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 한국인의 비밀 무기
유니 홍 지음, 김지혜 옮김 / 덴스토리(Denstory)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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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nchi라는 영어 표기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우리말 중 영어 표기가 없어서 소리나는 대로 영어로 쓰는구나 했기 때문이다. 그 예로 한국인의 '화'가 영어 표기에는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서다. 그러나 '한국인의 비밀무기'로 수식하는 것은 썩 마음에 내키지 않는다. '눈치'의 의미가 긍정적인 의미보다 부정적 의미의 말에 결합돼 주로 쓰이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눈치 보다'는 표현은 윗사람이나 강한 사람의 심경이나 마음 상태를 살피는 것이다.

'눈치 빠르다'에서 눈치는 어떤 상황에서 빠르게 알아채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약자가 자신의 안전이나 이익을 위해 강자의 표정, 말투, 행동거지 등을 살핀다는 뜻으로 자주 쓰인다. 저자가 '눈치'를 한국인의 비밀무기라고 표현한 것도 그런 의미라면 독자의 눈치를 살피는 데 이미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때문인지 저자는 이 책에서 '눈치'의 정의부터 왜 한국인의 고유한 정서인가를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유니 홍 저자는 미국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다 한국어를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경험 덕분에 눈치의 위력을 알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것만으로는 명쾌하게 눈치 있는 기술이 될 수 없다. 여러 나라에서 거주하며 다양한 문화 차이 한가운데서도 빠른 적응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 눈치 덕분이라고 하는 것은 옳은 표현이다. 아무튼 눈치에 대해 저자의 해석이나 과정에 대해서는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70년 전만 해도 존재감조차 없던 대한민국이 놀라울 만큼 경제 성장한 나라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눈치 덕분이라고 말한다. 저자는빠르게 변화하는 다른 국가의 필요를 ‘눈짐작’하는 능력, ‘변화’에 맞춰 계획을 재조정하는 능력, 한국 경제 성장의 기적 뒤에는 늘 눈치라는 능력이 존재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한국인이 보유한 초능력처럼 들리는 눈치는 사실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려면 필요한 기술이다.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이를 때까지 한국인의 삶과 얽혀 있는 눈치는 요즘 시대에 적절하지 못한 개념으로 보일 수도 있다. 요즘 사람들은 이 개념에 발끈하며 ‘나는 그저 나여야 한다’고 믿는 개인주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21세기의 모든 지각 있는 존재라면 여러 세대에 걸친 이런 자기중심적 사고방식이 우리 발목을 잡게 되었음을 분명히 느낄 것이며, 우리는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세상에 요구하는 것만이 방법은 아니다”라고. 오히려 우리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려면 눈치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게 출판사측 입장이다.



출판사에 따르면 눈치의 핵심은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사람, 분위기, 상황에 대한 해석을 빠르게 재조정하는 것이다. 과거에 무엇을 하고 어떤 말을 했든, 현재 상황에 적응하면서. 그런데 왜 우리는 분위기에 신경 써야 할까?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과 행동을 잊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당신에게서 느꼈던 감정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다”라는 마야 안젤루(미국의 시인이자 인권운동가)의 이 말은 그 이유를 잘 설명해준다. 눈치를 기르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은 바로 나쁜 인상을 남긴 후 수습하는 일이다.

눈치는 ‘열심히 일하지 말고 똑똑하게 일하라’라는 현실적인 가치에 가깝다. 한국을 성공의 나라로 이끈 비밀 무기, 눈치는 여러분 각자의 성공과 행복을 이루게 해줄 것이다. 에둘러 말하기와 수동적이고 공격적인 소통이 난무하는 직장에서도 눈치는 필요한 기술이다. 눈치 있는 사람이라면 직장이 신뢰에 바탕을 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직장에서 눈치가 빠르다는 것은 공식적인 발표보다는 숨은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다.

직장에서 여러분이 원하는 것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직관대로 하지 않는 것! 단기적으로는 눈치가 있으면 사회생활에서 실수를 피할 수 있다. 뚜렷한 이유 없이 타인을 내 편으로 만들 수도 있다. 반대로 눈치가 없으면 알 수 없는 이유로 다른 사람이 여러분을 싫어하게 될 수도 있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눈치가 없는 성향을 바로잡지 않으면 늘 손해 보는 삶을 살게 될 것이 분명하다. 똑똑한 사람보다 눈치 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현실에서, 적자생존이 가장 강한 자의 생존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자. 가장 적응력이 뛰어난 사람이 생존한다. 늘 세상과 혼자 싸우는 기분이 든다면, 세상이 여러분과 함께할 수 있도록 이 책 『눈치』가 도와줄 것이다.




이같은 출판사 측의 주장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이어서 반박하기 어렵다. 그러나 독자는 '눈치'라는 말에 더 집중하고 이 단어에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눈치는 순우리말이다. 순우리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가짓수가 많지 않다. 세종대왕이 창제 반포한 지 무려 550년이나 된 언어의 가짓수가 적다는 주장에 쉽게 수긍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어느 나라에 물어도 같은 대답일 가능성이 크다.

