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친절한 세계사 -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김진연 옮김 / 미래의창 / 2021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 『세상 친절한 세계사』는 세계의 역사를 한눈에 쉽게 알 수 있도록 한 권으로 정리한 세계 역사서다. 세계 역사를 한 권으로 정리하기란 당초 불가능한 일일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수십~수백 권으로 정리한다고 널리 잘 읽히리란 보장도 없다. 역사서를 집필하는 학자의 입장에서는 두 가지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입장이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한 권으로 정리한 개괄적인 역사책이다. 사건 중심이나 인물 중심으로 역사서를 정리하면 비교적 쉽게 쓸 수 있고, 흥미도 끌 수 있을 것이다. 집필자에겐 강력한 유혹이다. 그만큼 위험도 있을 터, 무미건조한 책이 되면 널리 읽히기는커녕 '연구도, 깊은 고민도 없는 책'으로 치부되는 것은 학자 입장에서는 참을 수 없는 일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에게는 양쪽에 모두 다리를 걸친 채 '일부 성공'을 거둔 책으로 보인다.

독자의 흥미를 끄는 데는 임팩트가 약해 보이지만 깔끔한 내용 정리로는 많은 독자를 확보할 수도 있을 것이란 게 독자의 예상이다. 또 새로운 연구나 깊은 고민보다는 기존 지식에 바탕을 두었지만 흥미롭게 쓰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올 것으로 예측되기도 한다. 역시 사관이나 사학자들은 치열하게 역사를 산 사람 못지않게 치열한 연구와 사유가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애기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주는 데 한몫을 한 책이라는 게 독자의 생각이다.

저자 미야자키 마사카츠는 「머리말」을 통해 일반인들에게 세계사를 이해하기 쉽게 널리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는 사실을 밝힌다. 영화 한 편 보듯이 스토리를 근간으로 썼다는 말로 읽힌다. 이를 위해 저자는 우선 35개의 열쇠(키포인트)를 역사가 걸어온 길을 따라가는 이정표로 설정하고, 이에 의거하여 간결하게 본문을 썼다고 언급한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토막글을 넣었는데, 이를 통해 역사적 사실의 의의 및 현대와 관점으로 본 착안점 등을 제시했다. 또한 역사적 사실의 배열에도 신경을 쓰는 한편, 간단한 문장으로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요컨대, '외우는' 것이 아니라 '알고', '생각하는' 것에 중점울 둔 입문서로의 역할을 강조했다.

저자의 말대로 아주 훌륭한 입문서의 역할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책머리 부분에 있는 간단한 그림이나 본문 중간 중간에 적절히 넣은 지도는 주로 지리적인 측면의 이해를 돕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저자의 의도는 탁월하고 저자의 의도가 잘 반영된 책으로 나왔다. 독자 입장에서도 훌륭한 역사서 한 권으로 이 책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믿는다. 다만 관점이다. 즉 역사를 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편향되거나 주관적일 때는 아니 씀만 못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독자는 역사에 대한 지식 부족으로 저자의 관점(역사관)까지 의심할 바는 못 되지만 일본 일부 학자들의 역사관이 다소 편협하다는 데 동의한다. 그것은 세계의 역사를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의 차이여서 글로 비판하기는 어렵다.

 


 

세계사는 늘 새로운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한편의 대하드라마와 같다는 출판사의 소개글대로 구성에도 반영됐다. 1편에는 메소포타미아의 하천 문명이 그 주인공이었다면 2편에서는 그리스, 로마 제국에서 유라시아, 몽골제국에 이르는 제국의 시대가 열린다. 이때의 주인공들은 말을 타는 기마민족들이다.

그러다가 대항해의 시대가 열리면서 네덜란드와 영국 같은 소국들이 뛰어난 항해기술을 기반으로 세계 곳곳으로 영토를 넓혀나간다. 대서양과 신대륙의 발견까지 이어지면서 자본주의의 토대가 놓이고 바다의 세계사가 육지의 세계사를 삼켜버린다. 이런 세계 규모의 시대는 필연적으로 민족주의의 각성으로 이어지면서 두 차례의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되고, 구세력이 몰락하는 가운데 신흥국가인 미국이 패권을 차지하게 된다. 미국의 주도하에 글로벌화가 진행된 20세기가 끝나고 21세기로 넘어온 지금, 앞으로도 이런 구도가 계속될 것인가 주목된다.

