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걷는 밤 - 나에게 안부를 묻는 시간
유희열.카카오엔터테인먼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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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자마자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 「밤을 잊은 그대에게」(약칭 '밤그대')가 생각난다. 밤 방송 프로그램, 음악, 에세이라는 키워드가 독자를 옛날 추억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5060세대임을 자백하는 격이지만 이 세대에게 밤그대는 전설과 같은 것이다. 깊은 밤, 아름다운 음악과 따뜻한 사연으로 청취자에게 휴식과 즐거움을 주기 위해 시작한 프로그램이다. 요즘 말로 '신드롬'이 생길 만큼 청춘 남녀의 귀를 사로잡았다.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의 전성기가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독자도 마니아는 아니었지만 자주 들었던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시작은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밤 12시부터 2시간 가량 진행됐던 것 같다. 밤 프로그램이니만큼 조용한 음악이 신청곡이고 방송곡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때는 밤 TV가 자정쯤부터는 끝났기 때문에 TV 무풍지대에서 청소년들과 청춘 남녀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프로그램으로 대단한 인기였다.

특히 출연자의 속삭이는 듯한 아나운스멘트는 지금도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으로 현재까지 출연자와 스탭진만 바뀌면서 이어오고 있다. 최장수 프로그램이 아닌가 싶다. 그때는 산업사회로 치닫는 한복판에 있어서 젊은 노동자부터 화이트칼러 직장인까지 이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였다. 야근하는 곳도 이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일했다는 곳도 많았다. 일의 피로를 풀어주고 음악의 갈증을 해소해주는 최고 프로그램의 대명사였다.(프로그램 방송사 사이트로 들어가 확인해보니 1964년부터 시작(당시 TBC)돼 지금은 KBS 제 3방송에서 유지원 아나운서가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 지속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의 피로감이 큳 요즘이다. 마음의 환기가 절실한 지금, ‘프로 산책러’ 유희열이 일상 속의 작은 여행을 위한 밤의 산책지를 책으로 펴냈다. 카카오TV 오리지널 예능 「밤을 걷는 밤」을 알차게 재구성한 이 책은 도시의 고즈넉한 밤 풍경, 유희열의 산책길 토크, 재기발랄한 일러스트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페이지를 넘기는 것만으로 산책하는 기분이 드는 사랑스러운 에세이다. “익숙한 동네도 밤에 걸으면 전엔 전혀 몰랐던 게 보인다”는 저자 유희열은 그만의 날카롭고 따스한 관찰력으로 우리가 알지 못했던 도시의 다정함을 꼼꼼히 비추어 보여준다.

이 섬세한 기록은 무력하고 무거운 마음을 한 자락씩 일으켜 당장이라도 집밖을 나서 자기만의 밤길을 걷고 싶게 한다. 마음이 답답할 때,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 만날 수 없는 누군가가 그리울 때, 사는 게 문득 견딜 수 없이 시시하게 느껴질 때, 거리로 나서 천천히 그의 뒤를 따라 걸어보는 것도 힐링이자 마음 치유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책 속의 그가 그랬듯, 돌아오는 길에 독자들의의 마음은 산책을 나설 때와 다른 말을 들려줄 것이다.

 


 

저자는 뛰어난 음악성과 따뜻한 감수성으로 폭넓은 세대로부터 사랑받아온 뮤지션이다. 그가 산책 중의 사색을 담은 에세이 『밤을 걷는 밤』을 독자들에게 선보였다.

베스트셀러 삽화집 『익숙한 그 집 앞』 이후 22년 만의 신작이다. 카카오TV 오리지널 예능 「밤을 걷는 밤」을 재구성한 이번 에세이엔 『익숙한 그 집 앞』 속의 감성과 「대화의 희열」 속의 연륜이 고루 배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밤은 하루 중 제 에너지가 가장 반짝이는 시간이에요.”

「FM 음악도시」부터 「스케치북」까지 유독 심야 방송 진행을 자주 맡아온 저자 유희열은 한결같이 ‘밤의 남자’였다.(이 표현은 임경선 작가가 사용했다고) 평소에도 밤에 걷기를 좋아하는 저자는 ‘그냥 아무 준비 없이 같이 걸으면 된다’는 제작진의 출연 요청을 선뜻 수락했다. 독자는 밤 음악방송과 위 사진의 결합으로 '서울 야곡'이 생각나 어쩔 수 없는 5060 세대임이 알려지지만 '꼰대'로부터는 벗어나는 느낌이어서 다소 위로를 받는다.

 


 

그로부터 약 4개월간, 청운효자동, 홍제천, 성북동, 합정동 등 서울의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시종일관 놀라고(“와! 저게 뭐야?”), 감탄하고(“와, 여기 이런 게 있었어?”), 쓸쓸해한다(“와…… 여기가 이렇게 변했어?”). 특유의 익살과 즉흥적인 감탄사로 오디오를 가득 메웠던 이 영상은 “잊었던 라디오 감성을 고스란히 되살린 힐링 방송”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했다. 대본도, 조명도 없이 오직 ‘혼자 걷는다’는 한 줄짜리 연출로 시작한 〈밤을 걷는 밤〉이 수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붙든 건 ‘유희열의 시선’이 있기에 가능했다.

