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 우리의 가장 빛나는 순간 - 사진가 안웅철의 시선
안웅철 지음 / 파람북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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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있는 것을 그대로 작품에 옮기는 예술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그대로, 순간을 잡아내 찍기 때문에 '시간예술', '순간예술'이다. 또 영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영상예술'이기도 하다. 그러나 순간의 상황을 잘 잡아내 그대로 작품에 옮겼다는 사실만으로 '예술'의 범주에 들지 않는다. 스위스의 화가 파울 쿨레(Paul Kle)의 말대로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 예술이다"는 말처럼 한 장의 사진 속에는 보이지 않는 부분도 사진 작가들은 보이도록 전하는 게 많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실제나 진실은 어쩌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사진 작가들은 예술로 승화시킨 사진을 찍는 것이다. 그들이 작품을 만들 때는 예술가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굳이 사진 예술에 대해 독자가 여기서 언급하는 이유는 사진 예술은 예술이라기보다 기록이다는 주장을 하는 분들이 가끔 있어서다. 그 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그들은 사진만 얘기하는 것이다. 사진으로서의 예술을 얘기하지 않는다. 즉 자신들이 본 것만 얘기하기 때문에 '사진 예술'이라 하지 않고 '기록'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얘기하는데 예술이 보이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자연이나 인체의 아름다운 장면을 찍었다고 사진 예술이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다. 사진 이미지에 보이지 않는 장면을 위해 사진 작가는 피사체로 대상을 정한 것일 뿐 사진 작가가 예술 사진을 찍었을 때는 사진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앞서 말한 화가의 말대로 그래서 사진 예술은 예술의 한 범주임에 틀림없다.



사진 속의 그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것을 보는 사람들에게 많은 말을 던지고, 때로는 공감을, 때로는 감동을 주기도 한다. 작가의 의도를 보는 이가 알아채는 순간 그 사진은 예술이 된다. 표현 방법이 순간의 장면이고, 사실적이고 직설적이라 해서 예술성이 없다는 주장은 아무래도 설득력이 약하다. 사진에 스토리가 실리면 소설이 되고, 시적 영상미를 강조하면 시가 된다. 그림이 그렇듯 사진도 그렇다. 우리 삶의 모습을 찍은 사진도 마찬가지다.

남대문 시장 상인의 거친 손, 농부나 노동자의 마디 굵은 손, 스포츠 스타들의 손발의 사진 등은 있는 그대로를 보여줌으로써 관찰자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중요하다. 사진을 찍은 사람이 무슨 의도로 그 사진을 찍었을까를 생각해본다면 너무 당연하다. 그들이 삶을 위해, 자신의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들어갔는지가 사진은 가감없이 보여준다. 관찰자는 감동하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치열한 삶의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올 때 우리의 휴머니즘은 살아나고 당연히 감동의 감성도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인간의 예술 감수성을 건드리는 작품이 예술이 아니면 무엇이 예술인가.



'사진 에세이'라고 명명된 이 책 『지금이 우리의 가장 빛나는 순간』에서 아주 새롭지만 친근한 이국의 풍광과 무척 일상적이지만 낯선 우리의 오늘을 만날 수 있다. 사진작가 안웅철의 감각적인 시선 속에서 우리 모두의 지금은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순간이 되는 것이다. 안웅철은 뉴욕과 아이슬란드, 몽골, 페루, 인도, 홍콩, 스코틀랜드 등 지구의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며 포착한 경이로운 풍경 사진들과 축구 선수 박지성, 가수 서태지, 조동진, 김광석,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미술가 제프 쿤스 등 정서가 남다르게 느껴지는 인물 사진들, 그리고 작가로서 깊은 고민이 엿보이는 순수 사진 라인업과 진지하면서도 경쾌한 태도가 담긴 일상의 시선들까지, 안웅철의 사진은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감탄을 자아낸다.

디자인을 전공했던 그가 사진에 매혹되고, 세계적 음악 레이블인 독일 ECM 레코드의 음반 커버 사진을 담당하는 대한민국 유일의 사진가로 호흡을 맞추기까지 『지금이 우리의 가장 빛나는 순간』 지면을 가득 채운 사진과 문장들은 공감각적인 책 읽기를 선사한다. 작가에게 커다란 영감을 전달하는 낯설거나 익숙한 장소(여행)와 사람들(혹은 동·식물들)에 대한 그만의 접근법과 함께 사진을 잘 찍고 싶은 독자들에게 전하는 각별한 조언도 흥미롭다.



