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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닉의 설계자들 - 나도 모르게 빠져드는 직감·놀람·이야기의 기술
다마키 신이치로 지음, 안선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1년 3월
평점 :
탐닉이라면 흔히 뭔가에 깊이 빠져 그 일에만 집중적으로 매달리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중독과는 다소 다른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중독의 전 단계쯤으로 생각한다. 이 책의 제목 『탐닉의 설계자들』은 게임 설계자들을 말한다. 게임 설계자들은 게임 개발자들이라고 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독자들이 '탐닉'의 뜻을 제대로 알고 이 책을 읽는 것이 이해가 쉬울 것 같아서다. 중독은 독으로 지칭되는 유해물질에 의한 신체적 중독과 알코올, 마약과 같은 약물 남용에 의한 정신적이고 의존적인 중독을 동시에 일컫는 말이다.(서울대학교 병원 의학정보 참조) 또 탐닉은 부정적 결과에도 불구하고 보수계 자극의 충동적 작용을 거듭하는 것으로 특징 지어지는 뇌기능 장애다. 여러 가지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지만, 기본적으로 탐닉성(중독성)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됨으로써 진행되는 생물학적 과정이 탐닉을 유발하고 또한 유지시키는 기본적 병리라고 할 수 있다.
모든 탐닉성 자극은 양성 보강 작용(자극에 노출된 사람이 반복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을 높인다)과 본질적 보수성(그 자체로 긍정적이거나 욕망의 대상이거나 쾌락을 유발하는 것으로 인지된다)을 특성으로 갖는다. 탐닉을 흔히 중독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으나, 중독과 탐닉은 서로 다른 별개의 개념으로 다루어질 필요성이 있다.(위키백과 참조)
우리는 게임에 빠져 며칠 간 식사도 거른 채 게임만 하다 영유아를 돌보지 않아 사망하거나 심지어는 본인이 사망하는 경우도 많이 봐왔다. 사회 문제로 부각되는 '게임 중독'을 경계하며 이 책을 읽고 싶다.
2020년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자가 엄청나게 늘었다. 코로나 19의 특성상 감염자의 말하거나 숨쉴 때 나오는 타액방울로 전염되기 때문에 각국의 방역 당국은 가급적 집합(사람들이 모이는) 상태를 자제할 것을 당부했고, 심할 경우 영업점이나 운동장 등 체육시설 활동의 금지와 자제할 것을 병행 사용했다.
이에 학생들의 수업도 극소수가 돌아가면서 실시하거나 온라인으로 집에서 공부하는 시스템으로 전환한 지도 1년이 다 되간다. 집안에서 흥미거리, 즐길거리를 찾는 이들에게 '온라인 게임' 업계 어쩌면 사상 최대 호황을 맞은 셈이다. 독자는 게임을 바둑이나 포커 등 보드 게임만 즐기기 때문에 닌텐도 등의 게임은 종류도, 하는 방법도 모른다. 당연히 학생들이나 젊은 세대에게 '꼰대' 소리 듣기 싫어 게임에 관심은 죽 가져왔다. 대략 라니지 출현 때부터다.
그러나 프로게이머가 생기고 아이들의 화제가 게임에 관한 것들이 많았다. 특히 새로 나온 게임이 자주 입에 오르내린다는 것쯤은 알게 됐다. 때맞춰 TV 등의 광고가 마치 영화 예고편처럼 쏟아져 나오기 시작해 관심이 더 커진 상태다. 다만 상당수 게임이 폭력성과 선정성에 아직 의존한다는 점에서 다소 우려도 된다.
지난해 게임 업계는 대 호황이었던 것 같다. 게임 관련 보도에 따르면 닌텐도는 최근 12년 만에 최대 실적을 냈다. '위Wii'는 1억대가 넘게 팔렸다. 거기에 기네스북에오른 '슈퍼 마리오', 품절대란 '동물의 숲'까지 게임 시장은 폭발적으로 덩치를 키워가고 있다. 게임 하는 사람들은 왜 "나도 모르게 빠져들고', 친구에게 해보라고 권유하며, 시키지 않아도 닌텐도 게임들을 SNS에 올리며 자랑할까. 자칫 게임 중독에 이르러 심각한 상황에 빠지기도 하는 게임이 왜 그렇게 인기를 끌까. 이 책 『탐닉의 설계자들』의 저자 다마키 신이치로에 따르면 바로 닌텐도 기획자들이 '탐닉을 설계'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탐닉을 설계하는 포인트를 세 가지로 집약했다.
