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 - 어느 페미니스트의 우한 생존기
궈징 지음, 우디 옮김, 정희진 해제 / 원더박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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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계를 팬데믹 상황으로 몰아넣은 코로나 감염병이 진앙지는 중국 우한이었다. 독자는 첫 환자 발생이 올해 1월 하순으로 기억한다. 코로나의 정체도 몰랐으나 호흡기 감염병이라고 했던 것도 똑똑히 기억난다. 시장이었던 것 같은데 중국의 시장은 사람과 물건의 양을 보면 상상을 초월하는 곳이 많다. 인구가 1000만 명이나 되는 대도시 우한은 이때부터 공포의 도시가 되고 말았다. 도시 봉쇄령이 내려짐과 동시에 거리는 유령의 도시처럼 썰렁했고, 인구 1000만의 활기는 찾을 수 없었다. 가끔 순찰 도는 경찰(공안)차만 카메라에 잡힐 뿐이었다. 이때부터 우한은 보도를 통해 본 것밖에 없게 됐다.

도시가 봉쇄된 만큼 아마 보도도 쉽지 않은 탓이리라. 그렇다고 인구 1000만 명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집에만 틀어박혀 있을 리는 없다. 무언가 할 것이다. 보도만 안 될 뿐이지. 에세이집 제목 같은 이 책 『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의 저자 궈징은 2019년 11월 우한으로 이사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난 12월 30일 원인 불명의 신종 폐렴이 우한에서 발견되고, 이 병의 전파로 이듬해 1월 10일 첫 사망자가 발생한다. 당시 우리가 접했던 보도는 한참 뒤의 일이다. 왜 정확하게 보도되지 않았는지는 중국의 언론 자유라든지, 정치 제제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훗날 코로나19(COVID-19)로 명명된 이 전염병은 중국 전역으로 급격히 번졌으며, 2020년 1월 23일 진원지인 우한시는 전격 봉쇄된다. 우리에게 보도되기 시작한 것은 봉쇄령이 떨어진 이후인가 보다.




‘어느 페미니스트의 우한 생존기’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1월 23일부터 3월 1일까지 39일 동안 궈징이 봉쇄된 우한에서 SNS에 올린 일기 모음이다.

1인 가구주, 서른 살, 여성,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우한에서 겨우 한 달 남짓 지낸 이방인 신분인 궈징은, 사회적 자원이 전무한 극도로 고립된 상황에서 어떻게든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했다. 고립감을 이겨내고 정보를 모으기 위해 매일 밤 친구들과 화상 채팅을 하고, 아프지 않기 위해 꼬박꼬박 밥을 챙겨 먹고, 틈틈이 산책을 나가서는 낯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연결지점을 만들고, 봉쇄된 도시에서 관찰한 비상식적인 일과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기록했다. 읽다보니 우리가 잘 아는 『안네의 일기』가 연상된다. 물론 상황은 다르지만 봉쇄되고 밖에 돌아다니지 못한 채 집안에 갇혀 연명하면서 일기를 썼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른 것이다.

SNS에 게재된 그의 일기는 200만 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뉴욕 타임스》, 《뉴요커》, 《가디언》, BBC 뉴스, 《서울신문》 등 세계 여러 언론에 소개되어 봉쇄된 우한의 현실을 알리고 연대를 넓히는 데 기여했다는 점에 대해 이견이 없다. 여성학자이자 평화학자인 정희진은 팬데믹 시대에 “국가의 역할, 개인의 자유, 경제 활동, 봉쇄와 방역의 조건, 극도로 성별화되고 계급화된 ‘집’의 의미, 정치 지도자나 자본가 들이 ‘결정할 수밖에 없는’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 등에 대한 '근본적인 사유의 전환이 요청'되는데, 이 책이 그 논의의 출발점으로 모범을 보인다고 말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 상황을 일기로 써서 알린 궈징 역시 페미니스트이며 사회활동가다. 아까 독자가 언급한 안네와는 다른 신분이지만 일기 작성자의 신분이 일기의 내용에 미치는 큰 영향을 주지는 않으리라 독자는 믿는다. 한 일기는 독일 점령하의 유태인 소녀가 집안에 갇혀 지내며 쓴 일기이고, 다른 일기는 감염병 진앙지에 따른 국가의 봉쇄령 하에서 집안에 갇혀 지내며 쓴 일기일 뿐. 대학을 졸업한 2014년, 신동방요리학교 문서 작성 담당직에 지원했다가 남성만 채용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뒤 해당 학교를 법정에 고소, 중국 최초로 제기된 취업 성차별 소송에서 승리를 거머쥔다. 3년 뒤인 2017년, 뜻이 맞는 동료들과 함께 ‘074직장여성법률핫라인’을 만들어 취업 성차별에 시달리는 여성들에게 법률 지원을 해 주는 활동을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광저우에서 거주하다가 2019년 11월 우한으로 이사했다. 그로부터 한 달쯤 지난 2019년 12월 말, 원인 불명의 폐렴이 우한에 퍼지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코로나19의 시작이었다.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던 2020년 1월 23일 우한이 봉쇄되었고, 이날부터 궈징은 봉쇄된 우한에서의 소소한 일상과 전염병 시대 보통 사람들의 현실을 생생하게 기록한 일기를 써서 위챗 모멘트와 웨이보를 비롯한 SNS에 올리기 시작한다.

