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 지금 우리 시대의 진짜 간신은 누구인가?
이한우 지음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사마천은 “바른 것을 북돋우고, 재능이 뛰어나며, 자신에게 주어진 때를 잃지 않고, 천하에 공명을 세우는 사람들을 위해 열전을 짓는다.”고 하였다. 인물에 관한 열전의 경우, 행적을 서술하면서 인물의 시비와 득실을 논하였으므로 편찬자의 의도가 확연히 드러난다. 기전체 역사서에서 대체로 가장 많은 분량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보통의 열전은 한 사람의 인물을 표제로 내세워 전(傳)을 세우지만, 사적이나 행실이 같은 여러 사람들을 묶어서 종합적인 전기로 적기도 하고, 같은 유형을 개괄하여 명칭을 정하기도 하였다.혹은 다른 이의 인물에 부속하여 정리해 놓기도 하였다. 소수 민족이나 이웃 국가 혹은 각종 전문 직업을 내용으로 한 열전도 있다. 그런데 일반 문인들이 지은 전기체 산문은 열전이라 하지 않고 ‘전’이라고 부르는 게 관례였다.

역사서에 수록된 인물열전이 대체로 저명한 인물을 다루고 있는 데 반해, 일반 문인들의 전기물 속에는 사회적 지위가 낮거나 유명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기록도 많아, 인물 전기의 대상폭이 생각보다 넓었음을 알 수 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간신은 동서고금 언제나 있었다. 충신이 있었던 것처럼 간신 역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며 한 시대를 살다 갔다. 역사 속의 인물들은 최후가 어떻든 그가 공직에 있을 때 어떻게 했는지가 더 중요하고 더 교훈적이다. 이 때문에 이 책 『간신열전』은 어떻게 간신으로 역사에 남았는지를 잘 살핌으로써 공직자가 어떻게 일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반면교사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저자 역시 그런 뜻에서 이 책을 집필했으리라.

간신들이 역사에 이름이 남아 있는 것은 '공직자가 공무를 행할 때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후세에 남겨 공직 기강과 공직의 임무 등을 얼마나 책임 있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알게 함이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쓰여진 것으로 독자는 믿고 있다. '열전(列傳)'으로 표기돼야 할 이유는 그런 간신들의 이야기를 통사적으로 고찰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본다.

책에 따르면 간신의 역사는 인간 역사의 시작과 함께 탄생했다. 이 책은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온갖 수단을 써서 나라를 망친 역사 속 간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회에서의 간신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저자는 〈조선일보〉 오피니언 란에서 인기리에 연재 중인 ‘이한우의 간신열전’을 토대로, 흥미로운 역사적 배경과 친절한 해설을 풍부하게 추가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간신은, ‘신하’라는 신분의 문제보다는, 야심이 많은·표리부동한·사악한 사람이라는 ‘유형’에 가깝다. 이 책은 전통사회에서 제기되던 고정관념으로서의 간신론을 해체하고, 현대사회에 맞게 재구성된 간신 개념을 갖고 역사를 뒤흔든 간신들의 실상과 문제점을 짚어낸다.

 


 

저자가 말하는 간신의 유형은 모두 7가지다. 나라를 통째로 빼앗은 찬신, 황음에 빠진 임금을 시해한 역신, 임금을 무시하고 권력을 휘두르는 권간, 임금의 눈과 귀를 멀게 하는 영신, 군주의 총애를 믿고 설치는 참신, 아첨으로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유신, 자리만 지키며 녹봉이나 축내는 구신. 역사가 이야기하는 최고의 간신은 누구일까?

진나라 2세 황제 때의 환관 조고, 고려 공민왕 때의 환관 김사행 등 다양한 인물들을 소개하고, 간신으로서의 면모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시각에서 책은 긍정적으로 재평가할 수 있는 점도 함께 밝혀서 객관적으로 간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 하였다. 뿐만 아니라 제갈공명의 간신 식별법 7가지, 간신들의 충신 저지술, 《고려사》의 제1호 간신이 된 사람 등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흥미로운 역사 속 이야기가 가득하여 새롭게 아는 즐거움이 크다.

조선 정조 때 익히 들어 알고 있는 홍국영의 다른 면모들을 볼 수 있어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서에 대해 재발견하는 듯한 느낌이었다.정치권이나 국제 사회에서는 어제의 동료가 오늘은 적이 되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왔다. 그만큼 살아 움직이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요즘 말로는 "정치는 생물(生物)"이라는 말이 역사서를 통해 보아도 실감나는 말이다. 동료를 중상모략하는 참신들의 방법은 다른 책에서는 자세하게 자주 다루지 않은 부분이다.역시 새롭게 알아가는 즐거움이 배가 된 부분이다.

 


 

가장 충격적으로 관심을 끌었던 간신은 '강윤충'이다.

저자에 따르면 강윤충은 충숙왕의 총애를 받아 노비를 면한 데다 수완이 좋았다. 여인들이 먼저 유혹할 정도로 외모마저 뛰어난 강윤충은충혜왕에게 여인을 은밀하게 바치며, 막강한 권력을 잡아나간다. 난을 진압하는 공도 세운 강윤충은 재상이 된다. 그는 대비 격인 충숙왕의 어머니와 간통을 하고, 본부인이 있음에도 죽은 재상의 부인 장씨와 잠자리를 한다. 놀라운 점은 장씨가 먼저 강윤충을 유혹했단 점이다.