갈 때마다 뉴욕의 새로운 명소를 만났다. 어리둥절해질 만큼 뉴욕은 빠르게 변했다. 그런데 그렇게 변화하는 풍경도 흥미로웠지만, 내 카메라가 머무는 지점과 마음이 가는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처음 뉴욕을 촬영할 때는 카메라를 세워서 촬영한 세로 사진이 많았다면, 요즘은 가로 사진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의도한 바가 아니라 나의 시선이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리고 내 사진이 담기는 풍경이 맨해튼 중심에서 점점 외곽으로 바뀌는 것을 깨달았다.

- p. 14 「다시 뉴욕」 중에서



“안웅철은 정적인 순간을 누구보다 섬세하게 담아내며 동시에 역동적인 움직임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그의 렌즈를 통해 탄생한 이미지들은 강렬한 에너지를 담고 있으며 마치 살아있는 듯 생생하다.” 음반 재킷(사진)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독일 ECM 레코드의 대표 만프레드 아이허(MANFRED EICHER)의 이야기다. 미국의 미술평론가 라울 자무디오(RAUL ZAMUDIO)는 “안웅철의 사진은 시각적으로 취하게 하는 모네의 그림을 떠올리게 한다. ‘향수는 자신을 과거로 보낸다’고 했던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처럼 그의 사진은 우리를 과거로 보낸다.

안웅철의 사진에서 과거는 이미 지나버린 것만이 아니며 미래도 앞으로 다가올 아득한 것만이 아니다. 안웅철은 사진을 통해 과거와 미래는 현재라는 하천에 나란히 흐르는 것이라고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상업적인 광고 촬영이라면 콘셉트에 맞는 날씨가 조성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나는 사진을 찍으면서 날씨를 고려해 본 일이 별로 없다. 쿠스코에서도 그랬다. 맑고 쾌청한 날씨라고 좋은 사진을 얻는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애초부터 사진 찍기에 좋은 날씨란 따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게 좋은 날씨는 바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는 그날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흔히들 말하는 날씨가 좋지 않은 날에 좋은 사진을 찍을 확률이 훨씬 높았다. 적에도 내게는 그랬고, 쿠스코에서는 그랬다.

- p. 35 「페루 쿠스코-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꼽」 중에서



안웅철은 사진 뒤에 숨어있던 작가였다. 말도 글도 썩 잘하는 사람인데 말이다. 아트디렉터로서 광고회사 이사직을 겸했을 만큼 트렌디한 재주꾼이자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끝간 데 없이 음악 지식을 쏟아내던 그는 본업인 사진에 있어서만큼은 자신을 잘 드러내려 하지 않았다.

세 권의 책을 출간하는 동안에도 그는 사진으로만 독자와 만났다. 그렇게 그는 촉촉하게 물기가 묻어나는 뉴욕 풍경과 사각 프레임 바깥으로 터질 것 같던 상심 가득한 하늘 사진 몇 장으로 기억되곤 했다.

서정적 뷰파인더 앞에서 독자 혹은 관람객이 된 우리는 그만의 감성에 젖어 들곤 했지만, 그때마다 작가는 뒷짐을 진 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러던 그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몇 마디 사진 설명이 아닌 두툼한 책 가득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낸 것이다. 여행과 풍경, 음악과 뮤지션, 가족과 주변 사람들, 현재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 피사체가 무생물일지라도 천천히 교감을 나누고 나서야 카메라에 담는 사진가 안웅철의 태도는 그렇게 사진 에세이 『지금이 우리의 가장 빛나는 순간』에 담겨 있다.



"꼭 10년만에 다시 프롤로그를 쓴다. 물론 이 책은 최근 작업을 중심으로 지난해 네이버 포스트에 연재했던 글을 포함하고 있지만, 모든 사진을 다시 펼치고 글을 새롭게 썼다고 할 만큼 전면적으로 손을 봤다. 힘겹게 첫 번째 사진 에세이를 냈던 1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그때도 원고를 다 써놓고 출판사에 넘기질 못했는데, 10년이 지나도 이 놈의 글에 대한 자신감은 조금도 늘지 않았다. 당연한 게 아닌가… 나는 펜보다 카메라로,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기보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에 익숙한 사진가이므로.

이번 책의 원고를 처음 쓴 2018년 가을과 책으로 묶어내기로 마음먹은 2019년 가을, 그리고 책이 출간되어 나올 2020년 가을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아니 이렇게나 완벽하게 다른 삶을 살게 되리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연초만 하더라도 여러 계획이 서고, 다양한 작업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지만, 결국 실현된 것이라곤 이 책 하나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가인 나에게는 계획을 세우는 것 자체가 어쩌면 무의미한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자연의 변화와 시류의 변화, 그 속에서 나의 피사체를 찾고 나만의 세계를 찾아야 하는 일은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이 책은 사진을 빌미삼아 떠난 여행, 스치듯 깊은 인연으로 만난 사람들, 귀 기울여 들었던 음악, 인상 깊게 봤던 영화에 대한 내 이야기이자 나의 전시 목록이다. 목차를 채우고 있는 24개 컬럼은 그 하나하나가 나의 개인 전시 도록이라고 생각한다. 전시에 선보일 사진을 정리하고 컨셉트와 촬영 의도를 기술한다는 점은 도록을 채우는 작업과 동일했기 때문이다.

