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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낭 날씨는 당신의 기분 같아서
이두리 지음 / 꽃길 / 2020년 12월
평점 :
이 책 『다낭~ 날씨는 당신의~~ 기분 같아서』의 저자 이두리는 스물일곱에서 스물아홉까지의 시간을 ‘한국어를 가르쳐주는 이두리 선생님’으로 살다 돌아왔다. 책 이름에 나오지만 '다낭'은 베트남의 한 도시다. 이 도시는 남북으로 길쭉한 베트남의 잘록한 허리 부분 가운데에 있는 도시. 인구는 2019년 기준 121만여 명으로 호찌민, 하노이, 하이퐁, 껀터에 이어 다섯 번째로 큰 도시이다. 남베트남 시절에는 제2의 도시이자 중요한 군사 거점이었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베트남 중부 관광의 중심지가 되어 가고 있으며, 베트남 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로 부상중인 도시이다.
한국에도 TV 프로그램이나 입소문 등을 통해 많이 알려진 덕에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으로 발전했다. 인근 30km 내에 서울 삼청동의 포지션을 갖고 있는 호이안 옛 거리(Khu Ph? C? 區?古)가 있으며, 바닷가를 따라 북상하는 보 응우옌 잡-황사(Vo Nguyen Giap-Hoang Sa 武元甲黃沙)로를 따라 세계적인 호텔 체인 및 리조트가 건설되었다. 또 현재 건설 중인 곳도 여럿이다. 독자는 이 도시를 지난 북미 정상회담 때 언론에서 두 정상이 만나는 곳 후보지로 집어 말하는 바람에 알게 됐다. 이름도 이때 처음 들었다.
베트남의 공식 국가 명침은 '베트남 사회주의 공화국'이다. 베트남이 월맹과 월남으로 나뉘어져 전쟁을 할 때 우리나라가 파병해 월맹(당시 베트콩)과 적으로 싸웠던 나라다. 이 전쟁에서 미국이 패전을 인정하고 철수함으로써 공산주의 사회주의 국가로 통일된 나라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정회원국으로 수도는 하노이이다. 수도는 하노이지만, 도시 규모는 오히려 경제 중심지인 남부의 호치민(구 사이공)이 더 크다. 호찌민에 롯데리아가 먼저 들어갔다고 한다. 인구도 호찌민이 많다. 흔히 베트남 하면 밀림을 떠올리지만 실제 베트남 면적에서 숲의 비중은 37%에 불과하다. 물론 19세기 때만 해도 베트남의 대부분 지역은 밀림으로 덮여 있었으나 농경 목적의 개간이나 베트남 전쟁 때의 고엽제 살포로 인한 삼림파괴 등으로 거의 숲이 남아나지 않았던 적도 있기에 요즘에야 정부에서 국립공원을 지정해서 보호중이다. 20세기에 들어와서도 세계 열강인 프랑스, 일본, 미국, 중국과 모두 한 번씩 싸워 본 나라. 게다가 이들과 싸워서 결국 다 몰아내 버렸다. 프랑스와 미국은 공식적으로 베트남에게 패전한 걸로 취급되고 있다. 중국 역시 1979년 베트남을 침공했으나 뭔가 조금 소득이 있다 싶을 때 결국 근성의 베트남인들에게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베트남은 지금은 중국처럼 경제 발전에 치중하며 과거의 구원(舊怨)을 가진 국가와도 교류를 한다. 개방 경제를 택한 후 중국처럼 큰 경제 발전을 이뤘다. 우리와도 공식 수교 후 굉장한 우방 관계를 맺고 있으며 우리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도 엄청나게 진출해 있다. 지난 북미 회담 때도 인근 삼성, LG의 대규모 전자 산업단지를 TV를 통해 보여준 적이 있다. 인건비가 싸기 때문에 베트남 현지에 공장이 많이 진출한 것이다. 우리나라도 60~70년대 그랬듯이.
기업의 민간 교류와 함께 국제결혼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우리나라의 많은 남성(농촌지역) 중 결혼하지 못한 사람이 베트남 처녀들을 데리고 와 사는 형식이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다보니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을 해 파탄에 이르는 부부도 적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잘 적응하고 살고 있다고 TV를 통해 자주 방영된다. 또 최근에는 베트남 축구 열풍을 타고 우리나라 박항서 감독이 그곳 국가대표 감독으로 가서 엄청난 성과를 '국민 영웅'의 대접을 받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구원만 지운다면 우리와는 절친한 사이가 될 수 있는 선린 관계이다.
