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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가든 - 초판본 비밀의 화원 - 1911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박혜원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독자는 세계의 고전 문학을 볼 때마다 어린 시절(당시 국민학교) 아버지가 사다주신 『세계문학전집』에 관한 아름답고 행복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세계문학전집을 집에 가지고 있었던 친구들은 드물었고, 이 책 덕분에 우리 집은 가끔씩 도서관이 되곤 했다. 재미 있는 책도 읽고 아름다운 추억도 되새기는 시간이 어찌 소중하지 않겠는가. 친구들 중 책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우리 집에 뻔질나게 드나들었고 책을 빌려주지 않았지만 유독 친한 친구에게는 다른 친구들에게 말하지 않고 몰래 빌려줬던 기억도 새롭다. 독자의 어린 시절은 우리 모두가 가난했던 70년대이기 때문에 더욱 정감이 있었고, 그때의 친구들은 지금도 친구로 만나는 몇몇 중에 포함돼 있어 어쩌면 독자 인생의 굉장한 복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50권짜리지만 모두 읽었다. 정확한 기억은 없지만 1년 내에 다 읽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상하게 뚜렷이 기억나는 책은 단 두 권뿐이다. 『소공자』와 『로빈슨 크루소』이다. 책 번호까지 생각날 정도로 기억이 생생하다. 제목과 줄거리, 등장인물 등과 함께 40년 이상 지났는데도 책 번호가 기억에 남아 있다는 것이 경이롭다. 이 책 『비밀의 화원』을 손에 들었을 때 한참이나 옛날 추억을 떠올리느라 읽지 못했다. 책 종이의 질이나 인쇄 상태 등은 지금과 비교할 바가 못 되지만 친구들과 함께한 소중한 기억으로 저장됐다가 이 책과 함께 되살아나 가슴 뭉클한 추억에 젖었다.
이 책 『비밀의 화원』의 저자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작품인 『소공자』도 무척 재미 있게 읽었는데 점심도 먹지 않고 책을 읽고 있다가 오히려 어머니에게 혼났던 기억도 있다. 하지만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의 대표 걸작이라는 『비밀의 화원』은 전집에서 왜 빠졌을까 하는 의구심은 있지만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다. 이 책은 그때의 감동과는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온다. 우선 책 표지도 두꺼운 양장본이고 오리지널 판본이라고 한다. 그때 전집도 양장본이었지만 인쇄 기술이나 컬러 인쇄는 거의 없었을 때이다. 두께도 그때는 어린이들을 위한 책이어서인지 얇았다. 축약본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독자에게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이어서 이 책 『비밀의 화원』을 읽는 동안 매우 행복한 감정으로 읽을 수 있었다. 그 전집 책에도 삽화는 있었지만 이 책의 삽화에는 못 미쳤던 것 같다. 원본 삽화인지, 별도로 출판사(금성출판사) 측에서 삽화를 그린 분에게 따로 의뢰한 것인지는 모른다. 당연히 흑백이고 지금보다 조금 흐릿했던 기억이 있다. 표지는 흰색 바탕에 도안무늬 그림이 50권 모두의 표지로 됐고, 제목만 각기 달랐다.
『비밀의 화원』은 출간 이후 110여 년 동안 전 세계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는 클래식 작품이다. 1911년 오리지널 초판본이 나왔다. 이 책의 표지디자인이었다고 한다. 그때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대체로 돈이 많은 귀족들의 호사스러운 취미였을 테니 책이 고급스러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 책은 18세기 영국 일러스트 작가 찰스 로빈슨의 오리지널 일러스트를 수록해 비밀의 화원이 마법처럼 변화하는 모습과 주인공들이 변화하는 모습도 실감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 출판사 측이 강조하고 있다. 매력적인 줄거리와 사랑스러운 캐릭터, 비밀의 화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미지 덕분에 이 작품은 수많은 영화와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도 각색되어 제작되었다. 2020년 8월 개봉 영화 〈시크릿 가든〉에서는 콜린 퍼슨이 메리의 고모부 아치볼드 크레이븐 역을 맡아, 원작과 영화를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장편소설이지만 책의 내용은 복잡하지 않다. 열악한 환경에 처한 주인공이 내면의 긍정적 의지를 잃지 않고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며 전통적인 성장소설이 갖추어야 할 미덕을 부족함 없이 담아내 꾸준히 사랑받았다. 또한 부모의 방치 속에 심술궂고 까다로운 아이로 자라난 메리가 자연과 소통하며 내면의 폐허를 치유하며, 주변 인물들의 마음까지 생명력을 불어넣어 변화시키는 모습은 흥미진진하면서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계급과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나누면서 모두가 행복한 결과를 맞이한다는 점에서 『비밀의 화원』은 부족함 없는 걸작임에 틀림없다는 확신과 감동을 새롭게 주었다. 훌륭한 작품을 평온한 마음으로 읽으며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이 책을 읽은 일 자체도 또 하나의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처음 읽는 독자들에게 스포가 될지 몰라 망설이다가 내용을 간단하게 기술하고 좋아하게 된 작가가 되었기 때문에 작가 소개를 뒷부분에 첨부한다. 무관심한 부모 때문에 태어나 성장해가는 거의 모든 순간을 인도인 보모와 하인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란 심술쟁이 메리(주인공)는 부모를 잃고 잉글랜드 요크셔의 황무지에 있는 친척 아치볼드 크레이븐 고모부의 집으로 가게 되고, 그 곳에서 정감 넘치는 하녀 마사, 자연과 동물들에게 사랑받는 마사의 동생 디콘, 세상과 단절된 채 자신만의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는 외톨이 왕 같은 사촌 콜린, 자신과 어딘가 닮은 정원사 벤, 온화하고 현명한 마사와 디콘의 어머니 소어비 부인,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자신의 아들 마저 외면하며 고독 속에 살고 있는 크레이븐 고모부를 만나게 된다.
