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의 미래 “좋은 삶”
김인회 지음 / 준평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류는 공동체가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유지하는 데 개인 스스로 지키는 것보다 훨씬 유리하다는 것을 알아내고 일찍부터 공동체를 구성해 살아왔다.

그 공동체의 최초 단위는 가족이고 가장 큰 단위는 국가다. 개인 생활과 달리 공동체 사회는 구성원의 다양함과 다른 의견의 존재로 서로 다른 생각과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의견이 다르다고 법으로 처벌할 수 없고,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사회적 처벌을 할 수는 없다. 공동체의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로소 윤리가 필요하다. 여기서 윤리란 인간의, 인간으로서의 삶을 위한 최소한의 구성원 모두가 인정하는 규약이나 다름없다.

구성원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가 법에 의해 처벌할 수 있지만 생각과 종교, 이념 등의 무형의 가치에 대한 처벌을 국가가 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이런 문제는 윤리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윤리 중 일부는 사회에서 구성원 모두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행위에 대해서는 국가가 법에 의해 위임된 권한을 행사하도록 했다. 윤리적 문제는 국가가 나서 제한하는 것은 권력 남용이고 이는 개인 권리나 이익을 제한할 수도 있는 모순 위에 국가가 있는 꼴이어서 인정되지 않는다. 이처럼 국가 단위 공동체는 다른 국가나 공동체의 침범을 받았을 때는 힘을 모아 대적하면 되지만 내부 의견의 차이나 다양한 주장에 대해서는 취약할 수밖에 없는 문제점도 내포하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어느 한 편의 주장을 들어주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가는 윤리에 기댄 법을 제정하고 법에 위배되는 행위로 타인의 권리나 자유를 침범하지 못하도록 공동체 내의 질서 유지와 개인 이익간의 충돌 문제를 다뤄왔다. 인간다운 삶을 국가가 보장하거나 지켜주는 데는 법에 의해 가능할 뿐 윤리적 문제까지 강제 제한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윤리란 공동체를 유지하는 최고의 가치가 된다. 가장 강력한 국가는 개인의 생명과 재산의 위험을 다른 국가나 공동체로부터 지키는 데 앞장서지만 개인과 개인의 윤리적인 문제는 법에 규정된 것 이외에는 강제할 수 없는 것이다. 윤리는 무형의 인간 가치를 지키는 데는 최고의 규범이라 할 수 있다.

법처럼 글로써 제한하지 않지만 인간만이 가진 양심,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타인에 대한 배려, 희생 등의 관한 사회적 규범이기 때문에 사회 구성의 최고 규범이라 말해도 무방할 듯하다. 윤리는 원래 제한적 규정을 갖지 않는다. 다만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만 규정한다. 예를 들어 일부일처제 사회에서개인의 생각과 이익을 위해 둘 이상의 배우자를 선택해 같이 살 수 없다.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은 윤리적 규범에 어긋난다고 규정한다.

그러나 어떻게 처벌해야 한다는 규정은 두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는 법에 윤리를 바탕해서 처벌할 수 있는 법 조항을 비로소 가질 권리가 생기는 것이다. 이상은 윤리에 대한 독자의 견해일 뿐임을 미리 밝히고 이 책을 읽어나간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윤리가 무엇인지,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윤리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탐구한다. 저자는 주제에 썼듯이 윤리가 '좋은 삶'이라고 주장한다. 윤리는 삶과 떨어질 수 없고, 고통 없는 삶,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윤리, 좋은 윤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윤리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윤리가 삶과 뗄 수 없는 존재이며 좋은 삶 그 자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좋은 삶과 좋은 행위가 행복을 보장하고, 윤리적인 삶은 바로 좋은 행위와 좋은 생각을 낳고, 좋은 행위와 좋은 생각은 좋은 삶을 낳는다는 선순환적인 삶으로서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윤리를 탐구하는 이 책은 저자의 이전작인 '정의의 미래 - 공정'과 연결되어 있어 먼저 윤리를 정의와 비교하면서 윤리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어 함께 읽어보면 윤리와 정의에 대해서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는 착하고 친절하고 마음 약한 사람들이 의지해야 할 것이라고 윤리를 규정한다. 가장 강조하는 부분이다. 윤리와 삶은 떨어질 수 없다는 점, 좋은 윤리를 가져야 좋은 삶을 살 수 있고, 윤리가 없다면 좋은 삶을 살 수 없다는 것을 주장한다. 윤리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윤리는 모두에게 필요하지만 특히 착하고 친절하고 마음 약한 사람들을 위해 필요하다. 착하고 친절하고 마음 약한 사람들은 압도적인 다수다. 이들이 행복하면 사회는 행복해진다. 윤리는 개인과 공동체에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특히 개인에게는 '좋은 삶'을 보장한다. 윤리는 여러 얼굴, 여러 단계를 가지고 있다.

