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청춘 - 어른 되기가 유예된 사회의 청년들
장 비야르 지음, 강대훈 옮김 / 황소걸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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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문제는 이제 대한민국의 사회 문제를 넘어 세계의 문제가 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취업이 어려워 연애, 결혼, 부모 되기 등을 포기한 '오포 세대'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사회 문제로 고착화됐다. 이들은 서른 이전에 결혼하거나 안정된 직장을 갖기 힘들다. 첫 취업과 출산, 성년기 진입 연령도 반세기 전보다 10년 이상 늦어졌다고 사회학자들은 주장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사회적 붕괴뿐만 아니라 정가(政街)에도 큰 문제로 불어닥쳤으며 이젠 민주주의가 시험대에 올랐다고 강조하는 학자도 등장했다.

프랑스 사회학자 장 비야르는 "청년 문제가 현대사회의 중요한 정치적 과제이자 민주주의의 시험대가 됐다"고 말한다. 유동하는 현대사회에서 청년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그들은 4가지 청춘 수업(학업, 사랑, 여행, 노동)을 어떻게 치르고 있으며, 국가와 기업은 청년층의 어른 되기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작은 책 『기나긴 청춘』의 문제의식은 2010년부터 대한민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헬조선’에서 연애와 결혼, 취업을 포기한 채 신음하던 청년들은 그 후로 어떻게 됐을까? 무엇이 당시 청년들을 그토록 좌절케 했고, 지금 그들은 어떤 어른이 돼가고 있는가? 또 계층 간 이동이 어려워지고 소리 없이 ‘중산층’이 사라져가는 현재의 대한민국 사회에서, 출신 배경이 다양한 청년들은 어떤 청춘기를 보내고 있을까?

저자 장 비야르에 따르면 길어진 청년기는 평균수명과 여가가 늘어난 시대의 필연적 부산물로, 국가와 기업, 시민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총체적 문제다. 이 작은 책은 그 어려운 과제를 향한 흥미로운 물음과 모색을 담고 있다. 독자는 개인적으로 청년문제가 우리나라의 고질병으로 알고 있었는데 프랑스의 경우 이미 이 문제의식이 태동한 지 50년이 지났다고 해 깜짝 놀랍고 부끄럽기만 하다. 그 50년 동안 독자는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었고, 세계인의 한 사람이 아니었나 하는 자책감에서다.

 


 

대한민국 청년들만 겪고 있는 줄 알았던 문제들이 프랑스의 청년들 또한 다르지 않았다는 점은 우리 문제는 예방하거나 대책 수립을 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는 말로 들려 정치가나 정책 관계자들에게 실망감 또한 크다. 프랑스의 청년들 또한 양극화되어 있으며, 사회 한쪽에서는 우리보다 심각한 마약을 하는 청년들이 있었다니 우리보다 훨씬 심각한 상태로 인식된다. 물론, 그 반대쪽에는 상류층의 자제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정규직으로 바로 입사해 사회의 지도층이 되는 길이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 작은 책을 통해 이미 전 세계가 아는 문제를 길게 말하고 논쟁하고 할 시간이 없다는 뜻을 간결하게 말하고 싶은 것으로 읽힌다. 매우 무겁고 큰 문제를 이 작은 소책자에 알맹이만 담아서 전 세계에 내놓은 것으로 봐서 다른 선진국에서 모두 인지하고 있는 문제인가 보다. 문제 의식을 재점화시키는 목적인가, 아니면 대안을 세워야 한다는 말을 간결하고 짧게 한 것인가. 지식이 짧은 독자로서는 헤아릴 길이 없지만 세계가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세계인의 문제인 것만은 분명히 인지하게 됐다. 코로나 팬데믹처럼.

 


 

책의 내용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본다. 프랑스 사회학자로서 72세의 저자는 평균수명의 연장과 노동시간의 단축으로 인해 오늘날 청년세대가 '어른'이 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빍힌다. 통계에 따르면 예수가 살던 무렵 인간의 평균 수명은 약 30만 시간이었다. 1900년 서구인의 일생은 50만 시간에 이르고, 한 세기 지나 현대인은 70만 시간을 살고 있다. 반면 노동시간은 갈수록 줄어든다. 과거엔 노동이 대다수 사람의 정체성을 결정했다.

오늘날 임금노동자, 특히 청년층의 첫 번째 관심사는 노동 외 활동에 부담을 주지 않고 자신이 꿈꾼 사생활을 영위하기에 충분한 급여를 받는 일을 찾는 것이다. 이 노동관으 노동을 거부하는 게 아니라 사생활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다. 10퍼센트에 불과한 근무 시간이 남은 90퍼센트의 비노동 시간을 침해해선 안 된다는 것. 바꿔 말하자면 비노동 시장이 우리의 노동과 창조성을 규정하며, 재택근무식 자가 생산이 개인의 수입과 인간관계에서 더 중요한 시대가 도래했다.

이 새로운 사회에서는 일상적이고 소소한 협업 활동이 중요해질 것이다. 타인과 어울림 속에서 각자의 시간을 향유하는 이런 활동이 앞으로 프랑스민주노동총연맹의 표현을 빌리면, 이제 새로운 시대의 '사회적 배낭 정책'이 필요한 때가 됐다.

 


 

오늘날 어른이 된다는 것은 이전 세대처럼 결혼, 집, 정규직을 통해 자리 잡는 게 아니다. 이제 어른 되기는 불연속성과 불안정성을 중심으로 짜인 사회, 즉 변화와 단절, 새 출발의 능력을 요구하는 사회에 진입한다는 의미이다. 이 시대의 과제는 새 세대의 열망과 생활 양식에 부응할 수 있는 공공 정책을 개발하고, 개인의 나이와 경력에 관한 새로운 관점을 마련하는 일이다.

사회학자 안느 뮈젤의 표현에 따르면 선거나 사회 참여, 노동에서 '단속성의 세대' 말이다. 청년 노동에 법적 지위를 부여할지는 다양한 논의와 협상, 보호가 필요한 문제다. 부동의 결론은 1968년 이후 50년이 지난 이후, 청년층의 자립과 어른 되기가 민주주의 가치의 수호는 물론 사회 전체의 긴급한 정치적 현안이 됐다는 것이다. 문제 제기와는 달리 결론은 빈약한 감이 있어 아쉽다. 이 책의 말미 「결론」에서 "이제 청년들의 4가지 청춘 수업(학업, 노동, 여행, 사랑)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청년’의 법적 지위 규정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결론 짓는다.(p. 89)

 


 

서문

1. 여가 혁명 시대의 노동

2. 노동이 삶의 전부가 아닌 시대

3. 자기 시간에 대한 권한 되찾기 : 업무에서 단절될 권리

4. 유동하는 사회에서 어른 되기

5. 사회적 징검다리로서 기업의 역할

결론

 

저자 : 장 비야르(JEAN VIARD)

 

프랑스의 사회학자이자 파리정치대학(SCIENCE PO) 교수로, 현대사회의 노동과 여가, 도시와 시골 공간의 변화, 주 35시간 노동의 효과 등을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지은 책으로 《PENSER LES VACANCES 바캉스를 생각한다》 《LE TRIOMPHE D’UNE UTOPIE: VACANCES, LOISIRS, VOYAGES-LA REVOLUTION DES TEMPS LIBRES 여가의 혁명》, 《AU BONHEUR DES CAMPAGNES시골에서 행복》 《LE SACRE DE LA TERRE 땅의 희망》(공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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