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심플 라이프
직장사역연구소 / 한세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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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경제가 어려울 땐 일자리 역시 줄어든다. 특히 연공서열이 높은 사람들의 자리는 위태로워진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모두 불황 땐 모두 구조조정을 통해 불황을 이겨내려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우리는 '사오정'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었다. 45세가 정년이라는 뜻이다. 이는 법적 정년인 58~63세의 기준이 무너지는 것이다. 이처럼 정년은 그만큼 경제가 어렵다는 바로미터가 되기도 한다. 이럴 때면 한없이 자영업이나 자유업이 부럽기도 하다. 정년 걱정은 없으니까. 45세가 정년이라면,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만일'을 대비해 자기계발을 통해 새로운 직업에 도전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조기퇴직, 희망퇴직 직장인들은 그래서 얼마간의 퇴직금이나 위로금을 쥐고 너도 나도 자영업에 뛰어든 것이다.

그러나 한참 인기 있는 품목의 자영업도 쉬운 일이 아니다. 프랜차이즈일 경우 더욱 그렇다. 초기 비용이 많이 들고, 직장 생활과 달리 거의 24시간을 장사에 매달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성공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인기 품목일 경우 너도 나도 몰려들어 너무 많은 공급망이 형성되면 수요가 일정한데 결국은 제살 깎아먹기인 셈이다. 물론 성공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생각보다 성공한 사람의 수는 많지 않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수익이 많지 않거나 너무 크게 시작해 올인하는 경우 실패 확률이 더 높다고 한다. 더욱이 동물 감염병과 코로나처럼 전 세계적 감염병 시대는 매상이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고 한다. 아무리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수요가 늘지 않는 한 다시 일으켜 세우기 어렵다.

 


 

이 때문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정부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들의 폐업은 늘어가고 있다. 다행히 코로나에도 별 변동 없는 수요가 있는 자영업은 근근이 유지하거나 일시적 휴업을 하며 버티지만 자영업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장사하기 가장 어려운 시대, 코로나 팬데믹 시대인 이때 장사를 하는 자식을 걱정하고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으로 한국 제빵업계의 거인이자 40년의 장사 내공을 가진 숨은 고수 곽지원 교수가 어떤 시대에도 '망하지 않는 장사법'을 책을 통해 들려준다. 『장인의 장사』는 저자가 자영업인 빵집 운영을 시작해서 현재까지의 성공담일 수 있지만 그것보다는 장사하는 기술, '장인의 장사법'이라 해야 할 것 같다. 40여년 제빵 기술 습득과정에서 발전 과정, 빵집 운영의 기술 등 거의 모든 노하우를 이 책에 담았다.

책에 따르면 저자는 대기업에서 일하던 중 오일 파동 등 대규모 경제 불황을 맞이했다. 지금 코로나 충격과 유사한 경제 위기를 일찌기 경험하며 회사원 생활의 한계점을 느꼈다. 이러한 불안감을 극복하고자 죽을 때까지 할 수 있는 '장사'를 결심했다고 한다. 저자는 이 꿈을 현실로 만들었다. 돌을 갓 지난 아들을 부모님께 맡겨 두고 부부가 일본으로 가서 장사를 하며 학비를 벌어 제빵기술을 배웠다. 아울러 파리 최고의 빵집과 한국 최고의 빵집에서 경험을 쌓고, “집밥처럼 질리지 않는 건강한 빵” 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외진 양수리 두물머리에 정착했다. 양수리는 산양과 닭을 직접 키우고 우리밀로 천연효모종 빵을 만드는 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했다. 그리고 현재, 그가 만드는 빵은 제주도에 거주하는 사람이 직접 방문해 구매할 정도로 고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말 그대로 '장인'으로 거듭난 것이다.

 


 

더 놀라운 점은, 그가 제빵 장인이기 전에 20대부터 40년 넘게 음식점, 카페, 과일장사 등 여러 개의 장사를 운영해 온 장사꾼이라는 것이다. IMF, 금용위기 등 위기도 시대를 미리 보고 지극히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낸 그를 꺾지 못했다. 최근 '장사하는 장인' 곽 교수는 사랑을 전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그가 전수하는 제빵기술과 장사법으로 60대에도 장사로 제 2의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그는 여전히 새벽 4시에 일어나 빵을 구워 팔며 수많은 사람의 등대가 된다. 그의 따뜻한 품에서 가족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 심지어 그의 애완견 설이와 복이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이 엄중한 코로나 시대 자영업자들은 그의 장사법이나 장사의 기술을 들어보면 한줄기 빛이라도 만난 기분이 들 것이다. 천천히 읽으며 그의 기술 노하우와 빵집 운영법 등에 하나씩 배운다면 불황이나 경제 위기 상황에도 망하지 않고 더욱 번창해가는 평생 직업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책의 구성도 단순하다. 사용 단어도 매우 일상적이어서 이해하기 쉽다.

