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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반야심경 1
혜범 지음 / 문학세계사 / 2021년 5월
평점 :
산다는 건 몹시 힘든 일이다. 좋은 직장을 구하고, 멋진 배우자를 만나고, 자식을 낳아 잘 키우고, 돈을 많이 벌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바람은 모두 인생의 고통이 된다. 고통에서 벗어나고자 종교, 심리학, 의학, 경제학에서 답을 찾기도 하지만, 녹록치 않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반야심경」이 내놓은 답은 “해답은 없다”는 것이다. 있지도 않은 답을 찾기 위해 고통받지 말고, 생각을 바꾸라고 한다. 오직 자기 자신에게 집중함으로써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라고 조언한다. 존재의 진정한 모습을 바라볼 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있고, 인생과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다.
마음이 지치고 심란할 때 많은 사람들이 반야심경을 찾는다. 가장 신비하고 밝은 주문이며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주문이자 괴로움을 없애고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주문으로, 외우면 외울수록 또 그 안에 숨겨진 의미를 깨닫고 실천할수록 궁극적 자유를 얻도록 돕기 때문이다. 바로 자신이 원하고 바라는 유형의 사람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당신도 「반야심경」 속에서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얻을 수 있기를 독자는 바란다.
이 작품 『소설 반야심경』은 1990년대 100만 부가 팔렸던 장편소설을 제목만 남기고 새로 썼다. 부처님 오신날(19일)에 맞춰 출간한 구도소설이다. 부처님 오신날에 맞춘 것이긴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등 불안정한 시국에 지치고 점점 불안감 우울감이 심해지는 요즈음 마음의 평온함을 가져다 줄 소설로 인기를 끈 것으로 보인다.
독자는 불교신자도 아니지만 위대한 종교는 인간이 갖고 있는 부정적 감정에 휩싸일 때 위로를 주고 마음의 평온함을 가져다 주는 힘이 있다고 믿고 있다. 서둘러 이 책을 찾아 읽게된 이유다. 비승비속(非僧非俗), 속세와 산중을 넘나드는 해인의 만행(萬行)이 서울역 지하도, 한센병 집단 거주지, 재활병원 등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저자 혜범이 원주 송정암에 주석하는 수행자다.
소설 제목이 된 「반야심경」은 불교경전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지고 또 가장 많이 유통된다고 한다. 정확한 명칭은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으로서 보통 「반야심경」이라 줄여서 부르고 있다. 「반야심경」은 불과 260자밖에 되지 않는 짧은 경문이지만, 대·소승 경전의 내용을 간결하고도 풍부하게 응축하고 있어서, 예불이나 각종 의식에는 물론 식사 때에도 지송하고 있을 뿐 아니라 초종파적으로 공통으로 독송하는 경전이라는 게 불교계의 조언이다. 불교에 입문하지 않더라도 불교사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경전이 뜻하는 바를 이해하기에 앞서 외워두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할 만큼 불교 입문서로서의 대표성도 가지고 있다. 「반야심경」은 많은 번역본이 존재하는데, 그 가운데에서 일반적으로 독송되는 것은 당의 현장이 번역한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경전의 이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마하'는 '크다'를 뜻하는 말이고, '반야'는 '지혜'를 뜻하며, '바라밀다'는 '완성'을, '심'은 심장 또는 정수를 뜻하는 말이므로, 「마하반야바라밀다심경」을 뜻으로 풀어보면 '위대한 지혜의 완성과 그 정수를 담은 경'이 된다. 그래서 어떤 번역본은 「대명도경(大明度經)」이라고도 했다. 여기서 '명(明)'은 지혜인 '반야'를, '도(度)'는 피안에 도달한다, 완성한다는 뜻으로 '바라밀다'를 의역한 것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약본으로서, 부처님이 관자재보살을 예로 들어 사리불에게 반야사상을 설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광본에 따르면 부처님은 왕사성 영취산에서 삼매에 들고, 그 삼매 속에 관자재보살이 옛날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때 사리불이 부처님의 힘을 빌어 관자재보살에게 보살이 행할 바를 묻고, 이에 대해 관자재보살이 약본의 내용을 그대로 설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부처님의 삼매 속에서 관자재보살이 설법을 행하는 형식인 것이다.
