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린 감정 - 민망함과 어색함을 느낀다는 것은 삶에 어떤 의미인가
멜리사 달 지음, 강아름 옮김, 박진영 감수 / 생각이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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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간의 감정은 몇 가지나 될까" 독자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봤다. 한 번은 그냥 한 번 헤아려보기도 하고, 사전을 찾아가며 세어보기도 했다.너무 많아서, 독자의 언어 능력으로는 정확하게 구분되지 않은 것들도 있어, 더욱이 외국어로 된 것들도 많아 중도에 포기했다. '사람사전' '마음사전' 등의 사전은 나와 있지만 '감정사전'은 없다. 유아용 동화책, 그림책에 '행복한 감정사전' '어린이감정사전'은 있지만 우리 인간의 '감정사전'은 찾지 못했다. (있는데 독자가 몰라서 못 찾는지는 모르지만) 감정을 모아놓은 사전을 만들기는 매우 어려워 못 만드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독자의 판단에 가깝다.

참고 문헌을 찾아보니 의학이든, 심리학이든 우리의 감정을 구별할 때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으로 크게 나누는 것은 동일하다. 다만 더 깊이 들어가면 같은 단어도 사용 시기나 상황 등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인문학적 해석으로 보인다.

 


 

이 책의 주제인 '웅크린 감정' 역시 큰 개념에서 소극적 감정이고 부정적 감정에 해당된다. 예컨대 ‘너무 어색해’라는 말은 일상생활이 얼마나 혼란스러운지 의미하는 말일 수 있다. 또 이런 상황에 맞닥뜨리면 대개는 움츠러들고 어디론가 숨고 싶은 생각이 든다. 민망함이, 또 어색함이 나와 타인 사이에서, 특히 내 안에 있는 편견과 마주할 때 느끼는 불편하고 되도록 피하고 싶은 자기 인식이자 감정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이 감정들로 내 삶의 방식이 바뀐다면? 여기 사례가 있다.

각자의 삶을 돌아보면, 분명 나 자신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뉴욕 매거진 〈더 컷〉에서 건강 및 심리 보도를 이끄는 저자가 때로는 자신에게 고통을 주기까지 하는 이 감정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탐색을 시작했다. 어색한 대화를 시작하고, 가장 어색한 순간과 민망한 현장들을 직접 찾아다닌다. 그리고 예상 밖의 진실을 깨닫는다.

이 책에는 에피소드가 자주 등장한다. 그만큼 재밌고, 에세이 형식으로, 쉽게 읽힌다.(그러나 평소 이 방면의 공부를 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매우 어려울 수도 있다) 용어나 상황, 시기에 따라 변화하는 뉘앙스 때문이다. 이론적인 말을 해석하기 위해선 다수의 심리학 이론이 주장의 근거로 제시된다. 이 책은 저자 자신의 경험과 함께 보다 넓은 사회적 맥락에서 거의 모든 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민망함과 어색함에 관한 이야기지만, 결국 내 삶과 행동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저자가 이 책 『웅크린 감정』을 쓴 이유다.

 


 

이 책은 건강과 심리 보도를 이끄는 현직 기자가 자신의 어색하고 민망한 경험뿐만 아니라 이런 상황에 직접 뛰어들어 당사자들을 만나고 이 감정들을 심층적으로 파고들면서 위트있는 글로 풀어낸다. 또 문학, 드라마, 시트콤, 공연, 웹사이트 등에 널리 퍼져 있는 다양한 사례를 수집하고 수많은 심리학 논문과 이론으로 무장해 논리적 근거까지 더해준다.

