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좋아질 때마다 나는 헤어지는 상상을 해 - 나만 손 놓으면 끝나는 연애에 관하여
코끼리코 지음 / 콜라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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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격 시(詩) 같은 사랑과 삼류소설 같은 연애는 어떤 게 더 진심일까. 온전히 사랑의 마음만 읊는 시 같은 사랑과 육체적, 물욕적 탐욕이 어우러진 연애가 진심에 가까울까에 대해 독자는 가끔씩 자문해본다. 그때마다 '시 같은 사랑'이 좋다고 독자는 결론을 내린다. 당연히 사랑에 다른 목적이 있다면 순수하고 진심의 사랑이 아니다라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이런 질문을 탐욕적 삼류소설처럼 연애하는 당사자나 다른 제 3자에게 묻는다면 질문에 대한 질문이 되돌아오기 일쑤다. 그렇다면 결혼해서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사는 부부의 사랑은 시적 사랑에 가까운가, 아니면 삼류소설에 가까운가? 라는 질문이다. 다시 말해서 삼류소설의 연애라고 해서 진심이 담기지 않는 게 없고, 시 같은 고품격 사랑이라고 해서 모두 진심이다라는 결론은 비약이고 논리의 전제인 명제가 잘못됐다고 그들은 항변한다. 그들의 주장은 합리적이고 꽤 설득력이 있어 독자에겐 반박할 논리가 없다.

사랑은 논리가 아니고 마음이고 인간 모두에게 깃들어 있는 축복이라는 말에 공감한다면 더 이상의 토론은 필요없긴 하다. 인간의 탐욕은 모든 악의 근원이 되고, 선한 마음마저 악에 물들게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면 되돌아가서 고품격 사랑이란 존재할 수 없는 '가식'으로 가려진 또다른 탐욕이 아닌가.

사랑하는 사람과 육체적 결합을 원하는 것은 극히 자연스런 인간의 마음이고 의지다. 거기에 결혼이라는 전제가 붙으면 사랑을 지속할 때 필요한 시간이나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결혼의 의미에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도 있다.




이 책 『네가 좋아질 때마다 나는 헤어지는 상상을 해』의 코끼리코 저자는 약간은 사랑이나 연애에 관해 무척 민감한 부분에 골몰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모순되는 마음의 충돌이 빚어내는 혼돈의 상태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느낌이다. 그러나 이 책의 글이 잘못됐다는 말은 아니다. 또 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다만 혼란된 상태의 마음(저자의 말을 빌자면 '모순된 두 마음'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라는 점을 지적할 뿐이다. 당연히 정리해야 하는 당위성은 없다. 그럼에도 한 가지는 분명히 인정된다. 자신의 마음을 진솔하게 적었다는 것. 그것이 이 책을 내게 된 원인이고 이유가 된다. 자신의 마음을 말과 글로 제대로 표현하지 못할 때 사람은 소리나 색채, 모양 등으로 표현한다. 저자가 음악적으로 표현한 이유가 될 것이다.

"사랑이 커질수록 헤어지고 싶은 마음. 이 모순된 두 마음이 얼마든지 양립할 수 있음을, 이토록 잘 보여주는 에세이가 있었던가. 겉으로는 멀쩡하게 사귀는 것 같아도 속속들이 알고 보면 “언젠가는 헤어져야지” 생각하며 연애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제3자에게 상담을 요청하면 ‘헤어지라’고 할 가능성 100%. 그런데도 ‘내가 더 좋아해서’ 차마 헤어질 수는 없는 이의 속사정이 이 책에는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어쩌면 소주 냄새 풍기는 푸념이나 하소연에 지나지 않았을 이 ‘혼자서만 절절할 수 있었을’ 이야기는 코끼리코 작가 특유의 위트와 발랄한 상상력을 만나 독특한 운율감을 이루며 마치 한 편의 가사집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출판사 측의 말도 공감이 된다. 혹시 지금, 채워지지 않는 마음을 애써 외면하며 아프게 누군가를 만나고 있다면, 혹은 그런 적이 있었다면 쉽게 공감할 만한 진솔하고 때론 도발적인 속마음들이 언젠가 입었던 마음속 생채기를 보드랍게 어루만져 주기 때문이다.

