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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 - 상처받기 쉬운 당신을 위한, 정여울의 마음 상담소
정여울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10월
평점 :
심리(心理), 마음, 정신(精神)을 정확하게 구별하지 못하면 심리학 서적이나 정신분석학, 마음 치유 관계된 서적을 읽고 이해하기 어렵다. 세 가지는 독자도 정확한 개념 정리가 안 되어서인지 지금도 헛갈려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에 혼동이 온다.
마음 - 지(知), 정(情), 의(意)로 대표되는 인간의 정신작용의 총체, 또는 그 중심에 있는 것. '정신'과 동의어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지만, 정신이 로고스(이성)를 체현하는 고차적인 심적능력으로 개인을 초월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면, '마음'은 파토스(정념)를 체현하며 보다 많이 개인적ㆍ주관적인 의미를 가진다.
정신-인간의 마음이나 생각, 의식. 사물을 느끼고 생각하며 판단하는 능력이나 그런 작용. 육체나 물질에 대응하는 의미이다. 어떤 사물의 근본을 이루는 의의나 이념의 의미로도 쓰인다.
심리학(心理學, psychology)은 인간의 행동과 심리과정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경험과학의 한 분야를 뜻한다. 인간과 동물의 행동이나 정신과정에 대한 다양한 질문의 답을 찾는 과학 중의 하나가 바로 심리학이다.
원래 마음이라는 개념은 미개사회에서 영혼불멸의 신앙과 결부되어서 생겨나고, 그 연장상에 영혼의 본태를 둘러싼 여러 가지 종교적 해석이나 영혼 또는 마음이 육체의 어디에 머무르냐는 즉물적 의문을 제기하였는데 고래(古來)의 소박한 논의를 통람하면, 인도나 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마음의 자리를 심장에서 구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인간이 살아있는 한 심장은 고동을 계속하며, 사망하면 그 고동이 정지한다는 사실을 잘 이해하였기 때문으로, 마음 심(心)이라는 한자도 심장의 형태를 딴 상형문자이다. 한편 마음을 심장과 거의 동일시한다는 점에서는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로, 영어의 heart, 독일어의 Herz, 프랑스의 cuœr 등이 모두 마음과 심장의 양쪽을 의미하는 것도 그 영향이라고 생각된다.
단, 의학사상이 발달한 그리스ㆍ로마 시대에는 히포클라테스가 <뇌에 의해서 우리들은 사고하고, 견문하고, 미추를 구별하며, 선악을 판단하고, 쾌ㆍ불쾌를 자각한다>라고 한 이후, 마음의 자리를 뇌나 뇌실에서 구하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작가 정여울은 여행을 좋아한다. 사실 독자도 그를 여행서를 통해서 만났다.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이 그것이다.
그의 여행은 문학의 일부로 시작했지만 '여행 작가'라는 오해(?)도 받았다. 물론 작가는 그 별칭을 싫어하진 않지만 그냥 '작가'란 말을 더 좋아하는 듯하다.
"저에게는 여행도 문학의 일부였어요. 제 관심은 항상 문학이었고, 문학을 벗어나서 살아본 적은 아직 없어요. 저에게는 문학과 여행이 결국 동전의 양면 같은 것이지요."
네이버 포스트 <작가 정여울의 서재>에서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상처 입은 여린 마음을 글로써 어루만지는 작가 정여울. 그는 심리학이라는 주제를 인문학과 접목시키며 내면 깊숙한 곳에 잠들어 있는, 하지만 불시에 고개를 들이밀어 마음을 어지럽히는 아픔의 자국들을 따듯하게 보듬어왔다. 이 책 『상처조차 아름다운 당신에게』는 그러한 정여울의 ‘토닥임’이 가장 빛을 발하는 심리 에세이다. 격월간 문학잡지 《Axt》에 연재했던 ‘정여울의 심리학 상담소’를 중심으로, 중독, 공포, 분노 등 우리를 무너뜨리는 인간의 세 가지 심리에 대해 집중적으로 다룬 글을 함께 묶었다.