이유는 그리 복잡하지 않다. 한글 창제는 당시 배우지 못한 우리 민족을 위한 쉽게 쓸 수 있는 우리 문자를 만들었다는 가장 큰 이유와 의의 이외에는 한자음 개신이라는 의의도 있다. 이른바 사대부 양반 계급만이 글을 배우고 쓰는 시대에 관료나 선비들은 대다수 한글 창제를 반대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사대주의를 표방하며 개국한 조선의 선비로서는 당연한 일일 수 있지만 보다 근원적인 반대 이유는 자신들의 신분이나 위치를 위협하는 반대세력이 일반 양민층에서 나오는 것을 달가워할 리 없다. 이런 이유 말고도 한글은 원래 한자음 개신의 목적이 있었다. 같은 뜻의 말을 사투리(지방언어)가 다르듯 당시 한자음 발음에는 중국은 물론이고 훨씬 작은 우리나라에서도 지방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었다는 게 언어학자들의 견해다.

그래서 훈민정음 제정 목적을 밝히는 서문에서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가 가장 먼저 나온다. 당시 조선 조정에서 쓰는 문자인 한자의 발음이 지역마다 다른 게 많기 때문에 하나로 통일하기 위해 한글을 제정한다는 취지다.



이렇게 한글을 모든 난관을 극복해가며 오랜 세월을 걸려 만들어놓고도 조정이나 각종 문서에는 한자를 썼다. 양반 계급의 신분사회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위협이 되는 백성들이 자신의 뜻을 글로 써 밝히게 될 경우 자신들의 위치는 물론 신분사회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게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대주의를 나라의 근본 중 하나로 세운 나라가 조선인데 중국에 사대하는 한 한글을 공식 문서로 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러다보니 양반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일반 서민들이 사는 언어의 괴리가 생기기 시작한다. 즉 양반이나 선비들은 한자말을 주로 쓰고, 농민 등 일반인들은 우리 고유의 말(한자로 쓸 수 없는 말)을 사용하고 한글로 적었다. 그것은 이후 수백년 간 그대로 답습돼 왔다. 이에 한글, 즉 우리말로 표기하는 것은 '상놈의 언어' 한자어는 비록 한글로 적더라도 '양반의 언어'였다. 일반인들은 '밥 먹었습니까'를 양반들은 '식사(食事)하셨습니까'로 말하고 표기했다. 이렇게 수백년 간 내려온 한글과 한자의 괴리는 사용하는 신분사회에서 그대로 굳어져 지금도 한자어로 된 표현은 '젊잔은' 표현이고 순우리말 표현은 막말로 인지되는 경우가 많다.

윗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때 '감사(感謝)합니다'로 아랫사람에게 표현할 때는 '고맙다'로 썼다. 지금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그만큼 우리 민족의 언어 인식에 큰 차이를 가져왔다. 더욱이 우리가 지금 쓰는 사전에 등재된 말 70%는 한자어이거나 한자에서 유래된 말이라고 한다. 우리말을 더 발전시키고 좋은 언어로 만들어가는 역할은 지금 우리 세대가 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눈치 역시 마찬가지다. 저자가 풀이해놓은 대로 눈치는 "다른 사람의 신뢰를 얻고 서로 화합하며 관계를 맺기 위해 타인의 생각과 느낌을 살피는 섬세한 기술"이다.(p. 9) '눈치'에 대한 의미를 설명하는 데 '신뢰' '화합' '관계' '타인' '생각' '섬세' '기술' 등이 모두 한자어다. 순우리말 사전적 의미를 설명하는 데 한자어가 다섯 개나 들어가고 있다. 물론 우리말 큰 사전의 해석은 아니다.

독자가 '눈치'를 한국인의 생존무기이고 유전자화 돼 있다는 말에 나쁜 의미로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눈치를 표현했듯이 '눈치'를 좋은 의미로 설명하기 위해 한국인의 비밀무기로 표현하는 것이 잘못됐다고 비판하는 것도 아니다. 앞서 말한 대로 합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논리적 주장이다.

다만 눈치라는 표현이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뭔가 '떳떳하지 못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에게 겸손하게 대해야 하는(이는 굴종이고 아첨)' 단어를 마치 한국인들이 모두 '좋은 표현이다'라고 동의하지 않을 것 같아 독자의 입장을 주장하는 것이다.



나름대로 저자도 '눈치'에 대해 전혀 비겁함이나 굴종적인 말로 비하하는 것을 좋지 않게 생각하고, 오히려 떳떳하게 드러내는 우리말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부분도 많다. 때문에 저자의 노력과 '눈치'에 대해 풀어쓰는 과정에도 감사를 말씀 드리고 싶다. 저자의 지적대로 우리는 지정학적 위치 등으로강대국의 침범을 수백 차례나 받아왔다. 그래서 '눈치 보는' 사람으로 한국인들을 폄훼하는 사람이 없도록 주장하고 싶은 저자의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문장도 책에 많이 언급했다.

