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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셰익스피어
안치운.호영송 지음 / 책세상 / 2021년 2월
평점 :
지금 왜 셰익스피어인가? 독자는 이 갑자기 출현한 셰익스피어 책에 저으기 놀랐다. 출판물의 특성상 어떤 이슈가 발생했을 때 그 분야의 책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는 것이 상례다. 예를 들면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 인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면서 세상이 온통 코로나 이슈로 빨려 들어가자 팬데믹 관련 수많은 서적이 쏟아져 나왔다. 팬데믹 감염병의 시대를 조망하는 흑사병, 1919년에 발생한 이른바 스페인 독감 등의 참상과 발병, 종식 등에 관한 책을 선두로 감염병의 역사와 코로나로 인한 심리적 불안에 따른 정신정 이상 증세 등에 관해 이를 연구한 학자, 프로이드와 아들러 등 심리학에 관한 책이 줄을 이었다. 또 심리적 불안을 치유해 주는 에세이 책도 엄청나게 쏟아져 나오며 대형 온라인 서점 판매 최상위권에 자리잡았다. 해가 바뀌고 발생 1년이 지나면서도 여전히 비슷한 책들이 꼬리를 물고 출간되는 형국이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가 세상의 모든 이슈를 다 빨아들일 때 이 책 『우리들의 셰익스피어』는 눈에 띄었다. 물론 이 책은 시류에 따라 발간된 책은 아니다. 문학과 연극의 열정을 이 한 권의 책 공동저자 호용송과 안치운의 뜻이 맞아서 발간됐다.
셰익스피어처럼 우리나라 문학 연극계에 영향을 미친 사람도 드물다. 우리 독자들도 대부분 알고 있는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햄릿』, 『맥베스』이 그의 작품이며 그의 조국 영국은 그들의 부유한 삶을 짊어진 식민지 인도와도 바꾸지 않는다고 공언해 셰익스피어와 줏가과 그들의 문화 시민으로서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 정치적 발언도 쉽게 수용될 정도로 문학사, 연극사에 대단한 기여를 한 대문호임에는 틀림없다. 사실 셰익스피어가 그의 조국 영국에 직접적으로 기여한 바는 별로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는 문학적 재능을 발휘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위대한 작품들을 많이 쓴 것은 맞지만 그 작품들이 영국의 국력 신장에 도움을 줬거나 부의 축적에 기여한 바는 별로 없다. 다만 영국이 낳은 위대한 작가로 영국의 자존심을 높여준 것은 확실하다.
이 책은 호영송의 에세이와 안치운의 연구 결과를 한 권으로 묶은 것이다. 두 사람의 공저이다. 저자 호영송은 소설가이고 안치운은 연극평론가로서 두 저자가 함께 책을 발간한 특별한 이유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두 저자는 셰익스피어 그리고 연극이라는 키워드로 뜻을 맞춰 이 책을 냈다. 이 책의 첫 문장은 “1964년은 특별한 해였다”로 시작한다. 보통의 독자들은 1964년이면 국내 정치 경제 상황이 굉장히 어려울 상황이란 것을 누구나 쉽게 짐작할 것이다.
두 저자는 왜 1964년에 집중했을까. 당시 우리나라에는 연극을 상연한 극장도 100석도 안 되는 규모의 두 개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 해는 독자도 몰랐지만 셰익스피어 탄생 400주년이라고 한다. 셰익스피어가 태어난 해는 1564년이다. 우리로서는 조선 건국 170년, 세계적으로는 대항해시대 개막 70년을 막 넘긴 시점이다. 세계사적으로 강대국들의 식민지 시대의 본격화 즈음이다. 셰익스피어는 1616년 사망한 것으로 백과사전은 확인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1부에 1964년은 한국 연극계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셰익스피어 탄생 400주년 기념 페스티벌”을 치러낸 해다. 당시 연극영화학과 학생으로 이 페스티벌을 목격한 저자는 명동 국립극장 앞의 풍경, 드라마센터의 개관, 이해랑과 여석기 등 한국 연극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과의 일화를 생생하게 그려낸다. 독자로서는 이런 열악한 환경 속 예술인들이 낭만과 가난 속에서도 예술혼만큼은 불타오른 열정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무척 좋아한다. 사랑한다고 표현해야 할 것이다. 그때 한없는 열정으로 많은 예술 작품을 창조해낸 그들이기에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명동 시절의 문인들의 후일담도 매우 흥미롭게 읽었고 거기에 등장하는 박인환 등 수많은 시인 소설가들의 일화들 때문에라도 그들은 더 사랑한다.