가령 컬럼 가운데 ‘그래도 아름다운 것은 꽃’은 얼마 전 북촌의 한 갤러리에서 펼쳤던 개인전 『가花만사성』의 책 버전인 셈이고, ‘하늘 위의 하늘’은2008년에 발표한 『기억의 하늘』 라인업의 연장선이다. 이미 전시회로 선보인 테마가 있듯, 이중 또 몇몇 작품은 새로운 전시로 이어지고 발전할 것이다.

사진만큼 여행을 좋아해서 여러 도시를 사랑하고, 그만큼 음악도 즐겨서 음악가를 사랑했다. 요즘 여행은 물론 음악 듣기도 힘들어졌다. 책을 끝마칠 즈음엔 다시 여유를 찾고 멀리 떠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낼 수 있도록 기초를 마련해준 정성갑과 힘을 실어준 파람북 출판사에 특별한 감사를 표하며, 영원한 후원자인 나의 세 동생과 몇 해 전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후배 재호에게 이 책을 바친다."

- 2020년 깊은 가을 안웅철



“절대로 급하게 사진을 찍지 않습니다. 카메라, 앵글, 파인더를 들여다보기 전에 그 앵글, 파인더를 둘러싼 환경들을 보려고 노력해요. 사진은 저에게 시각일 뿐 아니라 청각, 후각 등 여러 감각으로 다가오거든요. 제가 감각한 다른 감각이 느껴지도록 찍으려 하고 있습니다. 딱히 마음을 흔드는 풍경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나무라도, 같은 물이라도 내 마음을 끄는 극적인 포인트가 있습니다. 그것은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에 몇 문장으로 이야기하긴 쉽지 않네요. 결론적으로 시각적인 요소는 전체의 30% 정도고 나머지는 그때의 상황, 청각, 후각 등이 동반돼야 완벽한 사진을 찍는 구성요소가 주어지는 거죠!”



“책에도 썼지만, 곶자왈의 시작은 2013년부터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곶자왈이 제 앵글로 들어와 자리 잡은 이유는 첫 번째 시각적인 요소였지만 지금은 시각 후각 등 다양한 감각들을 자극시키는 데 열중하고 있습니다. 제 사진을 마주하고서 곶자왈의 습습한 향내음과 부드러운 바람 소리까지 감각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이 시리즈는 단기간 끝내려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에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왜 그곳에 관심을 가졌냐는 질문을 여러 번 받았는데, 저는 이렇게 답하곤 합니다. 한 번이라도 거길 가 보세요. 그럼 제가 관심을 가지는 이유를 알 것이고 곧 동감할 것입니다.”



“코로나19라는 예기치 않은 바이러스 상황 때문에 대면 전시와 다른 방식의 사진 공유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얼마 전 북촌의 갤러리에서 『가花만사성』 사진전을 갖기도 했지만, 이전보다 관람객 수가 현저히 적을 수밖에 없었어요. 틈틈이 개인 홈페이지(www.anwoongchul.com)를 정리하고,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로 미지의 관람객을 찾아 나서기도 합니다.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사진을 판매하는 시도를 해봤는데, 물리적인 성과보다는 어떤 가능성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버지께서 편찮으셔서 가족에 대한 생각에 골몰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있습니다. 50여 년 가까이 살고 있는 연희동 동네 산책도 꾸준히 즐기고요. 코로나 상황이 잦아들면 세계지도를 펼치고 다시 여행 가방을 챙겨야죠.”



잘 찍은 고양이 사진의 절반은 기다림이다. 그 나머지 절반에서 또 절반은 운이며, 그리고 나머지가 우연이다.

- p. 292 「오늘도 찍고 있습니다」 중에서



젊음은 떨어져도 상관없다. 다시 오를 힘이 있으니. 때로는 떨어지는 것도 아름답다.

p. 295 「오늘도 찍고 있습니다」 중에서



인물 사진을 찍을 때는 대화를 많이 한다. 때로는 사진 찍는 시간보다 더 많이 소모할 때도 있다. 이것저것 근황을 물어보기도 하고 사소한 주제를 놓고 짤막한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그렇게 사람에 다가가면서 대상으로 하여금 카메라 앞에서 긴장감을 풀고 렌즈를 친근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대화가 통하고 그 대화가 즐거웠다면 절반은 완성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내가 만나온 인물의 반 이상은 카메라에 그다지 익숙지 않은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다짜고짜 카메라를 들이대면 대부분 거부 반응을 나타내는데 그때 상대와 이야기를 하면서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울리는 각도도 보이고, 기존 이미지와 다른 신선한 모습도 찾을 수 있다.

