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사는 사람 중 등산을 취미로 갖는 분들이 많다. 건강을 위해 등산처럼 좋은 취미도 없다. 미세먼지 등으로 심각하게 오염된 대한민국의 대기가 산악 지역에 가면 그나마 깨끗해서 상쾌한 기분을 맛보기에는 더할 나위 없기 때문이다. 대기가 이렇게까지 오염된 것이 공식으로 발표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봄철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 때나 문제되던 공기질이 이렇게 나쁜지를 알게 된 것은 21세기 들어서면서부터다.
대도시, 도시, 군단위 지역 등으로 대기오염도가 높아지자 예전엔 시간 없고 힘들어 잘 안 가던 동네 뒷산이 그렇게 소중하게 보인 적이 없었을 터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등산을 원래 잘 다니지 않았지만 지리산은 노고단 피아골 정도로 돌아내려온 적은 있다. 마음 먹고 갔지만 지리산 종주에는 2박3일이 소요된다는 안내자 역할을 한 지인의 말대로 하루만에 독자는 생애 '위대한' 등산을 마쳤다.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때가 더 힘들었다. 내려와 일주일을 꼬박 다리를 절며 일해야 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피아골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는 힘든 길이라는 것이다.
지리산은 그렇게 만만한 산이 아니다. 요즘에야 7,000미터가 넘는 고봉들이 즐비한 에베레스트 산에 가는 것이 예삿일인 전문 산악인들이 많지만 그때 당시 일반인으로서는 지리산 1,915미터도 꿈의 높이였다. 더욱이 보존가치도 높아 대한민국 국립공원 제 1호로 지정(1967년)돼 보호되고 있다. 지리산에 갔다가 지리산이 좋아 아예 눌러사는 산악인도 여럿 있다고 들었다. 아름답고, 웅장하고, 식생이 훌륭한 우리의 명산이다.
여기에 둘레길이 생겼다. 지리산 정상에 오르기 힘든 분들을 위해 지리산을 감상하고, 분위기에 심취할 수 있는 트레킹 길이다. 지리산둘레길은 지리산을 둘러싼 3개 도(전북, 경남, 전남), 5개 시군(남원, 함양, 산청, 하동, 구례)의 21개 읍면 120여 개 마을을 연결하는 295km의 장거리 도보길로 지리산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옛길, 고갯길, 숲길 등을 모아서 만들어졌다.
이 지리산둘레길을 산애호가 두 형제가 다녀왔다. 산이라면 자다가도 일어나서 길 나선다는 최병욱 저자다. 친동생인 최병선(바이러스 과학자)씨도 함께했다. 두 형제는 지리산둘레길을 다녀온 후 "우리나라의 산천 평야가 아름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말한다. 이곳엔 상큼한 숲의 향기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 역사적인 발자취, 볼거리, 먹거리 등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계절에 따라 바뀌는 경치 또한 일품이라고 하는데, 봄에는 갖가지 꽃들과 파릇파릇한 새싹을, 여름에는 울창한 숲을, 가을에는 황금빛 들판을, 겨울에는 흰 눈이 쌓인 설경을 만나 볼 수 있다. 즐기고 싶은 계절을 선택하여 지리산둘레길을 둘러보는 것도 도보 여행의 묘미가 될 것이다.
지리산의 품속에 안겨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걸으면서 이곳의 향기, 볼거리, 먹거리를 마음껏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지난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등산객이나 둘레길 여행자가 많지 않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이 종식되면 사정이 달라질 것이다.
두 형제는 지리산둘레길을 걸으며 어느 때보다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지리산둘레길은 숲이 우거져 시원한 느낌을 한가득 주었고, 솔향기와 참나무숲 내음이 피로를 풀어주어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다. 다양한 식생을 자랑하는 지리산이니 가능할 일이다. 또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는 두 형제에게 평온함을 선사했다. 지리산은 웅장하지만 어머니처럼 포근한 산이기도 하다.
이밖에도 지리산둘레길 구간마다 길을 특색있게 꾸며놓아 도보 여행자의 눈길을 잡아 끈다. 그 모습은 세계 어느 곳보다도 아름답고 넉넉하다. 구간마다 지역 특성에 맞게 은행나무길, 살구나무길, 개오동나 무길, 석류나무길, 구찌뽕나무길, 산수유길, 돌배나무길, 이팜나무길, 단풍나무길, 벚나무길, 꽃복숭아나무길 등을 조성해 놓아 매우 인상적이다.
