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뒤바꾼 가짜뉴스 - 거짓으로 대중을 현혹시킨 36가지 이야기
미야자키 마사카츠 지음, 장하나 옮김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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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혼란스러우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가짜뉴스'는 누가, 왜, 어떻게 만들어지나. 우리나라의 경우 SNS를 중심으로 만들어진다는 게 일반적인 정설이다. 이른바 '팩트 체크' 없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럴 듯하게 꾸며 말하면 순식간에 퍼져 팩트 체크를 하기도 전에 이미 대중으로 유포되는 SNS의 신속성으로 쉽게 퍼진다. 세계적으로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가짜뉴스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가짜뉴스란 말이 갑자기 세계적으로 퍼진 것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공식석상에서 사용함으로써 한층 대중화되고 공개적으로 통용되는 말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문이나 방송에서 가짜뉴스를 제작 유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가짜뉴스란 단어에 들어 있는 '뉴스'가 오해될까 우려해 잘 쓰지 않고 보통 '찌라시'라는 국적 불명의 단어를 사용했다. 뉴스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으로 미루어 가짜뉴스의 어원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것 같지만 고대부터 가짜뉴스는 있어 왔다. 다만 뉴스란 말 사용 대신 '음모론' 등으로 지칭했을 뿐이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가짜뉴스를 이용해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행위를 계속해 온 인류는 정보화 시대에는 막강한 파급력을 가진 SNS를 이용해 쉽게 가짜뉴스를 퍼뜨릴 수 있는 환경에 이르렀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제작 유포가 가능한 것이다. 다만 법적 제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어 사회가 안정된 상태에서는 크게 파급력을 갖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시대가 혼란스러울수록 가짜뉴스가 더 기승을 부린다는 사실은 앞서 지적한 바대로다. 가짜뉴스의 속성은 대중을 '홀리게' 한다는 점이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가짜뉴스가 횡행했던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 19가 인류를 위기에 빠뜨린 지금도 이 바이러스가 어디에서 발생했는가를 두고 불법 축산물 섭취, 연구소 유출 등 다양한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이 팬데믹을 해결할 백신 안에 초소형 전자칩을 투입하여 사람들을 통제할 것이라거나 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할지 모른다는 주장도 SNS를 통해 널리 퍼졌다.

 


 

이는 충격적인 사건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열망을 반영한 것이다. 가짜뉴스는 이렇게 대중의 근원적이고 어두운 공포심을 자극해 우리 모두가 강력하고 사악한, 보이지 않는 힘의 지배를 받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부추긴다. 또한 비밀스럽고 은밀한 악의 조직이 우리가 미처 모르는 사이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짜뉴스는 말한다. 이처럼 그럴싸한 가짜뉴스에는 신비롭고, 매우 설득력 있는 논리가 등장하면서 엄밀하게 팩트 체크를 해볼 수 없는 것도 있다. 심리학적 관점으로 왜 그런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많다.

가짜뉴스에 대한 검색을 하면 여러 가지가 나오는데, 대체로 '음모론'과 맥을 같이한다. 9.11 테러 미국 정부 자작설, 에이리어 51 외계인 거주설, 엘비스 생존설, 아폴로 11호 달착륙 연출설, 예수 결혼설(다빈치 코드를 통해서 유포되기도 했다), 에이즈 개발설 등 분야를 막론하고 제작 유포돼 왔다. 이는 '음모론'으로 통용됐다. 이야기만 듣다보면 '그럴싸하면서도 과연 그런가'라는 생각도 든다. 지금까지 인간은 가짜뉴스를 생산 유포함으로써 세계 역사를 바꿔놓기도 하는 등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을 일도 가짜뉴스에 허무하게 무너져내린 경험이 많다. 이처럼 세계 역사를 바꿔놓은 사례를 모은 책이 『세계사를 뒤바꾼 가짜뉴스』이다. 이 책은 가짜뉴스의 사례뿐만 아니라 어떻게 일어나는지에 대해 분석까지 한 책으로 누구나 한 번쯤 읽어볼 만하다.

