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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바닷속 고래상어는 어디로 갔을까 ㅣ 시스타북스 Seestarbooks 15
김기준 지음, 최성순 사진 / 스타북스 / 2021년 2월
평점 :
바닷속은 늘 신비와 동경의 대상이다. 거기에도 생존경쟁이 있고, 먹이 사슬이 있지만 사진이나 동영상 사진을 보면 늘 평화롭다. 아름답고 신비스럽다. 아주 깊은 바다는 햇빛이 안 들어 깜깜하겠지만 거기에도 생명이 존재한다고 하니 그 자체만으로도 신비스럽기만 하다. 인간이 문명을 이같이 엄청난 속도로 발달시켜온 것은 '호기심' 때문이라고 한다. 인간이 가진 많은 능력 가운데 호기심은 독특한 능력이다. 보통 생명체는 처음 가본 곳, 처음 본 것에 대해서는 두려움을 갖고 대하는 것이 본능인데 인간에게는 '저 너머'에 뭐가 있을까에 궁금해했고, 그곳을 가서 인간의 영역에 포함시키며 발전해 왔다. 바닷속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바다가 '대항해 시대'에 오면서 항법이 발달하고 과학에 의해 지구의 모습이나 중력 인력 등이 속속 증명되면서 바닷속도 더 이상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아니었다. 인간의 호기심은 드디어 바닷속을 탐험하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스킨스쿠버라고 불리우는 바닷속 잠영이 가능해지자 하나씩 하나씩 바다의 신비도 우리 눈앞으로 다가왔다. 수중 카메라의 발전으로 인간이 들어가는 곳의 모습은 그들에 의해 전 인류에 낱낱이 공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바닷속 절경을 감사하기 위해 동호외 단위로 스킨스크버가 많지만 처음에는 군(軍)의 특수전 전투원들만 들어갈 정도로 뒤늦게 인간에게 알려진 곳이 바닷속이다.
오랫동안 스킨스쿠버를 하며 바닷속 각종 생명체의 신비로운 모습에 흠뻑 빠져 이 책을 내게 된 저자도 스킨스크버였기에 가능했다. 직접 사진을 찍는 분과 함께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 저자는 현직 의사인데 스킨스쿠버 다이빙 강사로 활약할 정도로 바닷속에 몰입해 있다. 그는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마취통증과 교수로서 KBS ‘생로병사의 비밀’ 명의, 동아일보 선정 ‘베스트닥터’로 유명하다. 그는 특강을 통해 방송언론에서 ‘습관혁명을 통한 건강법 특강’ 명의로 활동하고 있으며 2016년 정식 시단에 데뷔한 시인이기도 하다. 또 스쿠버 다이빙 NAUI 자격증을 취득한 스킨스쿠버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책 『그 바닷속 고래상어는 어디로 갔을까』에는 점박이메가오리, 넙치, 모래뱀상어, 복어, 바다지렁이, 전갱이, 꽃갯지렁이, 씬뱅이, 멍게, 해삼, 대왕쥐가오리, 망치상어, 외비공상어, 말미잘, 고래상어 등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신기한 물고기들과 가리비, 해조류, 연산호, 왕돌초, 부채산호, 해파리 같은 바닷속 생태계가 유머러스한 묘사와 함께 생물학 사전 같은 정확한 생태 묘사로 소개되고 있다.
겉으로는 평화로운 바닷속이지만, 오래 전부터 인간들에 의해 파괴되고 오염되는 바닷속 실상도 낱낱이 파헤쳐 왔다. 폐기물이 쌓여 엄청난 크기의 섬이 된 쓰레기 섬 이야기며 상어지느러미를 즐기는 식도락가들 때문에 멸종되어가는 망치상어, 수족관에 채울 고기를 잡기 위해 바다에 뿌려대는 청산나토륨의 폐해 등등 바다가 죽어가고 있는 실태를 실제 현장에서 지켜본 안타까운 마음으로 바다 보호에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이다. 저자는 잠수를 하며 바닷속에서 만난 모든 고기들을 가리켜 ‘사랑하는 아이’ ‘내 친구’라고 표현한다. 무지막지하게 큰 고래상어 같은 고기들도 김기준 시인 앞에서는 ‘귀여운 친구’가 되는데, 이런 안타까운 모습을 보는 김기준 시인이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을까 짐작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색적인 이 수중에세이 시집에서, 스킨스쿠버 강사 자격증을 갖고 있는 저자는 스킨스쿠버를 직접 하려는 사람들을 위한 기본 가이드도 꼼꼼하게 설명하고 있다. 장비 준비에서부터 기초 훈련, 국내외 잠수 지역, 첫 잠수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경험에서 얻은 요령들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저자는 최성순 사진작가와 함께 바닷속 생명체와 생태계 등을 두루 살피며 사진과 저자의 글을 엮어 책을 냄으로써 바다 못지않게 이 이색 에세이 시집에 큰 애정을 보인다.
"(바다의 속살과 그 속에 감추어진 생명들을 만나면서) 이들에 대한 시가 쓰고 싶어졌습니다. 바닷속 생명들을 세심히 관찰하고 그들과 공감하며 진심으로 교감하였습니다. 낯선 환경에 내 몸과 마으믈 온전히 맡겨, 이윽고 자연과 우주의 아득함을 체득하고 보니, 비로소 내 삶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나는 나만의 바다를 만난 것이지요."(p. 5, 「프롤로그」 중에서)
저자가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한 장의 사진 때문이었다. 독자도 어디선가 볻 듯한 바다거북이가 플라스틱 빨대로 고통스러워하던 모습이다. 그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지면서 저자는 경각심을 느끼곤 했다고 한다. 그리고 저자가 마흔에 만난 고래상어 '정아'는 어디로 갔을지, 그 그리움을 나누고 싶어서 책을 낸 것이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또 수중 세계의 비경과 수중 생물의 생존의 비밀에 대해 생생한 사진과 함께 독자들과 나누고 싶은 마음도 컸다. 경이롭고 평화로운 바닷속은 저마다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공존하는 모습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저자는 밝힌다. 저자가 이름 붙여준 고래상어는 어디로 가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늘 그리움의 표상이기도 하다. 이 책 뒷부분에 사진이 나오는데 꽤 고혹적인 자태(물고기에게 이런 표현을 써도 되나?^^-독자 임의로 표현한 것임)를 보여준다.
