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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하1 - 어둠에 가려진 비밀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이연 / 2021년 2월
평점 :
손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식물인간인 주인공이 무협세계의 1살 어린 아이로 모든 기억을 가진 채 돌아간다는 설정으로 시작한 소설이 이제 대단원의 단계로 넘어간다. 후세에서 왔지만 당대의 사람과 똑같이 살아가면서 중국의 넓은 땅을 서로 차지하기 위한 천하통일 이전의 세상이라 수많은 전투와 궁중 생활과 강호의 세상은 우리에게도 이미 익숙한 모습이다. 각 권마다 책의 두께만큼 많은 인물들이 새롭게 등장하고 주인공 판시엔과 이리저리 엮이며 수많은 사건들을 만나고 풀리고를 거듭하던 소설은 하1권에 들어오면서 대단원의 직전 절정으로 향한다. 시작부터 반군과 흑기병의 등장으로 한바탕 죽음의 전투를 치르지만 기존 사건이 정리되는 상황이지 새로운 사건 전개는 아니다. 또 전편까지 풀리지 않고 비밀에 쌓여 있던 진실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독자들의 긴장을 바짝 조인다.
그러던 중 판시엔의 딸 소식이 전해져오고 부인 완알도 아들을 출산한다. 첫째딸 판샤오화에게 황제는 '판슈닝'(범숙녕)이라는 이름을 하사했고, 아직 아들 판량(범량)의 이름은 황제에게 받지 못했다.
'경국' 신하인 판시엔과 '북제' 황제인 쟌도우도우가 '동이성'에서 만나 비밀을 털어놓는다. 북제 황제는 여성이었다. 더욱이 그녀와 스리리의 깊은 관계는 충격적이기도 하다. 중국은 여성이 황제가 될 수 없는 불문율이 있는데 비밀이 노출됐으니 새로운 사건이 일어날까 조마조마하지만...
중간에 황제 암살 시도가 있었던지 하2권에 들어서는 새로 언급되는 것 같아 깜짝 놀라긴 했지만 흥미를 더해준다. 판시엔이 계속 찾아다녔지만 찾지 못해 애태우던 왕치니엔의 존재를 알게 된다. 등잔 밑이 어둡다.
예칭메이는 다음 마지막권에서 존재가 밝혀질까? 아직 독자로서는 알 수 없는 인물임에 틀림없다. 판시엔의 친어머니인데 여러 가지 방법으로 판시엔의 성장에 힘을 보탠 인물이 자취를 감춘 후 하2권까지 봐야 수수께끼가 풀릴 듯하다. 굉장히 관심이 가는 인물이어서 등장을 기대했으나 아직은 아닌 듯하다.
하1권의 소제목이 <어둠에 가려진 비밀>이다.
그리고 표지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어둠이 가려진 비밀이 밝혀질 때, 과거는 다시 현재가 된다. SF소설다운 카피다. 밑에 적힌 본문 내용을 가만히 소리내어 읊조려본다. 소설 전체의 분위기가 응축돼 있다. 어찌 읽으면 노자, 장자의 인생에 대한 이론 같고, 어찌보면 전쟁터의 장수 심정이기도 하다.
유난히 처량하지만 계속 높은음을 유지하는 노랫소리가,
마치 고집스럽게 타락하지 않겠다고 외치는 듯,
마치 판시엔이 꺾은 노란 겨울 꽃같이,
아니면 마치 이 진원에 사는 늙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신념과 의지는 끈기 같은 것이 아니다.
삶과 죽음 사이의 고통,
어둠 속에 갇힌 자신과 벌이는
투쟁의 몸부림과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이지.
“왜냐하면 난 처음부터 떠날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야.”
“나는 그저, 이 사람들을 배웅하는 길이었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