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법철학 - 상식에 대항하는 사고 수업
스미요시 마사미 지음, 책/사/소 옮김 / 들녘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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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스타 손흥민의 재능은 손흥민만의 것일까. 이런 질문을 받을 경우 독자들의 답변이 궁금하다. 독자는 손흥민을 좋아하느냐는 질문엔 답할 수 있지만 '손흥민만의 것이냐?'란 질문엔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답변이 궁색하다. 이 책 『위험한 법철학』의 저자 스미요시 마사미는 이 같은 질문을 하버드 대학에서 동시에 재직하며 논쟁했던 두 철학자의 의견을 제시한다. 존 롤스와 로버트 노직이다.

존 롤스는 "재능은 사회의 공통 자산"이라고 주장한다. 부잣집 혹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는 것처럼 재능은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는 우연의 산물이라고 본다. 또한 재능을 가졌다고 해도 혼자 돈을 벌 수 있는 건 아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야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비인기 종목에서는 아무리 뛰어나도 큰돈을 벌기 어렵다.

로버트 노직은 "재능은 개인의 몸과 마찬가지로 태어나면서부터 가지고 있는 것으로 필연적으로 본인 한 사람에게 전속된다"고 했다. 따라서 아무리 큰돈을 벌든 사회에 대한 의무는 없으며 전 재산을 지배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성공한 사람이 자유의사로 곤궁한 사람들에게 기부하는 것은 인정한다.

 


 

노직의 논리에 따르면 성공한 사람들이 기부를 많이 해야 한다. 실제 그렇지는 않다. 이런 상황에서 약자 구제가 가능할까. 복잡한 문제다. 독자는 이러한 상황에 처하면 할 수 있는 말은 "법이나 철학 공부를 하지 않기를 잘했다"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은 어느 쪽에 공감하는가?" 책은 이외에도 '자유의사로 자신의 장기를 파는 것이 왜 금지되는가' 등 다소 민감하고 극단적인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철학이란 기존의 앎을 철저히 의심하고, '존재하는 것'의 근거는 무엇인가를 탐구해가는 사고(思考)다. 우리가 자명하다고 여기는 상식을 다시 묻고, 확신을 따져 묻고, 진리의 탐구로 향해 간다"고 정의했다. 그는 현행 법체계를 철저히 의심하고 사정없이 비판하는 '악마적 방법'으로 법철학을 이 책을 통해 강의한다. 저자는 일본 아오야마가쿠인(靑山學院) 대학 등에서 법철학을 강의했다. 사례를 통해서 법철학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학생들이 '스미요시 교수님 사랑해요'라는 티셔츠를 맞춰 입었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철학이란 기존의 앎을 철저히 의심하고, ‘존재하는 것’의 근거는 무엇인가를 탐구해가는 사고(思考)다. 우리가 자명하다고 여기는 상식을 다시 묻고, 확신을 따져 묻고, 진리의 탐구로 향해 간다. 이 내용은 독자가 교양학부 때 강의를 들었던 '법학개론'을 배울 때 교수가 우리에게 했던 질문이기도 하다. 이 부분을 요즘 '살 맛나게 해주는 손흥민의 축구'에 비유해서 질문을 바꿨을 뿐이다. 저자에 따르면 법철학은 법률에 대해 그러한 사고를 들이댄다. 법철학에는 두 개의 얼굴, 즉 천사의 얼굴과 악마의 얼굴이 있다. 실정법학에 협력하여 그것들이 더 잘 정의를 실현시킬 수 있도록 개혁하기 위한 지침을 제시하는 것, 즉 헌법에 대해서는 입헌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인권이나 지배 등에 대해 깊은 사색을 제공하고, 형법에 대해서는 형벌의 목적을 둘러싸고 '응보주의'와 '사회방위론'의 관계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한 제언을 하는 것 등이 천사의 얼굴이다. 반면 악마의 얼굴이란 현행 법체계의 기초 원리와 그것을 지지(支持)하고 있는 인간 사회의 습속이나 상식 그 자체를 철저히 의심하고 사정없이 비판해가는 것이다. 예컨대 왜 장기를 매매하면 안 되는가? 왜 도박은 범죄가 되는가? 정부와 폭력단은 본질적으로 같은 것이 아닌가? 왜 클론인간을 제작하면 안 되는가? 등 무수한 질문을 창출해낸다.

 


 

이 같은 내용에 따라 이 책은 악마의 얼굴을 한 법철학 쪽이다. 저자는 굳이 법률과 그것을 지지하는 학(學)이나 상식에 의문을 보이며 어깃장을 놓는다.