정여울은 이 책을 통해 오랜 시간 축적된 지난한 아픔들이 어른이 된 자신에게까지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나아가 어린 시절의 상처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마음속 ‘내면아이’를 보듬는 과정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데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역설한다. 또한 그간 융 심리학에 깊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온 만큼, 다양한 문학 작품과 신화, 영화 등을 심리학적 관점으로 풀어내며 건강한 마음 치유를 향한 길을 제시하고 있다. 정여울의 시선은 인간, 그리고 삶에 있다. 특히 억압되고 늘 피해자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의 삶, 이를 극복해내는 과정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주저앉아 우울과 중독, 공포의 삶에서 해방되지 못한, 나약한 인간에 대한 한없는 사랑에 닿아 있다.
특히 이번 책이 갖는 특별함은 각 챕터가 끝나는 페이지에서 잘 드러난다. 바로 정여울이 묻고 독자가 답하는 ‘글쓰기 시간’. 작가가 글쓰기를 통해 위로받았듯, 독자들 또한 질문에 대한 답을 써내려가며 그동안 외면해온 내면의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자신의 감정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는 치유의 시간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내가 지칠 때마다 커다란 힘이 되어주었던 심리학적 깨달음의 보물창고다. (……)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당당히 주문한다. 어떤 상처에도 굴하지 않는 내 마음의 면역력을 기르기 위해 결코 나 자신을 얕보지 말라고. 욕심나는 길보다는 나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길을 걸어보라고. 아무도 널 감시하지 않으니 걱정 말고 가장 나다운 길을 걸어가자고.”(- 본문에서)
작가는 우리를 가장 아프게 하는 상처가 곧 내적 성장을 가능케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이렇듯 정여울의 글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히 위로의 메시지만을 전달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그는 고백한다. 심리학을 공부하며 “내가 느끼는 불안과 우울은 지극히 정상적인 감정이고,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매일 아픔을 경험하면서도 용감하게 자신의 상처를 극복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그렇기에 심리학은 “건강한 사람들, 괜찮은 척하는 사람들, 정상과 비정상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경계를 서성이는 보통 사람들에게도” 꼭 필요한 학문이다. 그 동안 간과하고 덮어버린 수많은 마음의 자국을, 묵인하고 지나쳐버린 수많은 아픔을 일상에서 치유할 수 있도록 내면의 힘을 길러주기 때문이다. 작가는 자신이 오랫동안 품고 있었던 아픔을 스스로 돌보기 위해 심리학이라는 학문을 붙들었고, 끊임없는 공부와 사유의 시간을 거쳐 끝내 ‘상처 입은 치유자’가 될 수 있었다.
‘상처 입은 치유자’는 자신이 그러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타인의 아픔에 더 잘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을 의미한다.
“나는 ‘상처 입은 치유자(wounded healer)라는 개념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 상처 입은 사람은 상처의 본질을 알기에 다른 사람의 상처를 돌볼 수 있는 힘도 가질 수 있게 된다. 내 상처를 치유하고 싶어서 빠진 심리학이 이제는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통로가 되었다.”(- 본문에서)
무엇보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내면아이 입양하기’이다. 내면아이는 어린 시절 때 받았던 상처를 미처 돌보지 못하고 어른이 되어버린 나에게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마음 깊숙한 곳에 단단히 자리 잡은 내면아이를 양지로 끌어내어 마주하는 과정은 굉장히 고통스럽지만,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거쳐야만 하는 ‘통과의례’이다. 그렇게 내 안의 내면아이를 무사히 입양해야만 비로소 트라우마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평생 나를 괴롭혀온 과거의 아픈 기억들을 털어내고 찬란한 빛을 향해 날갯짓을 시작하는 순간, 우리는 또 다른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치유자로 거듭난다.
