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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격언집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ㅣ 잘난 척 인문학
김대웅.임경민 지음 / 노마드 / 2021년 5월
평점 :
독자는 격언집을 언제부터 눈여겨보기 시작했는지 특별한 기억은 없다. 다만 어느 해 연말 서점(당시 오프라인 매장)에 볼 일이 있어 들렀다가 무척 예쁘게 생긴 책 한 권이 눈에 띄어 사 읽다 친해지기 시작했다. 이후 연말쯤 되면 한 권씩 구입하기도 했느데 벌써 10년은 넘은 것 같다. 때문에 집 책장에는 격언집이나 '한 줄 명언집', '1일 1명언' 등 비슷한 책이 10권 가량 꽂혀 있는 것 같다. 물론 가끔씩 펼쳐보긴 하지만 처음 샀을 때처럼 열심으로 읽지는 않는다. 처음에는 욕심이 지나쳐 외우려고 애썼고, 다음엔 이해하려 애썼지만 한 권도, 한 번도 성공한 적은 없다. 하루 한 줄이라지만 일년이 모이면 앞에 읽었던 것이 잘 기억이 안 나는 경우도 많다. 지금껏 기억속에 저장돼 언제든 필요할 때 꺼내 쓰는 명언은 몇십 개에 불과한 것 같다.
그러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꼭 읽고 가능하면 라틴어도 배워볼까 하는 심정이었다. 우리가 아는 많은 명언이나 격언 중에 그리스 로마의 것임을 확실히 아는 것도 셀 수 없이 많다. 독자는 개인적으로 로마제국에 대한 무한 동경심을 갖고 있다. 로마사를 자세히 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아는 지식으로는 로마제국이 멋진 나라였다는 생각이다. 결정적으로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서 크게 영향을 받았다는 점을 고백한다. 이 책을 읽기로 한 것도 라틴어 격언이니만큼 로마제국 시대의 격언이 많으리라 생각하니 더 기대되고 궁금해졌다.
그리스·로마 시대의 격언은 당대 집단지성의 핵심이자 시대를 초월한 지혜일 것이다. 그 격언들은 때로는 비수와 같은 날카로움으로 때로는 미소를 자아내는 풍자로 현재 우리의 삶과 사유에 여전히 유효하다. 어쩌면 우리 속담보다 자주 사용하지 않나 싶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격언도 라틴어에서 유래한 것이 많다. 뜻도 모르고 쓰기보다는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 알고 쓴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자칫 잘못 쓰면 오히려 망신이니까.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라틴어 격언집』은 '암흑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중세에 베스트셀러였던 에라스뮈스의 『아다지아(ADAGIA)』를 근간으로 한다. 고대 그리스·로마시대를 향해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그 지혜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아다지아』의 자리를 이제 이름에 걸맞게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라틴어 격언집』이 대신한다.
이 책도 쉽지 않은 길을 걸어왔음을 알게 됐다. 책에 따르면 당시 에라스뮈스가 유려한 문체로 고대 그리스 로마 세계를 보여 준 『아다지아』는 발간되자마자 사람들 사이에 필독해야 할 교과서로 자리 잡고 있는 상태였다. 저자 에라스뮈스는 당시 본격화되던 루터의 종교개혁에, 즉 교회 권력에 대한 루터의 비판에 호의적이기는 했으나 극단적인 신앙을 싫어했다. 그래서 종교 개혁에 반대하는 로마 가톨릭과 찬성하는 개신교 양 세력이 에라스뮈스를 끌어들이기 위해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는 중도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 때문에 그는 로마 가톨릭과 개신교 양쪽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곤경에 처한다.
특히 로마 교황청은 그를 공격하면서 『아다지아』에서 삭제할 부분을 세부적으로 지정해 교구에 지시했으며, 다른 저작물들은 목록을 만들어 작품 자체를 통재로 금지하거나 허용했다. 하지만 지극히 세부적인 해설이 달리 고대 그리스 및 라틴어 격언의 기념비적인 모음집 『아다지아』는 금지도서로 지정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일독을 권장하기도 힘든 책이었다.
이 책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라틴어 격언집』은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시리즈’ 열한 번째 책이다. 이 책의 키워드를 한마디로 정의하면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향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근간이 되는 데시데리위스 에라스뮈스(DESIDERIUS ERASMUS)의 『아다지아』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철학자, 작가, 정치가 등의 명언들을 한데 모아 1500년에 파리에서 『고전 격언집(COLLECTANEA ADAGIORUM)』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선보였다. 첫 출간 후 사람들에게 꾸준히 관심을 받고 읽힌 이 책은 저자 살아생전에 증보판을 거듭 펴냈다. 1508년 에라스뮈스는 항목을 3,000개로 늘리고, 여기에 풍부한 주석을 단 논평들과 정치적이고 도덕적인 주제에 대한 짧은 단상들을 덧붙여 『수천 개의 격언집(ADAGIORUM CHILIADES)』이라는 제목으로 출간했다. 이후 저자가 세상을 떠난 1536년까지 계속 증보되었는데, 최종적으로는 4,151개의 항목을 수록한 방대한 모음집이 되었다고 책은 밝히고 있다.
