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셰어하우스
케이트 헬름 지음, 고유경 옮김 / 마시멜로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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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스릴러나 추리소설은 심리묘사가 성공 여부를 결정짓는 것 같다. 예전 범죄소설은 대부분 심리묘사보다는 사건 묘사, 배경 묘사, 범죄 행위 묘사에 주력했지만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면서 사람들의 심리가 범죄 행위에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이 덧붙여지면서 현대 추리소설은 SF스릴러라고 불리우는 과학적 스릴러 소설에도 심리묘사는 크게 주목 받는다. 심리학이란 학문도 실제에 옛날 고대부터 있었다고는 하지만 현대 심리학은 프로이트, 칼 융, 아들러 등의 심리학 거장들로부터 비롯된 것도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이후 '양들의 침묵'이란 심리스릴러의 원조격인 소설과 영화가 등장하면서 심리 묘사는 소설에서도 성공 여부를 판가름지을 정도로 중요도가 높아졌다. 사이코패스의 등장이다. 이로써 현대 추리소설은 대부분 '심리스릴러'란 표현이 붙는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물론 심리에 치중하지 않은 단순 범죄수사 등의 소설은 논외로 친다. 이 소설 『웰컴 투 셰어하우스』는 범죄 수사소설에 가깝지만 심리묘사 또한 매우 날카롭고 치밀하다. 더욱이 이 소설의 무대는 '셰어하우스'라는 건물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발단-전개-파국-반전-결말의 대부분이 이 셰어하우스 안에서 벌어지고 있다. 한정된 공간에서의 범죄 소설은 당연히 심리묘사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

 


 

“셰어하우스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임미는 런던, 그것도 중심부에 위치한 완벽한 조건의 새 집을 찾았다고 생각한다. 화려한 숙박 시설에 옥상 테라스, 무료로 제공되는 유기농 음식, 요가와 명상 시간, 거기에 놀랄 만큼 저렴한 임대료까지. 이른바 ‘염색 공장’이라 불리는 셰어하우스는 대도시 생활의 외로움에 맞서기 위해 고안된 고급 공동체다.

하지만 임미는 새로운 안식처에 들어가자마자 그곳이 겉보기만큼 아늑하지 않다는 걸 깨닫는다. 명상 시간에 돌연 스피커에서 동물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고, 자신의 방에 누군가 들어온 흔적이 있는 등 이상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지만, 갈 곳 없는 임미는 셰어하우스를 떠날 수 없다. 그러던 중 셰어하우스에서 끔찍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점점 불안에 떨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친절한 가면 뒤에 저마다 위험한 비밀을 하나씩 숨기고 있는 듯 보이는 룸메이트들. 이들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이곳에 온 걸까? 그리고 이들 중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누굴까?

 


 

이 소설은 연극으로 상연해도 될 만큼 심리묘사가 탁월하다. 심리묘사에 이르기까지 등장인물의 심리를 쭈욱 따라가기도 한다. 소설이기에 가능하다. 연극으로서의 요소는 한정된 공간이라는 의미에서다. 소설을 희곡 대본으로 잘 각색한다면 연극 무대에 올려도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7명이다. 7명 모두 이 셰어하우스의 룸메이트이다. 런던에 있는 한 셰어하우스 안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이곳에 거주하는 룸메이트들은 서로를 의심하며 불안에 떨게 된다. 셰어하우스 안의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상황이 긴장감을 더해간다. 공포와 계속되는 긴장감은 에서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읽을수록 진실과 결말이 궁금해지는 책이다. 이는 이 책 저자의 탁월한 심리묘사 덕분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한 인물의 심리묘사를 위해 그 인물의 과거부터 현재의 심리 등이 엇갈려 교차하면서 범인 가능성을 오가기 때문에 독자들은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이다.

또 범죄소설이든 심리스릴러물이든 늘 반전이 있기 마련이지만 이 책 『웰컴 투 셰어하우스』는 결코 시시한 반전을 미리 남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이 책은 당연히 후반부가 훨씬 재미있다. 초반에 임미와 덱스가 염색공장(셰어하우스)의 정식 룸메이트가 되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고, 염색업자(이미 셰어하우스의 정식 룸메이트)들에게 면접을 보는 부분은 조금 어색하다.이는 아마 우리와의 문화나 정서의 차이가 빚어내는 이질감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참지 못할 정도의 어색함은 아니어서 이 부분에서 조금만 인내심을 갖는다면 매우 긴장감 높고 흥미 만점의 심리스릴러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다.