좋은 삶이 여러 가지로 구성되듯이 윤리도 여러 가지 얼굴, 단계를 가지고 있다. 이것은 개인과 세상을 움직이는 큰 가치들이 모두 여러 얼굴을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하나의 의미로 고정할 수 없다. 다양한 측면을 탐구함으로써 윤리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저자의 명쾌하고 통찰력 있는 윤리관이다. 독자도 공감하고 동의한다. 다만 사회 구성원이 친절하고 마음 약한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아지는 특수한 상황에 대한 고민은 엿보이지 않아 약간은 아쉽다.



그러나 저자의 윤리에 대한 탐구는 굉장한 통찰력이 있고, '윤리적인 삶'이 이뤄지는 좋은 사회이라는 주장에 적극 동의한다. 윤리를 탐구하는 이 책은 먼저 윤리를 정의와 비교하면서 윤리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윤리는 정의에 비하여 따뜻하고 공동체를 중시하고 보편적이고 영적인 측면이 강하다. 정의는 제도와 가깝고 윤리는 삶과 가깝다. 정의는 부분적이지만 윤리는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윤리의 출발점은 마음이다. 마음에서 생기는 느낌, 감정 등이 출발점이다. 양심, 측은함, 부끄러움, 수치심 등이 출발점이므로 정의나 다른 제도에 비하여 훨씬 자연스럽다. 자연스러운 만큼 피하거나 무시하기 어렵다. 윤리가 항상 강조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마치 윤리가 상대방을 비판할 때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되는 것은 바로 윤리가 삶, 사람의 마음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윤리를 다섯 가지로 구성된다고 밝힌다. 독자가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편의상 다섯 가지로 구분하고 있지만 서로 서로 연결성을 갖고 윤리의 의미부터 고도의 윤리의 방향, 현실에서의 적용 등이 모두 집약돼 있다.

첫째, 법률준수, 범죄 저지르지 않는 것이 윤리다. 이것만으로도 착하고 친절하고 마음 약한 시민들이 평화롭게 살 수 있다. 이 분명한 이치도 최근 법률을 경시하고 범죄를 일상적으로 저지르는 탐욕과 분노의 사회에서는 소중한 가치가 되었다. 탐욕과 분노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법률을 준수하는 것만으로도 평화가 보장된다. 그러나 이 측면만이 있다면 윤리는 법률과 다르지 않다.



윤리는 둘째, 예의, 공손, 품위로 드러난다. 사람사이의 관계는 법률만으로 규정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암묵적인 수많은 질서와 태도가 있다. 그 질서가 잘 운영될 때 사람 사이의 관계도 잘 유지되고 개인의 삶도 좋아진다. 다른 사람을 대하는 기본태도인 예의, 공손, 품위는 모든 윤리강령에 포함되어 있다.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자신에게 좋은 삶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 덕목도 최근 중요해졌다. 남에 대한 공격은 독해졌고 표현은 거칠어졌다. 고성과 욕설이 난무한다. 분노가 넘치는 사회에서 예의, 공손, 품위는 더욱 필요하다.

윤리는 셋째, 존중, 공감, 신뢰로 나타난다. 이 단계는 상대방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는 단계다. 이 단계에서 윤리는 상대방에 대한 무관심을 벗어나 상대방의 행복, 건강, 평화, 복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상대방을 이해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중요한 것을 준다. 이렇게 서로에게 중요한 것을 주고받음으로써 신뢰를 교환하고 공동체를 형성한다. 신뢰가 태어나 사회적 자산으로 발전할 수 있다. 사회적 자산인 신뢰는 개인의 행복, 건강, 평화, 복지를 위한 무형의 자산이다.



윤리는 넷째로 개인의 정체성을 구성한다. 개인의 정체성은 여러 가지 부분 정체성으로 구성된다. 부분 정체성 중의 하나가 바로 윤리 덕목이다.

윤리 덕목을 제대로 익히느냐 익히지 못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생존 및 출세가 결정된다. 그리고 개인의 통일성도 좌우된다. 정체성에는 좋은 정체성과 나쁜 정체성이 있다. 그리고 정체성은 부족해서도 안되고 넘쳐서도 안된다. 부족한 정체성은 외부 사물에 자신의 행복을 맡기고 과잉 정체성은 타인을 희생시킨다.

윤리는 마지막, 다섯째로 영적인 삶으로 이끈다. 좋은 삶은 행복한 삶이고 행복한 삶은 바로 영적인 삶과 연결되어 있다. 사람은 영적인 삶, 인생의 목적과 떨어져 존재할 수 없다. 윤리는 완전히 영적인 가치는 아니지만 영적인 삶의 기초를 이룬다. 모든 종교가 윤리적인 계율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 위 다섯 가지를 독자가 왜 가장 좋아하는 부분으로 뽑았는지는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이해할 것으로 믿는다.