눈치 없는 공감은 문법 없는 말, 곧 의미 없는 소음과 같다.(p. 45)

무지함에 나쁜 의도가 없더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나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p. 65)

다른 사람과의 언어적 의사소통이 확실하지 않다거나 헷갈린다는 것은, 우리가 그들의 비언어적 단서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신호다.(p. 67)

눈치의 중요한 요소(이자 성공의 중요한 요소)는 듣고 싶지 않은 진실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이다.(p. 70)

첫인상은 믿어야 한다.(p. 103)

눈치는 우리 인생에 등장하는 가장 끈질긴 악당, 부정과 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다.(p. 106)

말하지 않는 것에 주의를 기울여야 훨씬 더 많은 진실을 알아낼 수 있다.(p. 122)

사람들은 늘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그대로 말하지 않는다. 그럴 권리는 있다.(p. 144)

‘우울하다면, 먼저 여러분이 재수 없는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자’.(p. 198)

의도치 않게 해를 끼치는 것이 때로는 의도적으로 해를 끼친 것만큼 나쁘다.(p. 204)




저자는 책에서 미국과 우리나라의 문화적인 차이 때문에 눈치 또한 다르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 충분히 오래 기다리면 대부분의 의문은 해결되고, 말하는 것보다 들으며 더 많이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 생활을 많이 경험하고 느낀 부분도 나온다. 상사나 동료 눈치를 봐야 하는 경우가 많다.

눈치가 있더라도 잘 캐치하고 대응을 잘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며, 눈치가 없어서 그냥 지내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눈치가 없는 사람들이 문제이라고 한다. 과연, 눈치 없는 사람들을 멸시하기보다는, 눈치가 있는데 없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유심히 지켜봐야 할 일이다. 즉, 눈치가 없어서 저러는구나 하는 것보다 상대방의 진심이 무엇인지 왜 눈치 없이 행동하는지의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보는 게 더 필요한 일이다.



눈치가 없는 사람들이 필요한 건 관찰력과 적응력이다. 문화와 가치관의 차이로 곤란한 경우를 경험하는 것보다 자신의 관찰력과 적응력의 부족으로 곤란한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지, 눈치가 없어 발생하는 일은 아니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우리가 외국 여행에서 곤란한 경우를 경험하는 것은 우리식 습관을 그 나라의 풍습과 언어 태도, 행동 방식을 무시한 채 내보였기 때문이다. 대체적으로 관광객인 우리를 그 사람들이 이해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외국인도 우리나라에 와서 자신들의 습관대로 행동한다면 우리 역시 그들을 무례하다고 비난하지 않은가. 요즘 우리나라로 여행오는 외국인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어떻게 하는지 익히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물론 20~30년 전만 해도 그렇지는 않았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력이나 문화 수준 등을 경험한 사람들은 우리의 풍습을 무시하거나 우리 나라 사람들을 백안시하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관찰력과 겸손을 모두 동원해 우리에 맞추려고 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은가. 상대를 존중해서 상대의 심정이나 표정, 행동 등을 잘 살피는 것은 배려와 친절의 한 모습이지 결코 눈치라고 싸잡아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저자가 눈치를 한국인의 비밀무기라고 표현한 부분에선 우리가 항상 약자인 상황에서 쌓여온 강한 자에게 아부하기 위해 살피는 것으로 잘못 지적하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저자 : 유니 홍(EUNY HONG)


TV 뉴스 분야에서 국제적인 경험을 쌓은 언론인이자 작가.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월 스트리트 저널 유럽』 등의 매체에 기고했으며, 저서로는 『THE BIRTH OF KOREAN COOL코리안 쿨』이 있다. 이 책 『THE POWER OF NUNCHI눈치』는 저자의 세 번째 저서로, 미국에서 2019년 11월 출간되어 15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미국 시카고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다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상황에서 가족과 함께 한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경험은, 눈치의 조기 교육이 되었다. 평범한 공립학교 교실에서 배운 두 가지 교훈은, 충분히 오래 기다리면 대부분의 의문은 해결된다는 것과 말하는 것보다 들으며 더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절대 선천적으로 눈치가 빠르지 않은 저자는, 삶의 큰 변화를 경험하며 눈치의 힘을 기를 수 있었다. 좋은 삶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질문의 답을 찾으려는 마음에 예일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재학 시절, 학내 유머 잡지 『럼퍼스RUMPUS』를 공동 창간했으며, 이 잡지는 현재도 발간되고 있다. 6년 동안 파리에 거주하며 텔레비전 뉴스 채널 「프랑스 24」에서 웹 프로듀서로 일했고, 2012년 미국으로 둥지를 옮기며 몸소 눈치의 기술을 쓰며 지내고 있다.


역자 : 김지혜


미국 버클리음악대학에서 프로페셔널 뮤직을 전공한 후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통번역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외국어교육특수대학원에서 TESOL을 전공했다. 쉽지 않았던 미국 생활을 눈치로 헤쳐나가며 다양한 눈치의 기술을 경험했다. 진로를 변경하고, 여러 직업을 거치는 지난한 여정에서 눈치로 살아남았다고 믿고 있다. 현재는 바른번역 소속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나는 어지르고 살기로 했다』 『빵은 인생과 같다고들 하지』 『남극으로 걸어간 산책자』 『벽을 뚫는 대화법』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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