법률은 결국 세계를 돌아가게 하는 시스템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처럼 법률을 상대화함으로써 법률에는 맡길 수 없는 인간의 다양한 ‘살아가는 힘’을 깨닫게 한다. 룰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머리로 생각함으로써 우리는 더욱 자유로워진다.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채로 오염된 상식과 저열한 권위에 휘둘리고 있지 않은지 스스로를 의심해봄으로써 비판적 안목과 주체적 사고를 함양하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일본 아오야마가쿠인 대학의 초인기 강의를 기반으로, ‘정의’ ‘권리와 의무’ ‘자유’ ‘평등’ 등 크게 열한 가지 장으로 분류하고, 매우 유머러스한 필체로, 때로는 지독한 에피소드를 제시하면서 흥미진진한 법철학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 지독하지만 실제 있었던 사례를 들면서. 저자가 어떠한 관점에서 '법'을 규정하는가에 대한 점 등 특징에 대해 한눈에 파악하려면 각 챕터의 제목만 봐도 금세 알 수 있다.

 

클론인간의 제작은 NG(No Good)인가? - 자유법론 vs. 법실증주의

고액소득은 재능과 노력 덕분? - 정의를 둘러싼 물음 -

악법에 거역하는 악동이 되라! - 준법 의무 -

적령기의 아이에게 자유로운 피임을 허하라 - 법과 도덕 -

다수의 행복을 위해 당신이 희생되어주세요 - 공리주의 -

인류가 에조사슴처럼 구축되는 날 - 권리 그리고 인권 -

나의 생명, 팔겠습니까? - 어디까지가 ‘나의 소유물’인가 -

국가가 없어도 사회는 돈다 - 아나코 캐피털리즘이라는 사상 -

불평등의 근절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 어디까지 평등을 실현할 수 있는가/해야 하는가 -

나에게는 ‘누군가에게 먹힐 자유’가 있다? - 사람은 어디까지 자유로울 수 있는가 -

 


 

최근 대한민국 사회에서 '법치주의'라는 말이 자주 들려온다. 특히 '검찰 개혁' 문제를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법치주의' 운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사람(특히 유력자)에 휘둘리지 않고 법에 따라 집행을 하겠다는 것이니 일견 시비할 수 없는 타당한 말로 들린다. 그러나 여기에는 의심스러운 구석도 있다. 무엇보다도 ‘법’이라는 것 자체가 과연 인간 삶의 제반사를 합당하게 처리해주는 만능의 룰인지, ‘법치’를 수행하는 사람에게 일체의 주관이 배제된 공정한 객관의 토대만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 하는 의심이다.

‘법 없이 살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매우 보기 드문 선(善)한 사람이라는 의미다. 이를 뒤집어보면 대다수의 사람들은 법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우리는 이미 법에 의해 지켜지며 살아가고 있다.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는 것, 집을 임차해 거주하는 것, 장사를 하는 것 등도 모두 법률에 의해 가능하게 되어 있다. 반면, 법망을 피해 나쁜 짓을 기도하려는 자에게도 법률은 중요한 텍스트다. 미국 복싱 흥행의 중심인물이면서 수많은 계약위반, 착취, 살인 등으로 악명을 떨쳤던 프로모터 돈 킹(Don King)도 “나의 성공은 법률의 옹호가 있었기 때문이다”고 큰소리쳤다고 한다. 선인에게도 악인에게도 법률은 현대 사회에서 자유로이 살아가기 위한 기술을 주고 있는 셈이다.

 


 

본래 법의 시초는 무엇이었을까? 인간과 동물의 집단생활에 공통하는 법의 발단은 세력권의 획정과 서열 짓기였다고 한다. 책에 따르면 세력권은 약한 종이 양육강식에 의한 절멸을 피하는 데, 그리고 서열 짓기는 동료 사이의 파멸적인 투쟁을 막아 생존능력을 증대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본능적인 지혜였다. 그러나 그 후 감정과 지성을 여분으로 갖게 된 인간만이 독자적으로 법을 발전시켰다. 자연적인 질서 내에서, 권력욕이나 명예욕에 사로잡혀 반역하거나 질서를 어지럽히는 자에 대한 응보형과 벌, 사람의 재산 소유를 확실히 하는 소유권이 생겨났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계약에 의해 이전까지의 자연질서를 해체하고 신질서를 만들며, 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법률을 만드는, 즉 입법을 하는 지점에까지 이르렀다.

정부나 의회는 먼저 시장이라는, 사람들이 분업을 매개로 하여 자유로운 계약에 의해 상호 이익을 주고받을 수 있는 자생적 질서에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시장에서 발생하는 약자를 돕고, 자유경쟁이 공정하게 이루어짐으로써 공존공영이 유지되도록 다양한 입법을 해왔다. 부정경쟁방지법, 독점금지법,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들 등이다. 또한 인권의식이 높아짐에 따라 ‘법이 들어가지 않는’ 영역이었던 친밀권(가족, 부부, 연인 사이 등)이나 특별한 지배-종속관계가 인정되어왔던 학교, 교도소 등에 대해서도, 약자의 인권을 지키기 위한 법률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배우자로부터의 폭력 방지 및 피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DV방지법),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법과 조례, 스토커규제법 등이다. 이렇듯 입법에 의한 행정의 사회 개입에는 약자를 구하고 사회의 부정을 바로잡는다는 좋은 면이 있었음은 명백하다.

