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詩로 태어나다
김옥림 지음 / MiraeBook / 202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무소유'의 스님으로만 기억해서인지 이 책 『법정 詩로 태어나다』에 나오는 것처럼 많은 글을 쓰신 줄 몰랐다. 그리고 입적하실 때의 유언으로 그의 책이 출판돼 나오지 않아 안타까운 마음만으로는 법정 스님의 책을 더 못 봤다. 간혹 출판돼 나온 것도 그에 대한 기억이나, 혹은 스님의 입적 이전의 책을 다시 펴내는 정도여서 법정 스님의 책을 읽어본 기억이 없다. 사실 정직하게 말하자면 '무소유'가 생각날 때나 스님을 찾았지, 평소에는 그다지 스님의 책을 찾아서 읽지 않은 것이다. 얼마 전 모 신문에 스님의 미발표 육필원고를 발견했다고 하는데 그 뒤로 소식이 없다. 어쩌면 스님의 유언에 의해 '출판 불가'의 방침으로 고수했나 싶다. 원고 소장자가. 스님의 유언이라니 지켜져야 할 일이라고 위안을 삼지만 아쉬운 마음은 지울 수 없다. 속세인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남에게 대필시켜서라도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내려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알량한 명예나 또 다른 많은 세속적 이익을 위해서. 이런 점에서 스님의 고매한 인격이 다시금 삶의 자세를 가다듬는 데 큰 힘이 된다. 독자는 이 책을 손에 들면서 반성의 마음을 더해 읽는다.

 


 

“가슴에 녹이 슬면 삶의 리듬을 잃는다. 시를 낭송함으로써 항상 풋풋한 가슴을 지닐 수 있다. 사는 일이 곧 시가 되어야 한다.”

법정 스님의 말씀이다. 법정은 올바른 삶의 정도(正道)와 지표를 남겨주었을 뿐만 아니라 따듯한 가슴, 녹슬지 않은 가슴을 지니기를 권했다.

고단하지 않은 삶이 어디 있으랴. 그 고단한 삶의 위로를 때론 한 편의 시에서 찾을 수 있음을 법정은 말한다. 그러한 시(詩)의 옷을 입고, 생명을 품은 말씀이 이 책의 저자 김옥림의 손끝에서 다시 살아난다.

법정의 일침이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갈 ‘우리’를 위한 것이라면, 김옥림의 시는 내 가슴이 녹슬지 않게 하는, ‘나’를 위한 한 줄 한 줄이 되어 살갑게 와 닿는다.

그 마지막 장에서 우리는 ‘시처럼 살고 꽃처럼 향기를 남기’며 ‘인생의 시’를 어떻게 써내려가야 할지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될 것이다.

 


 

첫번째 「우리 함께 볼륨을 낮추자」(p. 16)가 가장 앞부분에 자리잡고 있다. 볼륨이라는 외국어를 써서 조금은 지적하는 듯한 느낌이다.

소란함 없이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골짜기를 요란하고 빠르게 흘러가는 계곡물을 대비시켜 우리 사회상을 나타내는 듯하다. 품격을 갖추지 못한 채 사회를 시끄럽게 하고 반사회적인 행동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한 준엄한 타이름의 목소리다. 낮은 듯 묵직한 울림이 전해져 온다. 자연이든 사람이든 목소리를 낮추고 행동거지를 바르게 해야 한다는 사회 구성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의 책무를 말한다. 왜? 그것이 인간의 길(道)이기 때문이다. 독자도 깊은 성찰이 필요할 듯하다.

 


 

법정에게 '행복'에 대해 여쭈면 무슨 말씀을 해주실까. 직접 만난 적 없는 독자로서는 무척 궁금하다. 다정한 스님의 음성을 듣는다.

"요즘 와서 느끼는 바인데, 누구로부터 받는 일보다도 누구에겐가 주는 일이 훨씬 더 좋다."(p, 202)

이 말에선 '행복의 품격'을 담았다. 사실 굉장히 쉬운 말이다. 유행가 가사에도 나온 말이기도 하다. 행복은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좋다는 말.

 

누군가로부터 받아도 기분이 좋지만

누군가에게 주어도 기분이 좋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소중한 것을 주어 본 사람은 안다

 


 

독자는 예부터 밥 먹을 때 '밥상머리' 교육을 많이 받은 편이다. 아버지는 한없이 너그러운 분인데 식사예절만큼은 매우 엄격했다. 일반적으로 아는 식사예절은 물론 식사 자리에 앉아서부터의 '예'부터 먹고 일어설 때의 '예'까지 조금은 귀찮기도 했다. 그것 중의 하나가 '감사'다. '흘리지 마라' '흘리지 않기 위해 자리에 앉는 법' 등 지금 식사 예절로는 매우 까다로운, 사소한 일도 일일이 가르쳤다. 물론 습관처럼 잘 해내면 다시는 같은 지적을 하진 않았다. 밥 먹는 자리에서 '감사'란 딱 한 가지 의미다. 일년을 땀흘리고 노력했을 농부의 마음을 헤아리라는 것이다. 결코 종교적 의미가 아니다. 우리 식구 아무도 종교를 가진 적도 없고 지금도 그렇다. 법정 스님은 '감사'를 이렇게 표현한다.

