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 오십이 되었다 - ‘척’에 숨긴 내 마음을 드러내는 시간
이주희 지음 / 청림출판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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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50이면 중년의 고갯길에 들어선다. '백세 시대'라고 하니 절반쯤 살았다고 해야 할까. 그러기엔 많이 산 것 같고, 지금까지 이뤄낸 것을 되돌아보면 적게 산 것 같은 나이다. 개인차가 있을 테니 충분히 이뤘다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체적으로는 자신으로 산 것이기보다 타인을 위해 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다. 독자도 이 책 『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 오십이 되었다』의 저자처럼 쫒기듯 살다보니 50이 넘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두려움의 전율이 일었다. 지나온 것에 대한 후회가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미래(노후)에 대한 걱정이 앞섰던 것이다. 흔히 말하는 노후 대비에 대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데 어떡해야 할지 난감하고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노후 준비에 가장 필요한 것은 물론 '돈'이다.

"돈이 노후 대비 첫번째 조건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노후에 취미 생활하고, 여행 가고, 일보다 즐거움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준비에 무게를 둔 사람들도 더러 보았다. 그러나 그런 것도 사실 따지고 보면 돈 문제가 해결된 후에 가능한 일이니만큼 누가 뭐라고 해도 첫째 조건은 돈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저자의 걱정은 독자와는 결이 다르다. 저자의 경우 이른바 엘리트 코스로 달려왔기 때문에 독자와는 다른 삶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이 될 듯하다. 대학 졸업 후 대기업에 들어가 일하다 외국 유학도 갔다오고, 돌아와 책도 쓰고, 물론 결혼도 했으니 흔히 하는 말로 '엘리트 인생'으로 말해도 반발하기 어려울 것이다. 독자는 다르다. '이류 인생'이다. 대학도 이류, 직장도 이류, 월급도 이류... 때문에 결혼하고 자녀 기르는 것은 이류였을지 모른다는 생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최선을 다했으니까. 축구 이류 인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박항서 현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경기에 지고 고개 숙인 선수들에게 "고개 숙이지 마라. 우리는 최선을 다했다. 고개 숙이지 말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라고 말해 선수들과 베트남 국민들에게 우승보다 값진 감동을 선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류라고 해서 일류 엘리트의 삶보다 가치가 없거나 행복이나 감동이 적은 삶은 아니다. 별다르게 준비할 틈이 없었다. 독자가 저자를, 저자의 책을 폄훼하기 위해 하는 말이 결코 아니니 오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같이 쓴다.

살아오는 과정이야 달라도 문제 될 게 없다. 모두 다르니까. 그러나 같은 나이 50에 들어서 인생을 정리하며 살아야 할 나이에 앞으로 걱정하는 부분도 달라야 한다는 점에서 절박감이 다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저자의 나이 50은 남다른 무엇인가 있다. 있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만 가질 수 있는 사회에 대한 선한 베풂일 것으로 독자는 생각한다. 옛날 공자는 나이 50이면 '지천명(知天命)'이라 했다. 지금과는 인간의 평균 수명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삶의 원칙을 대입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공자는 74세의 삶을 살았고, 지천명도 그의 나이 50에 비로소 알게 됐다는 점에 비춰볼 때 지금에 대비해도 크게 다르지는 않을 터다. '하늘의 명을 안다'는 것은 순리와 진리에 따라 살라는 삶의 의미를 깨우쳤다고 해석해도 무방할 듯하다. 이에 따라 저자가 자신의 삶을 50의 나이에 되돌아 성찰하며,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다짐을 하는 것은 매우 품격 높은 삶에 대한 태도로 읽힌다.

"이십 대는 나를 선택해준 일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했으니 오십 대의 일은 내가 선택한 일에 최선을 다해보고자 한다. 타고난 재능, 잘 다듬어진 재주로 사는 것도 좋지만 앞뒤 가리지 않고 하고 싶은 일 한 번쯤은 시도해본 뒤에 칠십 대를 맞이하고 싶다. 그리고 허락된다면 칠십 대에는 누군가에게 손수건을 건네주는 일에 최선을 다하려 한다."

- 「조금 아는 오십을 위한 한 글자」 (pp. 94~95)

 


 

책에 따르면 저자는 '어쩌다 보니' 오십이 되었다. 세상은 나에게 완성된 어른을 기대하는데 마음대로 되는 일은 없고, 삶은 여전히 치열하다. 부모는 늙어가며 자식은 독립 직전이고 몸은 빠르게 나이듦을 인정해야 하는 시기다.

