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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5분, 명화를 읽는 시간 - 내 방에서 즐기는 반전 가득한 명화 이야기
기무라 다이지 지음, 최지영 옮김 / 북라이프 / 2021년 3월
평점 :
그림 이야기를 듣다보면 역사가 보이고 진실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종종 깨닫곤 한다. 독자는 그림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전시회를 가끔 따라나선다. 그나마 잘 아는 화가나 그림의 전시회는 재미가 있지만 독자가 모르는 그림이나 화가의 경우 설명을 들어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아 자의에 의해서 가는 것보다 마지 못해 따라 나선 경우가 훨씬 많다. 들어보면 서양미술의 이야기는 재미 있는 사실이 많다.
그림 자체를 보고 뭘 그린 건지 확실한 구상화는 그나마 보는 재미가 있지만 추상화일 때는 난감하기 그지 없다. 설명을 들어도 '그런가...' 하는 정도로 문외한이니 더욱 그렇다. 그래서 그림을 잘 아는 사람, 특히 숨겨진 역사적 사실이나 어떤 점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도 재미 있다고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경우는 전시회를 보고 왔다는 뿌듯함도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명화는 대체적으로 서양 미술에 쏠려 있다. 평범한 일반인이 보아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그림이 대부분이다. 적극적으로 표현하자면 서양 미술의 거장들의 '명화'이다. 독자는 학창 시절 미술시간에 누구의 그림이고 화풍이 어떤 것이고, 어떻게 살았는지 등에 대해서는 가르쳐주지만 그림에 숨어 있는 '반전(?)'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은 없었다. 물론 독자의 학교에서는 그랬다는 이야기다. 아마 그림 감상에 선입견을 주기 싫어서 일부러 가르쳐주지 않았으리라고 지금에야 생각한다.
아주 유명한 숨은 얘기는 사회 생활하면서 책 등을 통해 알게 된 게 전부다. 예컨대 '모나리자'에 대해서도 많은 얘기를 들었다. 모델부터 눈썹 이야기, 당시 여성들의 화장법, 옷 이야기 등... 유명한 그림일수록 숨은 얘기가 많다. 그것들이 일목요연하게 나오지 않고 띄엄띄엄 이 사람 저 사람이 얘기하거나 책에 써서 알게 된 것들이 많다. 누군가가 나중에 지어낸 얘기라를 말까지 들릴 정도다.
이 책 『하루 5분, 명화를 읽는 시간』도 독자가 알고 있는 사실도 있고 전혀 모른 채 이 책을 보고 알게 된 사실들이 있다. 물론 후자가 더 많지만... 저자 기무라 다이지는 반전의 종류를 테마별로 정리했다. '반전'이라고 표현했지만 엄격히 표현하면 뒤에 알려진 사실쯤으로 표현하는 것이 옳을 것 같다는 게 독자의 생각이다.
이 반전의 종류를 제목, 모델, 풍경, 왕실, 설정 허세, 화가, 성서, 관점, 장르 등 10가지로 나누었다. 저자가 임의로 나눈 것들이라 약간의 무리한 해석도 있는 것 같다. 예를 들면 렘브란트의 「야경」이 낮을 배경으로 그린 그림이라는 사실이다. 또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이 대중의 비난을 피하기 위한 가짜 제목이라고 한다. 그림을 재미 있게 감상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접근이긴 하지만 자칫 독자처럼 초보들은 그림에 관한 꽤 유명한 분이 책에 썼다는 이유만으로 '100% 진실'이라고 믿음을 주어선 안 된다. 물론 저자의 해석이나 분류가 자의적으로 기분에 따라 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그림에 조예가 깊은 분이기에 그의 해석이나 설명이 허구라는 뜻은 아니다. 읽어보면 설득력이 있고, 진짜? 라고 반문이 날아들 내용도 있다. 감상법의 한 가지를 더했다고 생각하면 매우 훌륭한 책이라고 독자는 믿는다.
제목 얘기가 첫번째 분류다. 실제로 상당수 고전 회화는 원래 제목과 달라진 경우가 많다는 것은 아미 알려진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렘브란트의 「야경」의 경우 렘브란트가 이 그림을 완성했을 당시에는 작품의 제목이 「프랑스 반닝 코크 대장의 민방위대」였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림 표면에 바른 니스가 검게 변했고 그림의 배경이 밤이라 착각한 이들이 작품의 제목을 「야경」이라 바꾸어 부르기 시작했다. 엄연히 낮을 배경으로 한 그림이 「야경」이라는 제목을 갖게 된 이유다.
외젠 들라쿠르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에서 프랑스 국기이기도 한 삼색기를 손에 들고 시민군을 이끄는 그림 속 여인은 자유를 대변하는 의인상이다. 그림의 원제인 「민중을 이끄는 자유」에서 알 수 있듯 어디에도 여신이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p. 39)
이 여인의 정체는 프랑스의 자유 정신을 상징하는 마리안(Marianne)이다. 자유, 평등, 박애라는 프랑스 혁명 정신을 상징하는 여성상 그 자체다.