「반야심경」은 흔히 인도의 우수한 학승들이 반야계 경전뿐만 아니라 팔만대장경의 8만 4천 법문을 260자 안에 요약한, 전무후무한 경전이라고 일컫는다. 그만큼 군더더기 하나 없이 불교사상의 정수를 오롯이 담아냈다는 말인데, 음미할수록 한 자 한 자가 놀라운 짜임새로 구성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우선 공사상의 핵심을 정교하게 변증하는 앞단계가 있고 이어서 바라밀의 경지를 웅장한 톤으로 서술하고 있으며, 그 결론으로 진언의 내용이 풍부한 울림으로 마감하고 있는 것이다.
불교뿐만 아니라 불교용어도 잘 모르는 독자로서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사전 지식을 위해 반야심경에 대한 백과사전을 찾아봤다. 마침 우리말로 된 반야심경이 있어 여기에 옮겨 적으니 소설의 이해와 반야심경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기에 적어본다. 우리말본 가운데 청담스님이 번역한 「우리말 반야심경」이다. 다소 길어 발췌해 싣는다.
"관자재보살이 지혜로 도를 닦아 '참마음 자리'를 깨닫고 보니, 물질, 느낌, 따짐, 저지름, 버릇 등의 다섯 가지 '마음'의 고난에서 벗어났느니라.사리불이여, 물질이 허공과 다르지 않고 허공이 물질과 다르지 않으므로 물질이 바로 허공이며 허공이 바로 물질이니라. 이와 같이 중생들의 느낌과 따짐과 저지름과 버릇들이 바로 부처님의 밝은 지혜이며 부처님의 광명지혜가 바로 중생들의 나쁜 생각이니라.
(중략)
'마음'은 본래 아무 것도 얻을 것이 없기 때문에 '보살'이 반야바라밀이 되어 아무 데도 걸린 데가 없으므로 겁나는 일이 없으며 꿈같이 허망한 생각이 없어서 최후의 열반에 이르게 되며, 과거, 현재, 미래의 모든 부처도 이 '마음 자리'를 깨달아 가장 높고 바르고 밝은 지혜로써 생사를 초월했고 자유자재한 경지를 성취했느니라. 그러므로 생각의 주체인 이 마음도 아닌 '마음'이 가장 신비하고 가장 밝고 가장 높은 주문이며, 절대 아닌 절대로서 이 마음은 모든 것과는 다르면서 또한 만물과 둘이 아닌 주문이므로 능히 모든 고난을 물리칠 수 있고 진실하며 허망됨이 없느니라. 이에 마음을 깨닫는 주문을 말하리라.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소설은 불경 「반야심경」을 소설로 엮은 인간 존재의 근원과 그 초월에 관계된 장편 구도(求道)소설이다. 한 스님의 이야기를 통해 「반야심경」이 주는 삶의 심오한 의미를 깨닫게 되는 『소설 반야심경』은 누구나 한 번은 겪을 수 있는 평범하지 않은 일상 밖의 고통과 방황을 통해 내가 나를 찾아가는 세상 고해 속의 항해 일지이다.
부처가 설법한 내용이 담긴 책을 경전이라고 한다. 대승, 소승 경전의 방대함이 바닷가의 모래알과 같아 팔만사천 경전이라 부른다. 팔만사천 경전의 진수를 모아 270자(제목 포함)로 요약해서 세상의 진리를 밝힌 경전이 「반야심경」이다. 그러므로 「반야심경」은 승려는 물론 불교 신자와 일반인들도 탐독하는 불교 경전의 대명사이다. 『소설 반야심경』은 오랫동안 불교에 정진해 온 혜범 스님이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부처의 뜻을 담고 있다. 소설 구상과 집필에 5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이젠 어떻게 하면 되는 거예요?"
"바다로 가면 돼."
"바다요? 바다는 왜요?"
'살아있으니까."
"하필이면 왜 바다예요?"
"바다는 아우성치니까."
"아....... 우리들 존재의 바다요?"
"그렇지, 우리는 자유의 바다 화엄의 바다로 가는 사람들이란다."