1st Album. 내 안에선 여러 번의 이별이 있었어

2nd Album. 불안 렌즈

3rd Album. 공들여야 맡을 수 있는 냄새

4th Album. 무중력 연애

5th. Album. 더미 Dummy

6th Album. 무조건 지는 게임

7th Album. 업데이트

8th Album. 몸 따로 여행




'너에게 하고 싶었던 말들이 음악처럼 내 안에서 흘렀어.’ 책을 다 덮고 나면 아마도 당신은 코끼리코 작가의 마음속에 흘렀을 이야기들이 마치 음악처럼 묘한 잔상으로 남는 경험을 하게 될지 모른다. 어쩐지 노랫말 같기도 하고, 비밀스런 일기 같기도 한 코끼리코 작가의 글. (여기에 굳이 ‘내적 음악 에세이’라는 새로운 장르 이름을 붙이려 욕심냈던 건, 편집자의 욕심도 있긴 하지만, 정말로 그런 느낌을 받은 이들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작가만의 이상한 내적 음악 세계에 발을 들이는 순간, 사랑할 때 느끼는 달고, 쓰고, 시린 감정들이 노래 가사처럼 당신 안에 스며온다. 이와 함께 글로 못다 한 어떤 느낌들을 힌트처럼 담아 놓은 흑백 사진이 어우러지며 마치 음악 CD를 사서 가사집을 읽던 시절의 감성에 푹 빠지게 만들고, 일렁이는 가을 햇살처럼 마음을 살랑이게 한다. 어쩌면 정말 이건, 마음속에 누가 음악을 틀어놓은 것처럼 음미하게 만든다는, 내적 음악 에세이의 탄생이 아닐까.



연애를 시작함과 동시에

불안이라는 렌즈가 눈앞에 장착돼.



만나서 조금 덜 웃고,

덜 말하고, 살짝 하품하는

아주 상식적이고 평범한 범주의 행동마저도

내 안의 불안을 작동시켜.



자, 경우의 수를 맞춰 보는 거야.

피곤해서 그럴까.

내 얘기가 재미없나.

혹시 마음이 식어버렸나?



의미 없는 행동 하나까지

일일이 점검해도 마음이 편해지지 않는 건

내가 이상한 걸까.



「불안 렌즈」 중에서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에 이런 구절이 나와.

‘금지된 것’이라는 게 영구적인 것은 아냐.


이 말을 연애에 적용해보면 어때?

어제 뽀뽀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해서,

오늘도 안 된다는 건 아니라니까.


「금지에 대하여」 중에서



다들 하나씩

마음속에 있을까.


미안함으로 남은 사람.


당신은 내 마음속 미안한 사람.

나는 누군가가 미안해했을 사람.


사랑이라는 게 어쩐지

딱 맞아지질 않아서.


상처받고 아프도록

놓지도 못한 누군가는

끝내 그 사람의 마음에

미안함 정도로 남겠지.


평소에는 까맣게 잊고 살다가


내가 누군가를

아프도록 사랑하게 되면

그제야 마음속에 떠오르는 사람.

나보다 먼저 아팠을 사람.


그 마음 나중에야 헤아려보고

약간의 미안함으로 남는


그저 인생 선배 같은-

그 정도 크기로만 남은 사람.


「미안함으로 남은 사람」 중에서



'나만 손 놓으면 끝나는 연애'란 자신감 없는 작가의 연애에 관한 것이다. 무엇 때문인지 몰라도 '언젠가 헤어져야지'라고 생각하며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거나 자신이 연애를 지속할 사랑이 마음속에 없거나일 때다. 서로의 사랑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인 것이다. 헤어지기 싫기 때문에 이별이 다가오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고 이 점을 표현하는 사랑의 한 방법이라고 독자는 이해한다. 그래서 지금의 연애가, 사랑이 더 애절하게 느껴진다. 만남은 헤어짐의 연속이다는 말은 종교에서나 하는 말이지 우리 사랑 사전에는 없는 말이다. 그러나 이미 헤어진 후 되돌아보니 '언제가 헤어질 사랑'이었다는 말은 참이다. 진실인 만큼 우리 인생 사전에 수없이 많은, 다른 표현으로 등재돼 있다. 그 이야기들에는 우리 인생의 나루터에서 바라보는 사랑하는 영혼들의 애절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 '시간'이란 게 주어진다. 주어진 시간 동안 뭘 하며, 어떻게 사는 지는 각각의 자유다. 판단도, 선택도 자신이 하면 된다. 주어진 시간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집중해 산다면 나중에 후회가 남지 않을 것이다. 그 안에 무얼 했든지 삶의 한 방법이니까.


저자 : 코끼리코


이해되지 않는 마음을 포착해 글로 남겨놓는 습성이 있다. 특히 자신의 구린 구석을 확인하는 방법으로 연애가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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