1장 나의 길을 찾다

2장 장사의 길

3장 장인의 길

4장 장인의 장사

5장 절대 망하지 않는 장사의 20가지 비결

6장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장인의 정신

 


 

코로나 충격은 일시적인 일자리 감소나 양극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 경제계와 미래학자들의 우울한 전망이다. 앞당겨진 비대면 사회로의 전환은 AI와 자동화, 온라인 시장의 확대로 아날로그 일자리 감소와 양극화는 가속화할 것이고, 계속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급격한 부의 이동과 생활의 재편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어두운 전망 아래, 일에서 해답을 찾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일확천금을 노리며 주식과 부동산에 몰리지만 투자로 생계를 지속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보통 사람들에게 남은 생계수단이 택배, 대리운전 등 고도의 기술이 필요 없는 플랫폼 노동이나 자영업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을 증명하듯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장사의 길로 뛰어 든다. 하지만 일년도 못 버티고 문 닫는 가게가 비일비재하다. 맞닥뜨린 상황으로 인해 어차피 자영업을 해야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망하지 않고 장사할 수 있을까? 제빵 장인 곽지원의 이 책은 우리의 생존이 달린 이 중요한 질문에 40년간 쌓아 온 장사 내공을 담아 묵직하고도 명쾌한 해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우리가 장사에 대해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해야 할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한다. 우선 알맹이 없이 그럴 듯한 포장으로만 짧은 기간 안에 장사로 대박을 낼 수 있다는 기대를 내려놓으라고 조언한다. 대신 내 손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고객을 만족시키고, 가족을 부양하며, 매일처럼 자기 자신과 겨루며 실력을 높여 가는 마라톤 같은 장사, 어떤 불황에도 절대 망하지 않고 은은하게 오래 하는 장사야말로 지금 시대에 행복한 삶을 사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그는 제안한다.

여기서 독자의 머리에는 한 가지 의문점이 떠오른다. 얼마 전 TV를 통해 경제적 부가 국민행복지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강의를 들은 바 있다. 행복지수에 반영되는 요인은 소득 등 여러가지가 있지만 사회 속에서의 '자신의 안전'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조사결과에 대한 분석이다. 이 때문에 북유렵 국가들이 국민행복지수가 10위 안에 대부분 분포됐다. 사회보장제도 등과 서로간의 신뢰감이 잘 형성돼 있어 안심하곳 살고 있는 현재에 만족하기 때문에 행복지수가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 행복지수 54위, 자살율 1위의 수치를 보이는 한국에서의 행복한 삶이란 무엇일까?

 


 

이 문제의식은 현대 한국인의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 누구도 명확한 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동일한 것을 원하고 상대를 밟고 올라서야 생존하는 세상이 아니라, 각자 원하는 길을 가고 그 길에서 빛날 때 우리 사회가 행복한 공동체가 되는 것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것이 장사하는 데에도 똑같이 적용되지 않을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열리고 있다. 실력 없고 특색 없는 동네 가게들은 문을 닫지만 자기만의 철학으로 승부를 거는 가게들 앞에는 전국에서 온 손님들이 줄을 선다. 부자 동네에 사는 사람도 외딴 곳의 허름한 냉면 맛집은 일부러 친구들을 데려 가 자랑하며 먹는다.

하지만 이런 시대에 맞는 장사를 잘 하는 방법을 명쾌하게 가르쳐 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백종원 대표가 동네 가게를 돕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그만큼 장사를 잘 하는 방법을 알고 싶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증거다. 또 우리 주변에 있는 동네 가게를 마음으로 응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도 된다. 하지만 프로그램만으로 모든 사람의 갈증을 해소할 수 없다.

 


 

이렇게 시대적인 결핍을 느끼는 이들에게, 아재 개그의 원조 전유성과 개그 배틀을 벌이기도 하는 저자가 선물을 보낸다. 저자는 서문에서, 본인이 지난 40년 간 빵을 만들어 팔면서 ‘절대 망하지 않는 장사’, ‘장인의 장사’를 추구해 왔다고 밝혔다. 그리고 어떤 불황에도 절대 망하지 않는 장사를 하는 법은 분야를 막론하고 관통하는 기본과 원칙이 있다고 언급한다. 그는 이 책에 자신의 실제 장사 경험을 기반으로 한 절대 망하지 않는 장사 비결 20가지를 공개한다.

혹시 “어떤 불황에도 망하지 않는 장사 비결”이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뛴다면 이미 절반은 장사의 길로 뛰어든 셈이다. 이미 망하지 않는 장사의 길, 시간이 흘러 장인이 되는 길에 발을 들여 놓을 준비가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 비결이 있고 길 안내가 있다. '비결'이라니 보통 사람들은 쉽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기본 체력과 의지, 노력, 성실, 인내, 집중, 비전 등 우리가 아는 모든 내용도 포함되지만 추상적이 아니라 매우 구체적이고 사실적이다.

 


 

저자 : 곽지원

 

최근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에서 양평을 대표하는 가게로 소개된 "곽지원 빵공방" 의 주인장. 우리 밀과 천연효모종으로 만드는 그의 천연발효빵은 제주도에서 찾아와서 사 먹을 정도로 극성 팬덤을 갖고 있다. 롯데백화점 고위층의 부탁으로 여섯시오븐이라는 베이커리를 백화점에서 운영했다.

40년 가까이 빵을 만든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제빵사지만 일흔살을 바라보는 지금도 매일 새벽 4시에 일어나 빵을 굽는다. 자신이 추구하는 "건강하고 집밥 같은 빵"을 만들기 위해 잠실에서 잘 나가던 빵집을 접고 양평 두물머리로 들어 갔다. 신선한 빵 재료를 얻기 위해 직접 산양과 닭을 기르고, 풍차로 밀가루를 만들고 화덕 오븐에 나무를 떼서 빵을 굽기도 한다. 그는 "공부는 엉덩이로 하고, 빵은 발로 만든다"고 얘기하는 빵의 장인일 뿐 아니라 카페, 해변가 디스코 클럽, 넝마주이, 트럭 과일장사 등 여러 업종에서 수십 년간 장사를 해 온 성공적인 장사꾼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처럼 오래오래 장사하며 행복한 삶을 살기를 바라며 30여년의 장사 경험을 통해 구축한 절대 망하지 않는 "장인의 장사"라는 철학과 방법을 이 책에 담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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