- p. 141 「당신이 꽃보다 아름다워」 중에서



배우 고두심 씨는 촬영을 위해 고향 제주도에서 가져온 전통의상을 손수 준비해왔고, 한국 화단의 대가 박서보 화백도 기꺼이 탈의하셔서 인상적인 사진을 위해 노력해주었다, 세계적인 미술가 제프 쿤스도 장시간에 걸친 다양한 요구에도 흔쾌히 동의해 인상적인 사진을 담을 수 있었다. 최근에 찍은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촬영도 좋은 기억으로 남는데, 그녀는 나와 작업하기 위해 무려 2년을 기다렸다고 한다. 물론 사는 곳이 국내가 아닌 해외이고 국제적인 활동을 많이 하기에 그렇다손 치더라도 긴 시간을 기다려준 그녀와의 작업은 지금도 나에겐 커다란 기쁨으로 남아있다.

- p. 147 「당신이 꽃보다 아름다워」 중에서




사실 아무리 전문적인 작가라도 풍경의 변화가 크지 않으면 무엇을 찍어야 할지 고민에 빠진다. 특히 사막이나 휑한 초지 혹은 비슷한 지형이 연속되거나 비슷한 나무들만 있는 풍경일 때 특히 그렇다. 그럴 때는 무작정 무엇인가를 찍기 위해 고민하거나 달려들기보다 한 번쯤 카메라를 조용히 내려놓고 대상(지형)을 살피는 것이 좋다. 카메라의 프레임 바깥에도 수많은 풍경이 있다. 사진은 단지 풍경을 프레임에 가두는 행위만이 아니다. 프레임 밖 풍경도 놓치지 않아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러려면 가끔은 카메라를 내려놓고 눈으로 들어오는 커다란 프레임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 p. 111 「조슈아트리국립공원―With or Without you」 중에서




하늘은 나에게 마음과 같은 대상이다. 비행기에 올라타 하늘에서 마주한 창 너머의 하늘도, 대지에 발을 디딘 채 올려다본 하늘도 사진을 찍을 당시 내 감정을 엿보는 듯하기 때문이다. 밝고 어두운 것, 구름이 많고 적음와 관계없이, 붉고 아름답게 노을 지거나 대기의 변화로 오묘한 색을 발산하는 우연한 시간에도 그 하늘이라는 커다란 시공간에 내 감정이 담긴다. 누군가 내가 촬영한 하늘을 마주하면서 쓸쓸하거나 행복하거나 더러 기대에 부푼다면, 결국 그것은 당시의 솔직한 내 감정이었을 확률이 높다. 그 많은 하늘 사진에는 매번 숨길 수 없는 내 감정이 흐르고 있는 셈이다.

- p. 215 「하늘은 숨길 수 없는 나의 감정」 중에서




안웅철은 특이한 이력을 가진 사진가다. 사진을 전공하지도 않은 그가 어떻게 내로라하는 광고 비주얼과 패션 화보는 물론 다큐멘터리 사진과 파인아트 전시를 넘나들며 대한민국의 손꼽히는 사진작가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을까? 사진가 안웅철만의 감각적이고 독창적인 시선이 담긴 사진 에세이 『지금이 우리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펼치는 동안 독자는 그 분명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사진가 안웅철이 오랜 동안 그만의 철학과 감성으로 촬영한 사진 201컷과 24개의 작업 이야기를 통해 평범한 일상을 가장 아름답고 빛나는 순간으로 일궈내는 과정을 담고 있다.


저자 : 안웅철


주로 인물과 풍경을 사진으로 담는 안웅철은 사진가로서는 특이하게 음악 관련한 활동 경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음악에 관심이 깊어 여러 뮤지션을 촬영해왔고, 두 장의 컴필레이션 음반을 발표하기도 했다(소니뮤직 발매). 2014년부터 세계적인 음반사 독일 ECM 레코드와 협업하고 있다.

재즈와 클래식을 주로 발매하는 ECM 레코드는 음반 재킷이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한국 작가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참여하면서 20여 차례 음반의 커버 작업을 해왔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이루마는 안웅철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 피아노곡으로 풀어낸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여러 패션 브랜드와 컬레버레이션 사진 작업을 발표했으며, 지금까지 책 세 권을 펴냈다. 가나아트센터의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한 바 있고(2015~2017), 10여 차례 전시와 아트페어 참여를 통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오늘도 새로운 프로젝트를 고민 중이다. 『지금이 우리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 출간되고, 해가 바뀌면 먼 곳으로 촬영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물론 세상 사정이 허락한다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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