 


 

책에 따르면 가짜뉴스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한 가지다. 대중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권력을 얻고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가짜뉴스는 현대에까지 이어진다. 이젠 정보전이라는 이름으로 더 조직적이고 대규모화되고 있기까지 하다. 대선, 총선 등 정치권은 물론이고 기업 비즈니스를 넘어 개인 간의 다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곳에서 가짜뉴스가 활용된다. 그래서 이 책이 필요하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가짜뉴스가 활용된 역사적 사건을 짚어보고 그런 가짜뉴스의 주체적 비주체적 희생양이 되지 않으며, 더 나아가 선의의 가짜뉴스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까지 배울 수 있다. 정보전에서 타이밍이 기가 막힌 가짜뉴스는 큰 힘을 발휘한다. 가짜뉴스는 공격 측보다 방어 측 비용이 많이 드는 비대칭적 특색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가짜뉴스가 현대 선거전의 커다란 전략으로 활용되는 이유다. 이 책은 역사적으로 가짜뉴스를 어떻게 활용해 대중을 선동했는지 가감 없이 보여준다. 더 나아가 그 결과로 얼마나 큰 이득을 취할 수 있는지까지 짚어준다. 대중의 마음을 얻어 승자가 될 것인가, 패자가 될 것인가. 가짜뉴스 속 세계사에서 그 갈림길을 짚어보자.

 


 

가짜뉴스는 뉴스의 기본 원칙을 비교적 잘 지킨다. 신문 방송의 기사 원칙 5W1H(육하원칙)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대중을 홀리게 하는 장치이다. 패턴, 행위자, 연합, 적대감, 비밀유지의 다섯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음모론과도 유사하다. 즉 어떤 사건이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며, 지능적인 행위자가 의도를 가지고 고의로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이 행위자는 항상 연합이나 복수의 행위자여야 한다. 개인의 단독범행은 음모론으로 쳐주지 않는다.(요즘 가짜뉴스는 1인 방송<유튜브>의 힘으로 가능하지만 따져보면 결코 한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밝혀진다.)

그리고 이들 연합은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사악한 집단이고, 비밀리에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꼬리를 잡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요소를 충족시켜야 비로소 가짜뉴스고 음모론이다. 세월호 고의 침몰에 대한 가짜뉴스도 음모론에 속한다. 국정원 댓글 조작설, 대통령 비선실세설, 검언유착설 같은 것들은 구체적인 실체가 밝혀짐으로써 가짜뉴스나 음모론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사실 여부가 밝혀지지 않아 가짜뉴스(이때는 공공 신문사의 뉴스 보도)에 머무른 각종 음모론도 많다. 보수 정부 때는 반대 진영에서 음모론을 제기하고, 진보 성향의 정부하에서는 보수 성향의 세력들이 끊임없이 가짜뉴스를 떠들어댄다. 하지만 단순한 가짜뉴스와 합리적 의심은 따로 떼어내고 구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합당한 근거를 가지고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을 모두 가짜뉴스 혹은 음모론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게 독자의 믿음이다.

 


 

“알렉산드로스는 아버지의 뜻을 이어 페르시아 전쟁에 대한 복수와 이민족의 노예가 된 소아시아의 그리스인 해방을 내걸고 원정군을 조직했다. 하지만 이는 표면적 이유일 뿐, 원정의 실질적 목적은 따로 있었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이후 연이은 전쟁으로 붕괴한 폴리스를 되살리는 것이 원정의 진짜 목적이었다. 다시 말해 일이 없는 사람들에게 일거리를 주고 질서를 회복하기 위함이었다.”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파스칼은 『팡세』에서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더라면 세계 역사는 달라졌을 것이다”라는 글을 남겼는데, 이는 사소한 것이 중요한 사건에 영향을 미친다는 비유적인 뜻으로 쓰인 말이다. 파스칼은 클레오파트라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그의 단순한 추측이 클레오파트라를 만나 보지도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 클레오파트라 미인설이 퍼지게 된 것이다.“

