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속으로
폴 아시안테 외 지음, 김경영 외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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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미국 사회가 세계 최강국이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다민족 이민자 사회라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엄청난 자원을 안은 미국이 독립하고 서부 개척과 노예 해방이란 국내 당면 문제와 인류 공동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최강국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다. 많은 유럽 및 타 대륙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미국으로, 미국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들은 낯선 땅이지만 자신의 노력만큼 이룰 수 있다는 미국인들의 용기와 도전 정신에 자신들을 맟춰가면서 하나씩 하나씩 꿈을 이뤘다. 그들 덕분에 미국의 부(富)는 기하급수적으로 쌓여갔고, 제 1, 2차 세계대전을 통해 명실상부한 최강 최부국이 되었다. 이것이 미국의 힘이다. 프론티어십, 개척 정신은 오늘날에도 미국이 세게 최강국이 된 지주임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이 책 『두려움 속으로』의 저자 폴 아시안테는 트리니티 칼리지의 스쿼시 코치로서 팀원들을 유려하게 이끌어 200승이 넘는 연전연승의 기록을 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스포츠는 ‘스쿼시’지만, 두려움 속으로는 스포츠 종목과 관계없이 선수들을 압박하고 제압하는 ‘두려움 극복 코칭’에 관한 전설적인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무엇이 제일 두려운가? 무엇을 걱정하고 의심하는가? 본인의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 대회에서 지든 이기든 다음 날 아침 태양은 뜬다.”

지름이 4㎝ 남짓한 공을 시속 210~260㎞가 넘는 속도로 쳐내는 스포츠, 엄청난 속도를 자랑하는 스쿼시 스포츠사에서, 역대 코치 가운데 가장 큰 인기를 누리고 가장 넓은 성공 궤도 안에 들어있는 사람이 바로 폴 아시안테 코치다. 두려움 속으로는 폴 아시안테 코치와 그의 팀인 트리니티 칼리지 9명의 선수를 조망하면서, 동시에 절망과 승리의 순간들 등 삶의 다양한 면모를 온전히 내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빠르게 넘겨 버리는 태도에 관해 이야기한다. 선수들 개개인 이야기와 맞물려 아시안테 코치 스스로가 느꼈던 성공과 좌절, 실패와 절망에 관한 내용이 담겨 ‘삶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진지한 고민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전형적인 미국인의 개척과 도전 정신이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따라서 이 책은 단순 성공을 위해 달려가는 법을 알려주는 에세이가 아니다. 『두려움 속으로』는 노력과 운을 통해 얻게 된 성공의 면모를 잘 이어나가는 방법, 그리고 한계점에 다다랐을 때 빠르고 쉽게 패배를 인정하는 방법 등 삶의 다양한 측면을 총체적으로 다룬 이야기다. 이 책이 우리에게 읽히는 이유다. 책 제목처럼, 아시안테 코치는 두려움 속으로를 통해 불안과 조바심, ‘최악의 악몽’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방법을, 삶의 조언자이자 동료로서 우리에게 전달해준다.

“인생에서 중요한 건 성공이냐 실패냐, 승리냐 패배냐가 아니다. 인생은 긴 여정이다. 과정 그 자체가 목적지가 되어야 한다.”며 선수들에게 당부하는 아시안테 코치의 말처럼, 『두려움 속으로』는 삶은 계속해서 흘러가야 한다는 것과 그 흐름 속에 우리가 받아 마음에 간직해둘 지점들을 골라내는 방법을 일깨워주는 책이다.

 


 

폴 아시안테 코치와 그의 팀은 정말 이루기 힘든, 어느 누구도 범접하기 힘든 기록을 달성했다. 바로 13시즌의 우승 및 252연승 무패의 기록이다. 정말 어느 스포츠에서도 이루기 힘든 어마어마한 기록이다. 이 책에 다른 대학 스포츠에서 가장 근접한 연승 사례를 소개해 주고 있는데, 가장 근접하다는 기록이 1940년부터 1961년까지 201연승을 이룬 예일대학교 남자 수영팀의 연승사례라고 한다. 그 외에도 여러 연승 사례들을 들어주지만, 어느 사례도 200승 이상의 연승을 보여주진 못한다. 이런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운, 성공사례를 달성한 폴 아시안테 감독이 스쿼시라는 스포츠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이 아닌, 어떻게 멘토링을 해서 이런 대기록을 이룰 수 있었는지에 대한 리더십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단순히 코칭에 대한 리더쉽관련 이야기가 아니라, 전국 챔피언십 대회에서 프린스턴 대학팀과 맞붙은 듀얼매치에서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각각의 시합과 선수에 따른 그의 코칭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가 코치로써 가장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는 바로 이 책 제목인 '두려움 속으로'이다.