타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모르고, 명령하는 것만 아는 까다롭고 냉소적인 메리의 심술 속에는 외로움이 숨어 있다. 자신이 외로워서 짜증을 내고 다른 사람들에게 심통을 부리곤 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던 메리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혼자인 울새를 만나고 처음으로 자신이 외롭고 쓸쓸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친구가 된 울새를 통해 비밀의 화원으로 인도된 메리는 방치된 채 죽어가던 정원이 디콘과 메리의 노력으로 다시 되살아나듯 자신 역시 몸과 마음도 치유되며 건강하고 활기차게 변화해가고, 더 나아가 콜린과 크레이븐 고모부의 삶까지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 콜린의 말처럼 마치 ‘마법’과도 같이...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의 완역판 『비밀의 화원』 속의 디콘과 메리, 콜린 등 세 사람이 동물들과 함께 자신들만의 비밀의 정원을 가꾸며 즐거워하는 모습이나 저택 어른들을 모두 놀라게 한 한밤중 콜린과 메리의 싸움 장면은 다시 봐도 절로 웃음이 나오고, 박수가 나올 만큼 삶의 지혜가 가득한 소어비 부인의 말들은 읽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운 마음으로 바꾸어준다. 독자에게는 자연의 생명력이 사람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지, 어린이들에게 마법같은 변화들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어렸을 때와 같이 경이로운 느낌이다. 어쩌면 잃어버린 자연의 힘이나 신비로움을 재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도 같다. 그러다보니 한 페이지 한 페이지마다 단어나 문장도 새롭게 느껴진다. 번역의 문제가 있겠지만 새로운 느낌은 같았다. 강요된 '집콕' 생활을 좀더 즐겁고 유쾌한 방식으로 바꾸고 변화시키는 방법을 또 하나 찾았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힘들 때마다 아름다운 정원을 생각하면 에너지도 솟고, 어려워도 삶은 환희로 가득차 있다는 느낌도 갖는다. 기분 좋은 독서, 소중한 책 읽기을 머릿속에 각인시켜주는 책이다.
저자 :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1849년 11월 24일 영국 맨체스터의 치탐 힐에서 태어났다. 빅토리아 시대(영국의 산업혁명 최절정기)에 철물점을 경영하던 재력가 아버지 밑에서 태어났지만, 세 살 때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어머니와 다섯 남매가 맨체스터 빈민가로 쫓겨난다. 어머니와 다섯 남매는 가난에 쪼들리며 살아야 했다. 내성적이었던 어린 시절의 버넷은 이 시기에 소설책을 읽고 이야기를 지으면서 가난과 외로움에서 벗어나려 애썼다. 1865년 외삼촌의 권유로 온 가족이 미국 테네시 주 녹스빌로 이주한 뒤에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집안의 실질적인 가장이었던 버넷은 투고료를 목표로 글을 쓰기로 결심, 산포도를 따다 판 돈으로 간신히 종이와 우표를 사서 잡지사에 원고를 발송한다. 하지만 그때 직접 겪었던 고통스러운 기억들은 본인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겪는 고난을 설득력 있게 그려낼 수 있는 통찰력의 밑거름이 되어주었다. 잡지사에 보낸 소설이 열일곱 살 때 처음으로 채택되었다. 그 이듬해인 1867년에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네 동생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글쓰기에 전념했으며 『고디스 레이디스북』이라는 여성 잡지를 통해 첫 작품을 발표했다.
그 후 몇몇 잡지사에서 한 편에 10달러를 받고 한 달에 대여섯 편의 소설을 썼다. 이 시기에 버넷이 주로 썼던 내용은 ‘학대받다가 끝내는 보상받는 영국 여성들’을 주인공으로 한 것이었고, 이를 통해 몰락한 가문을 차츰차츰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이후 의사인 스완 버넷과 1873년에 결혼하여 슬하에 두 아들 라이오넬과 비비안을 두었고, 배우인 스티븐 타운센드와 1900년에 재혼했으나 만 2년 만에 이혼했다. 그녀는 영국의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미국인의 취향에 맞추어 쓴 작품들로 어른 독자층을 파고들었다. 아동소설로 눈을 돌리기 전까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소설로 꽤 많은 인기를 누렸다.
대표작으로 『로리 가(家)의 그 아가씨』(1877), 『셔틀』(1907) 등이 있다. 『폰틀로이 공자』(1886)보다 앞서 쓴 소설 『하얀 벽돌 뒤편』이 [세인트 니콜라스 매거진]에 발표되었을 때 독자의 반응은 뜨거웠고, 그 후 『폰틀로이 공자』, 『소공녀』(1905), 『비밀의 화원』(1911), 『로리 가의 그 아가씨』, 등의 작품들도 줄줄이 성공을 거두었다. 또한 이 세 소설을 포함한 자신의 작품들을 각색하여 런던과 뉴욕의 연극 무대에 올려 흥행에 성공했다. 버넷은 74세로 1924년 10월 29일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 자택에서 생을 마감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