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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흘린 눈물은 꽃이 되었다
이광기 지음 / 다연 / 2021년 1월
평점 :

이전에 듣도 보도 못한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 인류가 놀람-공포-우울-수용의 좌절의 나날을 겪고 있다. 불과 1년만에 전 세계의 모습은 코로나 이전과 달라도 너무나 많이 달라졌다. 미래학자, 의사,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우리는 다시 찾기 힘들다는 의견을 한목소리로 내면서 우울한 분위기는 더 깊어지고 있다. 이미 1억 명 이상이 감염됐고(확진), 1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백신과 치료제를 뒤늦게 부랴부랴 만들었지만 효과는 아직 의심 받고 있다. 마스크를 쓰고 예전에 북적거리던 핫플레이스나 불야성의 유흥가는 이미 유령의 도시만큼 썰렁하고 음산하다. 과연 인류는 예전의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모든 인류가 공포에 휩싸여 집안에 틀어박혀 지나가기만 기다리고 있는 형국이다.
코로나 사망자는 세계 최고의 모범 방역을 보여준 대한민국에서도 수가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다. 위력을 실감하고 한없이 길어지는 코로나로 사망자가 생겨도 오히려 쉬쉬할 뿐 드러내놓고 장례 치르기도 힘들다. 가족 등 살아 있는 가족을 통해 감염될까 두려워서다. 모르고 지나갔지만 우리에게는 코로나처럼 호흡기 감염병으로 인한 피해와 공포를 이미 두 차례나 겪었다. 다만 일부 지역이어서 팬데믹 선언을 하지 않아서 알게 모르게 오래지 않아 수그러들었기 때문이다. 호흡기 감염병으로 12년 전 갑작스레 아들을 잃은 한 중견 배우가 슬픔과 아픔을 가슴에 묻은 채 다시 일어서 자신 같은 불행하고 슬픈 일을 겪지 않을 것을 바라는 마음에서 연기가 아닌 펜을 들어 책을 냈다.

이 책 『내가 흘린 눈물은 꽃이 되었다』의 저자가 그때의 심정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대한민국 정서를 지닌 이들은 모두 잘 안다. 이를 극복하고 기어코 다시 일어선 아버지. 그가 배우 이광기다. 독자는 그의 아들의 죽음을 몰라서 미안하고 애도도 못했지만 이제라도 그를 위로하고 격려할 수 있게 일어선 '아버지 이광기'가 고맙고 존경스럽다. 그것도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기부와 나눔을 실천하는 활동을 사진으로나마 볼 수 있어 먹먹한 가슴으로 희망과 용기를 얻는다.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과 삶에의 의지로 살아남아 코로나가 종식되는 것을 보아야겠다는 용기도 생겨난다.
어떤 힘이 아들 잃은 슬픔과 무너지는 가슴을 부여안고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었을까. 그가 여기에 써놓은 글 한 줄, 글자 한 자, 허투루 읽어서는 안 되겠다는 비장함도 생긴다. 그가 쓴 글자와 글들은 명문이 아닐지라도 그 어떤 달필의 명문장가보다 진하다. 더 가슴을 파헤친다. 독자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여러 차례 눈시울을 붉히다가 눈물을 훔치고 더 천천히 계속 읽을 수 있는 이유는 글자가 잉크가 아닌 피로 쓴 것 같아서다.

'아들, 그동안 흘렸던 눈물은 결국 꽃이 되었다'는 한마디 문장에 진한 사랑의 냄새와 못다 준 사랑의 냄새가 더해진다. 꽃향기보다 진하다. 가슴도 먹먹해지고 눈물도 난다. 아이 키우는 아버지로서 이보다 슬프고 참아내기 힘든 일은 없을 터, 저자의 삶의 의지는 어떻게 발현된 것일까. 마음을 가다듬고 읽어내려 간다. "유난히 예뻐서 기념으로 찍어놓은 아들의 사진이 영정사진이 될 줄이야." 채 한 문장도 넘기지 못하고 책을 덮는다. 어찌 비극 소설처럼 참담한 상황을 이겨냈을까. 그 누구도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까. 어린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결국 탤런트 이광기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이 책은 12년 전 어린 아들을 잃고 죽음만 생각하던 아버지 이광기의 고통 스토리이자, 그 아픔을 딛고 어느새 ‘기부와 나눔의 전도사’로 거듭난 인간 이광기의 희망 스토리이다. 그는 말한다. “삶이 꽃이라면, 죽음은 삶의 뿌리다”라고. 답답하고 지난한 이 팬데믹 시대에, 이 책은 우리에게 가족 사랑과 더불어 주어진 삶을 잘 살아내야 할 이유를 깊은 울림으로 전해준다.

