 착안해 겅제 전문기자들이 한마음으로 합쳤다. 〈한국경제신문〉 지면에 매주 토요일자에 실렸던 「시네마노믹스」 코너의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이 책은 〈기생충〉으로 세대 간 소득탄력성을 설명하고 〈미안해요 리키〉로 긱 이코노미를 설명한다. 〈아이리시맨〉으로는 임금탄력성을, 〈라라랜드〉로는 가격탄력성을, 〈극한직업〉으로는 완전 경쟁시장과 독점적 경쟁시장을, 〈아메리칸 셰프〉로는 밈노믹스를, 〈어벤져스〉로는 인구경제학을 설명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기회비용과 매몰비용부터 밴드왜건 효과와 외부 효과까지 수많은 경제학 용어를 헤집는다.
누구나 책장 한 구석에는 두꺼운 책 한 권이 꽂혀 있다. 공부할 결심으로 서점을 찾아 야심차게 사서 들고 나왔지만,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하고 덮어버린 책이다. 경제를 공부해야 할 필요성은 절실히 느끼지만 도무지 손이 가지 않는 책, 하루하루 먼지만 쌓여가는 경제 전문 서적은 이제 작별을 고한다. 경제학 책도 영화만큼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이 책 저자들의 지론이다. 경제학 용어는 어렵고 경제 현상은 갈수록 복잡해진다. 그래서 우리는 경제를 공부해야 한다. 워낙 경제가 어렵고 복잡해지기 때문에 자신이 경제 행위를 하는 사람인데 굳이 경제 공부를 따로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이젠 먹혀들지 않는다. 경제는 생존의 문제다. 그렇기에 경제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고 경제학이라는 낯선 길을 안내해줄 길잡이가 필요하다. 이 책이 그 역할을 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이 책은 8개의 장(章)으로 나뉘어 있다. 각 장마다 4~10개씩 모두 50개 영화에 대해 경제적 해석을 붙이고 용어도 설명한다. 각 장의 제목도 왼쪽에 텍스트로서의 경제 용어나 실제 사용 언어를 사용했고, 오른쪽에 영화 제목처럼 다소 선정적인 제목을 달아 눈길을 끈다.
1장.빈곤 - 우리는 왜 가난해지는 걸까
2장. 일자리와 복지 - 직업이 없어 죄송합니다
3장. 사랑과 우정 -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4장 차별과 페미니즘 - 여자가 돈을 적게 버는 건 남자보다 능력이 없어서일까
5장 마케팅과 경쟁 - 끝까지 살아남은 자가 이긴 자다
6장 기업윤리 - 합리와 윤리 사이에서
7장 정책실패와 경제위기 - 불황은 누구의 탓일까
8장 기술진보와 재난 - 진화의 끝에서 우리는 행복할까
영화 〈기생충〉은 대한민국 영화사에 큰 획을 그었다. 여간해선 유색인종에게 자리를 내주지 않았던 아카데미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 등 4개부문에서 수상함으로써 일약 세계 최고의 영화로 떠올랐고, 단박에 1,000만 관중을 돌파해 수많은 기록을 다시 썼다. 이미 타 영화제에서도 상을 휩쓸어 수상 숫자를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상복이 터진 영화로도 유명하다. 이 영화는 '계급'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특히 유명 건축가가 지은 이선균네 저택은 최상위 계층의 가족임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화면마다 가득하다. 이들에게 빌붙어(?) 사는 송강호네 가족은 운전기사, 입주 가사도우미, 가정교사 등을 주인집을 속여 얻어내 이들의 동거는 시작된다. 워낙 유명한 영화라서 줄거리를 여기에 적는다는 것마저 쑥스러울 지경이다.
영화는 사람 사는 이야기이고, 사람이 살아가는 데 경제는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삶을 다루지 않는 영화는 없으며 인간의 행동 가운데 경제 원리로 설명되지 않는 것은 없다. 영화를 본다는 건 또 다른 시선으로 삶을 바라보는 것이고, 경제를 안다는 건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삶에 밀착된 영화와 경제가 만났다. 낯설고 어려운 경제학을 익숙하고 흥미로운 영화를 통해 배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은 앞서 언급한 대로 영화 〈기생충〉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송강호) 가족이 기를 쓰고 박 사장(이선균)의 집에 들어가려는 것은 계층이동의 욕망 때문이며, 그 집에서 벌어지는 약자 간의 피 튀기는 싸움은 결국 일자리를 두고 벌이는 싸움이다. 가난은 대물림되고 부(富) 역시 부모에서 자녀로 이어진다. 이를 나타내는 지표가 ‘세대간 소득탄력성’이다. 대한민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세대 간 소득탄력성이 낮은 편이다. 가난과 부가 대물림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적고 계층이동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는 뜻이다.