궈징의 일기는 웹에서의 활동을 기반으로 물리적 봉쇄를 깨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사람들 사이의 연대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되었다.




책에 따르면 2019년 11월 우한으로 이사한 궈징은, 한 달쯤 뒤인 12월 30일 원인 불명의 신종 폐렴이 자기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발생했다는 소식을 접한다.

훗날 코로나19(COVID-19)로 명명된 이 전염병은 이듬해 1월 10일 첫 사망자를 낳았고, 우한시를 비롯한 중국 전역으로 급격히 번져 나갔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중국 정부는 2020년 1월 23일 우한시 봉쇄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린다.

봉쇄는 전격적으로 시행되었다. 봉쇄에 임박해서 공고가 난 데다 봉쇄 기간과 생필품 공급에 대한 계획조차 공지되지 않아 사람들은 패닉에 빠졌다. 거리에서 사람과 자동차가 사라지고, 가게들은 전부 문을 닫았으며, 약국과 마트에서 순식간에 물품이 동나는 가운데 사람들은 식량이며 생필품을 구하려고 여기저기 길게 줄을 섰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우한 사람이 격리되거나 폭력의 대상이 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그 우한에서도 더 가장자리에 궈징이 있었다. 1인 가구주, 서른 살, 여성,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곳에서 겨우 한 달 남짓 지낸 이방인. 사회적 자원이 있으려야 있을 수 없는 신분, 기능을 멈춘 도시라는 극도로 고립된 상황. 하지만 궈징은 어떻게든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했다.

전염병에 대한 정보도, 재난 상황에서 살아가는 방법도 모두 턱없이 부족했던 그는 웹을 통한 연결을 시도한다. 그것을 통해 물리적 봉쇄를 깨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절박함이 있었다. 그렇게 그는 친구들과의 화상 채팅과 일기 쓰기를 시작한다.



‘어느 페미니스트의 우한 생존기’라는 부제를 이 책은 봉쇄가 시작된 2020년 1월 23일부터 3월 1일까지 39일 동안 궈징이 SNS에 올린 일기 모음이다. 고립감을 이겨내고 정보를 모으기 위해 매일 밤 친구들과 나눈 화상 채팅 이야기, 아프지 않아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꼬박꼬박 밥을 챙겨 먹고 운동을 한 이야기, 틈틈이 나간 산책 그리고 길에서 만난 낯선 사람들 이야기, 봉쇄된 도시에서 일어나는 비상식적인 사건과 일상의 소소한 일들, 고립된 채 지내는 그의 내면 풍경이 담겨 있다.

하지만, 거리뿐 아니라 사람들의 목소리까지 봉쇄되던 중국에서 궈징의 개인적인 일기는 더 이상 개인적인 것에만 머물지 않았다. 총 조회수가 200만 회에 달하는 그의 일기는 어느새 중국 각지의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어 불의한 사회를 고발하고 연대하며, 앞날이 불투명한 시기에 위안과 희망을 주고받는 통로가 되어 있었다.

“인터넷에서 어떤 사람이 리원량 추모 활동을 제안했는데, 밤 8시 55분부터 9시까지 불을 끄고 묵념한 뒤, 9시부터 9시 5분까지는 빛을 내는 거면 뭐든 손에 들고 창밖을 비추면서 다 같이 호루라기를 불자는 것이었다. (중략) 내 방 창문 밖으로 보이는 건물은 평소 빛이 드문드문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런데 9시가 되니 몇몇 건물 귀퉁이에서 미약한 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어둠 속에서,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빛이 되었다. 그건 봉쇄를 뚫는 빛이었다.”(p. 140)



팬데믹의 한복판에서 경험하는 내일을 알 수 없는 막막함, 삶을 스스로 통제할 수 없다는 무력감, 시민을 책임지지 않는 국가에 대한 분노가 뒤섞인 채로 지내던 궈징에게는 삶을 붙잡아 주는 닻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 닻이자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는 무기는 매일 쓰는 일기, 그리고 친구들과의 수다인 ‘밤의 채팅’이었다. 궈징은 이 두 가지가 자신의 하루하루를 붙잡아 주었다고 몇 번이고 고백한다.