저자는 '살면서 한 번쯤은 장기 봉사활동을 가고 싶다’라는 염원을 가지고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2년이라는 시간을 타인을 위해 쓴다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동시에 지금 시도하지 않으면 영원히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봉사활동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혹여 다녀와서 내가 후회한다고 하더라도, 차라리 일찍 경험하고 일찍 후회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고 스스로를 세뇌시키면서... 코이카(KOICA)‘의 일원으로 다녀온 다낭<위 사진> 생활은 저자의 삶뿐만 아니라 글에도 많은 자양분이 된 것 같다. 봉사활동 차원에서 간 곳이지만 봉사활동 자체를 부각시키지 않고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느낌이나 경험 등에 중점을 두고 '다낭'을 기억하는 것 자체가 저자의 글에 영향을 미친 것을 증명한다. 코이카 : 정부 차원의 대외 무상 협력 사업을 전담하여 실시하는 기관. 1991년 4월에 설립되었으며 한국과 개발 도상국의 우호 협력 관계 및 상호 교류를 증진하고 이들 국가들의 경제 사회 발전을 지원함으로써 국제 협력을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독자 주)
대단한 기대도, 어떤 욕심도 없이 어쩌면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도전이었기 때문일까? 그는 베트남을 무작정 따스하거나 신비로운 모습만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그의 눈은 마치 아주 잘 닦인 거울처럼 베트남의 일상을 아주 직설적이고도 솔직하게 보여줄 뿐이다.
그는 다낭에서의 봉사활동을 통해 평소의 자신이라면 느끼지 못할 감정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경험하는 듯 보인다. 어두컴컴한 낯선 이방의 땅에서 반사적으로 잡은 바퀴벌레를 보며 울음을 터트리기도 하고, 서툴고 낯선 베트남어가 늘지 않아 속상한 밤을 여럿 보내기도 했으며, 한국어를 가르쳐줄 자신을 똘망똘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봉사라는 것이 생각보다 대단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자신보다 남을 더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는 베트남 사람들을 보며 반성도 하고, 이 사랑과 증오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의 나라 베트남을 끝내 미워할 수 없을 것이란 사실도 받아들이게 되었다.
우리의 삶이 그렇듯, 이두리에게 있어 다낭의 삶은 단편적으로 정의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예측할 수 없는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다낭의 하루는 좋았다가도 미워지고, 미워죽겠다가도 다시 사랑스럽게 느껴질 만큼 가변적인 존재이다. 2년간의 다낭 생활은 단순한 봉사활동을 넘어 그에게 있어 다양한 감정의 파편을 느끼게 해준 기회였던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에세이가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청춘이 낯선 환경에 적응하면서 겪는 다양한 내면의 목소리에 대한 기록이다.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일면을 발견할 때의 당혹스러움, 홀로 견디는 이방인으로서의 삶이 가져다주는 복잡한 심정의 변화 등이 당돌하면서도 솔직한 젊은 감성으로 그려져 있다. 베트남 봉사활동을 하며 습득한 현지 지식과 경험, 그리고 교훈은 덤이다. 젊음과 패기는 충만하지만, 아직은 서툰 구석이 많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중반의 청년이 바라본, 아주 현실적인 해외 봉사활동의 모습은 어떠할까? 궁금하다면 주저하지 말고 이 책을 집어 드시라. 다낭봉사자이자 한국어 선생님, 그리고 외국인이자 이방인으로 살며 마주한 2년간의 순간들이 아주 생생하게 이곳에 간직되어 있으니.
결국 아침을 먹기 위해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기로 했다. 처음엔 너무 힘들었지만 확실히 아침을 먹은 날에는 평소보다 힘이 난다. 부모님이 자녀들에게 왜 그렇게 아침 먹고 다니라고 말씀하셨는지 알 것 같다. 이제는 내가 그 입장이 돼서 아침밥 안 먹고 오는 학생들에게 잔 소리를 한다. 하지만 아침 7시 수업이 힘든 건 나뿐만이 아닌 듯싶다. 10분만 일찍 일어나서 밥 먹고 오라는 말에 학생들이 “선생님, 그 시간 에 더 자고 싶어요” 하며 배시시 웃는 걸 보면….(p. 50)
베트남이 얼마나 성장할 것 같은지 묻는 사람들에게 나는 누누이 베트남 사람들이 가진 저력에 대해 얘기해 왔다. 베트남 사람들은 ‘내 일이고 내 책임이다’ 싶을 땐 어떻게든 그 일을 완수해 낸다. 시간이 없으면 밤을 새워서라도 끝마치고 문제가 생기면 지연·혈연을 총동원해서라도 방법을 찾아내는 게 베트남 사람들이다. 그리고 또 빼놓을 수 없는 게 협동심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여도 미리 짠 것처럼 흐트러짐 없이 일을 착착 진행한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또 한 번 감탄했다.(p. 174)
저자 : 이두리
걷지 말고 춤추듯 살자’가 삶의 모토이나 스텝도 밟기 전에 넘어질 때가 많다. 그때마다 말과 글을 통해 힘을 얻는다. 삶의 다양한 형태 중 내게 맞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산다. 그 일환으로 코이카 해외봉사단원이 되어 베트남에서 한국어를 가르쳤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