"카사이 절벽 수심 십 미터 아래 거북이가 쉴만한 조그마한 동굴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가만히 앉아 가부좌를 틀고 고래상어를 기다렸습니다. 플랑크톤이, 해파리가 햇님의 온기를 따라 물속으로부터 솟구쳐 오르고, 멸치 떼와 전갱이 떼가 그 뒤를 따르고, 햇살은 바다 깊은 곳으로 곤두박질치는데, 나는 그만 깊고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던 모양입니다. 지나온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다가올 미래, 나이 마흔의 그 불안, 혼돈에 대하여 말입니다. 까마득하게 시간이 지난 것 같았습니다. 공기 잔압계 바늘이 거의 바닥을 가리키고 있으니, 이제는 올라가야 할 시간. 몸을 일으키는 순간, 그 거대한 현자가 나타났습니다. 크고 맑은 눈으로 쳐다보는 둥 마는 둥, 무심하게도 너무나 무심하게도 그냥 나를 스쳐지나 갔습니다. 놀랍고 두려웠던 나는 그만 그 깊은 물속에서 꼼짝할 수가 없었습니다. 눈물이 흐르고 또 흘려 내렸습니다."( p.225, 「마흔의 기억 ─ 고래상어」 중에서)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고 해서 외국의 바닷속만 다녔나 싶어 조금 섭섭할 무렵 책 속에 드디어 우리의 아름다운 제주 바닷속이 나온다. 반갑고 아름답다. 산호초와 열대어의 제주 바닷속. 처음 보는데도 어디선가 본 듯한 모습이기도 하다. 정감이 가서 그럴까. 그러나 저자의 우려처럼 바다를 우리 인간이 보호하지 않으면 어쩌면 영영 못 볼지도 모른다는 조바심을 깨우친다. 벌써 저자가 직접 본 생명들 중 멸종 위기이거나 멸종된 것으로 보이는 것들도 꽤 있다고 저자는 안타까워한다. 상어가 책 속에 여러 마리 등장해 상어가 무섭다기보다 아름답고 꽤 도도한 물고기인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실제 보면 크기에 놀랄 수도 있겠지만.
"태어나기도 전부터 아프고 쓰라린 숙명을 가진, 제가 늘 안타까워하는 상어가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는 아쿠아리움에서 많이 보셔서, 상어라 하면 아마도 이 아이들을 먼저 떠올리실 겁니다. 이 상어는 사실 멸종 위기에 있다 보니, 과학자들이 그 생태에 대하여 연구를 많이 하였고, 따라서 수족관에서 키우는 방법도 알아내었습니다. 그 결과 전 세계 아쿠아리움에 갇혀 사는 모래뱀상어입니다. 교미 기간에는 해안의 모래 바닥에 있을 때가 많아 이런 이름이 붙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악상어목 치사상어과에 속하는 이 아이들은 사는 곳에 따라 다르게 불립니다. 호주에서는 Grey nurse shark, 미국 및 카리브 연안에서는 Sand tiger shark, 아프리카에서는 Ragged-tooth shark 등으로 불립니다. 최대 4-5미터까지 자라며, 보통은 2-3미터 정도 크기입니다. 수족관에서는 사육사에게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바다에서도 다이버들이 주는 먹이를 잘 받아먹으며 또 온순하여 ‘바다의 큰 개’로 불리기도 합니다.(p. 42, 「바다의 시인 ─ 모래뱀상어」 중에서)
저자는 집단 교미하는 물고기를 보고는 치열하고 격정적인 모습을 감출 길 없어 시심이 작용해 시 한 수를 읊기도 한다.
처음 보는 집단교미
현란하고 아름답다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그런 후
달마시안 우주 비행선들의 편대비행
엄숙하고 장엄하다
이것은 저들의 숙명
암컷과 새끼들을 지키려는 수컷들의 용기
망치상어도 감히 근접을 못한다
그 마법의 양탄자 중에는 찢겨져 있는 아이들도 보인다
나도 온몸으로 맞서고 있는 걸까
내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
내 등에 언뜻 보이는 대리암 무늬 상처들
그리 얕지는 않을 듯
(p. 71, 「마블레이’ 전문)
저자 : 김기준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마취통증의학교실 교수
월간시 제7회 ‘추천시인상’ 당선하여 등단(2016)
월간시 제정 ‘올해의 시인상2018’ 대상 수상
중국 시가협회 및 뉴욕국제문인협회 제정 ‘아시아시인상’ 수상
스쿠버 다이빙 NAUI INSTRUCTOR
동아일보 ‘BEST DOCTOR’ 선정, 건강법 인터뷰(2019)
KBS ‘생로병사의 비밀’ 출연 ‘습관혁명’ 특강
시집 『착하고 아름다운』 『사람과 사물에 대한 예의』 출간
사진 : 최성순
부산 출생
서울대 해양학과 졸
SCUBADIVER지 편집장 역임
SCUBANET MAGAZINE 발행인
SCUBANET TRAVEL 대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