이 '두려움 속으로'의 의미는 안전해 보이는 곳이 위험한 곳일 수 있고, 두려워 보이는 곳이 오히려 안전한 곳일 수 있다는 사자의 사냥 이야기를 바탕으로,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두려움을 외면하지 말라는 이야기이다. 선수들이 부담감 속에 느낄 수 있는 각각의 두려움을 떨쳐내고 시합에 집중할 수 있도록 코칭하는 게 바로 그의 역할이다. 독자가 미국인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해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책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사자는 영양떼를 발견해서 사냥을 할 때가 되면, 무리에서 가장 나이가 많고 병약한 사자가 키 큰 수풀을 향해 나아가고 나머지 사자들은 반대편 덤불 속에 흝어져 준비한 후, 이 최고령 사자가 포효를 함으로써 사냥을 시작한다고 한다. 이때 영양떼는 사자의 포효소리에 놀라 본능적으로 반대방향으로 질주하며 다른 사자들이 있는 곳으로 몰려가게 된다. 이런 공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본능에 맞서 포효소리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 나아가야 오히려 안전해질 수 있다.

정작 폴 아시안테 코치는 테니스 선수 출신의 코치인 것 같다. 전혀 알지 못하던 스쿼시 코치로서 룰부터 모든 것을 새로 배워가며 새로운 길에 도전했음에도 뛰어난 선수 관리를 시작으로 스쿼시 코치로서 전무후무한 기록까지 세워 나간다. 운이 아니라 도전과 개척 정신이라고 독자는 읽는다.

 


 

이 책은 주인의식, 지금의 힘, 서열 정리, 사랑의 힘, 잘 지는 법, 자신감, 통제권, 경기력, 근성의 9가지 주제로 나누어져 있다. 이 가운데 독자에게 인상적인 부분만 발췌해 소개한다.

첫 번째로 '주인의식'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스스로 그 일을 왜 하는지에 대한 목적이 불분명하면 그 일의 성과는 대체로 좋지 않다. 회사 업무에서도 구성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는 것과 그냥 급여만 받으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하는 사람은 분위기부터 다르다. 물론 성과도 크게 차이가 난다. 이 때문에 사장이나 관리자, 리더들은 '주인 의식'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 주인 의식은 어떤 일에도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덕목이며 미국인의 개척정신에도 그대로 녹아 있다고 독자는 믿는다. 스스로에 대한 주인 의식이 있는 사람은 앞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 나간다. 열정적인 도전 의식도 거기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미국의 서부 개척의 도전정신도 자신이 개척해 일군 땅에 대해서는 나라에서 모두 사유 재산으로 인정해준 데 따라 개척과 도전 정신을 북돋운 것이다.

또 다른 '잘 지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운동 경기든 인생이든 모든 일에 성공하고 이기는 삶을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작든 크든 사람은 언젠가는 질 수 있다. 아니면, 시간의 흐름에 의해서라도 인간은 누구나 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져 본 사람이 잘 지는 법도 안다. 단순히 아는 게 아니라 다시 이기기 위해서다. 또 패자는 지는 경험을 통해 뭔가를 배우고 깨닫기 위해 노력한다. 이 점은 2500년 전에 이미 전쟁에서 깨달아 병법으로 남기기도 했다. 물론 그렇지 못하면 낙오자의 길로 걸어가게 된다. 실패를 기회로 삼으라는 사람들은 이 지점을 말하는 것이다. 최소한 자기반성을 통해 자신을 객관화, 내면화해서 바라보고 발전의 계기를 삼는 사람은 그 성과를 거둔다는 사실을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증명함으로써 진리로 삼아도 될 정도로 굳어진 말이다.

