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집 정리 - 부모님과 마주하는 마지막 시간 즐거운 정리 수납 시리즈
주부의벗사 편집부 엮음, 박승희 옮김 / 즐거운상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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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집 정리란 책을 왜 냈을까. 처음 왜 이런 책이 필요하지란 게 독자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러나 직접 책을 펼쳐보고 생각이 달라졌다.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누구나 거쳐야 할 부모님의 노환과 죽음이다. 평범한 가정이든 특별한 가정이든 이 점은 모두에게 닥치는 문제다. 따라서 부모님의 집과 짐 정리를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주제는 책을 내기에 충분하다.

사실 우리 주위에도 부모님의 사후에 집 정리보다는 짐 정리로 골치 깨나 썩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독자는 '물건은 버리면 된다'라고 생각했던 게 사려 깊지 못한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특히 짐 정리는 정작 닥치면 어려워하고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형제가 없이 혼자라면 타인의 의사를 물어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 않으면 귀중품이나 돈으로 환산되는 물건을 빼고는 모두 쓰레기 처리하게 된다. 사는 곳 주민센터 등에 가면 폐기물이나 가구, 이불 등을 버릴 때 사용하는 폐기물 처리 부대 같은 것을 살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아 처리한다. 말 그대로 쓰레기로 처리하는 것. 이것도 번거로워하는 사람이 있다. 그만큼 편리함에 길들여지는 동안 부모님의 물건에 대해 아무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결과다.

독자도 2년여 전 어머니 상을 당했다. 그 전에 아버지 상도 당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짐을 정리하기 위해 시도했다가 동생의 강한 반발에 부딪쳤던 경험이 있다. 옷을 물론 이불, 침구류, 식기, 생활잡화 등을 모두 버려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여동생에게 "어떻게 그리 매몰차냐"는 힐난을 면치 못하고, 결국 그대로 방치 후 2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 짐 정리를 못한 상태다. 더욱이 어머니는 그 전에 돌아가신 아버님의 물건 중 상당 부분을 그대로 장롱이고, 린넨 창고 등에 그대로 보관해오고 있었다. 이젠 삼년째를 맞아 어머님의 짐 정리를 위해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 『부모님의 집 정리』가 많은 도움을 줄 것이란 기대와 함께.

 


 

이 책은 우선 부모님의 짐은 '부모님 삶의 기록이자 증거다'고 말한다. 짐 정리는 '아름다운 이별을 위한 마지막 시간'이란 엄숙함을 강조한다. 이후 짐 정리의 15가지 사례를 들며 여러 경우의 수를 계산해 독자들이 알맞는 방법을 채택해 '아름다운 이별'의 기회를 제공한다. 15가지 사례의 대부분이 우리의 실정과 잘 맞는다. 현대의 역사를 일본과 대한민국은 떼려야 떼놓을 수 없는 악연의 연속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부모님 세대는 물건이 귀하던 시대를 살아왔다. 2차대전 후에야 비로소 사회가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경제도 물질도 풍요로워진 것이다. 그래서 부모님 세대에게는 물건을 '아낀다'는 사고방식이 깊이 박혀 있다. 그들에게 물건은 풍요의 상징이기도 하다. 쓸모가 없어진 물건도 '아까워서', '언젠가 쓸지도 모른다'며 버리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웃나라여서인지 역사의 가해자와 피해자로서 경제적인 면은 같은 길을 걸어왔다. 오히려 우리가 좀 늦은 감이 있다. 우리의 산업사회로의 이전이 1960년대 이후 시작됐으니 패전 후 건설과정의 일본에 비해 다소 늦었다고 본다. 일본은 강점기 이전에 이미 산업사회(군수산업 위주로)로 바뀌어오고 있었다. 아무튼 우리 부모님 세대는 물건을 무척 아끼고 때가 끼고 광이 반들반들할 때까지 썼다. 독자의 기억에도 생생한 여러 장면이 많이 떠오르는 부분이다.