단편 〈죽은 소설가의 사회〉로 2006년 제32회 한국소설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호영송 저자는 그 자신이 말하듯 “연극에 대한 좋은 의미의 딜레당트”로서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이 책에 담아낸 14편의 에세이는 연극인은 물론 순수하게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찾는 독자에게 매력 있게 다가간다. ‘셰익스피어는 정말로 위대한 작가인가?’, ‘셰익스피어는 신앙인이었을까?’ 같은 누구나 생각해볼 법한 질문부터 반세기 전 연극의 풍경까지,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면면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2부에 수록한 안치운의 ‘한국 연국의 셰익스피어 수용’은 일제강점기부터 20세기 후반까지 한국 연극에 셰익스피어가 어떻게 유입되고 공연되었는지를 살핀다. 20세기초 일본 제국주의를 합리화하는 ‘개화기’ 식민교육의 일환으로 유입된 셰익스피어는 ‘세이구스비아’, ‘유염 색토비아’ 등의 이름으로 한국에 처음 소개되었다.
초기에는 서양 문호의 한 사람으로 소개되어 일본어 공연과 영화 상영, 경구 소개 등이 주를 이루었으나, 이후 여러 번역과 공연을 거치며 한국 연극에 녹아들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고 셰익스피어는 대학을 중심으로 수용의 폭을 넓혀갔다. 영어영문학과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공연과 여러 학자들의 번역을 통해 대중 속으로 파고들었다. 이후 셰익스피어는 1980년대의 정치극으로서의 공연과 해체적 관점에 따른 연출 등 여러 방향과 형태로 한국 연극의 역사와 함께한다.
2부는 셰익스피어 수용 초기부터 현대까지 한국 연극 역사의 면면을 밝혀냈다는 점에서 관련 연구자는 물론 연극과 셰익스피어를 깊게 고민하고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자료로 읽힐 수 있을 것이다.
‘들어가는 말’에서 저자들은 “셰익스피어에 대해 친근하게 ‘나의’ 또는 ‘우리의’라는 느낌을 갖는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라고 밝힌다. 즉 이 책은 셰익스피어를 흠모하는 이들을 ‘우리들’로 엮어내려는 두 사람의 기록이다. 에세이와 문헌 연구를 한 권으로 묶는 과감한 시도가 가능했던 것도 이렇게 같은 독자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에서 멈추지 않는다. 셰익스피어와 한국 연극에 관심 있는 독자뿐 아니라, 마음속 깊이 사랑한 누군가를 갖고 있는 모든 이를 호출한다. 셰익스피어가 보편적인 교양인 것처럼, 이 책은 사랑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로 읽힌다. 오래된 기억을 기록으로 남긴 한 소설가의 이야기, 오래된 문헌에서 더 오래된 작가의 이름을 발굴해낸 한 연극평론가의 이야기가 한 권으로 엮여 ‘우리들의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다는 사실이 여기 남았다. 사랑은 기억으로, 읽기로, 쓰기로도 드러난다.
그러면서도 일방통행식의 예찬을 경계한다. "셰익스피어를 지나치게 숭배하는 것에 대해 극작가 버나드 쇼는 바돌라트리(bardolarry)라는 단어까지 만들어 비꼬았다. 우리는 그를 비꼴 재간도 없는 데다가, 한 작가에게 무작정 함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도 분명하다."
셰익스피어는 1564년 잉글랜드 중부의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서 출생하였다. 정확한 출생일은 알려지지 않고 있으며, 4월 26일은 그가 유아세례를 받은 날로, 최초의 기록이다. 그가 태어난 마을은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인 영국의 전형적인 소읍이었고, 아버지 존 셰익스피어는 비교적 부유한 상인으로 피혁가공업과 중농(中農)을 겸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읍장까지 지낸 유지였으므로, 당시의 사회적 신분으로서는 중산계급에 속해 있었기 때문에 셰익스피어는 풍족한 소년시절을 보낸 것으로 짐작된다.
당시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에는 훌륭한 초·중급학교가 있어서 라틴어를 중심으로 한 기본적 고전교육을 받았으며, 뒤에 그에게 필요했던 고전 소양도 이때 얻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1577년경부터 가운(家運)이 기울어져 학업을 중단했고 집안일을 도울 수밖에 없었다. 학업을 중단하고 런던으로 나온 시기는 확실치가 않다. 다만 1580년대 후반일 것으로 생각되며, 상경의 동기가 극단과 어떤 관계였는지의 여부도 알 수 없으나, 1592년에는 이미 그가 유수한 극작가의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선배 극작가인 R.그린의 질투어린 비판을 통하여 알 수 있다.