‘매의 눈’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그는 우리가 무심히 스치는 일상의 풍경들을 한 컷, 한 컷 남김없이 따사롭게 비춘다. 먼발치서 걷는 행인의 등 뒤, 인적 없는 버스 정류장, 담벼락의 풀꽃 등, 지극히 평범한 장면들도 그의 시선이 닿으면 한 폭의 다정한 그림이 된다. 사는 게 문득 시시하게 느껴진다면 찬찬히 그의 시선을 따라가보자. 잘 안다고 믿었던 길들은 낯선 여행지가 되고, 쓸쓸하고 삭막했던 밤의 길목은 더없이 특별하고 매혹적인 산책지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산책을 닮은 에세이입니다. 산책하는 마음으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제가 좀 앞서 걸어가고 있고 한번 같이 밤 산책을 떠나신다, 하는 마음으로요.”(- 출간 전 저자 인터뷰 중에서)

이 책에는 독자가 잘 아는 길도 있고, 처음 들어본 길도 있다. 독자도 서울에서 50여년을 살았으니 웬만한 곳은 다 아는 편인데 처음 들어본 곳이 여러 곳 있다는데 저으기 놀랐다. 그러나 이내, 1,000만 명이 넘게 사는 서울 구석구석을 다 안다는 것은 직업상 서울을 이잡듯 다니는 사람이 아니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을 바꿔먹는다. 독자가 유독 서울을 더 사랑해서 골목 구석구석을 일부러 돌아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는 곳이 많다는 것은 흠이 되지 않을 것 같다.

“오르막길에서는 숨이 차면 쉬엄쉬엄 갈 수 있지만, 내리막길에서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누가 뒤에서 등을 툭툭 미는 것 같다. 산도, 인생도, 오를 때만큼이나 잘 내려가는 것이 중요하다.” 책 속에 저자가 사용한 멘트가 마치 귓가에 스치듯 들려온다.

 


 

산책하는 모습은 살아가는 모습을 닮게 마련. 담담하고 차분하게 기억을 되짚는 그의 산책기에는 인생을 대하는 그만의 태도가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미로 같은 골목길에 갇혀 우왕좌왕하다가도 느닷없이 나타난 옥수수밭에 감동해 넋을 놓고 감상하고, “길을 잃어버리는 것도 여행의 한 방법”이라며 짐짓 여유를 부리는가 하면, 숨이 턱까지 차도록 오른 어느 산 정상에서는 “살다 보면 때로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서지만 순리대로 걷다 보면 어딘가엔 도착하더라”는 어른의 조언을 툭 내어놓기도 한다.

추억이 깃든 동네로 떠난 밤이면 시선은 늘 풍경 너머 아득한 기억을 향한다. 태어나고 자란 청운효자동에서는 텅 빈 골목에 혼자 남아 있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생각하고, 홍제천 물길을 따라 걸으면서는 “재래시장 가서 과일 한 알 사는 것이 소원인” 어머니를 생각하고, 너무 변해 낯설어진 홍대 거리를 걸으면서는 “별일 없이 만나 시시한 얘기만 나누고 아무 소득 없이 헤어지던” 친구를 생각한다. 그렇게, 홀로 걷는 그의 밤은 잊고 지낸 ‘나’와 ‘우리’의 안부를 묻는 길이 된다.

 


 

예전엔 온통 뽕밭이었다는 잠실을 지금의 우리가 상상하기 어렵듯, 오늘의 풍경도 언젠가 누군가에게는 거짓말 같은 풍경이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니 부지런히 기억 속의 사진을 찍어두자고. 길고 긴 밤을 걸은 끝에 그는 또 말했다. 이제는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와 그 길을 함께 걷고 싶었다고, 그랬다면 내게 해줄 얘기가 참 많았을 거라고. 이제 그는 그 길을 딸과 함께 걷는다. 딸의 마음속에 언젠가 거짓말 같은 추억이 될 풍경을 새기며. 이 모든 기록은 익숙한 하루를 바라보는 우리 눈에 다른 안경을 씌운다. 지루했던 오늘을 언젠가 사라질 애틋한 풍경으로, 훗날의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로 덧칠하며, ‘견디는 삶’을 떠나 ‘만끽하는 삶’으로 가는 길을 안내한다.

 

저자 : 유희열

 

28년째 대중음악을 하고 있고, 심야 라디오 DJ를 거쳐 방송인으로 살고 있다. 라디오 [유희열의 FM 음악도시]부터 뮤직 토크쇼 [유희열의 스케치북]까지, 90년대 말부터 줄곧 ‘밤의 진행자’로 활약해왔다. ‘그냥 밤에 산책하면 된다’는 제작진의 간단명료한 설득에 넘어가 카카오TV [밤을 걷는 밤]에 출연, 약 4개월간 서울의 동네 구석구석을 걸으며 그만의 기민한 관찰력과 오랜 DJ 생활로 특화된 심야 감성을 여과 없이 발휘했다. 평소에도 밤에 걷는 걸 좋아하지만 제작진이 물색해준 다양한 코스를 걸으며 예전엔 미처 몰랐던 서울의 아름다움을 많이 알게 됐다.

 

저자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국내 최초 디지털 모닝 예능쇼 [카카오TV모닝]의 한 코너로 ‘연출 없는’ 예능 〈밤을 걷는 밤〉을 제작했다. 조명도, 대본도 없이 촬영한 [밤을 걷는 밤]은 도심 속 매력적인 산책 코스와 밤 풍경의 아름다움을 감각적인 영상으로 담아내, “라디오 감성 충만한 힐링 방송”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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