첫째는 단순하고 이해하기 쉬운 체험으로 상대방이 무언가를 '직감'하게끔 하는 직감 디자인, 둘째는 예상을 빗나가는 '놀라움'으로 피로와 싫증을 불식시키는 놀람 디자인, 마지막은 상대방이 체험을 통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게끔 해주는 이야기 디자인이다. 이 세 가지 중 하나만 빠져도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이것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기획하거나 마케팅하는 일은 물론이고 협상, 설득, 제안 등 모든 일에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공통된 원리다. 이 책에는 기획자, 개발자, 마케터, 경영자까지 상대방에게 '나도 모르게 빠져버리는' 경험을 선사하고 싶다면 반드시 알아야 할 놀라운 비즈니스 아이디어들을 담겨 있다.
‘위(WII)의 전도사’로 불리는 다마키 신이치로는 프로그래머로 닌텐도에 입사한 후 플래너로 전향, 전 세계에 1억 대가 팔린 ‘위’의 기획자로 일했다. 그는 전 세계인을 사로잡은 위의 초기 콘셉트부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서비스의 기획 및 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관여했다. 이 책에 담긴 노하우와 기법들은 그가 게임을 직접 만들며 고민하고 분석해온 데이터들의 축적이다.
제품의 기능이나 성능은 다 거기서 거기다. 그래서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체험’이 없는 상품과 서비스는 살아남을 수 없다. 저자는 게임 기획에서 얻은 ‘체험 디자인’의 핵심 포인트를 비즈니스와 실생활에서도 응용할 수 있는 세 가지 형태로 정리했다. 당신이 만들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는 고객에게 어떤 체험을 전달하는가? 반대로 소비자로서 당신은 어떤 강렬한 체험을 했기에 특정 제품과 서비스에 호감을 느끼고 팬이 되었는가?
“뭐가 좋았더라? 왜 또 샀더라?”를 돌아보면 거기에는 분명 직감, 놀람, 이야기가 있다. '대박 게임의 3요소'쯤으로 생각해도 될 듯하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집필 의도를 밝힌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고, 상대방이 나를 이해해줬으면 하고,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주었으면 하는 당신의 바람에 답하고자 이 책을 썼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나 스스로가 그것을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체험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그것이 너무나 알고 싶다. 틀림없이 당신도 같은 마음일 것이라 생각한다. (…) 소개가 늦었다. 나는 ‘닌텐도’에서 게임기 기획을 담당했고, 가장 깊이 관여한 상품은 게임기 ‘위Wii’다. 위는 전 세계에 1억 대가 팔린 히트 상품이 되었지만 위 자체는 사실 재밌는 장치가 아니다. 게임기는 어디까지나 이용자들이 게임을 재미있게 체험하게끔 해주기 위한 도구다. 당시 나는 ‘게임은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가’에 대한 논의와 분석, 연구를 거듭하여 상품 기획에 활용하였다. 내가 가진 유일한 무기는 경험을 통해 배우고 실천해온 ‘마음을 움직이는 체험을 만드는 방법’이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상품의 기능과 성능만으로 상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마음을 움직이는 체험을 제공해주는 상품과 서비스를 원한다. 때문에 우리는 항상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어 한다. 그것이 바로 이 책의 핵심이다. 이 책에서는 마음을 움직이는 체험을 만드는 방법을 ‘체험 디자인’이라고 지칭하고, 비즈니스와 실생활에서도 응용할 수 있는 3가지 형태로 정리하였다.