독자는 심리학도, 의학도 공부한 적이 없다. 코로나 이후 쏟아져 나온 우울감이나 공포감 등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해 이를 위로하고 격려할 목적으로 쏟아져 나온 심리학 관련 서적, 의학적 분석을 한 칼 융과 알프레드 아들러의 심리학 분석 관련 책을 몇 권 읽었을 뿐이다. 이 때문에 빈약한 지식으로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자칫 잘못 해석되면 저자의 책에 낙서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저자의 주장이나 논리에 반론을 펴지 않을 것이다. 그것만이 저자에 대한 예우이고, 빈약한 지식을 높이기 방법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민망함'과 '어색함'에 천착한다. 사전적 의미로 '민망하다(憫?-)'는 '(겁이 나서) 움츠리다'와 거의 같은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민망'이란 아주 대하기 싫은 '어색함'이 있는 상태의 마음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영어도 거의 비슷한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책 제목인 '웅크린 감정' 그 자체로 읽힌다.

'어색하다(語塞-)' 역시 '서먹서먹한 상태', '서투르고 부자연스러운 상태의 마음' 등으로 해석하고 있다. 종합포털 사이트에서 연관 검색어로 오글거리다, 부끄럽다, 낯간지럽다, 쪽팔리다, 오그라들다, 쑥스럽다, 닭살, cheesy, 오글오글, lovey-dovey, 부끄러운, 민망, corny, ashamed, 수줍다, embarrassed ashame, 창피, 어색하다, cringe, 등 우리말과 한자어, 영어 등 많은 단어가 떠오르지만 한 단어로 정확하게 표현한 말은 없는 듯하다.

저자 멜리사 달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어색하다'를 풀어나간다. "내게 있어서 어색함은 어떤 상황에서든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커질 때 내 행동이나 모습을 의식하는 행위다. 중세 영어에서 '어색하다'는 '잘못된 쪽(wrong-ward)'이나 '잘못된 방향으로 휜(turned in the direction)' 등의 의미로 사용했다. 내가 대학을 다닐 때는 자주 '어색한 거북이'로 표현했다. 여러분의 한 손을 다른 손 위에 포갠 뒤 양 엄지를 돌려보라. 그러면 이 모양 전체가 마치 거꾸로 뒤집혀 버둥대다 점점 더 불편해져 헤어 나올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드는 거북이처럼 보인다. 살짝 불편한 상황은 무엇이든 어색하게 여겨지고, 바로 이때가 어색한 거북이가 등장하는 순간이다.(p. 16)

 


 

- 민망함과 어색함은 누구나 보편적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우리는 누구나 어색하거나 창피하거나 민망해지면 숨고 싶거나 도망치고 싶다. 이런 감정들은 모두가 공유한다. 사회적 상황이나 문화와 맞물려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민망함과 어색함은 지금까지 관련 문헌이나 연구가 거의 없이 방치되거나 무시되어 ‘웅크린’감정에 가깝다.

 

- 어색한 대화는 때로 우리를 성장시킨다. 회피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에미상을 수상한 CNN 방송프로그램 〈유나이티드 셰이즈 오브 아메리카〉진행자로 활약하고 있는 월터 카마우 벨은 이제 어색함이 자신이 하는 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제 인생의 상당 부분을 어색한 대화의 힘에 관한 얘기를 하면서 보냈죠. 내 직업적인 활동의 상당 부분을요. 생각해 보면 내가 하는 일은 사람들에게 다양한 대화를 고무시키는 거예요.”

 


 

- 어색함이나 민망함을 인지하지 못하는 사람보다는 인지하는 사람이 오히려 낫다.

『이성과 감성』에 등장하는 어색하고도 로맨틱한 주인공 에드워드 페러스가 대시우드가의 자매들에게 말한다.

“마음 상하게 하려는 게 결코 아니에요. 다만 저는 바보 같다고 할 정도로 수줍음이 많아요. 종종 무심해 보일 때도 있는데, 그건 어색해하는 타고난 성격 때문에 그래요.”

에드워드는 어색한 사람이지만, 자신도 그걸 알고 있다. 또 자신의 의도와 타인이 그 의도를 해석하는 방식 사이의 괴리에 대해서도 통렬히 인지하고 있다

 

- 우리가 어색하다고 부르는 많은 상황이 때로는 기회로 채워지기도 한다.

어떤 관계에서나 초기에 스트레스가 많은 것은 모든 게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불확실함이 관계를 몹시 황홀하게 만드는 게 아닐까? 새로운 누군가와 주고받는 문자 메시지가 그토록 흥분되는 건 이 사람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할지 모른다거나 둘이서 어디로 갈지 함께 가는 방향의 여부조차 모르기 때문이다.