“나는 열한 살짜리 내면아이가 울고 있다는 것을 서른이 넘어서야 발견했다. 그때 나는 열한 살짜리 아이에게 이렇게 말해주기 시작했다. (……) 지금은 아무도 너를 도와주는 사람이 없지만, 반드시 좋은 친구가 생길 거고, 너는 좋은 사람이 될 거고, 그리고 또 훌륭한 인연들을 많이 만나게 될 것이고, 지금의 네가 겪고 있는 그 상처가 결코 전부가 아니라고.”(- 본문에서)
그렇다면 상처를 가장 건강하고 아름답게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여울은 바로 이 지점에서 고통을 허용하는 기쁨, 슬픔까지도 감수할 수 있는 희열, 블리스(bliss)의 중요성을 되짚는다. 블리스는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내적 자원과 회복탄력성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블리스가 ‘글쓰기’라고 말한다. 아픔을 영감으로 승화시키는 창조적인 에너지. 우리는 자신의 그림자와 대면하는 글쓰기를 통해 점점 더 강해지고 유연해질 수 있다. 각 챕터마다 독자들이 직접 짧은 글을 써볼 수 있도록 ‘질문’을 달아둔 것도 그 이유에서다. 그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 내면을 들여다볼수록, 외면하고 싶은 콤플렉스와 트라우마를 직면할수록 진정한 나 자신과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인문학을 심리학적 관점에서 풀어내어 따스한 위로와 격려를 전해온 정여울은 이번 책에서도 한결같이 다정한 손길을 독자에게 건넨다. 사회화의 억압에 맞서 진정한 개성화의 길을 찾아가는 〈데미안〉, 끈끈한 자매애를 보여주며 그 어떤 불행에도 지지 않는 커다란 사랑을 선사하는 〈작은 아씨들〉, 이성을 뛰어넘는 사랑, 그리하여 마침내 나 자신을 다른 존재의 차원으로 비상하게 만드는 〈그리스 로마 신화〉 속 프시케와 에로스……. 그 외 다양한 문학 작품과 영화를 ‘상처와 치유’라는 키워드로 다시 읽어보는 과정은 독자의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킴과 동시에 우리를 더 나은 길로 안내한다.
“《작은 아씨들》에서 충분히 건강한 사람, 상처 없는 사람, 완벽한 사람은 없다. 모두가 상처 입은 채로 타인을 도우며 살아간다. (……) 이 네 자매들이 마침내 서로의 결점마저도 보듬어주고, 트라우마와 콤플렉스마저도 치유하고, 더 큰 사랑으로 성장하는 이야기의 감동은 작품이 나온 지 150여 년이 지난 지금 더욱 크다. 고통과 슬픔조차 서로를 더 많이, 더 깊이 사랑하기 위한 기회가 된다.”(- 본문에서)
날카로운 것들로 가득한 뾰족한 세상에서 온전한 나 자신을 잃지 않는 법. 동그랗고 말랑말랑하지만 쉽게 무너지지 않는 유연한 마음으로 나를 지켜나가는 법. 그렇게 부드럽게 나를 바꿔나갈 수 있는 용기.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매일 아침, 스스로 주문을 외우는 일이다.
“나는 내 상처보다 강하다. 나는 나를 향한 비난보다 더 강력한 존재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 어떤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부서지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을 조형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오래 아프고 깊이 외로웠던 당신에게”, 진심을 담아 이 책을 밀어 보낸다.
“오늘도 가장 아픈 트라우마와 힘겹게 씨름한 당신을 위하여 내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다. 내가 남긴 모든 글들이, 내가 당신에게 들려준 모든 이야기들이, 당신의 진정한 개성화의 밑거름이 되기를. 당신은 당신의 상처보다 강한 존재다. 당신은 당신이 견뎌낸 모든 고통들로 인해 더욱 눈부신 존재다.”(- 본문에서)
저자 : 정여울
매일 글 쓰는 사람, 쉬지 않고 꿈꾸는 사람.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드러내며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인문학, 심리학, 글쓰기에 대한 강연으로 전국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우리가 간절한 마음으로 붙잡지 않으면 자칫 스쳐 지나가버릴 모든 감정과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문학과 여행과 심리학을 통해 내 아픔을 치유한 만큼, 타인의 아픔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글을 쓰고 싶다. 한때는 상처 입은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타인에게 용기를 주는 치유자가 되고 싶다. 인문학, 글쓰기, 심리학에 대해 강의하며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글쓰기’로 소통한다. 세상 속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한없이 넓고도 깊은 글을 쓰고자 한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정한 틀에 매이기보다 스스로가 주제가 되어 더욱 자유롭고 창조적인 글쓰기를 하고 싶은 목마름으로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와 소란하지 않게, 좀 더 천천히, 아날로그적으로 소통하기를 바란다. KBS 제1라디오 [백은하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을 진행하고 있으며, [김성완의 시사夜]의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3회 전숙희문학상을 수상한 산문집 『마음의 서재』, 심리 치유 에세이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인문학과 여행의 만남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청춘에게 건네는 다정한 편지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인문 교양서 『헤세로 가는 길』, 『공부할 권리』, 등과 『빈센트 나의 빈센트』, 『마흔에 관하여』, 『월간 정여울』, 『공부할 권리』, 『그림자 여행』,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시네필 다이어리』,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