1590년을 전후한 시대는 엘리자베스 1세 여왕 치하에서 국운이 융성한 때였으므로 문화면에서도 고도의 창조적 잠재력이 요구되었던 시기였다. 이러한 배경을 얻어 그의 천분은 더욱 빛날 수 있었다.당시의 연극은 중세 이래의 민중적·토착적 전통이 고도로 세련되었으며, 특히 그리스·로마의 고전(古典)을 소생시킨 르네상스 문화의 유입(流入)을 맞아 새로운 민족적 형식과 내용의 드라마를 창출해 내려는 때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1592∼1594년 2년간에 걸친 페스트 창궐로 인하여 극장 등이 폐쇄되었고, 때를 같이하여 런던 극단도 전면적으로 개편되었다. 이때부터 신진극작가인 셰익스피어에게 본격적인 활동의 기회가 주어졌다. 그는 당시의 극계를 양분(兩分)하는 세력의 하나였던 궁내부장관(宮內府長官) 극단(당시는 유력자를 명목상의 후원자로 하여 그 명칭을 극단에 붙이는 것이 관례였다)의 간부 단원이 되었고, 그 극단을 위해 작품을 쓰는 전속 극작가가 되었다. 그는 이 극단에서 조연급(助演級) 배우로서도 활동했으나 극작에 더 주력하였다. 그리고 이 기간을 전후해서 시인으로서의 재능도 과시하여 《비너스와 아도니스 Venus and Adonis》(1593)와 《루크리스 Lucrece》(1594) 등 두 편의 장시(長詩)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극작가로서의 셰익스피어의 활동기는 1590∼1613년까지의 대략 24년간으로 볼 수 있다. 이 기간에 그는 모두 37편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작품을 시기별로 구분해 보면, 초기에는 습작적 경향이 보였으며, 영국사기(英國史記)를 중심으로 한 역사극에 집중하던 시기, 그것과 중복되지만 낭만희극을 쓰던 시기, 그리고 일부의 대표작들이 발표된 비극의 시기, 만년에 가서는 화해(和解)의 경지를 보여주는 이른바 로맨스극 시기로 나눌 수 있다. 그에게 있어서 이러한 시기적 구획(區劃)이 다른 어느 작가보다도 뚜렷하게 구분되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그는 평생을 연극인으로서 충실하게 보냈으며, 자신이 속해 있던 극단을 위해서도 전력을 다했다.
1599년 템스강(江) 남쪽에 글로브극장(The Globe)을 신축하고 엘리자베스 1세 여왕의 뒤를 이은 제임스 1세의 허락을 받아 극단명을 ‘임금님 극단(King’s Men)’이라 개칭하는 행운도 얻었다. 그러나 이런 명칭은 당시의 관례였을 뿐 상업적인 성격을 띤 일반 극단과 차이가 없었다. 1613년 그의 마지막 작품인 《헨리 8세》를 상연하는 도중 글로브극장이 화재로 소실되었다. 1616년 4월 23일 52세의 나이로 고향에서 사망하였다.(두산백과 참조)
저자 : 안치운
중앙대학교 연극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정부장학생 시험에 합격한 뒤 국립 파리 제3대학(누벨소르본대학) 연극연구원(Institut d’etudes thearales)에서 연극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저서로 『베르나르-마리 콜테스』 『연극과 기억』 『공연예술과 실제비평』 『연극제도와 연극읽기』 『한국연극의 지형학』 『연극, 반연극, 비연극』 『옛길』 『시냇물에 책이 있다』 『연극교육제도론』 『추송웅 연구』 『연극, 기억의 현상학』 『연극, 몸과 언어의 시학』 『집과 길과 사람 사이』 등이 있으며, 역서로 『한국 사람들-희곡과 공연』 『종이로 만든 배: 연극인류학』 등이 있다. PAF 공연예술 비평상, 여석기 연극평론가상을 수상하였다. 파리 3대학과 브장송대학 초빙교수, 『교수신문』 편집기획위원, 삼성문학상, 대산문학상 심사위원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한국연극학회 회장, 국제대학연극학회 이사로 있다. 현재 호서대학교 예술학부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자 : 호영송
1962년 동국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 입학해 이해랑(李海浪) 선생에게 배웠다. 1964년 고려대학교 여석기(呂石基) 교수의 제의로 열린 “셰익스피어 탄생 400주년 기념 축제”에서 연극학도로서 〈맥베스 발췌극〉을 공연했으며, 이때부터 셰익스피어에 사로잡혀 한국 연극의 도약을 기원했다. 선배 송성한과 “문예극장”을 조직, 〈패스포드와 거짓말〉로 문공부 주최 “신인예술상 경연대회”에서 특상 작품의 주역을 맡았다. 추계예술대학에서 희곡을 강의했다. 대학 시절부터 기성 시인들과 함께 〈60년대사화집(詞華集)〉 동인 활동을 했다. 1973년 당시 문제소설 〈파하의 안개〉를 계간 《문학과 지성》에 발표한 이후 소설가, 평전작가, 방송작가 등으로 활동했다. 1960년 4·19 당시 동성고등학교 데모 결의문을 썼고, 2019년 국가유공자로 선정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