에라스뮈스의 『아다지아』에 실린 항목들은 유럽에서 아주 일상적이고 상투적인 표현이 되었고, 이제는 우리에게도 아주 친숙한 표현들이 많이 있다.『아다지아』는 고전·고대 문학에 대한 전형적인 ‘르네상스적 태도’를 반영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고전 작가들에 의해 처음으로 드러난 ‘시대를 초월한 지혜의 표현들’이 르네상스 시대에 변용과 확장되었던 것이다. 그것은 또한 현대 휴머니즘의 표현이기도 하다. 결국 『아다지아』는 고전문학을 더욱 광범위하게 고찰할 수 있는 지적 환경을 통해서 완성될 수 있었다. 그러므로 고전·고대의 지혜를 발휘하여 자기의 주장을 펴는 능력이 학문적으로나 심지어 정치적 담론의 중요한 부분이었던 시대에 출간된 에라스뮈스의 『아다지아』가 당시에 가장 인기 있는 책들 중 하나였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중세의 계몽주의자로 불리는 에라스뮈스는 밝은 눈으로 ‘시대를 초월한 지혜의 표현들’을 걸러내고, 여기에 풍부한 주석을 단 논평과 정치적이고 도덕적인 주제에 대한 짧은 단상들을 덧붙여 위대하고 독보적인 격언집 『아다지아』를 완성했다. 교회의 압력에도 질긴 생명력으로 살아남은 『아다지아』는 오늘날 전 세계인의 애독서로 번듯하게 자리 잡고 있다.
이 책 하나만으로도 시대를 너무 앞서 태어난 계몽주의자 ‘에라스뮈스의 이름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Nomen Erasmi nunquam peribit).’『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라틴어 격언집』은 로버트 블랜드(Robert Bland)가 펴낸 『Proverbs, Chiefly Taken From the Adagia of Erasmus』 가운데 현재의 삶과 사유에도 여전히 유효한 글들을 뽑아서 엮었다. 이 텍스트는 대부분 헨리 스티븐(Henry Steven)이 1550년에 펴낸 에라스뮈스의 『아다지아』에서 뽑아 편찬했으며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에스파냐어 격언들도 같이 묶어 보충해놓은 것이다.
Chapter 1 나를 부끄럽게 하는 것들 : 시기심과 우둔함
Chapter 2 잘난 척도 정도껏! : 허세와 위선
Chapter 3 오늘은 나에게, 내일은 당신에게 : 사랑과 우정
Chapter 4 가까이 있지만 깨닫지 못하는 : 가족과 행복
Chapter 5 처음은 항상 어렵다 : 희망과 미래
Chapter 6 없다, 그러나 있다! : 신과 운명
Chapter 7 간결하고 분명하게 : 순리와 원칙
Chapter 8 무슨 일이든 지나치지 않게 : 처세의 지헤와 분수
Chapter 9 진퇴양난·절체절명의 순간에 : 사리판단과 선택
Chapter 10 팍스 로마는 그들만의 평화 : 통치와 권모술수
Chapter11 갈망하지만 얻기 쉽지 않은 : 부와 거래
Chapter 12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하리라 : 전쟁과 애국심
카르페 디엠(CARPE DIEM) : ‘현재를 즐겨라’는 말은 가장 유명한 라틴어 격언 중 하나일 것이다. 호라티우스의 『송가』에서 유래한 말이다. ‘오늘을 즐겨라’는 낭만적인 뜻으로 많이 알고 있으나, 오히려 ‘오늘을 열심히 살라’는 경건한 뜻이라고 한다. 다소 와전된 느낌이지만 원문은 “되도록이면 다음 번을 덜 믿고 오늘을 잡아라”는 뜻이다. 오늘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다.”는 격언과 통한다.
현명한 자는 감정을 지배할 것이요, 어리석은 자는 감정의 노예가 되리라.
Animo imperabit sapiens, stultus serviet.
폭식이 칼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인다.
Gula plures quam gladious perimit.
은혜는 은혜로, 원한은 원한으로
Par pari referre
역자 : 김대웅
전주고등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를 나와 두레출판사 편집주간, 문예진흥원 심의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충무아트홀 갤러리 자문위원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교양 시리즈’인 『최초의 것들』, 『영어잡학사전』, 『신화와 성서에서 유래한 영어표현사전』 등을 비롯해 『그리스 7여신이 들려주는 나의 미래』, 『인문교양 174』, 『커피를 마시는 도시』 등이 있다. 편역서로는 『배꼽티를 입은 문화』, 『반 룬의 세계사 여행』, 『알기 쉽게 풀어쓴 일리아드·오디세이아』가 있으며, 번역서로는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 『독일 이데올로기』, 『루카치의 미학 사상』, 『영화 음악의 이해』, 『무대 뒤의 오페라』, 『패션의 유혹』, 『여신으로 본 그리스 신화』, 『상식과 교양으로 읽는 영어 이야기』, 『아인슈타인 명언』, 『마르크스·엥겔스 문학예술론』, 『마르크스 전기 1·2』(공역), 『그리스·로마 신화보다 재미있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공역),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 『레오나르도 다빈치』, 『마르크스 엥겔스 주택문제와 토지국유화』, 『시민불복종』(공역) 등이 있다. 해설서로 『숨겨진 그리스·로마 신화』가 있다.
역자 : 임경민
전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신동아』, 『월간 경향』, 『말』 등 여러 매체를 통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현장들을 취재하고 관련 기사들을 기획·집필하며 자유기고가로 활동했으며, 산하출판사 편집주간을 역임했다. 옮긴 책으로 『마르크스 전기 1·2』(공역), 『사랑하는 어머니』, 『에스페란사의 골짜기』, 『폭군들』, 『47』, 『반 룬의 지리학』, 『동물의 권리』, 『그리스·로마 신화보다 재미있는 플루타르코스 영웅전』(공역), 『숨겨진 그리스·로마 신화』, 『햄릿과 돈키호테』, 『시민불복종』(공역)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