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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교양 - 지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위한 생각의 기술
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2월
평점 :
이 책을 배움의 기회로 삼는 독자들은 '어른'의 의미와 '교양'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출발하는 게 좋을 듯하다. 정확하게 하지 않을 경우 아주 쉬운 단어인 교양과 어른이 부조화로 자칫 전체 책의 의미를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어른의 정의를 제대로 세우고, 교양은 우리가 뭘 갖춰야 하는지를 아는 게 저자가 말하려고 하는 내용의 의미에 의문이 가지 않을 터다. 교양의 사전적 정의는 학문, 지식, 사회생활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품위 또는 문화에 대한 폭넓은 지식으로 풀이하고 있다. 또 어른은 '다 자란 사람. 또는 다 자라서 자기 일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여기서 어른과 교양은 어느 부분 중복되는 뜻이 포함돼 있다. 교양이 단순한 지식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듯 어른 역시 단순하게 '다 자란 사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두 단어의 뜻을 바탕으로 이 책의 제목인 『어른의 교양』을 의역해보면 학문과 지식을 쌓아 성인(成人)이 된 사람이 갗춰야 할 성품과 지식, 그리고 공동사회에 책임의식을 가진 사람을 '교양인'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어른의 교양이 무엇인지를 더 적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저자 천영준은 철학, 예술, 역사, 정치, 경제 분야의 대가들과 그들의 생각을 통해 진짜 어른이 되는, 즉 자신만의 생각과 교양으로 다져진 어른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 다섯 분야와의 대가들과의 만남은 교양인이 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다. 책의 분량으로서는 이 같은 일을 이 책이 감당하기에는 무리일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어디까지나 지표이고 징검다리일 뿐이다. 실제 스스로가 끊임없이 배우고 노력하며 우리 사회를 문화사회로 이끌어가는 교양인의 역할은 자신들의 실천에 달려 있음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저자는 그 안내자 역할을 할 뿐이다.
책에 따르면 어른의 교양이란 어른들만을 위한 매뉴얼도, 말로 젠체하며 뽐낼 수 있는 지식도 아니다. 나이를 벗어나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품위를 갖고자 하는 사람이 쌓아야 하는 최소한의 소양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의 평판이나 분위기 속에서도, 내 머리로 사유하고 행동할 수 있는 ‘생각의 기술’이야말로 어른이 갖춰야 할 교양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이 책을 5부로 구성한다. 철학, 예술, 역사, 정치, 경제 5가지 개념을 ‘생각의 기술’이라는 관점으로 풀어내 설명한다.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법(철학)부터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법(예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법(역사),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정치), 인간의 심리로 부의 흐름을 읽는 법(경제)까지, 불확실한 세상에서 흔들리지 않을 나만의 지적 무기를 찾는 여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특히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인류의 역사 속 사상가 30인이 삶의 어둡고 축축한 길을 걸어가며 얻어낸 통찰을 ‘지적 독립’이라는 시각에서 정리한 점이 돋보인다. ‘생산적 의심을 훈련하라’는 조언에서부터 ‘갑질에 굴복하지 말라’는 통쾌한 일침까지, 독립적인 생각으로 무장한 이들의 삶을 살펴보는 일은 남과 다른 나를 만드는 첫 단계이다.
역사 속에서 잘 나오는 인물 30명의 면모는 독자들도 대개 알고 있는 분들이다. 긍정적 인물이 대부분이고 한두 명의 부정적 인물도 예로 들고 있다. 잘못된 일로 역사에 이름을 남긴 인물을 예로 든 것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저자의 의도가 있음은 물론이다.
1부 [철학]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법
* 같은 것을 보고도 본질을 꿰뚫는 판단의 기술
2부 [예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법
* 평범함을 아름다움으로 만드는 관점의 기술
3부 [역사]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법
* 일상의 갈등을 해결하는 되새김의 기술
4부 [정치] 사람의 마음을 얻는 법
* 적도 내 편으로 만드는 관계의 기술
5부 [경제] 심리로 부의 흐름을 읽는 법
* 자본주의가 낳은 괴물이 되지 않는 경쟁의 기술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에서부터 자신의 과거에 종속되는 경로 의존성을 이야기한 노스에 이르기까지 30명의 대가들이 던지는 화두는 저마다 다르다. 또 오늘날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아도 될 인물도 있다. 그러나 당대에는 물론 앞으로 다시 부각될 인물이기에 여기에 끼어 들어간 인물은 아니다.
이들이 말하는 모든 걸 다 받아들이고 소화할 수는 없겠지만 저자가 프롤로그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들의 생각을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생각을 자신의 삶 속에서 자신의 만의 색깔로 그려나가는 것"이다.