 


 

면접관으로 참석한 셰어하우스의 룸메이트 루카스, 버니스, 카밀은 임미에게 살아 있거나 사망한 사람들 가운데 누구와 함께 저녁을 먹고 싶은지, 특별한 장기가 있는지, 룸메이트로서 최악의 단점은 무엇인지 등 예상치 못한 질문을 건네고, 만만치 않은 질문에 면접을 망쳤다고 생각한 임미는 셰어하우스 입성을 체념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4주 동안 함께 생활한 뒤 최종 합격 여부를 정하겠다는 버니스의 '임시 합격' 통보 전화를 받게 되고, 마침내 꿈에 그리던 셰어하우스로 향한다.

이 작품은 염색공장이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곳에 거주하는 7명의 룸메이트들은 서로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집은 더 이상 사람들에게 안전한 장소가 아니다. 이곳 염색공장 안의 누군가가 범인이라는 사실은 집을 두려움의 공간으로 바꾸어 놓는다. 외부인이 출입할 수 없는 셰어하우스. 본인의 스튜디오(방)에 들어가기 위해서도 휴대폰이 필요할 정도로 보안이 일상인 곳이다. 밀실이라는 배경 설정은 범인이 우리들 중 누군가라는 확신을 심어주며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을 의심하게 만든다. 소설은 뒤로 갈수록 굉장히 소설의 전개 속도가 빨라지면서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다. 저자의 의도라면 소설 구성에서도 저자는 탁월한 능력을 보이는 것이다.

 


 

 

임미는 함께 생활하게 될 구성원들과 낯을 익히며 자율적이지만 엄격한 공동체 규칙에 따라 정식 구성원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자신의 방에서 우연히 ‘증거품 봉투’라는 낯선 비닐봉지를 발견하게 되면서 이곳에 어떠한 사건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영리하고 독창적이며 긴장감 넘치는 전개, 비밀스런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로 작가 케이트 헬름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웰컴 투 셰어하우스』의 또 하나의 돋보이는 점은 예상할 수 없는 반전에 있다.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비밀의 퍼즐이 맞춰지기까지 사건의 진상은 독자의 추측을 계속해서 빗나간다. 그들의 위험한 진실은 곳곳에 복선으로 숨겨져 있다. 이로써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독자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에 짜릿한 쾌감을 동반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할 수 있다. 이 작품은 이처럼 탁월한 심리묘사, 돋보이는 구성능력, 독자와 타협하지 않는 독특한 반전 등으로 기존 팬들에게도, 그리고 이 작가를 처음 만나는 독자들에게도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저자 : 케이트 헬름

 

영국 랭커셔에서 태어났으며 현재 브라이턴에 살고 있다. 법원 및 범죄 사건 취재 기자로 일하다가 BBC에서 뉴스와 시사 문제를 다루는 기자와 프로듀서가 되었다. BBC1 프로그램 〈죽음의 천사: 비벌리 앨리트의 이야기〉를 비롯해 다수의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대본을 쓰기도 했다. 본명은 케이트 해리슨으로, 케이트 헬름이라는 필명으로 출간한 첫 번째 작품은 《당신이 숨기는 비밀들THE SECRETS YOU HIDE》이며, 두 번째 작품이 《웰컴 투 셰어하우스》다. 그녀가 쓴 논픽션과 소설은 20개 지역에서 무려 80만 부 이상 판매되었다.

 

역자 : 고유경

 

영국 카디프대학교 저널리즘 스쿨에서 언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입시 학원에서 수학을 가르치며 글밥 아카데미 출판번역 과정을 수료해 바른 번역 소속 번역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리고 여자들은 침묵하지 않았다》, 《나는 수학으로 세상을 읽는다》, 《수학님은 어디에나 계셔》, 《내 생애 한번은 수학이랑 친해지기》, 《밤의 살인자》, 《너는 여기에 없었다》, 《나, 책》, 청소년 과학 교양잡지 〈OYLA〉(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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