2009년 신종플루가 대한민국을 휩쓸었을 때 배우 이광기씨의 7살 아들은 갑작스런 발열로 병원을 찾았으나,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고열과 구토 증세를 일으키며 갑작스런 사망 선고를 받는다. 12년 전 일인데 독자는 기억이 없다. 신종플루의 공포와 함께 '연예인 이광기의 아들 신종 플루로 사망'이라는 기사가 신문 방송에서 쏟아져 나왔다는데... 추억을 남기고 싶어 찍은 잘 생긴 아들 7살 아들의 사진이 영정 사진이 됐다니... 독자도 이 글을 쓰며 자주 말줄임부호를 많이 사용하게 된다.
그때 상황을 머리로 유추하는데도 숨이 턱턱 막히니 아버지 심정이야 오죽했을까 싶어서다. 또 의사마저 손을 들 줄이야, 그렇게 심각한 병일 줄이야 당연히 몰랐을 테니 충격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터다. 내년에는 그렇게 바라던 초등학교에 간다고 설렘을 감추지 못하고 좋아하던 아들인데.

저자는 지금도 초등학교 앞으로 지나다니질 못한다고 한다. 아들 또래 아이들을 마주 할 용기가 지금도 없다는 것이다.
저자의 가족들은 아들이 잠들어 있는 추모 공원에 자주 찾아간다. 가족 사진에는 늘 아들과 함께 있기 때문이다.
저자 자신은 아직도 가족 사진을 항상 지갑 속에 넣고 다닌다. 아들규의 빈자리를 만들고 싶지 않아서란다. 얼마나 가슴이 미어질까. 정신 없이 그렇게 몇 달을 보냈다. 해가 바뀐지, 세상은 제대로 돌아가는지 볼 겨를이 없었고, 마음도 둘러볼 여지가 없었다. 그러다 2010년 카리브해 연안의 조그맣고 가난한 나라 아이티에서 7.0 규모의 지진이 일어났다. 이 재앙으로 31만 6000여 명이 사망하고 150만여 명이 다쳤다.
이때 저자는 <사랑의 리퀘스트> 담당 PD로부터 아이티로 함께 가자는 제안을 받았다. 아들이 떠난 지 3개월도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마음도 추스리지 못한 데다 그곳 아이티에 여진이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가족들의 반대도 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마음은 점점 더 그 쪽을 향하고 있었다고.

"우리 아들이 떠난 지 세 달이 다 되어가네. 살았다면 올해 여덟 살인데, 내 기억에는 여전히 일곱 살로 남아 있거든.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아들은 일곱 살에 머물러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니 슬퍼지더라. 그런데...... 아이티, 저기 멀리 떨어져서 살지만 아들 또래의 아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것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여보, 아들을 돌보는 마음으로 그 아이들을 위해서 챙겨주고 싶은데...... 여보, 나 다녀와야 할 것 같아."
거실 한편에 커다란 여행 가방이 보였다.(부부는 일심동체라니 마음이 통했나보다. 미리 가방 챙겨놓고) "그냥 가지 말고 우리 아들이 입던 옷 갖고 가. 갖고 있으면 꺼내 볼 때마다 슬프기만 하잖아. 아들 옷이 우리에겐 슬픔이지만 그 아이들에게는 행복한 선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pp. 82~83)