배우지 않고 교양인이 될 수는 없다. 교양인이 아니라 보통사람도 되기 어렵다. 배우지 않고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정도로 우리 인류의 삶은 발전했기 때문이다. 날 때부터 교양인은 없다. 그들의 생각을 따라가기에도 벅차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런 과정을 겪지 않는다면 진정한 어른이 되기 어렵다.
자신을 다듬어가는 일은 평생에 걸친 작업이다. 기나긴 여정이 필요한 작업이기에 어렸을 때부터, 가급적 빨리 시작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이 자신의 생각을 다듬기 시작하려는 청소년부터 아직 자신의 색깔을 찾지 못한 모든 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라는 데 동의한다.
'지적이고 독립적인 삶을 위한 생각의 기술'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철학, 예술, 역사, 정치, 경제를 아우르는 실전 인문학을 표방하면서 '각자도생의 시대'의 팍팍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지적 도구라 소개한다.
이 책은 앞서 소개한 5가지 분야를 다루면서 동서양을 넘나드는 30명의 사상가와 철학자들의 통찰을 담았다. 어른이라면 어설픈 지식으로 가르침을 설파하는 '지식 상인'을 그만두고 진정한 교양인으로 거듭나는 일을 위해 단 하루도 배움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이 책에 나온 대가들의 말을 따로 챙겨두었다 따로 필사본을 만들어보는 것도 매우 흥미롭게 배우는 방법이 될 것이다.
긍정보다는 부정을 삶의 정수로 보았다는 세네카를 "예측하는 습관이 삶을 바꾼다"로 저자는 소개했다. 실패를 두려워하며 걱정만 하는 것도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는 저자의 생각이 세네카의 습관과 잘 어울린다.
이와 같이 이 책은 30명의 대가들을 백화점식으로 열거하면서 그들의 사상과 철학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이해준다각 부의 소제목으로 열거된 인물들이 한 행동과 말한 내용은 저자의 손과 머리를 거쳐 채에 1차로 걸러진 것이라 생각하니 더욱 의미가 깊고 넓다.
30명 대가들의 남긴 업적이나 사상, 철학 등은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아는 것들이지만 저자의 손에서 더 곱고 흡수하기 쉽게 걸러서 나온 것들이니 자칫 소화불량이 우려될 정도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음미하듯 한 문장 한 문장을 대하면 분명 대단한 교양을 쌓을 기회를 얻게 될 것으로 독자는 판단한다.
그만큼 쉽게 쓰였으니 물 마시듯 마셨다간 나중에 뭔가 하나도 건지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까 우려돼 독자로서 조바심이 난다. 아주 천천히 수시로 들춰보는 것을 습관을 들인다면 독자들의 교양은 꽤 높은 수준으로 올라가 있을 정도로 잘 쓰인 책이라는 데 독자로서는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긍정의 답을 말할 수 있다. 독자는 이런 책을 쓴 저자와 동시대의 사람으로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동이 된다. 독자의 '최애책'으로 꼽을 만하다.
저자 : 천영준
기술정책학자. 현재 기업의 홍보와 위기관리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다. 기술과 사회정책 그리고 정치와 관련된 글을 쓰고 활동해왔다. 연세대학교에서 경영학 및 교육학(학사), 정보산업공학(석사), 과학기술정책(박사)을 전공하고 강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주로 빅 데이터, 디지털 경제, 조직 혁신 등을 주제로 《기술 예측과 사회 변화(Technological Forecasting and Social Change)》 《개인 및 유비쿼터스 컴퓨팅(Personal and Ubiquitous Computing)》과 같은 국제 저널에 논문을 발표해왔다.
데이터와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용자의 역할에 대해 고민하다 ‘인간주의’라는 개념에 천착하게 되었고, 사람의 인식과 행동 본질에 관련된 옛사람들의 연구를 추적하기 위해 고전 원문 읽기를 시작했다. 『논어(論語)』와 『군주론(Il Principe)』, 셰익스피어 희·비극 등의 텍스트를 탐독함과 동시에 깊은 성찰을 통한 치유, 중심 잡기, 홀로서기와 관련된 지성인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한국에 진정한 근대가 찾아오지 않았다고 보며, 제대로 된 근대인의 모티브를 찾기 위한 인물 분석 작업도 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매일경제》 《데일리한국》에 전문가 칼럼을 연재했고, 주요 기업의 사장단 회의 및 고위자 과정 등에서 강의했다. 《시사저널》 《지구와 에너지》에 리더십과 인문 고전, 갈등 관리와 관련된 글을 쓴다. 저서로 『바흐, 혁신을 말하다』와 『기술경영(공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