 


 

- 타인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의 어색함을 보지 않는다.

설사 보더라도 내 모습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경우가 대다수다. 감정은 우리 얼굴에 전부 나타날까? 아니다. 감정을 읽는 최신 인공지능도 아직 인간의 감정을 전부 파악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타인의 마음을 다 알기란 불가능하다. 자신의 마음도 마찬가지다. 또 그래서 감정을 오해하는 일이 생긴다. 잘못 이해하는 경우도 있다. 어색함이라는 감정이 대표적이다.

 

- 민망함은 상대방에 대한 일종의 공감이다.

우리는 타인의 어색한 말이나 행동에도 민망함을 느낀다. 타인의 민망한 행동이 내 감정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민망한 감정은 매우 특이한 감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런 공감은 연민에서 나오기도 하고 경멸에서 나오기도 한다.

 

- 일상의 어색함은 약자를 배려하지 않거나 과도하게 의식하는 경우에도 발생한다.

“비장애인들은 장애인에게 불쾌감을 줄까 두려워하다가 결국 공황상태나 어색한 상황에 빠져들기도 하죠. 비장애인들 다수가 이게 문제라는 걸 인정하지 않으려 해요. 자신들이 느끼는 사회적인 어색함 때문에 장애인들이 사회적으로 고립감을 느낀다는 말이 별로 유쾌한 일은 아니거든요.”

 


 

이 어색한 감정을 저자는 어떻게 해소하는 것이 좋다고 결론 내릴까. 수많은 사례와 자신의 경험과 참고문헌 등 길게 써 내려온 글들을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자주하는 어색함과 민망함을 대처하는 방법은 이 같은 감정과 마주하기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매사에 열정적인 게 그리 나쁜 것은 아니다. 또 착한 척도 여전히 이따금할 때가 있다. 어쨌든 이제 내가 아는 것은 심리학 문헌에서 그 특성을 양심((conscientiousness)이라 부를 것이라는 점이다. 어딘가로 밀어뒀던 내 마음의 조각을 다시 들여다보는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 장담하건대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우스꽝스러운 것이다"라며 전제를 깔고 간단한 문장 몇 개를 나열해 명쾌하게 단언한다.

"일단 나 자신을 보고 웃는 게 가능하다면 성공이 확실하다. 내가 처음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는 연구를 마칠 때쯤 날 민망하게 만드는 모든 것과 나 사이에 견고한 장벽을 세우는 법을 알게 되기를 고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 이상하고 소소한 감정이, 그것도 인류 공통의 우스꽝스러움을 매개로 우리(나, 여러분, 과거의 나, 과거의 여러분)를 연결해 주는 힘이 무척 고맙게 느껴진다. 어색함이야 늘 있을 것이다. 어색함으로 우리가 고립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우리가 함께 민망해지는 일이다."(p. 342)

 


 

저자 : 멜리사 달(MELISSA DAHL)

 

멜리사 달은 뉴욕 매거진의 더 컷THE CUT 수석 편집자로 건강과 심리학 보도를 이끌고 있다. 2014년 NYMAG.COM의 인기 있는 사회과학 웹사이트 SCIENCE OF US를 공동으로 설립했다. 글쓰기 분야와 관심사는 성격, 감정, 정신 건강이다. 그녀의 글은 뉴욕 매거진 이외에도 ELLE, PARENTS, TODAY.COM, 뉴욕타임스 등에 게재되었다.

 

역자 : 강아름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사회학을 전공하고 동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 번역학과를 졸업한 후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마스 룸〉, 〈널 만나러 왔어〉 등의 번역서가 있다.

 

감수 : 박진영

 

《나는 나를 돌봅니다》, 《나, 지금 이대로 괜찮은 사람》,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등을 썼다. 삶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연구를 알기 쉽고 공감 가게 풀어낸 책을 통해 독자들과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 현재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과 겸손, 마음 챙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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