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잘것없는 사람 - 세상의 모든 부모, 자식을 위한 치유 에세이
고용환 지음 / 렛츠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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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 속에는 늘 마음의 상처를 지우지 못하게 하는 무언가가 존재하는 것 같다. 어떤 이유로든 마음의 상처를 받으면 상처를 준 사람을 쉽게 잊지 못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 중 마음에 오래 남는 상처를 주는 사람은 대개 가까운 사람들이다. 먼 관계거나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으로부터의 상처는 금세 잊기도 하고 일부만 제외한다면 애써 지우려 하지 않아도 망각 속으로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사이가 가까운 사람일수록 상처는 여간해서 지워지지 않는다.

자신만 마음 아파하는 것 같아 일부러 없애려 할수록 더 오래 기억에 남아 결국 한(恨)으로 남을 때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큰 상처를 입는 것은 가족들에게서라고 답한다고 설문조사 결과를 들어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상처를 주고받아도 가족간의 상처는 화해만 한다면 얼마든지 지워진다는 점이다.

 


 

이 책 『보잘것없는 사람』은 저자 고용환이 부모, 특히 아버지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를 지우지 못해 한으로 남아 힘든 시절의 이야기다. 나중에 깨달아 뉘우칠 때는 이미 부모가 세상에 계시지 않을 때다. 이럴 때 저자의 삶 속에 한으로 응축되었다가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릴 우려가 크다. 다만 저자처럼 뒤늦게 께우쳐 용서하고 화해함으로써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다는, 뼈저리게 느낀 교훈을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을 정도로 치유된 것으로 보인다. 저자는 거기서 그친 게 아니라 같이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도 유사한 경험의 상처를 갖고 있다면 이 책을 읽으며 용서와 화해로 치유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마음의 상처가 아버지를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표현할 정도로 심했던 것 같다. 저자는 상처의 기억을 “한때 자식들에게 짐이 되는 부모라는 존재를 세상에서 가장 보잘것없는 사람이라 여기며 살았다"고 한다. 시간이 흘러 철이 들고 부모가 되고 나니 그 소중함과 사랑을 절실히 그리워하게 되었고, 딸이 태어나고 서툰 부모 노릇을 하면서 나 또한 자식에게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남을 수도 있다는 무서운 현실과 마주하면서 서서히 깨닫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사랑을 이해하지 못하고 느끼지 못한 한심한 자신도 결국 보잘것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자기 성찰을 통해 뒤늦은 후회와 화해를 한 것이다.

 


 

이 책 『보잘것없는 사람』은 자식 된 입장에서 부모님은 늘 짐이 되는 존재라고 원망만 하며 살아온 저자가 아버지의 암 투병에 이어 어머니의 치매, 그리고 한 아이의 부모가 되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을 솔직하게 전하고 있다. 너무 가까이 있고 항상 내 편이어서 소홀하기만 했던 부모님께, 그리고 언제나 주어도 미안하고 부족했던 자식들에게 서로의 사랑을 더 늦기 전에 표현했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진심 어린 바람이 이 책을 쓰게 했다고 술회한다.

아울러 이 책을 읽는 누군가에게는 성찰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며 새로운 기회의 순간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에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고 토로한다. 우리나라나 중국, 일본 등에만 존재하는 효(孝)의 개념이 서양에는 없다고 한다. 개념이 없으니 효라는 단어도 없다. 저자가 추구하는 개념 중 하나는 효이다. 가족간의 불화나 마음의 상처 등이 주된 얘기로 나오지만 화해와 용서의 근원을 따져들어가면 결국 효와 맞닿는다.

 


 

삶이 고통스럽거나 현실의 만족도가 낮을 때, 사람들은 자신에게서 문제점을 찾기보다 가장 쉬운 남탓을 한다. 또는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은 심리에서 이런 말을 꺼내기도 한다. 이들은 대개 막연하게 생각하며 내 잘못은 없다는 취지로 말을 하며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그것이 보통 가족을 향하기 때문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아 후세에 그대로 전하는 중간자 역할이 되는 것이다.

이런 말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증오의 대물림'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현 상황에 대해 회피하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씻으려고 노력하지만 진정한 용서와 화해 없이는 공염불이다. 이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비열한 본성, 포장하면 내면적 솔직함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이젠 이런 자세를 버리고, 나를 위해서도, 나와 관게된 주변인들을 위해서도 더 나은 방향이나 방법으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의 가치는 부모에 대한 증오에 가까운 감정을 자기 성찰을 통해 사랑과 화해, 넓게는 효의 개념까지 동원해 부모에 대한 증오심을 사랑으로 바꾸어놓은 저자의 노력에 있다. 이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저자가 책에서 쓴 내용 중 어떻게 한 가정의 가장이자 아버지가 집을 저토록 내팽개치고 자신의 쾌락만을 추구하며 일생을 살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선시대 혹은 일제 강점기에나 있었을 법한 '한량'(저자의 표현)'이지 가장의 모습은 아니다. 피해는 오롯이 가족이라는 이유로, 아들이라는 악연으로 감내하며 살아야 했던 저자의 가슴은 얼마나 아프고 괴로웠을까 쉽게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저자는 증오 대신 용서를 택했고, 한(恨)을 버리고 화(和)를 택했다. 그래서 가정이 다시 온전한 가정으로 돌아옴은 물론 더 단단한 가족애로 뭉칠 수 있다는 훈훈한 이야기가 코로나로 잔뜩 위축되고 불안한 우리들의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제 사랑을 전해줄 대상이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그 사랑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가족 이야기여서 공감 형성이 어려울 수 있지만 저자의 사랑은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하고, 더 넓은 가슴속을 사랑으로 가득 채울 것 같다. 이 책이 주는, 드러나지 않은 메시지는 책을 읽는 독자에게 마음과 마음으로, 가슴에서 가습으로 옮아가며 세상에 대해 더 부드럽고 온화한 미소를 보내줄 것 같다. 내용이 주제에 집중돼 읽기가 편하고 가슴속을 거쳐 머릿속에도 각인된다. 자칫 어울리지 않을 어느 가족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잘 전해질 정도의 문장으로 공감을 이끌어낸다.

독자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너무 당연하고 가까이 있다는 이유로 가족에게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해보고, 혹시 떠오르는 부정적 감정을 이 책을 덮으며 모두 망각속으로 밀어넣어 버려야겠다는 생각이다. 가족의 소중함을 또 한 번 깨닫고 '가정의 달' 의미 깊은 책을 읽은 기분이 가볍고 개운하다. 독자와 함께 책을 읽은 모든 분들이 웃음과 희망이 넘치는 가정에서 마지막 고비가 될 코로나 팬데믹을 잘 넘기기를 저자와 함께 바라본다.

 

저자 : 고용환

 

삶이 지치고 힘들 때 글쓰기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솔직함을 공유합니다. 말하기보다는 듣기를 좋아합니다. 특별히 잘하는 것은 없지만 포기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완벽하지 않아서 행복하고 도전을 통해 삶을 충전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한 권의 솔직한 에세이가 여러분께 치유가 되었으면 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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