바다로 왔고 교통사고를 당했다. 입원해서 7차, 8차, 11차 수술을 했다. 그동안 내가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조금만 더 참아봐.'. '산 사람은 살아야지.'였다. 몸이 껍데기라는 걸 알았다. 내 몸인데 몸은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렇다고 몸과 내가 분리될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병상에 누은 채 이 고통은 무엇이지? 하는 마음으로 『소설 반야심경』을 쓰기 시작했다.{p. 4)
3인칭 전지적 관찰자 시점의 이 소설은 소설 주인공과 저자의 구분이 불명확하다. 그러나 표현하려는 내용은 명확하고 형상화돼 있다. 「서문」부터 한 편의 영화처럼 그냥 그 장면이 눈앞에 그려진다. 평범한 일상이 아닌, 소설을 쓸 수밖에 없었던 계기 앞에서 독자의 마음은 이미 본문을 향해 가고 있었다.
저자의 장편소설 『언제나 막차를 타고 오는 사람』은 이미 영화화되었다. 초반부터 장면이 생생하게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을 보면 이 소설 역시 영화화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 해인은 30대 스님이다. 교통사고를 당해 생사를 오가다가 코마 상태에서 겨우 깨어났다. 그 장면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나는 누구지? 어디에 있었지? 그렇구나, 내 이름이 김산이로구나. 내가 만들었던 날들, 그 낮과 밤들,' 했는데 해인은 가물거리는 기억 속에 겨우 한 잎 과거의 단편 조각을 끄집어낼 수 있었다.(p. 12)
주인공, 소년은 서울 외곽의 Y시에서 태어났다. 소년에게는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선산, 토지를 제법 소유한 외조부가 있었다. 그 외조부가 물려받은 선산이 신도시 도시 개발 계획에 들고, 미리 신도시 계획을 안 무리들이 외조부에게 토지를 매매하라고 권유하지만 외조부는 거절한다. 이후 외조부는 간첩 조작 사건에 연루되어 용공 세력들의 활동 자금을 댄 것으로 용공 세력으로 몰리고, 끌려가 몸이 으스러져 폐인이 되고 의문사를 당한다. 그런 과정에서 소년의 이모는 실종된다.
소년의 아버지는 경찰관, 경사다. Y시의 변두리, 별 볼 일 없는 파출소의 차석으로 민중의 지팡이로서의 자부심이 강한 인물이다. 소년의 아버지는 위에서 덮은 외조부가 의문사한 사건의 궤적을 추적하며 수사한다.
그러던 어느 날, 소년의 아버지는 평상시와 같이 근무를 하다가 삼도 경계선의 다리에서 음주 차량을 적발한다. 운전자는 음주 측정을 거부한다. 운전자와 일행은 별장으로 놀러 온 ‘블루 하우스’의 사람들이었다. 파출소 소장과 차석인 소년의 아버지는 탑승자 세 명을 전원 파출소로 연행한다. 그러나 곧이어 연락을 받은 검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에 의해 음주 운전자들은 풀려나고 블루 하우스에 있는 이들에게 어처구니없게도 괘씸죄에 걸려 파출소 소장과 차석인 소년의 아버지는 폭행과 굴욕을 당한다.
그리고 며칠 후, 녹화 사업의 일환으로, 괘씸죄에 걸린 소년의 가족과 파출소 소장의 가족들은 총을 들고 방역복을 입은 사내들에 의해 감염병 바이러스 연구소로 강제 이주당해 한센병 집단 수용 지역으로 수용된다. 그곳에서 소년은 유년 시절의 갖은 역경을 겪는다.
소년의 어머니는 승려인 소년의 삼촌에게 비밀리에 연락하여 미감아인 소년을 구해 달라고 부탁한다. 승려인 삼촌은 대구 모 사찰의 주지일 때 만났던 군부 세력의 실세인 2인자의 부인이었던 보살에게 찾아가 청탁을 한다. 그렇게 삼촌, 지효 스님은 소년만 한센병 집단 거주 지역에서 겨우 빼낼 수 있었다. 주인공 소년은 한센병 집단 거주 지역을 빠져나와 거처를 관음사로 옮긴다. <2권에 계속>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