강윤충이 저지른 행위는 여기까지라면 '간신열전'에 오를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유념하고 저자의 설명을 따라간다. 이후 그는 장씨에게 붙어 재산만 빼먹고 그녀를 버린다. 간통의 이유가 사랑이 아닌 재산이었다. 강윤충은 충정왕을 거쳐 공민왕까지 모시며 1품의 자리에 올랐으나 역모로 죽는다. 역모죄는 삼족을 멸족시킨다 했는데 말로만 엄중한 죄를 묻겠다는 의미인가. 그의 후손은 씨가 마를 듯하나 그의 형 강윤성의 딸이 이성계의 두 번째 부인이 된다. 방번, 방석을 낳은 신덕왕후 강씨라는 사실은 놀랍다 못해 경악스럽다. 이 책에는 이처럼 놀라운 간신의 이야기가 연달아 나온다.

 


 

간신을 바라보던 백성들의 시선과 <고려사>에 언급된 악행이 상반되기도 하고, 그들에게 휘둘렸던 왕의 사정과 시대에 따라 우리가 알던 것과 다른 내용도 있다. 조선 시대엔 같은 뜻으로 사용했지만 고려 시대의 환관과 내시는 전혀 달랐다고 한다. 즉 내시는 신진 엘리트 중에서 왕의 측근인 보좌관을 맡았고, 환관은 서민과 천예(賤隸: 천한 종)의 후손 출신으로, 어려서 개에 물린 자들이 환관이 되었다고 한다. 표현을 개에 물렸다고 했을 뿐 거세를 말한 것이리라. 이 무렵 거세라는 형벌이 전혀 쓰이지 않았다는 점도 놀랍지만 이를 반증하기도 한 것 아닐까 독자는 생각한다. 개에게 물린 아이들이 그렇게 많았나? 궁금하기도 했다.

진지하게 과거의 간신을 보며, 현재의 간신을 생각해보는 저자의 의도와는 달리 독자로서는 크게 떠오르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물론 지금 우리 공직사회에 간신이 없기를 더 바라지만. 아마 독자가 공직자들의 사회나 정치인들의 생각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책의 뒷 부분에 있는 「부록」에서 '제갈량의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도 재미있다.

첫째, 어떤 일을 물어 그 대답의 옳고 그름을 통해 그 속마음을 살핀다.

둘째, 말로 궁지에 몰아넣어 그의 임기응변을 살핀다.

셋째, 계책에 관해 말해보게 해서 그의 식견의 깊이를 살핀다.

넷째, 재난이 났다고 말해주어 그의 용기를 살핀다.

다섯째, 술에 취하게 해서 그의 밑바닥 성품을 살핀다.

여섯째, 재물로 유혹해서 그의 청렴함을 살핀다.

인간의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그 욕심을 채우기 위해 행동하느냐, 진심으로 국민들을 위해 부리는 욕심인가를 따져야 할 것이다. 사적인 자리에서도 이런 부분은 친교를 맺을 것인가의 여부를 따질 때 필요한 것인데, 공직에서는 말해야 무엇하랴. 욕심을 제어하는 사람과 욕심을 위해 남을 위해하는 사람으로 분류하기 위해 제갈량이 머리를 짜낸 것이란 생각이 든다.

 


 

왜 지금 시대 간신을 말하는가? 앞서의 언급처럼 여전히 간신들이 많다는 뜻인가. 나라에는 '충신도 있고, 간신도 있다'는 역사 속의 사실이 참이라면 구별해 등용하라는 뜻일진대 과연 제갈량처럼 명쾌한 구별법을 누가 알고 있을까. 충신은 나라와 백성을 위해 목숨 바쳐 일하지만 간신은 국가와 백성에게 막대한 손실과 피해만을 끼친다. 지나온 역사가 말해주는 '팩트'이다. 그럼 지금도 국민들이 피해 볼대로 다 본 다음 간신을 가려내 응징할 것인가.

우리의 정치 성숙도와 민주 경험에 의해 판별될 문제가 아닌가. 지금 우리 시대의 진짜 간신은 누구인가? 저자의 의도와는 달리 '잣대'만 던져주고 독자들이 알아서 판단하라는 의미인 듯 보인다. 물론 저자의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한 독자 탓이지만.

간신의 역사는 인간 역사의 시작과 함께 탄생했다. 이 책은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온갖 수단을 써서 나라를 망친 역사 속 간신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회에서의 간신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간다.

어떻게 간신인지 아는가? 어떤 일을 물어 그 대답의 옳고 그름을 통해 그 속마음을 살핀다. 말로 궁지에 몰아넣어 그의 임기응변을 살핀다. 재난이 났다고 말해주어 그의 용기를 살핀다. 재물로 유혹해서 그의 청렴함을 살핀다. 약속을 통해 그의 신뢰성을 살핀다. 이는 삼국시대 명재상이었던 제갈량의 '간신 식별법'이 오늘날에도 유효할까.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