윤리에 대한 이런 정의는 저자가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생각이다. 윤리의 여러 얼굴, 여러 단계를 봄으로써 윤리의 성격을 분명하게 이해한다. 윤리는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좋은 윤리가 있어야 좋은 삶을 살 수 있다.

저자에 따르면 윤리는 경제와 정치를 견제한다. 경제와 정치가 중요해지는 현대사회에서 윤리가 경제와 정치를 견제하지 않으면 경제의 폭주, 정치의 폭주가 발생한다. 좋은 삶을 적극적으로 지향하는 윤리를 통하여 경제와 정치가 좋은 삶이라는 궤도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경제는 과학과 함께 스스로 자제할 줄 모른다. 자본의 힘으로 과학의 힘으로 한계를 확장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윤리의 힘으로 통제되어야 한다. 핵무기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지만 만들어서는 안되고 치명적 바이러스도 만들 수 있지만 만들어서는 안된다. 인간복제 역시 같다. 정치는 주권의 표현이므로 자제를 모른다. 하지만 정치 역시 통제되어야 한다. 국회가 모든 청년을 고용하는 법률을 만들더라도 실제로 청년을 고용하는 것은 기업과 행정부다. 국회는 피부색에 따라 사람을 달리 대하는 불평등한 법을 만들 수 있다. 그렇지만 윤리적인 시민, 민주시민은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윤리의 힘으로 통제될 때 국가는 인간의 얼굴을 한 권력이 된다.



이에 따라 현대사회는 윤리에게도 도전이다. 윤리가 해결해야 할 현대사회의 문제는 공동체의 붕괴, 단기주의, 초과잉과 불평등, 직업윤리 등장, 인구감소, 세계화 등이다. 이들 문제는 현대 사회의 핵심문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많은 지식인, 지성인들이 노력하고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이 문제들은 경제적 관점, 정치적 관점과 함께 윤리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이다. 경제를 성장시킨다고 하여 공동체 붕괴나 단기주의, 초과잉과 불평등을 해소할 수는 없다. 정치 역시 불충분하다. 개인에게 좋은 삶을 보장하는 윤리가 경제, 정치와 함께 역할을 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윤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

이 부분 역시 저자가 핵심적으로 강조하는 분야다. 공동체의 붕괴에 따른 실존의 위기는 심각하다. 인간은 타인, 동물, 환경, 자연과 연결되어 있는 유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연결성, 총체성을 잃을 때 인간은 고통을 겪는다.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고 궁극적 행복을 이룰 수 없다. 단기주의 역시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적인 사조로서 경계해야 한다. 이동시간은 더 단축되었지만, 그리고 같은 물건을 더 빨리 생산하지만 현대인에게 시간은 항상 부족하다. 이것은 단기주의를 부추기는 정치, 경제적 구조 때문이다. 단기주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적인 공동체가 필요하다. 직업윤리 등장 역시 충분한 정보 제공에 따른 자기결정권,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측면에서 현대 윤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윤리는 삶과 떨어질 수 없다. 고통 없는 삶,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윤리, 좋은 윤리가 반드시 필요하다. 윤리는 제대로 정립해야 하고 공유해야 한다.

윤리가 위기일수록 윤리의 중요성은 높아진다. 윤리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윤리가 삶과 뗄 수 없는 존재이며 좋은 삶 그 자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삶과 좋은 행위가 행복을 보장한다. 윤리적인 삶은 바로 좋은 행위와 좋은 생각을 낳는다. 좋은 행위와 좋은 생각은 좋은 삶을 낳는다. 삶과 행위는 모두 윤리와 관련되어 있다. 이점을 각성하는 것이 윤리의 출발점이다.

한국인에게는 윤리친화적인 경험이 있다. 산업화와 민주화 성공의 경험은 좋은 삶을 가능하게 만드는 풍부한 원천이다. 근면하고 성실하고 남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자세, 좋은 제도를 만들어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모두가 평등하게 살 수 있는 민주주의를 향한 불퇴전의 자세는 한국인의 윤리를 위한 중요한 원천이다. 이를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 산업화와 민주화는 여전히 우리의 큰 자산이다.

윤리는 정의, 공정, 개혁과 같이 가야한다. 윤리가 정의, 공정, 개혁의 내용을 채우고 정의, 공정, 개혁으로 윤리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야 한다. 개혁 없는 윤리는 공허하고 윤리 없는 개혁은 더 공허한 법이다. 윤리적 삶은 행복한 삶과 동의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