독자로서도 마음을 챙기기가 쉽지 않은데 당사자 아빠 엄마 마음은 어땠을까. 직접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그러나 부부에게는 이미 아이티 구호활동에 한마음이 된 듯하다. 그것이 삶의 의지고 용기가 아니었을까. 독자는 감히 추측해본다. 그리고 그 활동은 저자가 기부와 나눔활동을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듯하다. 이 책 표지에 구호활동 중 고개를 숙이고 피로를 추스리며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이때 아들과 대화 중이라는 것을 책의 글을 통해 알게 됐다.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슬프고 괴롭고 아프고 마음이 병든 힘든 시절. 한 분이 내게 찾아왔습니다. 천국을 소망하며 그곳에서 만난 반가운 아이의 미소가 보입니다. 아빠, 잘하고 있지?"(p. 104)
이후 저자의 활동은 단순 현지 구호뿐만 아니라 오가며 드는 경비 등도 직접 찾아다니며 후원을 받는 등 적극적인 활동으로 변해간다. 동료 배우, 선후배 가리지 않고 뜻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정말 온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매진했다. 나눔활동의 열정도 배우 때의 열정 못지 않았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의 성격이 그런 것 같다. 그의 생활이 그것을 잘 나타내 준다. 아내와 결혼할 때도, 자신의 직업인 연기 생활도 그렇게 열정적으로 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의도치 않지만 그런 열정과 선한 마음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저자는 아들을 잃었지만 삶의 의지나 사랑의 마음은 오히려 커졌다. 이 사실은 삶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중요한 이정표다. 개인적인 아픔을 딛고 일어서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준 특징을 저자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나 자신보다 소중한 아들을 잃었는데도 삶에의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뒤집어 말하면 아들을 사랑한 마음의 크기를 짐작케 한다. 아들에게 못다한 사랑을 재난이나 전쟁 등의 피해를 받아 삶의 의지를 잃어가는 어린이들에게 엄청난 희망과 용기를 주는 일임을 직접 경험하며 깨닫게 되는 것이다. 또 저자가 쓴 이 책 한 부분에서도 삶의 성숙도는 높아가고 있다. 아름답다 못해 영원히 빛날 것 같은 마음들이 글자들마다 배어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감동을 듬뿍 안고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끈다.

"삶이 꽃이라며 죽음은 삶의 뿌리입니다.
인생을 살다보면,
과거를 잊고 살고 싶은 일들도 있지만,.
과거를 기억하며 살고 싶은 일도 생깁니다.
기억하고,
추억하고,
보고 싶을 때,
하지만 다가오는 새로운 기쁨 때문에
추억이 흐릿해집니다.
그래서 과거의 추억에 미안합니다.
붙잡고 싶어도 새로운 기쁨에
점점 잊힘에
더욱 그 기억이 그립습니다.(p. 133)

저자 : 이광기
1985년 KBS 드라마 〈해돋는 언덕〉으로 데뷔했다. 〈전설의 고향〉, 〈야인시대〉, 〈정도전〉 등에 출연했으며 〈태조 왕건〉으로 데뷔 15년 만에 신인상을 타기도 했다. 또한 깨알 같은 입담으로 각종 예능 프로그램을 섭렵해 원조 1세대 ‘탤개맨’으로 불렸다.그런 행복을 누군가가 질투한 것일까. 어느 날 갑작스레 금쪽같은 아들 석규를 잃고 일생일대의 전환점을 맞는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아니 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나눔과 기부에 앞장서게 된 것. ‘세상을 원망하며 매일같이 쏟아내던 눈물이 아름다운 꽃으로 피는구나’라는 깨달음 끝에 11년 만에 이 책의 집필도 시작되었다.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은 아들을 기리며 그 형언할 수 없는 아픔을 끝끝내 나눔으로 승화한 그의 이야기가 내 가족을 돌아보고 이해하며 새삼 사랑한다 고백하는 계기가 되길, 나아가 작지만 강한 선한 영향력이 지금 이 시기에 얼마나 필요한지 함께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유튜브 : 이광기의 광끼채널.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