‘중년’이라 불려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나이 오십, 앞으로 다가올 인생 후반부를 지혜롭게 잘 살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모든 걱정을 한 방에 해결해주는 속 시원한 오십의 태도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면 많은 영감을 받으리라고 독자는 믿는다. 저자의 삶과 삶의 태도는 매우 경건하고 품위 있다. 치열하되 화려하지 않고, 선하되 드러내지 않는다. 자꾸만 자신을 불러 세우는 인생 전반부의 후회들을 물리치고 어제와 다른 오늘, 더 나은 내일로 이끄는 똑똑한 저자의 인생 공부는 지금부터 시작일 듯하다.

저자의 삶이 얼마나 열정적이었고 치열했는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전반전은 비기고 끝냈다고 가정하고 후반전에 임하는 축구선수처럼 다짐도 각오도 지금껏 살아온 것보다 더욱 치밀하고 뜨거운 다짐을 내놓는다.

 


 

저자의 성찰은 순리에 따르고 선하고 여유 있는 삶에 이른다. 그것은 공자의 삶에 견주어도 부러울 게 없다. 오십이 되면 모든 인간관계가 바뀐다.

입버릇처럼 ‘잘’ 죽어야 한다고 말하는 여든의 부모와 어느새 자라나 대들기 시작하는 스물의 자식 사이, 가족과의 관계가 새로워진다. 또한 학업, 커리어, 육아 등으로 저마다의 바쁜 시기를 보냈던 친구들과 여유로운 입장에서 다시금 가까워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오십이 되면 완전히 달라지는 사람들과의 관계. 어떻게 해야 잘 관리할 수 있을까?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누구보다 나를 아끼며 살아간다면 그 누구와도 안정적인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 앞으로의 인생을 함께할 소중한 인연을 지켜내는 중년의 인간관계론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이제 ‘척’에 숨었던 마음을 햇볕에 잘 말려야겠다. 불안한 마음 한구석 때문에 온통 부패한 마음으로 남은 평생을 살 수는 없으니 솔직한 마음으로 가마 탄 이에게 박수를 보내는 것이 그 첫 번째 걸음이 되겠지, 그러다 보면 내 텃밭에서 자란 상추를 그들과 나누고 그들의 금빛 들녘에 놀러 갈 마음도 먹겠지."(p. 37)

 


 

저자에 따르면 한국인은 59세부터 소비가 소득을 웃도는 ‘적자 인생’이 시작된다고 한다. 이렇듯 나이 오십은 ‘사는 곳’보다는 ‘사는 것’이 되어버린 집에 대한 걱정, 행복한 노후를 위한 돈에 대한 근심으로 늘 불안하다. 그런가 하면 성큼 다가온 죽음의 공포를 체감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노후 대비가 현실이 되어버린 오십의 고민들을 이 책에 모두 담았다.

저자가 이끄는 곳으로 가서 들어보자.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돈은 많을수록 더 욕심나고, 집이 있어도 더 큰 집을 원하는 욕망은 끝이 없다는 것을. 이런저런 걱정들로 자꾸만 무거워지는 오십, 나이보다 가볍고 나이만큼 알찬 마음가짐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품격 있는 노후를 위해 내 마음부터 단단히 다스려보자.

"누군가 그랬다. 잘 산다는 건 많은 걸 누리는 게 아니라 내가 살던 세상보다 조금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놓고 떠나는 거라고. 그런 세상은 거창한 구호나 의정서 따위가 아니라 개개인의 결심과 실천으로 완성되는 것 아니겠는가. 바쁜 젊은이들 대신 조금 더 여유로운 내가, 바쁘게 사느라 환경을 온통 어지럽게 만든 우리 세대가 비로소 진지하게 고민할 문제일 것이다."

- 「적당히 모르는 오십을 위한 두 글자」 (p. 208)

 


 

저자 : 이주희

 

“먼저 생각하지만 행동이 앞서기도 합니다. 촉이 좋지만 눈치는 없습니다. 때론 이렇고 때론 저렇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말이죠. 51년을 살았고 18년 공부를 했고 21년 직장생활을 했고 20년째 결혼생활 중입니다.”

삼성전기에서 홍보와 인사 일을 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경영을 공부했고 헬싱키 경제경영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를 받았다. 현재는 일하며, 살아오며 느낀 인생의 노하우들을 강연과 글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직장인의 감정수업》, 《딸로 입사 엄마로 퇴사》라는 두 권의 책을 썼고, 블로그를 운영 중이다. 불현듯 오십. 노화와 노후, 나잇값에 대한 걱정이 물밀듯 밀려왔다. 이러한 중년의 사정과, 일상에서 느낀 다양한 감정, 그리고 보다 경쾌한 어른이 되기 위한 다짐을 이 책에 담았다. 《조금 알고 적당히 모르는 오십이 되었다》가 백세시대의 한가운데에서 고민하고 불안해하는 동년배들과 후배들에게 인생 후반부를 위한 작전타임의 시간을 선사하길 희망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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