 


 

저자는 또한 항상 똑같은 코칭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도 말한다. 때로는 긍정의 피드백을 건너뛰고 부정의 피드백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강조한다. 사람마다 받아들이는 것이 다르고 사람도 상황이나 기분에 따라 매번 똑같지만은 않다. 우리 삶에도 긍정과 부정의 피드백을 주고받을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는 것은 굉장한 행운이라고 해야 한다.

저자는 이 밖에 각 선수들과의 경험을 이야기하며 각 장의 주제를 풀어간다. 학생 스포츠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질풍노도의 시기인 선수들을 코칭하는 것은 프로에 비해 더욱 어렵다고 주장한다. 운동뿐 아니라 인성 부분에서도 선수를 교육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어려운 분야에서 믿지 못할 업적을 남겼다. 물론 그의 아픈 개인사(아들 문제)가 있지만, 그가 선수들과 나눈 경험들이 넓게는 우리 각자의 삶에서 한 번씩은 떠올리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스포츠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깊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독자는 판단한다. 어떤 분야든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남다른, 남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우고, 삶에 적용해야 한다. 또 한 번 실패한다고 삶이 끝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패를 잘 성찰해 다시 똑같은 실패를 하지 않고 한층 더 윗단계로 뛰어오르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열심히 사는 모습은 자신의 주변 사람에게도 굉장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잘 인지하고 늘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는 점 등을 독자는 이 책에서 다시 배우고 있다. 스포츠도 인생의 한 부분이다. 이기고 지는 것보다, 그것을 통해 돈을 얼마나 더 버느냐보다 훨씬 중요한 삶을 바라보는 태도로 삼아야 한다.

 


 

사람들은 이 책에서 전설적인 코치의 성공 비결을 찾으려 하겠지만, 이 책에서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승리의 기록이 아니다. 더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아시안테 코치가 털어놓는 실패의 고백이다. 잘못된 결정과 코칭으로 결국 되돌릴 수 없는 관계가 되어 팀을 나간 몇몇 선수, 그리고 아들 매튜의 이야기를 고백한다. 아시안테 코치가 트리니티 스쿼시팀을 전미 최고의 팀으로 만드는 데 열중해 있는 사이 아들은 마약 중독자가 되어 재활원을 끝없이 오간다. 팀의 연승 횟수가 늘어날수록 아들과의 관계는 멀어진다. 선수들에게는 사랑과 형제애, 팀워크를 강조하면서 정작 본인의 아들이 필요로 했던 사랑과 관심은 쏟지 못한다. 세계적인 선수와 코치들에 둘러싸여 무하마드 알리 같은 전설을 만나지만, 정작 자식 농사에는 실패한 스스로를 자책한다. 책의 마지막에서 아버지 아시안테는 아들을 교도소 면회실에서 마주한다. 책의 번역가이기에 앞서 독자로서 행복한 결말을 바라며 안타까운 부자의 이야기를 읽어갔지만, 끝까지 매튜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하지만 아시안테 코치는 포기하지 않는다. 선수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자신에게 어쩌면 가장 어렵고도 두려운 존재일 수 있는 아들에게서 고개를 돌리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저자 : 폴 아시안테

 

트리니티 칼리지의 남자 스쿼시 팀과 테니스 팀 헤드 코치. 올해로 코치 18년 차인 아시안테는 스쿼시 팀을 이끌고 250연승, 시즌 13회 우승이라는 완벽한 기록을 일궈 냈다. 아시안테는 미국 대표팀 스쿼시 코치이며, 스쿼시 팀을 이끈 탁월한 리더십을 인정받아 올해의 미국 올림픽 코치로 선정되기도 했다. 1974년 스프링필드 칼리지를 졸업하고 롱아일랜드 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아파와미스 클럽, 볼티모어컨트리클럽, 뉴욕 프린스턴 클럽에서 코치 경험을 쌓았다. 또한 아시안테는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챔피언십 테니스: 챔피언십 테니스 하는법』의 저자이기도 하다.

 

저자 : 제임스 저그

 

미국 스쿼시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이 책을 포함해 여섯 권의 책을 낸 수상 작가다. 《애틀랜틱》 《아웃사이드》 《보스턴 글로브》 《배니티페어닷컴》 등에 글을 기고했다. 미국 델라웨어 윌밍턴에 거주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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