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인
김민현 지음 / 스윙테일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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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시간은 단 7일, 나를 토막 살인한 범인을 찾아야 떠날 수 있다.”

이런 카피 문장이라면 소설 애독자들에겐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없다. 죽었는데 범인을 찾는다고?

이 책 『경계인』은 카카오페이지 웹툰화가 확정되며 큰 기대감을 불러 모은 '저승' 미스터리 판타지이다. 독자들이 잘 아는 이승과 저승의 사이에 있는 사람을 뜻하는 '경계인'임을 알 수 있다. 이승과 저승의 세계라면 70년대 흑백 TV로 방영돼 인기를 모았던 '전설의 고향'부터 최근 영화에서 큰 인기를 모았던 '신과 함께 : 인과 연'이 생각난다. '전설의 고향'은 아무도 가보지 못한 세상이어서 호기심이 발동하고 교훈적인 얘기를 담아낼 수 있어 옛날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1세기 현재도 신비롭고 무섭고, 있을 것 같은 세상 '저승'에 대한 얘기는 젊은 층에게도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한 재확인시켜 주었다.

 


 

독자는 이를 '상상력의 과학화'로 이름 짓고 판타지 미스터리 무대의 맨 앞에 나선 이런 미스터리 스릴러를 즐길 생각이다. 그것은 '삶의 미래'도 중요하지만 '죽음의 과거'도 인문학적 해석에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연령 계층에 관계없이 흥미롭고 즐거운 이야깃거리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카카오페이지와 CJ ENM이 주최한 ‘제3회 추미스 소설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경계인』은 어느 날 갑자기 토막 살해된 회사원이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죽음의 진실을 찾아간다는 이야기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관한 디테일한 묘사, 촘촘하게 설계된 복선과 반전, 매력적인 캐릭터와 흡입력 있는 전개로 심사위원들의 극찬을 받은 이 작품은 저승 판타지와 미스터리의 절묘한 결합으로 소설적 재미는 물론 ‘삶과 죽음’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생각하게 한다. ‘나’를 토막 살인한 범인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은 단 7일. 과연 주인공 주현은 자신이 죽임을 당한 이유를 찾고 악귀로 남는 대신 저승으로 무사히 떠날 수 있을까.

 


 

눈앞에 보이는 토막 살해된 시체가 다름 아닌 '나'라면 어떤 기분일까? 『경계인』은 주인공 주현이 토막 살해된 자신의 시체를 발견하는 것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떻게 자신이 이렇게 됐는지는 전혀 기억나지 않는 주현. 분명 퇴근 후에 차를 몰고 집으로 가다가 빨간불에 걸려 멈춰 섰는데, 눈을 떠보니 토막 난 채 죽어 있다. 대체 누가, 왜 주현을 죽인 것일까.

『경계인』은 주인공이 자신을 죽인 범인을 찾는 저승 미스터리다. 잔인하게 살해당한 주현은 자신을 죽인 범인을 찾기 전까지는 절대 저승에 가지 않겠다며 저승사자 우진과의 저승 동행을 거부한다. 하지만 살해당한 영혼이 저승에 가지 않으면 악귀로 변해 이승의 질서를 흔들어놓을 터. 베테랑 저승사자 우진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주현의 요구를 들어준다. 그렇게 주어진 단 7일간의 시간.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경계인의 세계에서 주현의 숨 막히는 범인 찾기가 시작된다.

 


 

‘나’를 죽인 범인을 찾는다는 흥미로운 설정과 죽음 이후의 세계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활용한 이 작품은 소설적 재미를 주는 것은 물론 삶과 죽음을 통해 인간의 어두운 이면을 그려낸다. 겉으로는 멀쩡하지만 그 뒤에 버티고 있는 꼬일 대로 꼬여버린 인간의 마음,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시작된 뒤틀린 인간의 욕망 등 경계인의 눈으로 바라본 객관화된 인간 세상은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든다.

카카오페이지 연재 당시 속도감과 몰입감에, 예상치 못한 반전까지 독자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경계인』. 과연 주현은 자신이 죽은 이유를 밝혀내고 저승으로 떠날 수 있을지, 경계인의 세계로 들어가보자.

“저승 사람도 아니고 이승 사람도 아닌 그 중간쯤에 있는 자라고 생각하면 된다네. 우리는 경계인이라고 부르지.”