많은 이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초상화’로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꼽는다. 모나리자는 피렌체 어느 부호의 아내 리자 델 조콘도를 그린 작품이다. 그러나 가장 아름답다는 칭찬의 대상은 그녀의 미모가 아니다. 다빈치는 이 작품에서 스푸마토 기법을 처음으로 시도했다. 그는 자연의 사물에 윤곽 따위는 없다고 생각했다. 다빈치의 스푸마토 기법은 당시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다빈치가 다름 아닌 피렌체파 화가였기 때문이다. 이들은 데생을 무엇보다 중시했기 때문에 윤곽선이 없는 회화는 그 자체로 매우 새로운 시도였다.
저자의 얘기를 따라 들어가본다. 저자에 따르면 당시의 시대를 알지 못한 데서 비롯된 오해도 많다. 에드가 드가의 발레를 주제로 한 작품은 남북 전쟁 이후 나날이 발전하던 미국의 부유층에게 특히 인기가 많았다. 드가의 발레 작품이 자신들의 문화 수준을 높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시 유럽의 발레
공연장은 고상함과는 거리가 먼 불륜의 온상지였으며 발레 실력보다 외모가 더 중요한 세계였다. 유럽사회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촌극인 셈이다.
너무나 유명한 화가에 대한 오해도 있다. 빈센트 반 고흐가 고갱을 떠나보낸 뒤 정신 분열을 일으켜 자기귀를 자른 일화는 매우 유명하다. 따라서 많은 이들이 고흐가 광기에 빠진 상태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고흐는 절대로 정신 발작이 일어났을 때 그림을 그리지 않았다. 몇 달에 한 번씩 발작이 자신을 덮친다는 사실을 깨달은 고흐는 그 주기를 파악해 다음 발작이 시작되기 전 최대한 많은 작품을 그렸다. 그렇게 탄생한 그림이 「별이 빛나는 밤」이다. 넘실대는 물결, 강렬한 색채, 대담한 표현은 고흐의 광기가 아닌 작품 활동에 대한 열정으로 탄생했다.
안토니오 카날레토의 「카프리치오 작은 광장에 놓인 사 마르코 대성당의 청동 말」은 카날레토의 영국 왕실 컬렉션 중 하나다. 베네치아를 무대로 베두타(세밀 풍경화)를 주로 그렸던 카날레토는 당시 유럽 귀족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교육 과정인 ‘그랜드 투어’의 일환으로 이탈리아를 방문한 적 있는 영국 상류층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사실 카날레토는 풍경화의 한 장르인 카프리치오의 명수이기도 하다. 카프리치오는 18세기 당시
풍경에 실존하지 않는 다른 장소의 상징물이나 상상 속 물체를 더한 도시 풍경화로 큰 사랑을 받았다. 이 작품도 산마르코 성당 위에 위치한 청동상을 광장에 있는 것처럼 카날레토의 상상으로 그린 그림이었다.
알프스산맥을 넘는 나폴레옹의 모습을 그린 자크 루이 다비드의 「알프스산맥을 넘는 나폴레옹」과 폴 들라로슈의 「알프스산맥을 건너는 보나파르트」를 비교하면 나폴레옹의 나르시시즘을 알 수 있다. 나폴레옹은 실제로는 몸집이 작은 노새를 타고 고개를 넘어야 했다. 진실을 알고 나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독자는 그림이야기가 들어 있는 책을 읽을 때면 책상 위헤 놓여 있는 한 화가의 명언을 한 번 읽고 책 읽기를 시작한다.
"예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 스위스의 화가 파울 쿨레(Paul Klee)
저자 : 기무라 다이지(木村泰司)
서양미술사가. 1966년 일본 아이치현에서 태어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에서 미술사를 전공한 뒤 영국 런던으로 건너가 소더비 인스티튜트에서 예술품(WORKS OF ART) 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런던에서 머물며 역사적인 예술품, 인테리어 오브제, 식기 등 이른바 ‘진짜 작품’을 접하곤 지식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즐거움과 지적 호기심도 만족시키는 ‘엔터테인먼트로서의 서양미술사’를 목표로 현재 다양한 강연회와 세미나, 이벤트, 저술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국내에 소개된 《63일 침대맡 미술관》, 《비즈니스 엘리트를 위한 서양미술사》, 《처음 읽는 서양 미술사》, 《미녀들의 초상화가 들려주는 욕망의 세계사》 등이 있으며 이 외에도 《시대를 말하는 명화들》(時代を語る名?たち), 《명화를 읽는 법》(名?の言い分), 《인상파라는 혁명》(印象派という革命) 등이 있다.
역자 : 최지영
한양대학교 대학원 일본언어문화학과에서 일본 문화를 전공했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하며 일본 소설, 인문서, 미술 도서를 만들었다. 글밥아카데미를 수료하고 현재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며 《욕망의 명화》 등을 번역했다. 미술과 인문학에 관심이 많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