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인 밤에 당신과 나누고 싶은 10가지 이야기 - 당신의 밤을 따뜻이 감싸줄 위로의 이야기
카시와이 지음, 이수은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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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감성이지만 마음은 우주고 계절이고 하루고 밤이다. 흑백에 단 한 가지 색만 더한 일러스트는 코로나 블루를 연상케 한다. 매우 우울하고 외롭고 그래서 신화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이 책 『혼자인 밤에 당신과 나누고 싶은 10가지 이야기』는 감성적인 그림체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카시와이의 그림 에세이로 국내에서는 첫 출간된 것이다. 이유 없이 마음이 복잡한 밤, 울고 싶은 일이 있는 날 밤, 기쁜 일로 그냥 잠들고 싶지 않은 날 등 긴 하루의 끝에 이 책을 펼치고 작가가 풀어놓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본다. 다정한 글들과 그림이 고독했던 우리의 마음에 따스한 위로를 불어넣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는 선을 깨끗하게 살린 독창적 일러스트로 일본 독자들의 큰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저자의 책으로서는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됐다. 소장가치가 크다. 특히, 파란색과 흑백의 투톤 컬러만을 사용해 담백하고 간결한 터치로 그려낸 일러스트는 서정적이고 아련한 느낌을 주며 그 자체로 높은 완성도를 보인다.

 


 

딱히 짚어낼 이유가 없이 외로움이 밀려드는 밤이 있다.

그런 날은 혼자 있고 싶은 마음도 함깨한다.

이 책 소제목에 등장하는 단어들은 오늘 밤부터 우주 공간으로 향한다.

혼자서 파도 없이 조용한 밤바다를 바라보면 왜 고래가 생각날까.

마음이 이미 신화 속으로 여정을 재촉한 탓일까.

일러스트에 나타난 인물은 작중 화자, 아마 저자 자신일 터다.

그는 행동으로 의사 표시를 한다. 말은을 하지 않는다. 웹툰과 구별되는 점이다.

외로운 이가 말이 필요할까.

더욱이 외로움을 즐긴다면... 언어보다 더 강렬한 몸의 움직임으로 독자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위로하는 데 꼭 말이 필요없을 것이다. 따뜻하고 조용한 위로의 마음만 전해지면 된다.

 


 

낮의 떠들석함을 일시에 삼켜버린 도시도 불빛만 반짝인 채 침묵 속으로 들어간다. 파란색 바탕이 짙은 바다색이기도 하고, 밤의 어스름이 깔리는 무렵의 색이기도 하다. 어쩌면 새벽이 오는 무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나 거리는 관계가 없다. 외로운 밤에는 밤이 이슥해지든, 새벽 동이 터오든 상관없다.

어차피 잠 못 들고 깨어 있는 시간이니 그렇다. 살아오면서 독자도 밤새 잠 못 이루다 부시시한 얼굴로 출근한 적이 많다. 어젯밤 어둠을 채 씻어내지 못하고 하루 일을 시작해야 한다. 시간의 흐름은 어둠을 마저 벗겨내지 못한 채 다시 신화 같은 밤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반복되는 불면의 밤, 무엇이 독자를 잠 못 들게 했을까. 특별히 생각나지 않은 밤샘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없으니 정확히 헤아릴 필요도 없었고, 시간의 흐름도 의식하지 못했으니까.

 


 

이 책에는 열 개의 이야기가 있다. 시간, 거리, 공간, 우주 등 물리적인 언어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특별한 이유는 없다. 모두 외로움 속으로 녹아들어가서 그렇다.

 

Side-A. 몇 번의 밤과 아침

첫 번째 이야기_ 이런 밤에는

두 번째 이야기_ 슬픈 밤에는

세 번째 이야기_ 파랑 스카프

네 번째 이야기_ 바다 접시

* 겨울 편지

다섯 번째 이야기_ 여행을 떠난 오르골

 

Side-B. 푸른 성층권

여섯 번째 이야기_ 멀리서 들려오는 방울 소리

일곱 번째 이야기_ 거리 · 시간 · 우주

여덟 번째 이야기_ 잠이 든 두 사람

* 여름 편지

아홉 번째 이야기_ 낱말 상자

열 번째 이야기_ 여름 등불

 


 

『혼자인 밤에 당신과 나누고 싶은 10가지 이야기』는 이런저런 생각에 잠 못 이루는 밤, 당신의 머리맡을 지켜줄 선물 같은 책이다.

“이 반짝임 속에 조금 더 살아보자, 지금은 그런 마음만으로 충분하다.”

저자는 페이지 곳곳에 이러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친 하루를 버텨낸 나에게 위로가 필요할 때, 머릿속을 가볍게 비우고 싶을 때 이 책을 적극 권한다.

저자는 혼자 있는 밤과 낮의 풍경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포착하여 공감을 주는 문장과 그림으로 그려냈다. 다행히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나 홀로 있는 밤이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느껴진다.

독자도 잊고 있던 아득한 기억 속에서 슬프도록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다. 따뜻한 언어와 감성적 표현으로 천천히 읽어가면 창밖은 어느새 파란색이 된다. 새벽 동이 틀 무렵 하늘이, 우리가 사는 공간이 왜 이렇게 푸른색을 띠는지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사실에 저으기 놀라기도 하지만 이내 잦아진다. 밤새 뒤척이던 바다가 새벽녘 잠에 드는 것처럼...

 


 

이 책이 좋다. 슬픔과 외로움을 이야기하면서도 전혀 슬프지 않고, 외롭게 느껴지지 않아서 좋다. 혼자 산책 가도 마음속에 우주와 신화, 바다와 고래가 있어서 못 느끼는가 싶다. 슬픔을 슬픔으로 대하지 않을 때 더 이상 슬픔이 아니다. 또 외로움을 외로움으로 느끼지 않을 때 역시 외롭지 않다. 밤새 이 책을 들춰보고 덮었다가 다시 들춰보고, 책 속의 파란색이 창밖의 파란색으로 바뀔 때까지 손에서 놓기 싫다. 다시 펼쳐 아무데나 읽어도 마음이 헛헛하지 않고, 방랑자의 심정으로 우주 공간을 여행하다 온 것처럼 마음은 평온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독자가 간 우주 공간에 '어린 왕자'는 없었다.

 

저자 : 카시와이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주요 작품으로 만화단편집 《107호실통신(107?室通信)》, 《빛과 창(光と窓)》이 있다. 《나뉴크들의 별자리(ナニュ?クたちの星座)》 등 여러 책의 삽화를 그렸다.

 

역자 : 이수은

 

한국외국어대학교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부터 다양한 통번역을 경험하며 책 번역의 꿈을 키웠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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