“982년 방목한 소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살인을 저지른 에리크는 3년 동안 국외로 추방당하게 되는데, 그는 그때 북극해에 위치한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을 탐험한다. 그곳이야말로 완전히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섬이었는데 에리크는 이 섬에 초록섬이라는 뜻의 ‘그린란드’라는 거짓 이름을 붙인다. 앞서 얼음섬을 정직하게 아이슬란드로 불렀다가 정착민들이 모이지 않아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강대한 오스만 제국과 싸우고 싶지 않았던 마차시 1세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드라큘라를 잔혹한 독재자로 꾸며내고 선전했다. 즉 자신은 더 이상 과격하고 잔인무도한 드라큘라와는 동맹할 수 없음을 정당화하기 위함이었다. … 예로부터 마차시 1세처럼 타인을 짓밟고 자신을 두둔하는 것은 지배자가 취하는 흔한 수법이다. 마차시 1세는 끝까지 오스만제국의 팽창 정책을 모른 체하고 이에 저항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기회주의적인 태도로 적절히 타협한 셈이다.”

 


 

“나폴레옹의 수석 화가가 된 다비드는 나폴레옹의 이미지를 돋보이게 하고 우상화를 추진하기 위하여 늠름한 나폴레옹의 모습을 그려가며 대중의 우상, 즉 나폴레옹의 허상을 끊임없이 만들어냈다. 코르시카섬의 하급 귀족 출신인 나폴레옹의 실제 모습은 키가 작고 왜소했다. 그런 나폴레옹에게는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말은 없다”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그려줄 다비드가 필요했다.

“링컨의 노예 해방 선언의 진짜 목적은 영국의 개입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남북전쟁 이후에도 흑인에게 시민권을 주는 움직임은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1964년 마침내 공민권법이 성립되면서 흑인 차별, 흑인 분리 교육의 뿌리를 제거할 수 있었다.”

“이듬해인 1922년, 나폴리에서 열린 파시스트당 대회에서 무솔리니는 정권 양도를 요구하며, 아주 대담하게 검은 셔츠단의 로마 진군에 의한 쿠데타를 결의한다. 참으로 무모했던 쿠데타 예고였다. 하지만 이는 다 허세였다. 검은 셔츠단에게 로마를 제압할 힘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실제로는 허술한 총을 가진 대원들이 뿔뿔이 날뛰며 우체국 같은 몇몇 시설을 제압했을 뿐이다. 그러나 무솔리니의 허세를 진심으로 받아들인 총리 팍타는 계엄령을 내려 검은 셔츠단의 쿠데타에 대비했다. 그에 반해 총리 임명권을 가진 국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3세는 계엄령 시행을 불허하고 무솔리니를 총리로 임명했다.”

“1964년 8월, 위와 같은 가짜뉴스가 공개되자 미군은 이에 대한 보복으로 북베트남의 여러 곳에 폭격을 가했다. 그것은 미군이 북베트남을 직접 공격한다는 결정적 확전 행위의 시초가 되었다. 존슨 대통령은 가짜뉴스를 전제로, 무력행사를 포함한 모든 수단을 취할 일체의 권한을 대통령에게 줄 것을 의회에 요구했다. 가짜 정보를 믿고 분노한 의회는 상하원 모두 압도적 다수로 정부의 제안을 가결시켰다. 이에 미군은 폭격에 나섰고, 이로써 북베트남과의 전면전이 시작되었다.”

 


 

저자 : 마야자키 마사카츠

 

1942년 도쿄에서 태어나 도쿄교육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다. 도립미타고등학교, 구단고등학교, 쓰쿠바대학교 부속고등학교 세계사 교사를 역임했다. 이후 쓰쿠바대학교 강사와 홋카이도교육대학 교육학부 교수를 거치며 20여 년 동안 고등학교 세계사 교과서의 편집과 집필을 담당했다. NHK 방송의 고교 강좌 [세계사](TV와 라디오)의 전임 강사로 활동하기도 했다. 2007년 퇴임 후, 중앙교육심의회 전문부회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시에 NHK 방송 문화센터, 아사히 컬처 센터, 도큐 세미나 BE 등에서 활발한 강의 활동을 펼치며 역사책 쓰기에 애쓰고 있다.

저서로 『부의 지도를 바꾼 돈의 세계사』, 『하룻밤에 읽는 세계사』, 『지도로 읽는다』, 『물건으로 읽는 세계사』, 『세상에서 가장 쉬운 패권 쟁탈의 세계사』, 『흐름이 보이는 세계사 경제 공부』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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