 


 

이 지점에서 저자는 "그러나 법의 증식에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정부가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입법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해진 결과, 제정법이 증식하고 소송 대상이 확대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법화(法化)’라 하여 문제시되었다. 법화의 어두운 부분 중 가장 먼저 꼽을 수 있는 것은 법 적용의 전문성과 기술성이 높아짐에 따라, 권리 실현의 주도권이 당사자 국민이 아니라 번다한 법률이나 내규, 규칙 등을 조종하는 관료의 손에 쥐어졌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계약을 할 때 판매원이 뭐가 뭔지 모를 내용을 빠른 말투로 설명하는 걸 듣고 자기도 모르게 필요 없는 어플리케이션을 받거나 태블릿 계약까지 억지로 떠안게 되듯이, 관료에 의한 난해한 법이나 규칙에 관한 설명을 듣고는 결국 그것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실정이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는 왜 법률에 따르고 있을까? “법률은 오류 없이 옳기 때문이다.”고 생각하여 따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왜인지 생각한 적도 없고, 그저 습관으로 따르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대부분이 아닐까? 혹은 “체포당하는 게 싫어서”, “불만스런 법률은 있지만 지키지 않으면 이래저래 성가시니까 일단은 지킨다.”고 답하지 않을까? 아마 대개는 단순한 타성, 메리트(이점),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뒤에서 손가락질 당하지 않기 위해 등등이 사람들이 법에 따르는 동기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법률이라고 해서 무조건 따라야 하는 도덕적 의무는 없다. 특정 목적으로 특정 시기에 과해지는 법률에 대해서는 그 근거를 의심하고 따져보며, 이를 수용할지 말지를 권리자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이때 긴요한 도움을 주는 것이 ‘위험한 법철학’적 사고다. 상식처럼 보이지만 법철학적 사고를 들이대면 결코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출판사 측의 책과 저자 소개글을 통해 "독자들의 법에 대한 관점이 철학적 관점으로 보는 ‘법철학’이라는 주제어를 듣고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이렇게 유쾌하고 재미있는 책을 통해 생소한 법철학을 접하고 이해하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피력한다. '머리말'에 나와 있듯이 공부하고 싶지 않고, 일하고 싶지 않고, 결혼하고 싶지 않고, 아이를 기르고 싶지 않은, 여배우를 꿈꾸었던 저자는 그 길로는 먹고살 것 같지 않아 주변의 권유에 편승하여 법학부에 입학했다. 그러다가 법철학이라는 분야를 발견하고, “우리를 지배하는 권력, 어느샌가 우리를 속박하고 있는 상식이나 습관 그리고 법률과 싸우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하여 결국은 ‘기르고 싶지 않았던’ 아이들의 선생(법학부 교수)이 되었다.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 책은 먼저, 법률 지키기를 좋아하는 선량한 시민 여러분에게 법률에 대한 회의심을 갖게 하는 데서 시작한다. 그런 다음 법철학의 전통적인 논점들(정의, 법과 도덕 등)을 말하고 이어 현대적인 문제들을 다루면서 최종적으로 자유마저 의심하도록 전개하고 있다. 극단적인 예(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케이스)도 들기 때문에 당신의 상식은 상당히 흔들리게 될 것이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몇 가지 ‘질문’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책 제목에 왜 '위험한'이 들어가 있고, 법에 대해 도발적이고 미처 생각지 못한 곳을 찌르는 예리한 질문들이다. ‘정의’ ‘권리와 의무’ ‘자유’ ‘평등’ ‘공리주의’ ‘아나키즘'이 뒤섞여 혼란스럽기도 하고 극단적이기도 하다.

 

* 성희롱을 매뉴얼로 박멸할 수 있을까?

* 카지노는 합법인데 돈내기 마작이 위법인 것은 왜인가?

* 자발적인 매춘은 해도 되는가, 안 되는가?

* 고소득이 노력과 재능의 덕분이라면, 그것은 간섭해서는 안 되는가?

* 지시만 따르는 인간이 죄를 저지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 곤경에 처한 사람을 못 본 체하는 것은 죄가 될까, 아닐까?

* 인플루엔자 백신이 얼마 없을 때 누구를 우선하여 배분할까?

* 자신의 의사로 장기를 파는 것은 왜 안 되는가?

* 내 집이니 쓰레기를 마음대로 쌓아놓아도 괜찮을까? 등등……

 

저자 : 스미요시 마사미

 

1961년 홋카이도 출생. 홋카이도대학 대학원 법학연구과 박사후기과정 수료. 법학박사. 야마가타(山形)대학 인문학부 조교수를 거쳐 현재 아오야마가쿠인 대학 법학부 교수(법철학). 저서로 『크게 웃는 에고이스트: 막스 슈티르너의 근대합리주의 비판』(風行社), 공동집필서로 『법의 임계(Ⅱ): 질서상의 전환』, 『브릿지북 법철학』, 『질문하는 법철학』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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