구체적인 상황과 정도야 제각각이겠지만 우리 역시 그처럼 고립된 현실 속에서 겨우겨우 살아 내고 있다. 하지만 궈징의 말처럼 “그래도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 열심히 살아가는 것도 일종의 투쟁이다.”(p.135) 그러려면 우리를 삶에 정박시키는 닻, 그 고립을 깰 수 있는 무기가 필요하다. 글쓰기, 수다, 규칙적인 식사, 산책, 운동, 독서, 반려종과 함께 살기 등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어떤 것이든 괜찮다. 중요한 건 직접 시도하는 것이다.

봉쇄된 우한에서 39일 동안, 궈징은 가끔만 실의에 빠지고 대체로 명랑하게 이 일을 해냈다. '안네의 일기'가 다시 떠오른다. 직접 보진 않았지만 안네도 그랬으리라 생각한다.



여성학자이자 평화학자인 정희진은 〈팬데믹 시대 인간의 조건〉이라는 이 책의 해제를 통해 코로나 시대에 우리에게 지워진 과제를 이야기한다.

“국가의 역할, 개인의 자유, 경제 활동, 봉쇄와 방역의 조건, 극도로 성별화되고 계급화된 ‘집’의 의미, 정치 지도자나 자본가 들이 ‘결정할 수밖에 없는’ 현재 자본주의 시스템에 대한 진단, 인류의 미래에 대한 구상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근본적인 사유의 전환이 요청되는 이때, 그 출발점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각자의 구체적인 기록이라고 강조하며 이렇게 글을 맺는다. “그러므로, 다양한 『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매일 일기를 썼다』들이 나와야 한다. 이 책은 그 모범적 선구이다.”

많은 이들이 이 책에 공감하길 바란다. 그리하여 더 많은 수다와 더 많은 기록으로 이어지기를, 그리고 그것들이 이 시대를 슬기롭게 건널 수 있도록 우리를 안내하기를 기대한다.



'코로나 19'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불리우는 이번 감염병 사태는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이라고 정부나 언론은 발표했다. 감염병 전문의사들 주축으로 방역 기구가 만들어지고 적극 방역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정부는 '선제 방역'을 실시했다. 감염 경로를 찾아들어가 그 경로에 있는 확진자를 찾아내 치료하고,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는 것을 미리 막는 방역 방법이다. 다행히 국민들의 대대적인 협조로 대한민국은 '방역 모범국가'로의 영예로운 칭호도 받았다. 그러나 그것은 일부일 뿐이었다는 것을 우린 경험했다. 잠깐 방역 대책이 느슨해지면 어김없이 확진자 대량 발생 사태가 이어졌다. 집단 집합 장소인 유흥업소를 통한 확진, 대중 집회를 통한 대량 확진, 이제는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확진자의 대량 발생으로 10개월 간 해온 방역 활동이 무위로 돌아가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금은 하루 확진자 300명 안팎의 추세가 연일 이어지고 정부는 연말까지 다중 이용 업소, 사설 학원 등 10명 이상의 집회 등을 전면 억제하기로 해 또다시 자영업자 등 사회적 약자 계층의 생계가 막연해지게 됐다.


집에 돌아와 촛불 하나를 켜 놓고 리원량을 애도했다. 샤워를 하다가 휴대폰으로 〈인터내셔널가〉를 반복 재생시켜 놓고 목놓아 울었다.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슬픔이자 한 번도 느껴 본 적 없는 분노였다.(p. 136)



우한은 봉쇄되었지만 그 안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생활했다. 매일 일을 하며 점점 올라가는 물가에 겨우 채소와 필요한 물품을 사며 살아가고 있었다. 점점 봉쇄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불안과 공포에 휩싸여 다리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도 생겨났다.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되었지만 병원에서 더 이상 받아주지 않자 막다른 지경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이런 안타까운 이야기는 우리에게 하나의 영감을 주기도 한다. 방역에 있어서, 국가에게 그리고 개인에게도. 책에서는 또 한 가정의 어른들 모두가 코로나19에 걸려 격리되어 있었고 집에는 어린 아이 둘만 남게 된다. 어린 아이들을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마스크 구하기도 힘들어진다. 인터넷을 통해 마스크를 구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지만 마스크는 구할 수 없었다. 저자는 채팅방에서 친구들과 소통하며 우한 봉쇄가 풀리는 4월초까지 일기를 썼다고 한다. 궈징은 그 상태에서도 살아 있음을 증명하려 했다.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면서... 안네와 같다. 그것은 우리에게 이젠 희망의 불씨를 살린다. 어떻게든 살아남으면 살아갈 수 있다. 그러니 버티고 살아내야 한다.


한 부부가 입구에서 마스크가 있느냐고 물었다. 남자가 입구에서 좀 떨어진 곳에 서 있으니까 여자가 말했다. “이제 보니까 당신 말이야, 사람 많은 곳에만 오면 매번 한쪽에 뚝 떨어져 있더라.”(p. 87)

친구가 물었다. “도대체 잔인한 게 바이러스니, 아니면 인간이니?”(p. 32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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