 


 

이처럼 부모님 세대는 물건을 아끼다 결국 버리기도 더 어렵게 된다. 언제 또 쓰임새가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서다. 집안 안 보이는 곳에 잘도 쌓아두신 우리의 어머니들이다. 이 책이 제시한 집 정리 가이드와 기본규칙 11가지를 옮겨 쓴다. 몇 가지는 독자의 경우와 거의 같고, 몇 가지는 다르다. 이 책이 15개나 되는 사례를 들어 설명한 만큼 개인적인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필요한 항목만, 자신이 원하는 항목만 발췌해 적용하면 좋을 듯하다.

〈부모님 집을 정리하기 전 기억해야 할 7가지〉

1.부모님의 집 정리, 이제 우리 모두가 피해갈 수 없는 숙제다.

2.물건을 귀하게 여기던 부모님 세대 쉽게 버리지 못하니 짐이 많을 수 밖에 없다.

3.부모님의 집 안 상태를 냉정하게 점검하라

4.정리 계획을 세우고 ‘정리 노트’를 작성한다.

5.혼자서는 어렵다. 주변에 도움을 적극적으로 청한다

6.처분할 물건은 지역의 규정을 미리 확인한다.

7.누구나 한 번은 도중에 좌절감을 느낀다.

 


 

〈부모님의 집 정리 기본규칙 11가지〉

1. 분류한 물건을 둘 장소를 먼저 확보한다.

2. 코너를 정해 차례대로 정리한다.

3. 가족과 함께 정리할 때는 역할을 나눈다. 상대방의 처분 방법에 대해 불평하지 않는다.

4. 망설여지는 물건은 일단 보류하고 진행해나간다.

5. 한번에 다 하겠다는 생각은 금물! 체력과 기력을 고려해 몇 번에 나눠서 정리한다.

6. 옷은 재활용법을 찾아 처분한다.

7. 한여름에는 집 정리를 피한다.

8. 추억의 물건은 유예 기간을 두고 정리한다.

9. 마음 먹었을 때 바로 실행에 옮긴다.

10. 새 물건이라도 필요없으면 정리한다.

11. 혼자 사는데 많은 물건은 필요치 않다.

 


 

이 책은 의외로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화제를 몰고오며 크게 열풍을 일으켰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TV는 물론이고 경제 잡지까지도 ‘부모님의 집 정리’를 다루었고, 문화센터에서는 ‘부모님 집 정리’ 강좌가 개설되었다. ‘나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다가 부모님의 집 정리로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 같다. 가족에 관련된 민감한 문제여서 공론화할 기회가 적었지만, 고령의 부모와 떨어져 사는 장년 세대 대부분이 안고 있는 문제다. 해결을 위한 노하우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최근에는 ‘부모님의 집 정리’ 문제에 직면한 자식세대의 미혼율이 증가했다. 자녀가 없는 독신자도 드물지 않다. (TDB 경기동향 보고서 2018. 9. 5.) 노인 단독 세대의 비율이 증가하는 가운데, 이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지혜를 모아가야 할 문제가 되었다.

독자의 생각은 그랬다. ‘정리 업체도 많은데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깔끔하게 정리된 집에서 살고 있는 이들도 막상 부모님의 집 정리는 어려워한다는 것.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물건을 대하는 ‘가치관’의 차이다. 대부분의 부모 세대는 물건을 버리는 것을 너무 싫어한다. 쓸모가 없어진 물건조차도 버리는 것을 아까워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에서는 부모님의 집을 정리한 15인의 사례를 소개한다.

