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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티 씽 - 반짝이는 것은 위험하다
자넬 브라운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1년 4월
평점 :
이 소설 『프리티 씽』은 "심리스릴러와 윤리에 관한 이야기가 적절하게 섞여 있는 최상의 서스펜스다. 읽는 순간 빨려 들어간다. 믿기 어려운 엄청난 속도로 홀린 듯이 읽어냈으며 모든 순간이 좋았다"는 평을 낸 제시카 놀(베스트셀러 《The Favorite Sister》 저자)의 말처럼 쉽게 읽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소설이라면 쉽게 읽히는 것이 제 1조건일 터, 당연히 이 작품은 미국 내 최고의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으면 인기를 몰아 영화화에도 성공했다.
이 소설은 가족애와 로맨스, 인간 내면에 숨겨진 욕망과 이중성, 잃어버린 진정한 관계에 대한 의미, 삶은 온전히 자신의 선택과 책임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까지 절묘하게 담아낸, 한 편의 ‘아름다운 수작(秀作)’임에 틀림없다. 이 소설은 한편으론 오늘날 세계 최강국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주기도 한다. 자본주의의 부정적인 면, 황금만능주의가 개인의 부(富)에 대한 집착과 비이성적으로 결합되면서 가장 흉악한 범죄도 서슴없이 저지르는 모습에서는 독자들에게 강한 경계의 메시지도 준다. 저자의 타고난 천재적 문장력으로 직접 묘사를 피해도 드러나는 미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현상이 숨어 있다.
독자도 소설적 재미보다 사실 메시지에 더 치중해서 읽은 느낌이 들 정도로 돈에 대한 개인의 욕망과 일탈은 이미 붙잡을 수준을 넘어서고 있음을 엿볼 수 있어 씁쓸한 뒷맛을 감출 수 없다.
한때 가난하지만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니나는 예술사 학사 학위만 있으면 갈망하던 직업을 얻을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그 꿈은 산산이 부서졌고 교활한 아일랜드인 남자친구 라클란과 함께 상류층 자녀들에게 사기를 치고 부유한 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며 살아간다. 니나는 최고의 사기꾼에게 기술을 배웠다.
니나의 엄마는 타고난 사기꾼이었고, 자신은 떳떳하지 못한 고된 삶을 살아도 딸에게는 괜찮은 어린 시절을 갖게 해주려고 애썼다. 그런 엄마가 병에 걸렸다. 엄마의 병을 고칠 수 있다면 니나는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 그것이 대담하고 위험한 사기 행각일지라도. 니나의 결심은 냉혹하고 차가운 미국 사회 현실의 어두운 면을 담고 있다. 차가운 타호 호숫가에서 니나, 바네사, 라클란, 세 사람의 인생이 충돌한다. 부와 욕망, 질투와 분노, 사랑과 배신 사이에서 줄다리기하듯 진실과 거짓이 뒤엉킨다.
저자는 부를 쫓는 자본주의 속 세상에서 가진 자와 못가진 자로 나뉘는 현대판 계급의식과 그것을 욕망하는 자와 질투하는 자 사이의 미묘한 심리를 꿰뚫어본다. 또 소셜미디어에 과도하게 집착하며 남들이 바라보는 시선에 전부를 거는 사람들, 남들의 사생활을 은밀히 지켜보고 싶어 하는 현대인의 심리도 날카롭게 파헤친다.
가난 속에서 사기꾼이었던 엄마의 모습을 닮지 않기를 꿈꿨지만 결국 거짓된 사기극을 꾸미게 되는 니나와 부유했지만 불우했던 가족사를 숨긴 채 SNS 속 세상에서 사치와 행복을 꾸며대는 바네사의 모습은 진짜와 가짜가 모호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현재 우리들의 자화상과도 묘하게 닮아 있다.
“이 모든 것이 그저 쇼라는 사실을 떠올렸다. 지금 여기에 진짜는 하나도 없었다. 우리 모두는 그저 허울뿐인 위조품들이었다.”
니나의 말에서 독자는 현재 미국 사회의 병리 현상을 읽었다. 그러나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어느 시대나 어느 사회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함께 병존하니까.
소설은 치밀한 범죄를 계획하고 전개하는 과정을 통해 쫄깃한 긴장감을 보여주는 아슬아슬한 복수극이자 사기극을 표방하지만, 과연 누가 누구를 속고 속일지, 어떤 게 진짜이고 가짜인지, 무엇이 허상이고 실체인지 들여다보게 하는 심리스릴러에 가깝다. 가질 수 없는 반짝이고 위험한 부와 욕망만을 쫓으며 살다보면, 우리 모두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괴물이 되어 갈 수 있음을 상기시키며, 스스로 어떤 자아로 살아갈 것인지 되묻는다. 완성도 높은 필력과 빠른 전개, 놀라운 흡인력으로, 결코 벗어날 수 없지만 애증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가족애와 로맨스, 인간 내면에 숨겨진 욕망과 이중성, 잃어버린 진정한 관계에 대한 의미, 삶은 온전히 자신의 선택과 책임에 달려 있다는 메시지까지 절묘하게 담아낸, 소설의 텍스트 같다.
바네사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지만 내면으로는 명예와 기대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싸우면서 부모님과 아픈 동생을 돌보아야 하는 책임을 지고 있다. 니나와 바네사는 모든 면에서 다르지만 한편으로는 닮은 부분도 있다. 바네사를 향한 니나의 접근을 보면서 일생일대의 사기극을 꾸미는 사기꾼과 그들의 표적이 된 바네사의 운명이 궁금해진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SNS와 인스타그램에 소개하면서 너무 자세한 내용으로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고 인스타그램에 나와 있는 것들이 모두 진실은 아니라는 사실이 소설적 구성으로 절묘하게 독자의 가슴으로 다가온다. 다른 사람에게 자랑하기 위해 올리는 글을 보면서 그 사람을 판단하고 비판하는 현실이 안타깝고, 거짓과 진실의 경계가 모호한 상황을 보며 안타까움에 독자는 애써 개운치 못한 뒷맛이 생각날까 눈을 질끈 감아본다.
"가족, 돈, 인스타그램의 충돌이 만들어낸 온갖 반전으로 가득한 이 소설은 상류층이 머무는 대저택의 벽을 사이로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모호한 현실을 풍자한다"고 소설의 속을 간파한 줄리아 필립스(베스트셀러 《사라지는 대지》 저자)의 추천사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저자 : 자넬 브라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프리티 씽PRETTY THINGS》을 비롯하여 《사라지는 나를 지켜봐줘WATCH ME DISAPPEAR》,
《우리가 원한 건 전부였어ALL WE EVER WANTED WAS EVERYTHING》, 《이곳이 우리가 사는 곳THIS IS WHERE WE LIVE》을 출간한, 영미 문학계가 주목하는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다. 〈보그〉, 〈뉴욕타임스〉, 〈엘르〉, 〈와이어드〉, 〈셀프〉, 〈로스앤젤레스타임스〉, 〈살롱〉 등 여러 매체에 기고하는 에세이스트이자 저널리스트이기도 하다. 전작인 《사라지는 나를 지켜봐줘》는 고담 그룹에 영화 판권이 계약되어 영화로 제작될 예정이고, 최신작 《프리티 씽》 역시 니콜 키드먼 주연, 리드 모라노 감독의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현재 《프리티 씽》의 드라마화를 앞두고 각본을 맡아 진행 중이며, 남편과 두 아이와 함께 로스앤젤레스에서 살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