- 본문 중에서

 


 

'추미스'란 단어도 처음 들었다. 약자를 하두 많이 써서 약자인 줄은 알았으나 추리 미스테리 스릴러의 줄임말이라 한다. 뜻이 통하면 되지만 너무 약자를 쓰다보면 자기소개서나 시험 같은 데에서 약자를 남발해 낭패를 보는 일이 없기를 조심스럽게 바란다.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자들을 일컫는 경계인. 『경계인』에서 묘사되는 경계인들이 살아가는 세계는 현실보다 더 현실 같다. 저승사자들의 사무실에서는 여느 회사처럼 7시가 넘어도 말단 저승사자들이 부장 저승사자의 눈치를 보며 퇴근하지 못한다. 이곳에서는 마치 출입국사무소처럼 망자들을 심사해서 G2, G4 등 이승에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이 다른 비자를 발급한다. 망자들의 생전 자산은 노잣돈으로 계산되어 저승으로 떠나기 전에 이승에서 여행 경비로 쓰인다. 망자들을 위한 여행 가이드북도 있다. 저승사자들의 사무실에서는 ‘심맥’이라는 커피믹스를 마시고, 망자들의 지하철에는 ‘마음의 힘이 되는 보교생명’ 광고판이 걸려 있다. 이렇듯 현실세계를 비튼 경계인들의 세계 묘사는 위트가 넘친다.

반면 경계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인간들의 세상은 질투와 배신, 거짓과 탐욕이 난무한다. 우정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를 향한 발톱을 세우고, 사랑이라는 허상 아래 뒤틀린 욕망의 잣대를 들이댄다. 자신은 결백하다고 생각하지만, 돌이켜보면 무심코 뱉은 말로 상대의 마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경우가 허다하다.

위트와 해학이 넘치는 추리 미스터리 『경계인』.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죽음 이후의 이야기로 과연 나는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인지 삶에 대한 태도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잘 생각해보세요. 저승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서 벌을 내리지 않는 곳이 아니에요. 지은 죄를 정확히 찾아내 그에 맞는 벌을 내리죠. 하지만 저는 저승 사람이 아니니까 안심하세요. 솔직하게 말씀해주시면 최대한 감형 방법을 찾아드릴게요.”

주현은 성민을 바라보았다. 손은 떨고 있었지만 눈빛만은 어떤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저는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습니다.”

평정을 가장하며 말하는 주현을 성민은 다시 한번 찔러보았다.

“윤리적으로요? 아니면 심정적으로요?”

“둘 다입니다! 저는 그냥 평범하게 살아왔어요!”(P. 99)

 

그러나 피 묻은 티셔츠가 발견된 이상 이야기가 달라진다. 헤어진 뒤에도 휴대폰 사진을 지우지 않았다는 점에서, 피해자가 주현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렸다고는 단정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쩌면 휴대폰이나 SNS상에 흔적이 남지 않는 방법으로 지속적으로 집착했고, 분노한 주현이 피해자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

서둘러 주현을 불러 조사를 시작하려 했다. 그런데 마침 오늘 점심시간에 윤진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왔다. 박주현이라는 사람의 실종 사건이 접수되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동명이인이 아닐까 싶었지만 사건 자료를 확인해보니 아니었다. 틀림없는 그 주현이었다.(P. 140)

 


 

“몽마예요.”

“몽마가 뭐죠?”

“사람의 꿈속에 나타나는 귀신 같은 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저승은 이승의 일에 관여하지 못한다. 여러모로 불편했던지, 저승의 일부 연구자들이 경계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이승에 관여할 방법을 찾기 위해 자체적으로 연구를 시작했다. 오랜 연구 끝에 찾아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살아 있는 사람의 꿈속에 들어가는 것이었다.(P. 174)

 

저자 : 김민현

 

렌카라는 필명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경계인』은 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주최한 ‘제3회 추미스(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어느 날 갑자기 살해당한 회사원이 저승과 이승을 오가며 흡혈귀와 함께 죽음의 진실을 찾아가는 미스터리 판타지다. 촘촘하게 설계된 복선과 반전, 매력적인 세계관의 묘사와 흡입력 있는 전개로 큰 기대를 불러 모으며 출간 전 웹툰화가 확정되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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