 


 

책에 따르면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의 지도를 보면 러시아 제국과 오스만 제국(터키), 청 제국(중국), 그리고 무굴 제국(인도)이 유라시아 지역의 대부분을 지배했고, 대서양 주변 지역에서는 유럽이 주도하는 자본주의 경제와 국민국가체제로 구성된 ‘큰 세계’가 대두했다. 당시 미국은 갓 독립한 나라였고, 호주와 캐나다는 영국의 식민지였다. 그러나 200년이 흐른 지금, 유라시아 제국은 붕괴되어 과거의 모습을 찾기 어렵고 근대를 견인해 온 유럽도 혼란에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세계의 중심이었던 대서양이 태평양에 그 자리를 내주고 있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이 대하드라마의 관전 포인트는 역사의 ‘맥’을 잘 짚는 것이다. 앞서 말한 대로 저자는 35개의 ‘키포인트’를 제시함으로써 역사의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이나 현상을 요소 요소에 배치했다. 또한 세계사의 큰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지도들을 전면에 배치하고 책의 설명을 뒷받침하는 지도들이 중간에 삽입되어 있어 이해를 돕고 있다. 세계사가 너무 방대해서 공부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거나, 빠른 시간에 세계사의 주요 포인트를 공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잘 쓰인 역사서 한 권은 선물이다.

 


 

이 책은 총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서두에는 지도를 통해 서로 다른 개념을 설명해준다. 특히 세계 지리 같은 지도는 문화, 문명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지역, 문명, 제국 그리고 다양한 흐름을 중심으로 설명한 도해는 이 책을 한 권으로 정리하는 데 부족한 설명을 그림으로 대체해주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낸다. 개괄적으로 그림을 앞으로 전진 배치시켜 독자의 세계사 전체의 흐름이나 개관을 이해하는 데 기여한 점이 돋보이는 책이다. 개개의 세부적인 장으로 넘어간다.

극히 자연스러워 독자로 하여금 부담 없이 알기 쉽게 하도록 배려한 점도 부각시킬 만한 장점이다. 세부 장(章)에서는 인류 초기부터 지금에 이르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사적인 의미를 35가지의 키워드로 잡아서 설명해 이 키워드만 따로 읽어도 인류사를 단번에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문명의 교류, 제국의 통일, 분열, 대항해시대, 대서양과 자본주의/국민국가, 영국이 이끄는 유럽, 그리고 1,2차 세계대전, 글로벌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이 지구뿐만 아니라 대항해 시대를 넘어 대우주 시대로 나아갈 바를 보여준다. 오랜 지구의 역사 중 아주 짧은 역사를 가진 인간은 진화, 문명, 전쟁, 자본주의 경제 등을 만들어낸 인류가 우주로 나가는 시대가 개막된 것이다. 마지막 문장은 독자가 원하는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대한 기대이지 책에 언급된 내용은 아니다.

이 책은 아직 대항해 시대에 머문 느낌이다. 다만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바뀌었다는 점만 강조한다. 역사책이어서 미래에 대한 언급을 생략한 것인지 모르지만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축이 옮겨졌다는 판단은 일본 역사가가 내세우는 데는 명분이 약하다는 게 독자의 생각이다.

 

18세기 후반에 시작된 ‘산업혁명’은 사회를 단기간에 변화시키지 않았다. 긴 세월에 걸쳐 바람직한 세계의 모습을 그 근본부터 전환시킨 산업혁명은 서서히 이루어진 사회변혁이었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보면, 화석연료인 석탄을 연소시키는 증기기관이 만들어낸 인공적인 에너지와 기계들을 연결시키는 공장이, 봉건 적 지배의 거점이었던 도시를 거대한 생산의 장으로 바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각지에 산업도시가 탄생하여 농지를 훨씬 능가하는 생산력으로 세계사를 새로운 국면으로 이끌었다. 바로 산업도시가 주도하 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p. 243)

 


 

태평양은 그 크기가 너무 광대해서 세계사 속에서 확고한 위치를 확립할 수 없었다. ‘물의 사막’이었던 셈이다. 이는 대서양이 자본주의 경제와 국민국가 체제에 의해 근대세계의 틀을 마련한 것과는 크게 다르다. 20세기 말에 세계 규모의 ‘전자공간’이 형성되어 경제의 글로벌화가 진행되었다. 또한, 아시아 여러 나라가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룩하자 마침내 세계사는 태평양 세계에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미국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중반에 걸쳐 태평양의 군사패권은 확립했지만, 경제권 성장까지는 이루지 못했다. 그 결과 태평양은 미소 냉전의 최전선이 되었다. 21세기에 들어서는 미국의 군사적 우위가 흔 들려 태평양 세계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의 장이 되고 있다.(p. 356)

 

저자 : 미야자키 마사카츠

 

942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교육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다. 도립미타고등학교, 구단고등학교, 쓰쿠바대학교 부속고등학교 세계사 교사를 역임했다. 이후 쓰쿠바대학교 강사와 홋카이도교육대학 교육학부 교수를 거치며 20여 년 동안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의 편집과 집필을 담당했다. NHK 방송의 고교 강좌 [세계사](TV와 라디오)의 전임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7년 퇴임 후, 중앙교육심의회 전문부회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시에 NHK 방송 문화센터, 아사히 컬처 센터, 도큐 세미나 BE 등에서 활발한 강의 활동을 펼치며 역사책 쓰기에 애쓰고 있다. 저서로 『부의 지도를 바꾼 돈의 세계사』,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지도로 읽는다』, 『물건으로 읽는 세계사』, 『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 『흐름이 보이는 세계사 경제 공부』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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