- 「프롤로그」 중에서
게임에 대해서, 게임 업계에 대해서도 거의 문외한인 독자가 이 책을 읽겠다고 덤빈 것은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게임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는데도 게임 업계는 어떻게 호황을 누리는지, 어떤 게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다. 다행히 이 책은 게임에 문외한이라도 게임의 '속성'을 알고 게임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책임에 틀림없다는 판단은 선다. 다만 그 운용상의 문제에 자율적이고 더 사회에 기여한다는 의식을 많이 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게임을 즐기면서 즐기는 개인에게도, 그 게임이 확산되는 사회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해야 한 시대를 이끌고 가는 기업이 되고, 업계가 되고, 산업이 될 터이니. 마지막으로 독자가 가장 재밌게 읽었던 부분은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중 마지막 '이야기'에 대한 부분이다.
‘라스트 오브 어스’는 현대를 무대로 한 액션 게임이다. 동충하초처럼 인간에 들러붙어 그 사람을 좀비로 만들어버리는 불가사의한 균으로 인해 존망의 위기에 처한 미국, 감염 확대로 패닉에 빠진 가운데 혼자 키운 사랑하는 딸을 잃고 절망 속에서 살아온 주인공 ‘조엘’의 운명은 20년 후, 어느 날 갑자기 바뀌기 시작한다. 전 세계에서 균에 내성을 가진 오직 한 사람, 잃어버린 딸과 같은 나이인 14살 소녀 ‘엘리’와 만나게 된 것이다. 종말을 향해 가는 세계를 여행하는 둘은 어떤 ‘우리의 결말The Last ofUs’에 이르게 될까? 굉장히 묵직한 내용이다. 이렇듯 복잡하게 얽힌 내용은 등장인물의 대사와 영상만으로 전달된다. 상황을 설명해주는 요소도, 화면에 나타나는 문자도 거의 없다. 비주얼은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묵직한 이야기를 대사와 영상만으로 전달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한편, 바람의 여행자는 더욱 날카로운 디자인으로 이야기를 전달한다. 게임 속에 문자는커녕 말 자체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바람의 여행자의 줄거리는 이렇다. 처음 보는 옷으로 몸을 감싼 주인공은 갑자기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에서 눈을 뜬다. 멀리 보이는 것은 산꼭대기뿐이고, 주인공은 그곳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산이 목적지임을 나타내는 확실한 정보도 없다. 우연히 눈에 띈 산을 향해 걷기 시작했을 뿐이다. 가뜩이나 수수께끼로 가득한 설정에 작중에는 일절 문자가 등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사로 된 설명도 전혀 없다.
이렇듯 신선한 디자인으로 바람의 여행자는 수많은 게임상을 수상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수많은 상 모두가 이 게임을 ‘이야기성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이 게임은 문자나 대사 없이도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도대체 이야기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솟구칠 것이다.
「이야기 디자인 : 도대체 이야기란 무엇인가」 중에서
저자 : 다마키 신이치로
1977년생. 도쿄공업대학, 호쿠리쿠 첨단과학기술대학원 대학을 졸업했다. 프로그래머로 닌텐도에 입사 후 플래너로 전향, 전 세계에 1억 대가 팔린 게임 ‘위’의 기획담당자로, 가장 초기의 콘셉트 워크부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서비스의 기획 및 개발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걸쳐 관여하여 ‘위의 전도사’, ‘위의 프레젠테이션을 가장 많이 한 남자’로 불린다. 2010년, 닌텐도를 퇴사하고 같은 해, 고향인 아오모리현 하치노헤시로 돌아와 독립하여 ‘와카루사무소’를 설립하였다. 전국의 기업과 자치단체 등을 대상으로 콘셉트 입안, 효과적인 프레젠테이션 방법, 디자인 등을 주제로 세미나, 강연, 워크숍, 프레젠테이션 등을 연 60회 이상 진행하고 있다. 그 밖에도 컨설팅, 웹서비스 및 애플리케이션 개발, 인재육성 및 지역 활성화에도 힘쓰고 있다. 저서로는 《콘셉트 만드는 방법》(다이아몬드사)이 있다.
역자 : 안선주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일통역과를 졸업했다. 방송, 영화, 금융 등 여러 분야에서 통역가이자 번역가로 활약했으며 현재는 엔터스코리아 일본어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