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의 이야기 - 마음에 들려주는 어른 동화
손길 지음 / 바른북스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 출판 서점계에 '어른 동화'가 심심찮게 올라온다. 시대 탓인지, 또 다른 어떤 이유가 있는지 독자는 모른다. 어렸을 때로의 회귀본능? 아니면 세상살이에 너무 물든 얼룩진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어떤 이유로든 동화 읽기는 좋다. 어린날의 행복한 기억이 떠오르고, 순수한 세상으로의 상상력 여행 때문이다. 세상에 물들어가며 적당히 더렵혀진 마음을 안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더 더럽혀질 것을 알면서도 하는 세상살이는 인간의 숙명일까. 여러 생각에 진정의 마음으로 삶과 나를 성찰할 기회가 되어서 동화가 좋다. 다만 어렸을 때 읽었던 동화보다 왜 기억에 오래 남지 않은지, 그때의 감동은 왜 지금은 크기가 작아졌을까 하는 아쉬움과 안타까움 등이 교차한다.



이 책 『모든 것의 이야기』에는 '머리말'이나 '나가는 말'이 없다. 동화 8편만 오롯이 그림과 함께 실려 있다. 그나마 머리말을 대신하는 편지글이 맨 앞에 실려 책 출판 과정이나 저자와 교유가 있던 사람이 돌아가신 뒤에 고인이 되신 분을 뜻을 감안해 출판을 결심한 듯하다.

미처 출판되지 않은 저자의 원고를 모아 출판한 것은 고인의 죽음과 무관한 것처럼 보인다. 출판사 측은 출판을 결정한 배경과 책 소개글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스즈키 도시치카의 〈편지〉라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모두 편지입니다. 당신이 읽으려고만 한다면.” 이 책은 그런 상상에서 출발했습니다. 해와 달은 왜 빛을 내고 있을까? 색깔은 왜 생겼을까? 물방울은 왜 밑으로 흘러갈까? 그들의 소소함에 귀를 기울인다면 아름다운 보물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왜?”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아서 당혹스러웠던 적이 있으신가요? 그 늪에 빠지게 된 어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대답을 회피하거나 짜증을 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두 어린아이였던 우리는 언제 “왜?”라는 질문을 멈춘 것일까요. 이 책을 읽는 동안엔 잠시 접어두었던 상상의 날개를 다시금 펼쳐봤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에는 다음과 같은 8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제목과 비교하면서 살펴보면 8개의 명사인 단어가 '모든 것'에 해당되는 것이다. '빛'이 첫번째 소재이고 '인간'이 마지막 소재다. 세상의 모든 것을 의미한다고 얘기해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생물이든 무생물이든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이야기가 있다는 점을 표현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저자의 의도가 거기에 있었다면 설득력을 얻는다.

'손길 우화집'이라는 작은 부제목이 있다. 손길은 당연히 저자의 이름이고 우화집은 우리가 어릴 때 읽었던 '이솝 우화'가 떠오르고 전래 동화도 떠오른다. 저자의 메시지가 무엇인지 어슴푸레 머릿속을 스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야기가 있는 것은 '살아 있다'의 다른 표현이리라. 살아 있는 모든 것에 감사하는 마음이 있으면 이 동화를 읽을 준비가 돼 있을 것이다. 독자는 깊숙한 곳에 있는 영혼을 끌어내 저자의 글을 쓴 이유에 가 닿으려 읽고 싶다.


빛 이야기

색깔 이야기

장미 이야기

고라니 이야기

물방울 이야기

벚나무 이야기

지렁이 이야기

인간 이야기



해와 달과 별은 신의 섭리대로 움직이지만 정작 인간은 신의 뜻과 무관심하고 살아간다. 그냥... 어떤 사람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처럼 치열하게 살고, 어떤 이는 '살아 남기' 위해 사는 것처럼도 보인다. 각자 삶의 이유가 다르겠지만 삶의 모습은 비슷하다.

이어 보여지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색깔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색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다. 신의 뜻을 담은 것, 그러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도 있고 과거 같은 느낌의 흑백의 삶에서 다양한 색깔이 생기고 다른 색을 인정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사는 것 어쩌면 가장 쉽지만 어려운 과정을 이 책에서 말하고 있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도 인용된다. 고라니의 이야기도 감명 깊다. 나이 들어 갈수록 우리는 감정이 메말라 가고 순수함도 사라진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최소한 이 책을 읽는 동안에는...



지렁이 이야기는 여운이 많이 남는다. 우주나 장미, 인간에 비해 하찮은 존재이고 때에 따라서는 기피하는 존재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한번 더 깊게 생각해보게 한다.

누군가에게는 아무 생각 없는 장난이나 기억도 못할 사소함이겠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 자연, 존재에게 끼칠 영향력에 대해 깨닫게 했기 때문이다. 비슷한 '개구리 이야기'도 생각난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자신의 말과 행동을 되돌아보게 하는 것.

어른을 위한 동화로서의 알맞은 소재나 이야기를 창작하는 저자의 순수한 마음, 극적이지 않고 차분하고 수수한 느낌의 이야기가 독자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다.


저자 : 손길


1994년 청양군에서 태어났다. 발자국을 남기는 삶이 가치 있다고 답을 내려서 글을 쓰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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