이 이론과 결론이 맞는다면 대한민국의 계층이동 현실과는 다소 다른 점이 사뭇 의심스럽다. 대한민국은 예외적인가, 아니면 이론이 잘못된 것인가, 아니면 해석하는 기자의 잘못인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한다. 다만 '세대간 소득탄력성'이란 어려운 경제 용어를 풀이하기에 적절한 예인 것은 맞다. 기우 가족은 과연 계층 사다리를 타고 반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설 수 있을까.
박찬욱 감독의 퀴어 영화 〈아가씨〉에서는 히데코와 숙희, 후지와라의 삼각관계를 통해 ‘보완재’ ‘대체재’의 개념을 배울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히데코에게 숙희는 자유로운 삶을 위해 필요한 후지와라의 보완재일 뿐이다. 보완재란 빵과 잼처럼 같이 소비할 때 효용이 늘어나는 재화다. 그래서 ‘협동재’라고도 한다. 그러나 히데코가 숙희를 사랑하게 되면서 숙희와 후지와라의 관계는 대체재로 바뀐다. 콜라와 사이다처럼 비슷해서 둘 중 하나만 선택하게 되기에 ‘경쟁재’라고도 한다. 히데코가 후지와라를 버리고 숙희를 선택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의 50번째로 마지막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은 2045년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은 암울한 현실을 피해 가상현실(VR) 게임 오아시스에 접속해 살아간다. 게임 속 세상은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자 상상하는 모든 것이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오아시스는 ‘메타버스’의 일종이다. ‘가상(meta)’과 ‘세계(universe)’의 합성어로 코로나19 이후 주목받는 개념이다. VR 기술을 바탕으로 한다. VR 기술의 발전은 영화 속 이야기만이 아니다. VR기기 전문기업 테슬라슈트는 가상세계에서 느껴지는 손의 촉각을 현실에서도 느낄 수 있는 글러브를 이미 2년 전에 개발했다.
독자 개인적으로는 〈국가부도의 날〉에 대한 재조명한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책에 따르면 당시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과도한 여신(與信)이었다. 장밋빛 미래가 계속되리라는 믿음에 너도나도 빚을 내 투자와 생산을 했다. 경제는 빠르게 발전했고, 부채로 쌓아올린 경제는 튼튼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버블이 꺼지고 부채 상환이 불가능해진 순간 모래성은 빠르게 무너졌다. 모건스탠리 동아시아사업부는 11월 15일 모든 투자자에게 당장 떠나라는 메일을 보낸다.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기업에 빌려준 돈의 만기 연장을 거절하고, 돈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이런 실제 상황은 영화에 그대로 묘사된다.
주식시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어어진다. 외국인은 연일 한국 주식을 매도했다. 해외 투자자가 빠져나가며 환율이 타격을 받았다. 11월 15일 583.8이던 종합주가지수는 IMF 구제금융 합의안에 서명한 12월 3일 379.3까지 떨어진다. 원/달러 환율 역시 같은 기간 달러당 792원에서 1,610원으로 103.2% 급등(원화가치 급락)했다.
당시 급박하게 전개되던 정부의 정채 실패 현장과 시장에서의 패닉 상태에 빠진 개인 투자자와 기업들. 당시 뉴스도 기억날 정도로 생생하다. 워낙 큰 사건이라 기억이 생생하다. 23년여 전의 사실인데도...
그동안 크게 부동산 증권 등 경제 문제에 큰 관심을 갖지 않은 사람도 최근 주식이나 암호화폐, 부동산 뉴스가 집중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바람에 귀동냥이나 오다가다 들은 말로 이쪽 분야에 관심을 곤두세우고 있다. 독자 역시 마찬가지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돈 벌 곳은 줄고, 쓸 곳은 여전하기에 상대적으로 소득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경제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사람도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읽으려면 경제를 빼놓고선 말할 수 없다. 경제는 사람 사는 문제고, 사람 사는 것은 경제와 직접적으로 관여돼 있기 때문에 외면해선 경제 흐름을 쫓아갈 수 없다. 다만 어려운 용어나 새로 생기는 용어가 많은 경제 분야는 독한 마음으로 임하지 않으면 경제 흐름을 쫓아가기조차 힘들다. 이제 시작한다면 남들보다 두세 배의 노력 없이는 남들만큼 경제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도 없다. 그래서 이 책이 필요하고, 발간되자마자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어려운 경제를 쉽게 해석하고 접근할 수 있고, 영화를 보는 방식으로 경제를 보면 이해와 기억에 저장하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독자도 경제에 관해서는 문외한이다. 아니 관심을 별로 두지 않았다. 하는 일이 경제와 전혀 관련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경제와 관련 없어 경제 공부를 안 한 게 아니라 경제가 어려워 경제 공부를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 용어도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았다. 특히 풀어쓰지 않았다면 10개 중에 하나나 제대로 이해했을까 두렵다. 이에 비해 영화는 평소 좋아하고, 익숙한 영화라는 콘텐츠로 경제를 설명해주니 우선 저항감이 없었고, 영화의 내용으로 설명을 하고 있어서 이해도 쉽게 되었다. 왜 그동안 영화를 보면서 경제 문제는 한 번도 생각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감도 든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