 

차를 건성으로 마시지 말라. 차밭에서 한 잎 한 잎 따서 정성을 다해 만든 그 공을 생각하며 마셔야 한다.

그래야 한 잔의 차를 통해 우리 산천이 지닌 그 맛과 향기와 빛깔도 함께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 법정, 화개동에서 햇차를 맛보다(p. 71)

 

「감사하며 산다는 것은」

한 잔의 차를 마셔도

경건한 마음으로 감사하며 마셔라

차를 재배하는 이들의 수고와

제 몸을 아낌없이 내어 준 땅과

햇빛과 공기와 비의 헌신에

정성을 다해 감사하고 감사하라

감사하며 산다는 것은 스스로를 행복하게 하는

높고 정결한 축복의 의식이니라

 


 

이 책 『법정 詩로 태어나다』는 법정 스님의 생전 말과 글을 시로 재해석해 저자가 쓴 책이다. 페이지마다 법정의 말은 '주어'이고 저자가 '술어'인 셈이다. 문장이 완전한 문장이 되려면 주어는 물론, 술어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문장의 품격이 달라진다. 법정의 말과 글은 이미 검증된 것이고, 더 이상 잘 쓸 수 없도록 주어를 던지고 홀연히 우리로부터 멀어져갔다. 법정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를 알려주지 않으려 출판을 더 이상 하지 말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고 한다. 우리와는 완전히 멀어져갈 무렵. 법정 스님의 10주기에 맞춰 술어를 쓰겠다고 나선 이가 이 책의 저자 김옥림 시인(소설가, 에세이스트)이다. 저자는 문장에 관한 한 이미 수많은 저서를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분이다. 그가 시로 표현한 이 책을 보면서 독자는 다시 한 번 법정의 말과 글을 되새기는 소중한 기회를 얻었다. 적지 않은 독서를 한 독자로서도 저자의 글솜씨에 감탄한다. 시로 표현한 내용도, 창작 노트처럼 각 페이지 아래 작은 글씨로 주해를 달아놓은 것까지 하나도 버릴 수 없는 품격 높은 글을 대하니 "마치 법정의 마음속을 들락거리는 분인 듯한 느낌을 받는다. 감동도 주고 때에 따라서는 신선한 충격도 준다. 잘 빚어진 도자기처럼 만들어진 도자기 같다. 독자는 이 책을 '올해의 필사책'으로 정해두고 일년 내내 우려먹을 심산이다. 끝날 때쯤 한층 평온한 마음과 글이 잘 가다듬어져 스스로 만족을 줄 것이라 독자는 확신한다.

 


 

저자 : 김옥림

 

현재 시, 소설, 동화, 동시, 교양, 자기계발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집필활동을 하는 시인이자 아동 문학가이며 에세이스트이다. 현재 대학과 언론 매체, 기업에서 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멘토로 자아실현을 돕는가 하면, 전문 글쓰기 강사로 20년 넘게 활동하고 있다. 또한 시사월간지 [정경뉴스]를 비롯해 [시민의 소리], [좋은 생각], [한국조폐공사], [교보생명], [시와 동화] 등 각 언론매체와 잡지, 사보에 작품을 게재하였으며, 교육타임스 [교육과 사색]에 「명언으로 읽는 인생철학」을 연재하고 있다. 시세계 신인상(1993), 치악예술상(1995), 아동문예문학상(2001), 새벗문학상(2010), 순리문학상(2012)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베스트 시집 『나도 누군가에게 소중한 만남이고 싶다』, 『따뜻한 별 하나 갖고 싶다』, 소설집 『달콤한 그녀』, 장편소설 『마리』, 에세이 『사랑하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아침이 행복해지는 책』, 『가끔은 삶이 아프고 외롭게 할 때』, 『허기진 삶을 채우는 생각 한 잔』, 『내 마음의 쉼표』, 『백년 후에 읽어도 좋을 잠언 315』, 『나는 당신이 참 좋습니다』, 『365일 마음산책』, 『법정 마음의 온도』, 교양서 『남편과 아내가 꼭 해야 할 33가지』, 『부부 공감』, 자기계발서 『고수의 소통법』, 『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마흔 살 무조건 행복할 것』, 『명언의 탄생』, 『고전명언의 넓고 깊은 생각』, 『책사들의 설득력』, 『아내가 남편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철학자의 말』, 『생각의 차이』, 『내 인생을 바꾸는 성경명언』, 『소통의 품격』, 청소년 교양서 『10대에 꼭 해야 할 32가지』,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문재인』, 『10대, 뜨거워야 움직이고 미쳐야 내 것이 된다』, 장편동화 『가족의 힘』, 창작동화집 『사랑의 연탄은행』, 동시집 『너무 좋은 엄마』, 어린이 자기계발서 『호기심대장 안철수』, 『자유와 평화의 등불 넬슨 만델라』, 『꿈을 심어주는 문재인 대통령』, 『초등학생 때 꼭 해야 할 37가지』, 『잠자기 전 10분 어린이 성경읽기』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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