지리산둘레길은 눈뿐만 아니라 입도 즐겁게 해주었다. 지리산 흑돼지와 고사리, 목통마을의 토종꿀, 고로쇠수액, 두릅, 엄나무순, 삼화실의 취나물, 정금리의 녹차밭, 섬진강의 재첩, 은어, 하동의 매실, 배, 한우고기, 산동의 산수유, 악양면의 대봉감, 광의면의 단감, 시천면의 지리산 곶감, 산청의 약초 등 모두 다 표현하지 못할 만큼 이곳엔 사시사철 풍성한 음식이 가득하다. 좋은 경치에 맛있는 음식까지 있는데, 이보다 행복한 여행이 또 있을까?
도시에서 벗어나 잠깐의 휴식을 즐기고 싶거나 마음의 여유를 느끼고 싶을 때 두 형제가 다녀온 지리산둘레길을 걸어보길 두 형제는 추천한다. 이곳에서 힐링은 물론 상큼한 숲 내음 향기와 아름다운 볼거리, 풍부한 먹거리를 통해 아주 만족스러운 추억을 가슴 깊이 간직하리라 두 형제는 장담한다.
이팝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잠시 쉬면서 우계리 들판을 바라보았다. 서당마을의 지리산둘레길 주막갤러리에 도착해 시원한 맥주와 음료수로 더위를 식힌 다음 라면을 끓여 점심식사를 했다. 맥주가 이렇게도 시원할 수가 없었고, 라면도 지금까지 먹어본 라면 중 제일 맛이 좋았다. 너무 배가 고프니 시장이 반찬이라고 모든 것들이 맛있었다. 가격은 또 왜 이렇게 싼지…….(p. 150)
화개장터는 섬진강 물길을 따라 경상도와 전라도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내륙의 산물과 남해의 해산물을 서로 교류했던 장소로 지금은 상설시장으로 꾸며놓고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었다. 8월 초순 집중폭우로 섬진강이 범람하여 침수됨으로써 피해가 컸는데 주민들이 합심하여 많이 복구되어 있었다.(p. 172)
구례 산수유꽃축제의 본고장 인산동마을의 산동면사무소에 주차하고 지리산둘레길 마지막 구간 트레킹을 시작했다. 원촌초등학교를 지나 현천마을로 들어 서는 초입의 삼성마을에서 광활한 황금 들녘과 저 멀리 보이는 지리산 자락이 어울려 한 폭의 멋진 산수화를 빚어냈다. 대표적인 산수 유마을인 현천마을로 오르는 길목에는 대추와 석류들이 주렁주렁 열렸고 논에는 황금빛 벼가 무르익어가고 있어 가을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었다.(p. 224)
저자 : 최병욱
1980년 3월부터 35년간 대전동아공고, 동아마이스터고에 근무하면서 기술인력 양성에 일생을 바쳤다. ‘해외여행 20번, 백두대간종주 2회, 우리나라의 명산 등산 1,000회’를 인생의 목표로 정해 놓고, 1980년부터 목표 달성을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 2017년 6월 기준, 해외여행 24회, 백두대간종주 3회, 명산 등산 1,216회를 실시함으로서 인생의 목표를 달성했고, 에베레스트 ABC 트레킹과 백두산도 다녀왔으며, 석가모니의 인도 성지순례도 다녀왔다. 그리고 인생 100세 시대를 맞이하여 다시 제2의 인생의 목표를 설정했다. 지리산둘레길, 제주도올레길, 해파랑길 완주, 코리아둘레길 4,500km 완주, 국토대장정(땅끝에서 통일전망대까지), 블랙야크 100명산 등산, 108 사찰 탐방, 108 암자 탐방, 백만배 절하기, 지구 한바퀴(4만 km) 걷기, 책 500권 읽기, 추가로 해외여행 20번 등이다. 제2의 인생 목표 달성을 위해서 오늘도 열심히 수련하며 정진하고 있다.
저자 : 최병선
과학자이자 바이러스 전문가로서 27년여 동안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에이즈 완치’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 석·박사와 박사후연수도 오로지 에이즈 연구에만 몰입하였고 현재는 대한에이즈학회에서 부회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18년 한국대표 3대 트레킹(제주올레길, 지리산둘레길, 해파랑길) 완주를 통해 새로운 인생의 희열을 맛본 다음 트레킹 마니아로 변신해 ‘코리아둘레길 4,500km 완주’라는 새로운 미래 목표에 도전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