부모님의 집을 혼자 정리하면서 물건을 끝도 없이 내다버리다가 울어 버렸다는 사람, 늙은 부모님을 어르고 달래가며 겨우 설득해 생활에 필요한 것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처분한 사람, 남편과 함께 여름 내내 짐을 정리한 사람, 맹렬한 속도로 정리해 이사와 집 매각까지 불과 몇 개월 만에 해치운 사람, 5년이 지난 지금도 정리가 끝나지 않았다는 사람, 정리하다 결국 중단해버린 사람……. 15인 15색, 같은 사례는 하나도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례에서 보듯 부모님이 정리를 완강하게 거부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치매에 걸린 부모님은 물건에 손도 대지 못하게 해서 결국은 돌아가신 후 정리한 경우도 있다. 어려운 시절을 지내온 부모님 세대는 물건을 아끼고, 필요 없는 물건이라도 버리는 것을 죄악시한다. 또한 추억이 가득한 물건을 버리는 것이 마치 자신이 버림받는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어 저항감이 크다.

두 번째 이유는 정리의 목적이 다르다. 자식 세대는 바닥에 물건이 많으면 위험하니 안전하고 건강하게 사시도록 정리하려고 한다. 또 물건이 많으면 생활 공간도 좁아진다. 물건을 관리하는 것도 힘에 부치기 마련이다. 하지만 부모들은 지금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 무엇이 위험한 것인지, 무엇이 불편한지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환경의 변화도 두려워한다.

세 번째 이유는 정서적인 부분이다. 집과 물건은 삶의 기록이자 증거이다. 물건 하나하나에 지나온 시간이 담겨있기 때문에 처분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 추억이 담긴 물건, 평소 살뜰하게 모아온 취미용품, 즐겨 입던 옷가지 등 부모님의 흔적이 가득한 물건을 쉽사리 정리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숙제’처럼 다가왔지만 부모님과 마주하는 귀한 시간이었다는 내용은 인상적이다. 저자에 따르면 ‘부모님의 집 정리’는 살아 계시는지, 돌아가셨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또한 남겨진 물건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부모님이 구입한 것인지, 대대로 물려받은 것인지, 추억의 물건인지 등 물건의 내용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100명이면 100명 모두 상황이 다르게 마련. ‘부모님의 집 정리’는 표준이 없기 때문에 힘들게 느껴진다.

이 책에 소개된 이들은 모두 부모님의 물건을 정리하면서 각자 다른 형태로 부모님과 마주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많은 양의 물건을 정리, 처분해야 하는 어려움과 함께 가슴 깊은 곳에서 솟아오르는 부모님에 대한 갖가지 감회에 젖고, 부모와 자식 관계를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귀한 시간이었다고 이야기한다.부모님의 집 정리가 힘든 일이지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누군가는 손쉽게 업체에 의뢰해 하루 만에 해결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모님의 삶의 흔적이 가득한 물건들을 그렇게 한꺼번에 쓸어버리듯이 정리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는 부모님을 요양시설에 모시면서 집을 정리한 경우, 부모님을 집으로 모신 경우, 부모님의 집으로 합가한 경우,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집을 정리한 경우 등 다양한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 부모님의 집을 정리할 때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을 미리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또한 부모님의 집을 정리하기 전 미리 알아두면 좋을 만한 7가지, 부모님과 합가할 때 기억해 둘 것, 유료 서비스 이용의 장단점, 부모님의 집 정리 기본 규칙 11가지 등의 구체적인 팁들이 상세히 수록되어 있다.(앞 부분에 명기함, 독자 주) 또한 노령자를 위한 다양한 요양 시설, 치매의 초기 증상 등 가이드 팁도 실려있다.

특히 부록으로 수록된 ‘부모님의 집 정리 노트’를 활용하여 집 정리 계획부터 정리 과정, 정리 후 소회까지 하나하나 기록해 볼 수 있다. 자신의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하여 시기를 조정하고, 계획을 세움으로써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부모님의 집을 정리하는 것은 내 삶에 대해 고민해보는 더없이 중요한 기회가 된다. 20년, 30년 후의 내 모습을 미리 들여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건을 얼마나 소유해야하는지부터 나의 삶은 어떻게 정리해나갈 수 있을지 등 미래를 계획하는 소중한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독자도 이제 이 책의 지침이나 규칙을 이용해 짐 정리를 할 생각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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